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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174화 (174/183)

174화

바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미 비틀어져 있던 입가는 불쾌에 젖어 더욱 비틀어졌고, 그의 눈가 역시 떨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떨구어 자신의 복부를 꿰뚫은 강진호를 보았다.

[감히...]

당장 강진호의 목을 꺾고 싶었다만, 그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전력이 바알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고 있었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정도로 죽지는 않겠지만, 고통에 떨어라. 개자식아.”

강진호는 바알의 복부를 꿰뚫은 검으로 제 몸을 불태워가며 격을 폭발시켰다.

그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검붉은 핏물이 그의 말을 삼켰다.

아니, 비단 입에서만은 아니었다.

그의 눈과 코, 그리고 귀에까지.

피가 흘러나올 수 있는 모든 구석에서 핏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강진호는 이를 악물며 검을 비틀었다.

[네놈...]

그의 이름을 읊조리는 바알의 입에서 핏물이 울컥 흘러나왔다.

평범한 일격이었다면 모르겠으나, 지금 그의 복부를 꿰찬 것은 수차례 격을 쌓고 중첩 시킨 최후의 일격.

아무리 바알이라한들 쉽사리 견딜 수 있는 일격은 아니었다.

검에서 몰아치는 격의 파랑은 바알에게 엄청난 고통의 격랑을 일으켰다.

폭발하는 격의 파도가 바알의 몸을 완전히 잡아먹으려 할 때, 전력의 힘을 뿌리친 바알은 그대로 강진호를 덥썩 잡았다.

“커헉...!”

강진호에겐 더 이상 저항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축 늘어진 채 힘겹게 벌린 두 눈꺼풀 사이로 바알을 보았다.

[감히 나를 죽이려 하다니.]

“...죽이고 싶었다만, 역시나.”

다 죽어가면서도 강진호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치솟은 가운뎃손가락을 보는 바알의 표정이 섬뜩하게 일그러졌다.

[...그래, 나름 즐거웠다. 버러지 같은 것. 허나 너의 죽음은 그저 헛된 것일 뿐이다.]

차악!

바알은 나머지 한 손으로 복부를 꿰뚫은 검을 뽑아 내던졌다.

검에 꿰뚫린 관통상은 검이 뽑혀 나가자 순식간에 수복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상처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말이다.

[주인을 무는 사냥개는 죽어야지.]

바알은 쥐고 있던 강진호를 바닥에 던졌다.

콰앙!!!

“강진호...!!!”

박율은 놀란 소리를 내뱉으며 추락한 강진호를 보지만, 그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을 하는 작은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박율은 벙찐 얼굴로 명을 달리한 남자를 보고 있었다.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지? 그대가 그리 원하던 것 아니던가. 인류의 배신자가 죽는 모습을.]

바알은 입에 고인 피를 탁 하고 뱉으며 말했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강진호에게 절망했던 순간들, 그를 죽이고 싶은 순간들, 분노에 치를 떨던 그 모든 순간들이 겹쳐 뇌리를 스쳤다.

허나 그 모든 순간들이 허망하리만큼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불쾌했다.

“...기분이 나쁘네. 괜히.”

박율은 싸늘하게 굳어버린 강진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바알을 본다.

구태여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의 표정이 떨리고 있었다.

분노, 고통, 불쾌.

그 어느 것 하나 그의 표정을 설명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확실한 건 강진호의 혼신을 담은 일격이 충분히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바알만 아니었다면, 그 대상이 누구던 일격에 숨을 거둘 수 밖에 없는 힘이었으니.

“죗값 한 번 더럽게 치루고 사라지네.”

그의 진심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이해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의 희생은 충분히 값지나, 그저 석연치 않은 기분이었다.

[오거라.]

바알이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동시에 그의 후방에서 마르가리타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그녀의 망치가 바알을 내려찍는다.

콰앙!!!

커다란 굉음이 바닥 깊숙이 내려앉았다.

허나 바알의 주위를 감싼 경계는 그녀의 일격을 막은 채였다.

물론 완벽한 방어는 아니었다.

딱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바알의 손이 흠칫 떨렸다.

『...!!!』

바알과 마르가리타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를 보는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찌 천상계 존재가 현현한 것이지?]

콱!

바알의 손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큭...!』

[그렇군.]

마르가리타를 훑는 바알의 시선은 마치 뱀처럼 꽈리를 틀었다.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서렸다.

[이리도 힘을 쓰지 못하는 걸 보니, 커다란 제약을 안고 내려온 모양이야.]

마르가리타는 발버둥쳤다.

하지만 바알의 손은 그럴수록 더욱 세게 목을 움켜쥐었다.

『커헉...!!!』

[헌데 그대는 이 혼란한 시기에 왜 혼자 인간계로 내려온 것이지?]

마르가리타는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그녀를 흘겨보던 바알은 박율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그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느낄 수 있었다.

[흐음...]

그리고 이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손 놔!!!”

일순간 바닥을 박치고 박율이 달려들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도 없이 바알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흠칫, 바알은 조금 늦게 그의 존재를 인지하였지만.

쾅!!!

그것으로 그를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바알은 결계를 치듯 마기를 펼쳐 박율에게 쏘았다.

그는 튕겨나가듯 바닥에 꼬꾸라졌다.

바알은 다시 발버둥을 치는 마르가리타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대는 신과 천상계의 것들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가?]

『뭐라는...거야...!!!』

[허면 왜 인간계가 이리도 더럽혀지는데 가만히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도 알다시피 악에 대항할 존재는 무릇 천사일 터. 그것을 모르는 존재들이 아닐텐데.]

『닥쳐...!!!』

바알의 비틀어진 입가가 벌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역겨우면서도 섬뜩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것들은 이미 인간들을 버렸거든.]

