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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143화 (143/183)

143화

산이 솟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봉긋하게 솟아난 산에서 폭발한 불꽃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가운데엔 용 하나가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쿠아아아아아아!!!!!!!!!!]

그 괴성은 너무나 구슬펐다.

고통스러웠으며 분노가 가득했다.

용이 만들어내어 그를 둘러싼 불길은 너무나 붉게 타올랐다.

그리고 용은 창공을 향해 높이 비상했다.

그것을 따라 짙게 내리쬐는 태양의 볕보다 뜨거운 불길이 용솟음친다.

“괴물이다!!!”

산 아래 마을에서 사람들이 소리쳤다.

그들은 공포에 질린 소리를 내질렀다.

“도망쳐!!!”

사람들은 도망쳤다.

그것은 재앙이었다.

용은 불길을 내뿜었다.

그가 흩뿌리는 불길을 따라 마을은 붉게 타올랐다.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엔 그저 검은 재만이 남아있었다.

혼비백산.

그것 말고 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모두가 용을 피해 달아났고, 미처 피하지 못한 자들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길을 잃은 아이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공포를 내질렀고, 나이 든 노인들은 그저 찾아온 재앙에 죽음을 속단했다.

그것은 혼돈이었다.

허나 모든 이들이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 무기를 들라!!!”

마을에 도사리는 괴물을 섬멸하기 위해, 용이라는 미지의 생물을 처단하기 위해 주둔한 군인들은 도망치는 시민들의 앞으로 무기를 들고 걸어 나왔다.

무성한 소문을 따라 만들어진 군대는 총을 들었고, 칼을 들었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용이었다.

“준비!!!”

군대의 선봉에 선 늙은 남자의 지시하에 그들은 용을 향해 무기를 치켜들었다.

“쏘아라!!!”

타앙!!!

펑!!!

늙은 남자의 명령을 따라 사방에서 폭음들이 터졌다.

화약 냄새가 마을을 가득 메우소, 뿌연 수증기가 지반에 깔렸다.

“멈추지 말라!!!”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수십 발의 총탄이 용을 노리고 있음에도 그것은 여전히 위협적인 괴성을 내지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탕!!!

용은 날개를 접었다.

그리고 추락한다.

허나 그것은 총에 맞아, 포탄이 터져 날아오를 힘이 없기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그리고 마르가리타를 죽인 이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죽이기 위한 추락이었다.

“모두 후퇴하라!!!”

선봉대에 선 늙은 남자가 소리쳤다.

그의 말을 따라 군대는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콰앙!!!

군대가 후퇴하기 무섭게 용은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쿠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괴성을 내지른다.

그것의 눈은 곧바로 대피 중인 이들을 향했다.

그 중 동굴 속에서 마주했던 한 남자.

마르가리타를 묶은 나무 기둥에 불을 붙인 남자였다.

콰당탕!

용을 피해 달아나던 남자는 바닥에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그대로 넘어졌다.

“히...히익...!!!”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자신을 노려보는 용의 위협적인 눈을 볼 수 있었다.

용은 분노했다.

[쿠아아아아아!!!!!!!!!]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마르가리타를 죽인 남자를 향해 분노를 토해냈다.

남자는 공포의 비명을 내질렀다.

허나 그것은 용에게 있어 도발 정도로 느껴질 뿐이었다.

용의 아구에서 황금빛 불씨가 흘러내렸다.

“사...살려...”

남자는 목전까지 도달한 죽음의 향기에 실금을 했지만, 남자는 공포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남자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용이 불꽃을 내뱉는 순간.

쾅!!!

반대편에서 날아온 포탄이 용을 직격했다.

용은 휘청 중심을 잃고 불꽃을 바닥에 내뿜었다.

화아아!!!

바닥에 처박힌 불꽃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미 마을은 불길에 휩쌓인 채 폐허가 되어 있어,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하더라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용은 고개를 돌려 포탄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역시나 선봉의 늙은 남자가 철퇴를 닮은 커다란 망치를 들었다 내리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쏴라!!!”

펑!!! 쾅!!!

허공을 주파한 포탄이 또 다시 용을 직격했다.

용은 고통의 울음을 토해냈다.

[쿠아아아아아아!!!!!!!!!!!!!]

연달아 터지는 포탄과 총탄들.

용은 날개를 저미고 온몸을 움츠렸다.

계속해서 날아드는 포탄의 타격 부위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용이 잠시 주춤한 사이, 늙은 남자는 망치를 쥔 검을 높이 들고 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잉!

은빛으로 빛나는 망치가 용을 후려친다.

고작 망치 하나로 용의 두꺼운 피부를 뚫을 순 없었다.

허나 늙은 남자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척!

그는 용을 향해 망치를 겨눈 채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공포에 떨고 있는 남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얼른 도망치시게!!!”

그리고 말했다.

그의 말에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남자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사...살았다...”

“안도할 시간은 없네! 당장 도망치게나!”

늙은 남자는 소리쳤다.

동시에 날아들던 포탄이 장전을 위해 잠시 멈췄다.

찰나의 순간, 용은 꼬리를 휘둘렀고, 늙은 남자는 은빛 망치로 꼬리를 막았다.

콰앙!!!

하지만 그의 방어가 무색하게 용의 꼬리는 한방에 그를 날려버렸다.

