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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55화 (55/183)

55화

높이 뛰어오른 김진목의 톤파는 허공을 부유하는 호랑이의 꼬리를 향했다.

톤파를 높이, 호랑이 꼬리를 향해 날을 들어 올리자 호랑이는 본능적으로 꼬리를 말아 공격을 피했다.

쿵!

호랑이와 김진목의 몸뚱이가 다시 땅바닥에 닿았다.

“후...”

광대를 타고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반격을 각오하고 겨룬 합에서 상처가 난 듯했다.

“그래도 알겠어.”

꼬리가 약점이라는 가정이 확실시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호랑이가 저렇게 움직일 리 없으니까.

김진목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호랑이 역시 살기를 드러내며 몸을 낮추었다.

두 살기가 서로에게 닿는 순간, 김진목은 뛰었다.

호랑이 역시 그를 향해 도약한다.

김진목은 발을 구름과 동시에 몸을 비틀어 옆으로 움직였다.

호랑이 역시 그를 쫓아 뒷발을 튕겼다.

김진목이 향하는 곳은 벽이었다.

뛰어오는 호랑이에 맞춰 김진목은 벽을 타고 뛰어오른다.

호랑이의 시선이 그를 쫓지만, 뒷발의 힘으로 뛰어오른 호랑이는 다시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턱!

김진목의 두 다리가 땅에 닿는 순간, 그는 다시 달렸다.

그의 목표는 호랑이의 꼬리.

허공을 질주하는 톤파의 날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꼬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의 톤파가 호랑이의 꼬리를 베어 가르려는 순간, 벽을 타고 올라간 호랑이의 뒷발이 그를 후려쳤다.

퍽!

“큭...!”

김진목은 뒷발에 의한 충격에 뒤로 물러섰다.

호랑이는 그새 다시 중심을 잡았다.

“후...”

이번 합을 계기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안전한 플레이로는 호랑이를 잡을 수 없다.

다소 거칠더라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가자.”

김진목이 다시 움직인다.

이번엔 달려드는 호랑이를 정면에서 들이받는다.

호랑이의 커다란 아구가 김진목을 집어삼킬 듯 달려들었다.

까드득!

김진목은 재빨리 톤파를 들어 호랑이의 아구를 틀어막았다.

물러서지 않는다.

위험하지만, 호랑이를

호랑이 역시 힘으로 그를 짓누르려는 듯 밀어붙였다.

두 힘이 팽배하게 합을 이루던 순간, 먼저 움직인 쪽은 호랑이였다.

합을 겨루는 상황에서 앞발을 들어 김진목에서 날렸다.

김진목은 재빨리 나머지 손을 들어 호랑이의 앞발을 막았다.

하지만 호랑이의 나머지 발이 그를 후려쳤다.

콰광!!!  앞발에 맞은 김진목의 몸뚱이가 바닥을 굴렀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그의 무기는 호랑이의 입에 하나, 그리고 발톱에 하나 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호랑이를 향해 달린다.

호랑이 역시 그의 도전을 받는다는 듯 자세를 잡았다.

김진목의 몸뚱이가 호랑이에 닿는 순간, 그는 호랑이 발톱에 걸린 톤파를 집었다.

그리고 날을 강화시켜 발을 동강 낸다.

카가각!

잠시 호랑이의 중심이 흐트러졌을 때, 그는 호랑이 입에 물린 톤파를 소환했다.

그리고 던졌다.

횡으로 돌아가는 톤파의 날이 호랑이의 꼬리를 향해 날아간다.

호랑이는 중심을 잃은 채 그를 향해 일격을 날렸다.

찰나의 순간.

호랑이의 커다란 발은 그를 짓누를 듯 달려들었고, 김진목은 그것을 마주한 채 날아가는 톤파를 보고 있었다.

발바닥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가 그를 덮치려는 순간.

차악!

톤파가 공기를 베어 가르며 호랑이의 검붉은 꼬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쿠당탕!

“허억...!”

김진목은 거친 숨을 고르며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호랑이를 보았다.

호랑이의 움직임이 멎었다.

김진목은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워우, 진짜 뒤질뻔했네.”

