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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44화 (44/183)

44화

공기를 밀어내며 허공을 가르던 망치가 킹콩의 허파를 향해 쇄도했다.

킹콩은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망치를 막았다.

콰앙!!!

또 다시 우레 같은 굉음이 울렸다.

마치 두 핵탄두가 맞부딪힌 듯한 소리였다.

힘의 충돌은 커다란 파동을 만들었다.

돌풍이 일어나고, 땅이 파였다.

“윽...!”

박율은 온몸을 발발 떨면서도 망치에 힘을 쏟았다.

망치와 맞부딪힌 킹콩의 힘은 얼마나 센지 힘을 조금만 빼도 되려 그가 날아갈 수준이었다.

“아아아!!!”

박율은 소리를 지른다.

“우오오오!!!”

킹콩 역시 소리를 질렀다.

두 강대한 힘이 충돌하며 하나의 공명을 만들어낸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킹콩과 박율은 사력을 다했다.

고작 5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은 스프링마냥 늘어났다.

그리고 그 충돌의 결말은 망치의 승리였다.

킹콩 역시 나름대로 버티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내 망치에 밀려 저 멀리 날아갔다.

콰과콰광!!!

“큭...!”

킹콩을 다시 산 쪽으로 날려 보내고, 박율은 망치를 쓴 반동으로 팔을 부여잡았다.

오른팔의 근육이 모두 쪼그라든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후...”

근육이 찢어질 것만 같던 고통은 망치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함께 사그라들었다.

그가 가진 권능 중 이런 능력은 없었다.

기껏해야 몸을 단단하게 만들거나, 빨리 움직일 수 있게는 권능 말고는 이렇게 강력한 능력은.

...그럼 역시 자신을 팬이라고 소개한 그 누나가 망치에 무언가를 한 것이겠지.

대충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평범한 성유물이었던 망치를 잠든 성유물로 만든 것이었다.

나름 기대를 하긴 했다만, 이건 기대 이상, 아니 이상의 이상이었다.

저 킹콩을 힘에서 이긴 것도 모자라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의 힘이라니.

“후...”

아직 끝이 아니다.

킹콩의 움직임을 막은 건 좋다만, 이제 저것을 집으로 되돌려야 했다.

박율은 시큰한 근육통이 느껴지는 팔을 휘휘 돌렸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었더거나 팔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정도 능력이면...”

가히 현재 그가 가진 최강의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니 도대체 우리 신님은 뭐하시는데 계속 다른 사람이 날 도와줘? 거기 누구 있는 건 맞습니까?”

에휴.

박율은 혀를 끌끌차며 킹콩이 날아간 방향으로 뛰었다.

얼마나 세게 날아간 건지, 킹콩이 날아간 방향에 나무들이 모조리 넘어져 있었다.

산에 땜빵이 하나 생겼다고 할까.

아무튼 나름 우스운 모습이었다.

박율은 새겨진 길을 쫓아 달렸다.

그리고 그 길에 끝에 다다랐을 때, 그곳엔 킹콩이 있었다.

“우오오오!!!”

박율을 본 킹콩은 포효를 내질렀다.

“야, 이제 그만 돌아가 인마.”

하지만 한낱 미물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리가.

킹콩은 마치 당장에라도 그를 죽일 듯 노려보았지만, 곧바로 달려들진 않았다.

지친 것같아 보이기도 했고.

무언가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뭐하냐?”

뭐지?

분명 저 킹콩은 좀 전까지 눈만 마주쳐도 죽일 듯 달려들던 마수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범을 만난 하룻강아지마냥 살기만 드러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쫄았냐?”

혹시 아까 그 누나에게서 느낀 공포를 나에게도 느끼는 건가?

박율은 설마 하는 생각에 한 발자국으로 내디뎠다.

“우오오오!!!”

킹콩은 또 다시 포효를 내질렀다.

그리고 박율이 다가가는 만큼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말 그대로 천적을 만난 원숭이나 다름없었다.

“얼레?”

