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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158화 (158/183)

158화

강진호는 반사적으로 가까운 나무에 몸을 숨겼다.

가까워지던 마기는 이내 그를 지나쳤다.

강진호는 마기가 채소연에게 가까워지자 나무에서 벗어나 그녀를 도와주려 발을 뻗지만, 그 순간 그는 채소연의 손에 있는 가면을 보고 말았다.

고양이 가면.

악사회의 일원이었던 그 고양이의 가면이 그녀의 손에 있었다.

강진호는 커다랗게 변한 눈으로 다시 나무에 몸을 숨겼다.

처음엔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

다른 무언가가 그녀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을 때는 확실하게 그녀가 고양이 가면을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섬짓한 마기가 가까이 다가오자 가면을 썼다.

[...늦었군.]

“겨우 10분 늦었다고, 더럽게 빡빡하네.”

채소연은 눈 앞에 악마가 나타났음에도 능청스레 대화를 이어갔다.

‘...!?’

순간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것인지 인지를 하기까지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수많은 가능성들.

강진호는 그녀가 악마들에게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거래를 하게 되었다는 가능성까지도 생각했지만, 이내 일축되었다.

분명 악사회는 모두 죽었다.

그것도 그의 손에 말이다.

까마귀, 곰, 뱀, 개구리, 고양이 전부.

하지만 지금 그녀가 고양이 가면을 쓰고 있다.

혹시 우연히 저 가면을 들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봐도, 그렇다면 그녀가 지금 마기로 가득한 악마를 조우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참 대단해. 인간들 틈에 섞여서 이런 짓까지 하고 말이야.]

“나름 재밌어.”

채소연은 웃었다.

아니, 고양이가 웃었다.

‘이럴수가...’

강진호는 입을 틀어막았다.

고양이가 죽지 않았다.

죽기 않은 것으로 끝나지 않고 페르소나를 장착해 인간인 척 사자들 사이 숨어있었다는 말이었다.

‘어떻게...’

그녀에게서 사자의 힘이든 마기든 그 무엇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렇다는 말은 그녀는 사자들을 속이기 위해 모든 힘을 억제했다는 말이었다.

박율처럼 아무것도 없는 일반인인 척 모두를 속였다.

[특이사항은?]

“없어.”

짧은 정적.

악마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럼 저건 뭐지?]

마기의 시선이 일순간 측면의 나무를 향했다.

강진호가 숨어있는 그곳을 말이다.

“...!”

악마는 순식간에 이동하여 강진호의 앞에 나타났다.

그제서야 보이는 악마의 정체.

그는 바알군의 제 10 군단장 모아레였다.

[넌 뭐지?]

모아레는 그의 목을 움켜쥐지만, 그는 반사적으로 검을 꺼내들었다.

차악!

그의 검이 허공을 베어가른다.

허나 모아레는 이미 피한 뒤였다.

[오호라. 네놈은...]

“강진호...!”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 채소연을 보았다.

“...내통자가 있었다니.”

강진호는 나무에서 몸을 떼 한 발자국 걸어나왔다.

어차피 들킨 이상 다른 방법은 없었다.  저 둘이 또 이상한 짓거리를 하지 못하게 제압하는 수밖에.

타악!

강진호의 신형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는 저 멀리 피해 있던 모아레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차악!

그의 검이 악마의 가슴을 가로로 크게 베었다.

허나 그 역시 바알군의 군단장.

쉽사리 그의 공격에 당해주진 않았다.

그의 검에 일도양단난 모아레는 안개마냥 흩어져 저 멀리에서 다시 나타났다.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예의가 없군.]

모아레는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순보]

강진호는 그의 말에 대답할 가치도 없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모아레는 그의 공격을 피해 달아났지만, 강진호는 그것마저 예측하고는 재빨리 근처 나무에 발을 디뎠다.

[순보]

[...!!!]

그리고 그의 검이 모아레의 목을 향해 치닫는 순간.

채앵!

옆에서 날아온 실가닥이 그를 방해했다.

“칫...”

강진호는 날아드는 실가닥을 피해 바닥에 착지했다.

그간 힘을 억제하고 있던 탓에 실가닥들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지만, 모아레와의 전투를 방해하기엔 충분했다.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 채소연과 모아레를 보았다.

“...언제부터 였나.”

“언제부터인지 말하면 알아는 듣고?”

“어디까지 말했지?”

“어디까지 말했을 거 같은데?”

“...젠장.”

강진호는 이를 빠득 갈았다.

“작전은 중지다.”

그의 말에 채소연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뭐?”

“이미 사자들은 끝났어.”

“...?”

“사방에 바알의 군세가 진을 치고 깔려있거든”

그녀는 한껏 과장된 얼굴을 하며 말했다.

“도망칠 곳은 없어. 전부 죽음 뿐이야.”

채소연은 섬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진호는 이를 빠득 갈며 다시 달려들었다.

타악!

그의 검이 채소연에게로 쇄도하는 순간.

캉!!!

모아레가 그 앞에 나타나 그를 막았다.

“비켜라.”

[싫다면.]

강진호는 검을 휘둘렀다.

캉!!!

쇳소리가 숲 전역에 울려퍼졌다.

그의 검이 모아레의 목숨을 위협하면 그의 뒤에서 날아온 실조각이 그를 방해했다.

강진호는 어떻게든 방해를 뚫고 그들을 처치하려 하지만, 쉴새 없이 날아드는 공격들을 완전히 파훼하기는 무리였다.

그는 뒤로 물러서 거리를 벌렸다.

“...후.”

그리고 자세를 잡는다.