과장 없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죽다 살아났다.

조금이라도 톤파를 늦게 던졌다면, 혹은 발톱의 길이가 더 길었다면 먼저 죽는 건 그였을 터였다.

『나이스!』

호랑이를 잡자마자 박석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진목은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허공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제 출발합시다! 먼저 정면으로 가다가 두 번째 블록에서 오른쪽으로 꺾고, 바로 왼쪽으로 꺾어요.』

“좀 쉬면 안 돼요? 죽다 살아난 사람한테.”

『율씨가 쉴 시간 없데요. 빨리 움직이래요.』

“내 말 들려요? 안 들린다면서?”

...

“안 들리는 거 맞구나.”

까라면 까야지, 뭐.

김진목은 허리를 펴고 일어나 잠시 스트레칭을 한 뒤 다시 움직였다.

“근데 진짜...”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는 감탄을 자아내며 미로가 된 성을 둘러보았다.

분명 조금 전까진 궁전 같던 성이 이런 미로가 됐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미로로 만들어 졌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구색은 완벽했다.

“이쪽? 음...?”

첫 번째 블록을 지나자 사방에서 쥐떼가 나타났다.

그래도 이번엔 이전처럼 무지막지하게 강한 마수는 아니었다.

그냥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마수들이었기에 김진목은 가볍게 두 번째 칸의 마수를 쓸어버리고 다음 칸으로 진입했다.

흠칫, 이번엔 어떤 마수가 나타날지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지만, 이번엔 아무 마수도 나타나지 않았다.

“...여긴 꽝인가? 휴...”

다음 블록 앞에서 김진목은 오른쪽을 가리켰다.

『네 거기!』

“오케이.”

『아 그리고 거기 앞에 검은 블록이 하나 있거든요. 그거 왠지 함정 같아요.』

“...이거요?”

지금 밟고 있는 이거?

다 똑같은 벽에 바닥에 검은 블록이 뭔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건 지금 그가 밟고 있는 블록이 다른 블록들과는 다르게 내려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네 그거요.』

“그런 건 밟기 전에 말해야죠?”

저 사람 점점 박율을 닮아간다.

쿠구궁!

* * *

[척후]

이 권능이 아주 요긴하긴 했다.

탐색에서 척후로 이름이 바뀐 이후 지형지물 파악이 훨씬 용이해지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저 멀리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도망다니는 김진목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마냥 선했다.

『진목 씨가 함정 하나 밟았어요.』

“안 그래도 보고 있어요.”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꼴이 보는 재미가 있었다.

혹시나 사고가 일어날까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지만, 나름 기술(技術)이라는 권능을 십분 잘 활용해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는 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부서질 때까지 쫓아가는 화살을 상대로 잘도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수백 개의 화살이 모두 부서뜨리자 그제야 김진목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박석훈이 이끄는 대로 벽을 찾았다.

다른 벽과 별반 차이가 없는 벽이었지만, 손을 가져다 대자 미로의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실패라는 소리였다.

쿠구궁!!!

이래서 먼저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한 거였는데.

뭐 어쩌겠어.

박석훈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미로가 바뀌었으니까 다음 차례는 누구에요?”

『어...음...』

“누구에요?”

『잠...잠시만요...』

근육몬 아니랄까봐, 미로 앞에서 고민하는 꼴이 아주.

『아! 율 씨 인거 같아요!』

“나요? 오케이, 그럼 이제 제가 움직일 타이밍이네요.”

한참을 출발선에서 놀고 있던 박율은 그제야 스트레칭으로 온몸을 풀기 시작하더니 발을 옮겼다.

“위치만 말해줘요. 순식간에 끝낼 테니까.”

『뭐해요?』

순식간에 끝낸다던 박율은 출발은커녕 출발선 앞에서 두 손은 땅을 짚고, 다리는 달릴 준비를 하는 달리기 자세를 취했다.

“항상 궁금했거든요.”

어떤 칸이든 그 칸에 들어가면 마수가 나타나거나 함정이 발동된다.

그런데 만약 함정을 밟지 않는다면?

