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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156화 (156/183)

156화

지하감옥을 이루던 성이 완전히 산산이 조각 나고 있었다.

떨어지는 파편들은 우박처럼 떨어져 바닥에 박히고, 골조를 이루던 철근은 반파되어 혹 무덤을 연상케 하는 무언가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서희는 자리에 굳어있었다.

내뻗은 손은 허공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율이 무너지는 폐허 속에 갇혔다.

“안돼...!!!”

서희가 소리쳤다.

그녀는 아직 채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폐허로 달려가려 했지만, 그녀의 뒤에 있던 한명련이 그녀를 막았다.

“위험합니다!”

“저기에 박율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서희 씨도 위험해집니다...!!!”

서희는 어떻게든 한명련을 떼어내고 폐허로 들어가려 했지만, 야차화하지 않은 상태로 한명련을 뿌리칠 수 없었다.

“박율이...!!! 저 안에 갇혔다고...!!!”

서희는 닿지 않는 손을 내뻗으며 말했다.

허나 그 소리는 박율에게 닿지 않았다.

[집중해라!!!]

데판이 소리쳤다.

그는 달려드는 수백의 마수들을 아작내고 있던 참이었다.

그의 옆에서 마르가리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목표는 탈출이다!!!]

그는 여전히도 굳건했다.

데판은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며 달려드는 곰을 닮은 마수의 목을 꺾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다.

[말하지 않았더냐!!! 자정까지 돌아온다고!!!]

그는 곧바로 발을 굴러 다른 마수들을 제압했다.

“저기서 어떻게...!!!”

『...할 수 있을 거야.』

마르가리타였다.

그녀 역시 데판과 마찬가지로 마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꾹 닫은 입은 그녀의 감정을 대신하진 못했지만, 그녀는 달려드는 마수를 날렸다.

『걔는 그런 애니까.』

콰직!

마르가리타의 망치가 마수들을 터트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서희를 보았다.

『탈출이 우선이야.』

쿠구궁!!!

뒤에서는 완전히 무너져 이제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폐허가 마지막 골조를 넘어뜨리는 소리가 울렸다.

마르가리타는 뛰었다.

그리고 도망치는 악마들을 지키기 위해 망치를 휘둘렀다.

둘을 지켜보던 한명련은 서희를 두고 고개를 돌렸다.

“자타공인 바퀴벌레잖습니까.”

“...”

“살아 돌아오실 겁니다.”

한명련은 검을 들었다.

그 역시 움직였다.

자리에 남은 건 서희 뿐이었다.

그녀는 허망한 눈으로 무너진 폐허를 보고 있었다.

“...”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작은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허나 이내 날숨을 내뱉었다.

“...못 돌아오기만 해봐.”

그리고 고개를 돌린다.

* * *

파편들이 소나기마냥 떨어졌다.

박율은 어떻게든 파편들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카앙!!!

그 순간마저 강진호는 검을 들이밀었다.

“네 놈만 없으면...”

박율은 가까스로 그의 검을 막았다.

“상황 돌아가는 거 안 보이냐! 지금 우리가 싸울 때야!?”

“닥쳐라.”

강진호가 후속타를 위해 검을 들어올리자, 박율은 재빨리 땅을 딛고 그에게 몸을 던져 그를 넘어뜨렸다.

콰당탕!

[크아아아아아아!!!!!!!!!!!!!]

박율은 일단 시선을 돌려 떨어지는 파편으로부터 도망칠 곳을 찾았다.

하지만 딱히 보이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안전해보이던 구석들은 이미 떨어지는 파편에 박살이 난 뒤였다.

“...!”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섬짓한 살기.

박율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비틀어 망치를 높이 들었다.

카앙!!!

그새 일어난 강진호가 검을 휘두른 채였다.

“죽어라!!!”

“넌 도대체 어디에서 무슨 약을 하고 왔길래 이 상황에서도 나를 죽이려고 아등바등이냐...!!!”

박율은 날아드는 검에 맞춰 망치를 휘둘렀다.

콰직!

망치는 강진호의 허파를 가격하고, 그의 몸뚱이가 뒤로 날아갔다.

