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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97화 (97/183)

97화

모든 것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아니, 진행되었어야 했다.

한 시간.

분으로 환산해도 60분.

지상에 머무르고 있는 사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약 10년 전, 아니 본래의 역사에서 10년 전이었던 그 날.

인간들은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단 한 시간 동안 말이다.

악마들은 약했다.

그렇기에 인간들은 방심했다.

날아가는 빛줄기에 악마들의 머리가 터졌고, 쏘아대는 화살에 척수가 흩날렸다.

끝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것은 전초전이었다.

악마들의 인간계 적응이 끝나는 순간.

사자들의 절반이 전멸했다.

인간들은 패배했다.

단 5분이었다.

적응이 끝나는 그 순간, 전면에 나선 사자들의 형체가 사라졌고, 흘러가는 1초의 순간은 곧 수십 명의 사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차후 인간들이 악마들과의 전쟁에서 패배를 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패배하지 않는다.

이 순간만을 위해 달려왔다.

그때 당시 인간들의 레벨이 10이었다면 지금은 50에 근접하는 수준이었다.

사자들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성유물을 들고 있었고, 뿐만 아니라 당시엔 없었던 킹콩과 데판이라는 악마, 그리고 악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했던 이명석까지 있었다.

가히 드림팀이라 불리울 수 있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흘깃 일행들을 둘러보던 박율은 다시 고개를 돌려 망치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한 시간 안에 모든 걸 끝냅니다.”

박율은 말했다.

그의 말에 일행들은 비장한 날숨을 내뱉었다.

저 멀리에서 네 구의 악마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뒷놈들이 오기 전에 빠르게 끝낸다.]

네 구의 악마들 중 중심에 있던 활로 된 팔을 가진 악마 아탈이 말했다.

그는 팔을 높이 들어 시위를 당겼다.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을 거라 믿어요.”

박율은 말했다.

“오랜만에 레이드 시작합시다.”

그 말을 끝으로 일행들은 각기 전투태세를 취했다.

동시에 아탈이 쏜 화살이 그들을 향했다.

푹!!!

하지만 날아든 화살은 한 발자국 걸어 나온 박석훈의 몸이 막혔다.

“큭...”

그의 몸을 관통한 화살은 하얀 불꽃에 휩쌓여 두 동강 나 떨어졌다.

관통당한 부위 역시 하얀 불꽃에 휩쌓여 애초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

하지만 고통은 어쩔 수 없는지 박석훈의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후...”

박석훈은 이내 고통이 사라진 듯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박율은 잘했다며 엄지를 내밀었다.

“이제 우리 차롑니다.”

가장 먼저 달려든 건 킹콩이었다.

킹콩은 땅을 박차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선두에 있던 거한, 야마(野魔) 헤고를 잡았다.

그리고는 잡은 거한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는다.

쾅!!!

내려꽂힌 악마의 몸뚱이가 바닥에 커다란 크레이터를 남겼다.

뿌연 흙먼지가 내려앉지만, 그와 동시에 내려꽂힌 거한은 다시 높이 뛰었다.

헤고의 주먹이 킹콩을 향해 날아간다.

“...!”

킹콩은 공격을 피하려 하지만, 상공에서 최고점을 찍고 수직으로 하락을 하고 있던 그는 움직일 수가 없는 듯했다.

턱.

헤고의 주먹이이 킹콩을 꿰뚫으려는 순간, 박율의 옆에 있던 이세진의 손가락이 바삐 움직였다.

[...!]

그와 함께 헤고의 주먹이 허공을 멤돌았다.

이세진의 손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킹콩과 연결되어 공격을 피했다.

쿵!!!

[우오오오!!!]

무사히 바닥에 착륙한 킹콩은 하늘을 보며 울부짖었다.

“후...”

이세진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새 컨트롤이 좋아졌네요? 전에는 하나도 안 되던데.”

“죽어라 연습하니까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이세진은 가볍게 답을 하고는 다시 집중했다.

그 사이 킹콩이 다시 땅을 박차고 헤고를 향해 몸을 날리는 중이었다.

쾅!!!

두 덩치의 주먹이 맞부딪히며 굉음이 울려퍼졌다.

마치 잔잔한 강물에 돌덩이를 떨어뜨린 듯 주먹과 주먹이 부딪혀 만든 파문은 폭풍 같은 바람을 일게 만들었다.

바람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 번 일어난 바람이 뒤이어 일어난 바람에 겹치고, 또 겹쳐 폭풍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괴수대전.

박율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어 보였다.

킹콩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당장 그가 노려야 하는 존재는 악마들의 가장 뒤에 있는 악마였다.

부두술사 칼림.

쉽게 말해 저주술사였다.

전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악령들을 소환해 상대에게 악몽을 선물하거나 온갖 저주를 퍼부어 대상이 메말라 죽도록 만드는 악질 악마라고 할 수 있다.

박율이 상대하는 악마들 중 가장 까다로운 녀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원 씨.”

“네...?”