트리거를 발동시킬 여지도 없지 지나가게 된다면?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실패하면 뭐 시련을 마주하겠지만, 성공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첫 번째가 함정이라면 첫 번째 칸에 닿지 않으면 된다.

[신속]

땅에 박힌 두 다리에 힘이 피어오르며 달릴 준비를 한다.

고작 세칸 정도 넘어 꺾는 길이 있기에 힘은 적당히 조절하고.

“간다.”

종아리에 피어오른 힘을 폭발시킨다.

팡!

튀어오른 박율의 발은 대략 수십미터 가량 떨어진 길의 끝을 향해 나아간다.

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그리고 박율의 몸이 출발선에서 떨어져 직진로의 끝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성...ㄱ...”

성공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 박율의 몸은 날아간 그대로 첫 번째 칸에 떨어졌다.

쿠당탕!

“어라...?”

바닥을 뒹굴며 고개를 든 박율은 자신이 첫 번째 칸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꼼수는 안 통한다 이건가.

“쳇.”

동시에 마기가 느껴졌다.

단탈리온의 익숙한 마기가 첫 번째 칸을 적시듯 사방에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그 마기는 하나의 형태가 되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익숙한 이의 모습으로.

“까마귀...?”

까마귀 가면을 쓴 남자가 그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달려들었다.

“잠깐...!”

박율은 일본도를 들이밀며 매섭게 달려드는 까마귀를 피해 바닥을 굴렀다.

쉬잉!

허공을 질주하는 검날 끝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뭔데...!”

역시나 틈을 주지 않고 달려드는 까마귀의 신형.

박율은 재빨리 코어를 장검의 형태로 만들어 날아드는 칼날을 막았다.

캉!

캉!

캉!

차악!

미처 막지 못한 칼날이 박율의 어깨를 그었다.

“윽...”

까마귀는 그에게 쉴 틈 따윈 주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칼날은 박율을 향해 쇄도했다.

찰나의 틈이라도 보이면 저 칼날은 박율을 죽일 듯 날아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이라도 하려 거리를 벌리면 까마귀는 그림자를 타고 달려와 그를 죽이려 했다.

진짜 까마귀와 싸우는 것만 같았다.

“이게 뭔데...! 밑도 끝도 없이...! 생각할 시간을 좀 줘봐...!!!”

약점도 패턴도 보이지 않는다.

캉!!!

한마디 말도 없이 까마귀는 달려들었다.

캉!!!

왼쪽? 아니 오른쪽?

박율은 찰나의 움직임을 포착해 검을 높이 든다.

캉!!!

그리고 일본도는 그 움직임을 따라 그를 향해 쇄도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쉴 틈 없이 달려드는 까마귀에 막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먼저 위에서 검이 날아들고, 다음으로 옆에서 날아온다.

차악!

“...이게 아닌가.”

캉!!!

그럼 아래에서 위로?

차악!

“큭...”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공격의 연속이었다.

박율은 목을 향해 날아드는 칼날을 피해 허리를 뒤로 뉘었다.

그리고 땅을 박차고, 까마귀의 턱을 걷어찬다.

동시에 바닥을 짚은 손과 코어를 연결시켜 뒤로 물러섰다.

“후...”

까마귀는 아픈 기색도 없이 다시 달려들었다.

내려찍는 칼날엔 감정도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박율에게 있어선 무엇보다 어려운 상대였다.

지금껏 그가 싸움에 임해온 방식은 모두 계산과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그에 맞는 방식을 찾아 상대한다.

“넌 도대체 뭐냐...!”

캉!!!

박율의 검이 먼저 날아드는 까마귀의 일본도를 제치고 까마귀의 허를 찔렀다.

하지만 까마귀는 마치 볕에 녹는 눈사람마냥 검게 흩어지더니 뒤에서 다시 나타났다.

날카로운 검술에 패턴은 없지만, 그에 맞는 결이 있다.

박율은 망치를 꺼내 뒤에서 쇄도하는 검을 막았다.

캉!!!

그리고 검을 돌려 잡고 허리를 비틀어 뒤쪽의 까마귀를 내찌른다.

푹!

검 끝으로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유효타를 넣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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