“후우...!”

이대로면 위험하다.

아무리 그가 몸을 단단하게 만들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하더라도, 무너지는 성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의 몸을 유리한다더라도 다시 나타났을 때, 그의 몸이 나타날 곳이 없다면 결국은 죽음.

어떻게든 몸을 피할 구석을 찾아야 했다.

“하다못해 저 놈만 없어도...!”

그의 눈이 향하고 있는 것은 케로베로스.

워낙 덩치가 큰 탓에 떨어지는 파편들을 정통으로 맞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케로베로스는 괴성을 내뱉으며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그럴수록 성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박율은 뒤에서 날아드는 살기를 피해 발을 굴렀다.

콱!

강진호의 검이 박율이 있었던 바닥에 내리꽂혔다.

“야, 잠시만 휴전하자니까!?”

“하아...”

강진호의 귀는 이미 흑으로 물든지 오래였다.

박율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되려 온몸의 모든 구멍에서 마기를 내뿜으며 그를 죽일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우!”

박율은 달려드는 강진호를 피해 또 다시 발을 굴렀다.

“...!”

쿵!!!

그 순간 도망치는 길목에 파편이 떨어져 그의 길을 막았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는 강진호.

그의 검이 쾌속으로 박율에게 쇄도했다.

카앙!!!

“큭...!!!”

가까스로 망치를 들어올려 목이 떨어지는 일은 막았다만.

“도대체 뭘 하고 왔길래...!!!”

그의 힘이 일전에 봤을 때보다 곱절은 강해진 듯했다.

마기는 더욱 짙어졌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법한 상대.

그렇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사방이 쑥대밭이 되는 것은 물론 무너지는 파편에 깔려 죽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었다.

“근데 난 아직 뒤지기 싫거든?”

박율은 한 손에 든 망치로 강진호의 검을 막으며 남은 손으로 그의 멱살을 쥐었다.

그리고 땅을 박차고 그를 뒤로 넘긴다.

워낙 강한 완력으로 밀어붙이던 터라, 힘의 방향을 바꾼 것만으로 그의 몸뚱이는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굴렀다.

박율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강진호를 보았다.

역시나 땅을 박차고 또 다시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그래, 끝까지 가보자.”

어차피 여기서 숨을 곳을 찾는다한들, 저 미치광이가 계속해서 달려들 것은 분명했다.

강진호를 먼저 제압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대피는 불가였다.

박율은 망치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의 망치는 하얀불꽃에 감싸져 도의 형태를 취했다.

박율은 발을 뒤로 끌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타악!

달려든다.

카앙!!!

두 개의 검이 맞부딪히며 파란을 일으켰다.

검고 하얀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검이 맞부딪힐 때마다 땅이 갈라졌다.

쿠구궁!!!

그리고 그럴수록 성의 붕괴는 더욱 빨라졌다.

검을 휘두르면 검의 궤적을 따라 벽면에 커다란 금이 생겼고, 그것은 이내 형태를 잃고 무너진다.

쾅!!!

떨어지는 파편이 둘 사이를 가르면, 두 사람은 파편을 발판 삼아 다시 달려들었다.

카앙!!!

“어째 너는 볼 때마다 괴물이 되냐...!!!”

“...”

수십 번의 합이 이어졌다.

강진호의 검은 살기를 머금었고, 한 수 한 수 다음 수를 내비칠 때마다 섬짓한 감각이 목을 핥았다.

떨어지는 파편을 피할 틈조차 없었다.

그저 눈 앞의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초식으로써 덩달아 파훼할 뿐이었다.

두 사람에게로 떨어지는 파편들은 돌조각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돌조각 사이 비산하는 핏방울은 먼지와 섞여 검붉은 안개가 만들어졌다.

그러는 단 한 순간도 두 사람은 양보하지 않았다.

모든 순간들이 서로의 목을 탐했다.

강진호의 눈이 찰나의 순간 하늘을 향했다.

파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검을 높이 들어 호를 그려 박율을 공격했다.

일격이 그에게 닿지 못한지만, 강진호는 그대로 발을 굴러 허공으로 뛰었다.