박율은 사악한 웃음을 흘겼다.

“야 내가 무섭니?”

그리고 킹콩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킹콩은 다가갈수록 더욱 크게 포효를 내지르고, 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달려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공포에 절어 있는 대상이었다.

박율은 망치에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번엔 아까만큼 망치가 커진다거나 힘을 빠지는 일은 없었다.

대충 예상은 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일격을 마음대로 썼다가는 망치가 부서지기 전에 박율의 몸이 먼저 터졌을 테지.

그래도 이미 공포에 휩쌓인 이상 비슷한 힘을 보이면 그만한 공포를 느낄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킹콩은 하얀 불꽃에 휩쌓인 망치를 보자 발작을 일으키듯 포효를 지르고 발버둥을 쳤다.

박율은 망치를 높이 들었다.

“우오오오!!!”

그리고 흔든다.

킹콩은 부들부들 떨었다.

킹콩은 뒤로 물러나면서 포효를 내지르지만, 퇴로를 막은 나무에 부딪히더니 떨리는 눈동자를 굴렸다.

“워!”

박율은 위협이라도 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킹콩은 엄청난 살기를 방출했다.

한 발자국, 더 다가가자 킹콩은 옆에 있던 바위를 들더니 박율을 향해 내던졌다.

“얌마...!”

박율은 재빨리 코어를 방패 형태로 만들어 바위를 막았다.

콰앙!!!

얼마나 센지 코어의 형태가 휘어질 정도였다.

“어우, 놀래라.”

더이상 다가가는 건 위험했다.

저 놈이 팔을 휘두르기라도 한다면 아마 그의 몸은 풍선마냥 터질 테지.

박율은 알겠다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킹콩의 포효가 조금은 멎었다.

그래도 살기를 내뿜는다거나 위협적인 건 마찬가지였다.

“진정해, 진정.”

박율은 망치를 없애고 두 손을 높이 들었다.

킹콩에게 위협할 위도가 없다는 것을 나름대로 표현하는 셈이었다.

그럼에도 킹콩은 여전히 엄청난 살기를 방출했다.

“흠... 이놈을 어떡한다냐.”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충 위협을 좀 하면 알아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협을 해도 돌아갈 것 같진 않았다.

괜히 개차반 미친 싸움꾼 마수가 아니었다.

“얌마, 돌아가!”

“우오오오!!!”

소리를 쳐도 돌아오는 건 킹콩의 울음소리뿐이었다.

박율은 사탕수수를 만들어 킹콩에게 건네지만, 킹콩은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저 커다란 덩치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잡아서 던져?

가능할 리가.

잡았다가는 되려 묵사발이 되겠지.

그럼.

[추출]

혹시나 싶어 권능을 개방해보지만, 역시나 전혀 먹히지 않는다.

이제 되돌려보내는 걸 포기하고 다른 계획을 구상하던 때였다.

“율 씨...?”

박율은 갑작스레 들려온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이세진 씨...?”

함께 박물관에서 추억을 나누었던 그 사람이 서 있었다.

“다...당신은 죽은 거...”

“오! 잘됐다!”

“내가 지금 뭘 보는...”

“뭘 보긴요. 나를 보는 거지.”

“당신은 죽었잖아요!”

“뭐 틀린 말은 아니죠. 죽긴 했으니.”

“어떻게...!?”

“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죠. 그나저나 그쪽이 왜 여기 있어요?”

“근처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 전쟁이라도 난 건가 싶어서 찾아왔죠. 근데 율 씨가...”

“뭐 일단 반가워요.”

박율은 일단 손을 내밀었다.

이세진은 떨떠름한 얼굴로 손을 마주 잡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킹콩을 향하고 있었다.

“...저...저건 뭐에요?”

“저거요? 음... 서프라이즈?”

“예!?”

“장난이고 저놈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거든요.”

“저 큰 원숭이를요? 어떻게!?”

“저도 마침 그걸 고민하던 순간이었어요. 근데 딱 세진 씨가 오셨네요?”