마르가리타는 순간 허리를 비틈과 동시에 망치를 소환시켜 자신의 목을 붙잡고 있던 바알의 팔을 내리찍었다.

[...]

그리 강력한 충격은 아니었다만, 강진호가 남긴 상처가 후유증인지 바알은 저릿한 손을 펼 수 밖에 없었다.

마르가리타는 재빨리 그에게서 멀어졌다.

“괜찮아요!?”

『괜찮아. 기분이 더럽게 한데.』

바알에게서 벗어난 마르가리타를 본 박율이 소리치자, 그녀가 답했다.

그새 잔당들을 모두 처리한 나머지 일행들 마저 마르가리타에게로 모였다.

“율 씨, 어떡하죠?”

박석훈이 물었다.

그에 박율은 담담하게 말했다.

“퍼부어요.”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공에서 고룡의 울음이 폭발했다.

함께 그의 아구에서 황금빛 불꽃이 이글거렸다.

화아아아!!!!

이내 창공을 꿰뚫으며 날아가는 불꽃.

포탄처럼 추락하는 불꽃은 바알을 집어삼켰다.

“아직입니다.”

한명련이 말했다.

그는 검 손잡이를 집은 채 발도를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불꽃이 완전히 사그라들기 전.

발을 뒤로 크게 끌어 몸을 지탱하고, 검을 뽑는다.

카가가각!!!!

마치 검집을 분쇄할 듯 울리는 쇳소리와 함께 검집을 빠져나간 검이 허공에 호를 그렸다.

그려진 호를 따라 생겨나는 검강은 월광을 머금은 채 바알에게로 치닫는다.

콰앙!!!

검강마저 바알을 덮치고,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이내 불꽃이 완전히 사그라들자 보이는 바알.

“...!!!”

그는 여전히도 여유로운 얼굴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룡과 한명련의 일격은 고작 결계에 막힌 듯했다.

[...]

허나 완전히 무의미한 공격들은 아니었다.

바알의 표정이 미세하게 떨렸으며, 특히 결계의 일부가 부서진 듯 금이 벌어졌다.

“계속 갑시다.”

박율이 말했다.

[...장난은 이만 끝내야겠군.]

바알은 한껏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한 손을 높이 들었다.

그 손을 따라 바알의 곁을 유영하던 마기들이 날카로운 가시의 형태로 바뀌었다.

파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날아드는 가시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가시들이 나선으로 날아온다.

박율은 어떻게든 성흔을 방어로 바꾸려하지만, 이미 늦었다.

척!

가시가 일행들에게 다다르는 순간, 박석훈이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철퇴를 바닥에 내리찍는다.

콰과곽!!!

내리찍힌 철퇴를 따라 커다란 방패가 생기며 가시들을 모조리 막았다.

흠칫, 떨리는 등허리를 보아 박석훈의 고통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가시들을 전부 막고는 날숨을 뱉었다.

동시에 선홍빛 갑주가 완성되었다.

그의 온몸이 푸르게 빛나며 갑주의 형태를 취했다.

“고마워요!”

짧은 감사의 표시와 함께 그를 지나쳐 달려가는 박율.

그의 손에 들린 망치가 하얗게 불타올랐다.

그것은 이내 커다란 철퇴처럼 변했으며, 그것을 쥔 팔에 핏줄이 돋아났다.

파앙!

뒤이어 바알이 가시를 던졌다.

[척후]

박율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가시들을 피했다.

그리고 도약한다.

팟!

땅을 박차고 오른 박율은 곧장 바알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콰앙!!!

커다란 굉음이 터져나오지만, 아직 결계를 깨기엔 무리인 듯했다.

허나 결계에 벌어진 금은 더욱 크게 번졌다.

[어리석은 것들.]

바알은 일격 이후 바닥으로 추락하는 박율을 보며 다시 손을 뻗었다.

그는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다시 그의 손을 따라 가시들이 발사되려 할 때.

흠칫, 바알은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곳엔 야차가 된 서희가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모아 그대로 바알을 내리찍었다.

콰앙!!!

퍼지는 굉음.

결계에 벌어진 금이 더욱 커져 이제는 한 방이면 부서질 듯 위태로웠다.

[...]

바알은 불쾌한 기색을 내뿜었다.

마치 달라붙은 벌레들을 바라보는 듯한 그런 불쾌함이었다.

바알은 이를 빠득 갈며 서희를 그대로 내려쳤다.

콰앙!!!

“커헉...!!!”

유성우를 연상케하는 속도로 추락한 서희는 각혈을 토해내며 고통에 신음했다.

박율 역시 그녀를 보았지만, 당장 그녀를 살필 여유는 없었다.

“석훈 씨!!!”

박석훈의 이름을 부르짖고.

그는 다음 공격을 위한 준비를 했다.

다음 한방이면 결계가 부서진다.

허나 그는 고작 결계 만이 아닌 바알을 노리는 일격을 준비했다.

박석훈은 박율의 의도를 알아차린 건지 그의 부름에 떨어지는 박율에게로 달려갔다.

“갑니다...!!!”

그리고 그가 바닥에 닿기 직전, 선홍빛 갑주에 서린 충격을 폭발시켰다.

파앙!!!

박율은 그 충격을 발판 삼아 그대로 바알을 향해 날았다.

그의 망치가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힘을 비축해놓은 상태였다.

“죽어라...!!!”

그리고 그가 바알을 향해 치닫는 순간.

“...!!!”

그의 몸이 정지했다.

아니, 그의 몸이 정지했다기보단 세상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의 눈 앞으로 허공이 갈라졌다.

쩌적!

벌어진 틈은 세상을 잡아먹을 듯 번졌고, 그것은 이내 깨졌다.

우수수 떨어지는 현실을 담은 조각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아득한 존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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