그의 몸뚱이는 떨어지는 파편에 닿는다.

그리고 타악!

그는 허공에 잔류하는 파편을 발판 삼아 박율에게 달려들었다.

“...!”

위험했다.

닿는다면 치명상으로 이어질 법한 공격이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박율은 리듬을 잃지만, 이내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신속]

강진호의 검이 박율에게 다다르는 순간, 박율은 권능을 개방했다.

사라지는 그의 몸뚱이는 강진호를 넘어 나타났다.

“후...”

곧바로 박율은 다시 달려들었다.

강진호는 신속으로 달려들 것을 대비하여 방어에 치중했지만, 이번엔 신속을 쓰는 일은 없었다.

그는 재빠르게 치고 나가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카앙!!!

또 다시 이어지는 합.

떨어지는 땀방울은 허공을 베어 가르는 검에 양단이 나고, 흩날리는 핏방울은 돌조각에 묻어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 순간 박율은 몸을 낮추고 강진호를 지나쳐 달려갔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새하얀 실뭉치.

어느새 새로운 권능을 개방시킨 박율은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실뭉치로 강진호를 묶은 채였다.

“...!”

박율은 허리를 비틀어 실뭉치를 당겼다.

실에 묶여 강진호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에 그치지 않고 박율은 더욱 세게 실뭉치를 당겼고, 강진호는 실이 이끄는 대로 굴렀다.

강진호는 어떻게든 실을 끊어내려 안간힘을 쓰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박율은 실이 이끌려 바닥을 굴러오는 강진호를 향해 하얀 불꽃으로 날을 벼린 망치를 높이 들었다.

“끝이다...!”

그리고 망치를 내려찍으려는 순간.

[크아아아아아아아!!!!!!!!!!!!!!!!!!!!]

케로베로스가 울부짖었다.

그것은 쏟아지는 파편들을 정통으로 맞으며 발버둥을 쳤고, 그것은 곧 그나마 성을 지탱하고 있던 골조를 무너뜨리게 되었다.

쿠구궁!!!

바닥이 뒤틀리며 박율은 그대로 중심을 잃고 강진호의 귀를 스쳐 바닥에 망치를 내려찍었다.

쾅!!!!!

무너지는 바닥에 내려찍힌 망치는 그것으로 바닥을 완전히 산산조각 냈다.

“...!!!”

쿠구궁!!!

바닥이 완전히 반파되며 박율과 강진호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무너지는 바닥 속으로 미끄러졌다.

“큭...!!!”

턱!

박율이 뻗은 손이 겨우 벽면을 짚지만.

쿠구궁!!!

무너지는 성벽은 박율의 손과 함께 바닥으로 처박힌다.

“망할...!!!”

박율은 고개를 돌려 아래를 보았다.

그곳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떨어진다면 죽지는 않겠다만, 무사하기는 어려울 성 싶었다.

“이대로 떨어질 순 없지...!”

박율은 곧장 망치에 실을 엮어 그대로 위쪽으로 던졌다.

그 순간에도 뒤에서는 강진호의 살기가 느껴졌다.

“저 미치광이, 진짜...!!!”

박율은 벽에 발을 딛고 그대로 뒤쪽으로 몸을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강진호의 검이 그가 있던 자리를 베고 있었다.

박율은 망치를 불러들인다.

하얀 불씨를 남기며 다시 나타난 망치를 들고 박율은 눈동자를 굴렸다.

이미 위로 던지기엔 너무 깊이 떨어졌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죽어라!!!”

정면의 강진호였다.

그는 어느새 허공에서 중심을 겨우 되찾고, 떨어지는 파편을 발판삼아 박율에게 달려들었다.

“넌 이씨...!!! 질리지도 않냐!!!”

카앙!!!

또 다시 쏟아지는 일격들.

바닥은 점점 가까워지는 상황.

이대로 가다간 둘 다 바닥에 처박힐 위기였다.

박율의 눈은 정면의 강진호를 향했다.

그는 강진호가 다음 공격을 위해 발판을 찾아 땅을 딛고 달려들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강진호가 달려드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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