날아간 그는 불타오르던 건물들을 박살내며 바닥에 처박혔다.

“아...”

여태껏 도망치지 못한 남자는 용을 보았다.

아른거리는 그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빨리 도망치게나!!!”

늙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이어 그는 무너진 건물 사이 뿌옇게 인 연기 사이에서 도약했다.

콰앙!!!

그의 은빛 망치가 용의 목을 노리고, 용은 또 다시 꼬리를 휘둘러 망치를 막았다.

“후우!”

다시 땅바닥으로 추락한 늙은 남자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수십 년 가까이 기사로 살아오며 처음 마주하는 최악의 괴물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괴물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

도망칠 수는 있었다.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과 죽어가는 이들을 모른체 한다면 말이다.

“어찌 그럴 수 있겠나...”

그는 도망치는 것을 대신하여 다시 자세를 잡았다.

펑!!!

그새 포탄의 장전이 끝난 반대편에서 포탄을 쏘았다.

빠른 속도로 날아온 포탄이 드래곤의 날개를 찢었다.

[쿠아아아아아아!!!!!!!!!]

용은 소리를 내질렀다.

너무나도 커다란 소리에 포탄을 쏘아대던 군인들은 귀를 틀어막았다.

용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꼬리를 크게 휘둘러 포탄을 모두 부쉈다.

“네 상대는 날세!”

늙은 남자는 용이 잠시 다른 이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사이 다친 몸을 이끌고 도약했다.

그리고 망치를 휘두른다.

쾅!!!

어찌나 피부가 단단한 지 굳센 철을 베는 것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수십 번을 넘게 망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용의 피부에 생채기를 낼 수 없었다.

용은 고개를 돌렸다.

그 위협적이고도, 슬픔에 잠긴 눈은 늙은 남자를 보았다.

[쿠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의 앞발이 튀어나와 늙은 남자를 붙잡았다.

“커헉...!!!”

남자는 등가죽을 파고드는 용의 발톱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용은 잡은 남자를 그대로 날렸다.

콰앙!!!

늙은 남자의 몸뚱이가 향한 곳은 별안간 높은 첨탑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마르가리타가 숨어있는 감옥이기도 했다.

* * *

창을 막은 탓에 볕조차 들지 않는 감옥에서 마르가리타는 알 수 없는 굉음들에 고개를 들었다.

처음엔 전쟁이 터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바뀌었다.

전쟁이라기엔 너무 공포에 질린 비명들이 들려왔고, 반역이라기엔 주둔한 군대들의 너무도 충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르가리타는 아주 천천히 발을 옮겼다.

그리고 손을 들어 천장에 가까이 있는 창에 손을 가져갔다.

그녀에게서 볕을 빼앗은 나무판자를 떼어낸다.

“앗...”

나무판자를 떼어내자 쏟아지는 햇빛에 마르가리타는 반사적으로 눈을 가렸다.

따스하다 못해 뜨거운 볕이 그녀의 얼굴에 추락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는 낯선 온기를 느꼈다.

볕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아니었다.

마치 불꽃이 이글거리는 열기였다.

펑!!!

포탄 소리가 울린다.

마르가리타는 흠칫 놀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하늘의 일부분만이 보이는 창 너머에서 날아가는 포탄이 보였다.

그것은 커다란 호를 그리며 창의 어딘가로 떨어졌다.

이윽고 펑!!!

[쿠아아아아아아!!!!!!!!!!!]

용의 비명이 들려왔다.

마르가리타는 뒤로 물러섰다.

그녀가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저 소리는 새끼용의 것이었다.

조금 더 크고, 묵직한 소리였기는 했다만, 그것은 새끼용의 소리였다.

마르가리타는 다시 창으로 다가갔다.

착각이기를 바랬다.

그녀에게서 쫓겨난 새끼용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만이 그녀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안 보여...”

허나 그 무엇도 볼 수 없었다.

기껏해야 하늘의 일부분만이 보이는 창은 그녀에게서 시야를 앗아갔다.

마르가리타는 창을 올라 밖을 보려고 했지만, 발을 묶은 족쇄는 그것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창 너머에서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포탄이라기엔 너무 커다란 소리같았다.

마르가리타는 본능적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콰앙!!!

첨탑 너머에서 날아든 무언가가 그녀를 가두던 벽을 깨고 떨어졌다.

“...!!!”

마르가리타는 눈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날아온 무언가를 보았다.

눈에 익은 인물이었다.

군의 지휘관, 마르코였다.

마르가리타는 한껏 놀란 얼굴로 그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커헉...”

마르코는 각혈을 토해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르가리타는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죽어가고 있다.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그가 죽어가고 있었다.

마르가리타는 마르코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내 손으로 눈을 가렸다.

너무나 많은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로써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였다.

마르가리타는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있었다.

볕에 눈을 적응시키기 위함이기도 했고, 이런 와중에도 느껴지는 햇빛의 온기에 잠시나마 감격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흐릿하게 보이는 시야에서 익숙한 마을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정겨운 마을이었다.

그 중심에 무언가 서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질적이었다.

그리고 위협적이었다.

허나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는 무언가였다.

마르가리타는 여전히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존재에 대해 직감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가리타는 완전히 눈을 떴다.

그리고 마을의 중심에 서 있는 존재를 보며 슬픔과 탄식이 절어있는 날숨을 아주 천천히 내뱉었다.

용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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