“제가 망치를 던질건데 신호하면 거기다가 활을 쏴요. 맞출 수 있죠?”

“그럼요.”

하세원은 자신있게 답했다.

박율은 대답 대신 망치를 높이 들어 어깨를 비틀었다.

그리고 힘을 실어 던진다.

탕!!! 박율의 손을 떠난 망치가 총소리를 연상케하는 파열음을 내며 창공을 꿰뚫었다.

망치는 칼림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챙!!!

칼림 앞에 있던 염소를 탄 검사, 아피스의 검에 망치는 막혔다.

“지금...!”

박율은 소리쳤다.

그에 하세원이 활을 쏜다.

그리고 챙!

수직으로 떨어지던 망치는 날아든 화살에 부딪혀 잠시 허공에 머물렀다.

“통로!”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세원은 권능을 개방했다.

망치에 새하얀 불꽃이 피어나고 하세원의 앞에서도 하얀 불꽃이 피어났다.

이윽고 두 불꽃은 하나로 연결되어 통로를 만든다.

박율은 곧바로 통로로 달려들었다.

팟!

[...?]

통로를 통해 아득한 상공으로 뛰쳐나온 박율은 코어를 올가미 형태로 변형시켜 정면의 두 악마에게 던졌다.

차악!

날아든 올가미는 칼림의 앞을 사수하고 있던 아피스와 아탈의 목을 휘감았다.

“고양이 아저씨!!!”

박율은 소리쳤다.

그의 말과 동시에 박율의 뒤에 열려있던 통로에서 검은 고양이가 나타났다.

[내 이름은 데판이다.]

고양이의 형의 변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태산을 집어삼킬 듯 비대해진 데판은 올가미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쾅!!!

밑으로 내려찍은 올가미에 두 악마는 데판과 함께 바닥에 내리꽂혔다.

박율은 고개를 들어 칼림을 보았다.

[허접한 수를...]

칼림의 손에서 검은 악령들이 쏟아진다.

그것들은 먹이를 쫓는 치타마냥 박율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그 무엇도 박율에게 닿지 못했다.

[유리]

박율을 향해 아구를 벌리던 악령들은 그가 있었던 자리를 지나쳤다.

다시 나타나는 박율.

그는 망치를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던진다.

역시나 망치는 칼림을 맞추지 못했다.

“한 번 더!!!”

속절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박율이 소리쳤다.

그의 말에 하세원은 다시 활을 높이 들어 두 개의 화살을 쏘았다.

날아간 화살은 칼림을 지나쳐 망치를 맞추고, 또 다른 화살은 박율이 내리꽂히는 바닥에 떨어졌다.

칼림은 흠칫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에서 하얀 불꽃으로 만들어진 고리가 생겨난 채였다.

[이런 허접한 수에 당할 것 같으냐?]

칼림은 검은 마기를 머금은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하얀 고리에 닿으려는 순간.

펑!!!

어디선가 날아든 총탄이 그의 머리를 날렸다.

허나 그리 효과적이진 못했다.

칼림은 살기어린 두 눈을 돌려 지상을 향했다.

저 멀리에서 총을 든 사내와 그의 뒤에 있는 남자가 보였다.

김진목은 한 번 더 총탄을 쏘았다.

그의 뒤에서 차영훈 역시 권능을 개방하는 중이었다.

펑!!!

총탄이 또 다시 칼림을 맞추었다.

이윽고 터지는 충격은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칼림의 중심을 잃게 만들었다.

김진목의 황자총통과 차영훈의 강화가 만난 결과물이었다.

칼림은 또 다시 악령들을 소환했다.

그리고는 지상의 두 남자를 향해 던졌다.

“똑똑.”

옆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칼림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신속]

통로를 타고 나타난 박율의 신형이 그의 몸뚱이를 가로질렀다.

[...!!!]

순식간이었다.

찰나의 순간, 눈을 잠시 감았다 뜬 그 순간에 칼림의 몸뚱이는 두 동강났다.

쾅!!!

무사히 바닥에 떨어진 박율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옆으로 두 동강 난 칼림의 몸이 그대로 처박혔다.

상체와 하체로 나뉜 칼림은 어떻게든 몸을 수복하려 애쓰지만, 박율은 그런 칼림의 머리에 망치를 내려꽂았다.

콰직!

꿈틀거리던 칼림의 몸뚱이가 추욱 늘어지고 나서야 박율은 허리를 폈다.

“좋아.”

모든 것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첫 번째 목표물을 처리했고, 나머지 세 악마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칼림의 죽음과 더불어 사자들의 높아진 격에 악마들은 적잖히 당황한 얼굴을 했다.

특히 안드라스.

저 멀리 허공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악마는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불쾌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먼저 나서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완벽하게 인간계에 적응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나섰다가는 제힘을 제대로 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박율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지상을 악마들을 보았다.

킹콩과 일기토를 벌이고 있는 야마 헤고는 서희의 합세에 고전하는 상황이었고, 아피스와 아탈 역시 지상의 악마들에게 둘러쌓여 기세를 누그러뜨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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