[격랑]

그의 검에서 하얀 불꽃이 일렁거렸다.

지체할 시간은 없다.

빠르게 두 사람을 해치우고 돌아가 작전을 중지시키고 후퇴를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검에 힘이 응집된 순간.

[순보]

강진호의 신형이 사라졌다.

카앙!!!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강진호와 모아레의 검이 맞부딪혔다.

검고 하얀 불꽃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한 번.

카앙!!!

두 번.

검에서 희끗하게 흘러나오는 격이 점차 늘어났다.

[큭...!]

강진호의 검을 그대로 받고 있는 모아레는 검을 타고 울리는 충격에 인상을 찌푸렸다.

채소연이 뒤에서 실가닥을 날리며 그를 도와주고는 있지만, 강진호는 그것들을 피하지 않은 채 달려들었다.

모아레는 제 몸을 안개처럼 바꿔 분신을 수십 구 만들며 그를 상대했다.

허나 강진호의 일격 한 번에 분신들은 사라졌다.

카앙!!!

세 번.

그리고 네 번.

쨍!!!

강진호의 일격에 모아레가 쥐고 있던 검이 나가떨어졌다.

“죽어라.”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강진호는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차악!

그의 검이 모아레를 양단하며, 검붉은 핏방울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털썩.

모아레가 쓰러지고, 강진호는 숨을 몰아쉬며 채소연을 보았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왜 이딴 짓을 벌인거지?”

“왜냐니? 재밌잖아!”

울화가 치밀었다.

당장에라도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

강진호는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꽈악!

“끅...!”

채소연은 목이 졸리는 와중에도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옆에서 장단 맞춰주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강진호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채소연을 내팽겨쳤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순간.

그의 뒤로 죽은 줄 알았던 모아레가 달려들었다.

강진호는 반사적으로 팔을 휘두르지만, 이미 그의 손은 이미 강진호의 머리를 움켜쥔 뒤였다.

[절망적인 미래를 보여주지.]

모아레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안개가 강진호의 머리를 감싼다.

강진호는 모아레를 떨쳐내지만,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모든 것이 사라진 후였다.

채소연 역시 보이지 않았다.

“...!!!”

일순간 강진호의 시야가 바뀌었다.

강진호는 고개를 돌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있던 곳은 울창한 숲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생전 처음 보는 장소.

울창한 숲에서 검붉은 대지로, 모든 것이 검게 그을려 있는 어딘가였다.

“사...살려줘...”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강진호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 시선이 향하는 곳엔 너무나도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숫자를 셀 수조차 없는 사람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그나마 눈을 뜨고 있는 이들은 신체의 어디 한 구석이 사라진 상태였다.

강진호는 혼란스러운 듯 눈동자를 굴렸다.

콰직!

“...!”

두터운 살가죽을 찢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살아남은 인간들을 무참하게 짓밟는 악마들이 있었다.

강진호는 눈을 부릅 뜨며 그들에게로 달려들었다.

허나 그의 몸은 악마들을 지나칠 뿐이었다.

마치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듯 어떤 악마에게도 그의 검은 닿지 못했다.

“엄마...엄마...!!!”

아이의 울음소리.

그 너머엔 악마의 손에 온몸이 짓이겨진 여자가 있었다.

“그만둬!!!”

강진호는 또 다시 달려들었다.

역시나 결과는 같았다.

“그만!!!”

그 끝은 죽음이었다.

아이 역시 악마의 손에 죽었고, 모두가 악마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당장 치워!!!”

강진호를 소리를 질렀다.

“빨리 원래대로 돌려놔!!!”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린다.

[이게 미래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모아레의 목소리.

강진호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검기는 허공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쿠구궁!!!

이번엔 멀리에서 엄청난 숫자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강진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에서 사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바알을 비롯한 악마들이 전쟁을 준비했다.

그제야 강진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말이다.

전쟁이 시작되고, 사방에서 피비린내가 울렸다.

사자들은 악마들의 허를 찌르려 사방에서 달려들었지만, 이미 사자들은 악마들에게 포위당한 뒤였다.

사자들은 저항했다.

악마들에게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고, 권능을 남발했다.

허나 결과는 패배였다.

빈약한 열세, 새어나간 계획, 그리고 바알의 막강함.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사자들은 패배했다.

차라리 패배로 끝났다면 다행이었다.

패배 뒤에 기다리는 것은 참혹한 현실이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 죽어가는 이들의 단말마, 죽은 이들을 위로하는 곡소리, 그리고 악마들이 인간들을 유린하는 소리.

마치 오케스트라를 연상케하는 끔찍한 소리들이 사방에서 귀를 찔렀다.

그것은 지옥이었다.

쩌적!

지옥의 끝에 다다랐을 때, 강진호의 눈 앞으로 허공에 균열이 벌어졌다.

이윽고 쨍!!!

균열이 유리처럼 산산조각나며 또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한들 미래는 변하지 않아.]

모아레의 소리가 들려온다.

강진호는 이번에 소리를 쫓아 공격하지 못했다.

그저 잔인한 현실에 침음하고 있었다.

새로이 펼쳐지는 광경 속에서 강진호는 부리나케 캠프로 돌아가고 있었다.

“작전은 중지다!!!”

강진호의 목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무슨 소리야!? 그게!?”

장대호의 답변에 강진호는 그가 본 상황들을 모두 설명했다.

채소연의 배신, 새어나간 계획,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악마들.

허나 장대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여기까지 왔어. 여기서 물러설 순 없어.”

“그게 무슨...!!!”

“여기서 물러선다면 다음 기회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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