“네?”

킹콩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더욱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포효를 들은 이세진은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우, 귀 멎겠네. 뭐해요? 왜 앉아요? 아직 돗자리도 안 깔았는데.”

“저...저게 대체...”

“뭐, 대충 설명을 하자면 미친 마수에요.”

“미친...마수요...?”

“지금 어쩌다보니 쟤가 겁을 조금 먹어서 그렇지. 원래 같았으면 벌써 누구 하나 모가지 날아갔어요.”

이세진은 킹콩을 마주한 채 잔뜩 놀라 굳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진 말아요. 지금 저놈 잔뜩 쫄아서 못 덤벼요.”

“네...네?”

“아는 누나가 저놈 혼쭐 내줬거든요.”

이세진은 박율과 킹콩을 한참 동안 번갈아 보더니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진짜 괜찮은 거에요?”

“저거 성질 봐요. 아직도 소리 지르는데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이세진은 그제야 조금은 안심한 듯 숨을 골랐다.

“그...그럼 어떻게 해요...?”

“마침 세진 씨가 오셔서 괜찮은 계획이 하나 떠올랐거든요.”

“무슨...?”

“세진씨 능력이 생화잖아요.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그...그쵸?”

“근데 생화라는 게 무작정 무생물을 생물로 만드는 능력이 아니거든요. 대상을 변화시키는 게 생화의 가장 큰 능력이죠.”

“예? 그게 무슨...?”

“저놈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도 있다는 거죠.”

하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이세진의 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과의 접촉, 그리고 권능의 개방이었다.

다시 말해 이세진의 능력을 활용하려면 저 킹콩에게 다가가야 하고, 손이 닿은 채로 권능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놈을 잡고, 권능을 써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된다는 거죠. 제가 주의를 끌면 그쪽이 권능을 쓰면 돼요.”

“그걸 어떻게 아시는...”

“그 권능이 흔하진 않은데 그렇다고 너무 희귀하지도 않거든요. 저도 들은 거에요.”

이세진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아직 권능을 가진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능력이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그런 것들을 전부 아는 거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실래요? 안 하면 뭐 이 동네 날아가는 거고.”

이세진은 말 없이 박율을 보았다.

“한다는 거죠? 오케이. 준비할게요.”

박율은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발을 떼었다.

그리고 달린다.

킹콩은 그의 도약에 귀를 찢을 듯한 포효를 내질렀다.

이세진은 본능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박율은 그새 킹콩의 정면까지 달려간 상태였다.

킹콩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박율에게 휘두른다.

그는 최대한 몸을 낮게, 킹콩의 공격을 피하고 코어를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킹콩의 다리에 걸었다.

[신속]

갈고리가 킹콩의 다리를 묶는 순간 박율은 권능을 개방했다.

동시에 박율의 신형이 사라지며 킹콩의 몸뚱이가 바닥에 처박힌다.

이세진은 자리에 굳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있었다.

“준비!!!”

박율이 소리쳤다.

그의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산을 울렸다.

이세진은 조심스럽게 킹콩을 향해 걸었다.

킹콩은 발을 묶은 코어를 잡아 뜯으려 했다.

박율은 재빨리 달려가 킹콩의 손에 망치를 내려찍는다.

하지만 킹콩은 미동조차 않았다.

되려 그 손으로 박율을 잡으려는 듯 손을 펼쳤다.

박율은 그 손을 밟고 몸을 뒤집는다.

동시에 넘어진 킹콩의 눈 앞에 구슬을 하나 던진다.

그리고 펑!

구슬이 깨지며 폭음이 터진다.

폭음 다음으로 구슬에서 흘러나온 진득한 액체가 킹콩의 얼굴을 덮었다.

킹콩은 진득한 액체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지만, 떼어내려하면 할수록 더욱 들러붙었다.

“지금!!!”

박율이 소리친다.

이세진은 잠시 멈칫 킹콩을 보았다.

넘어진 채 얼굴에 묻은 진득한 액체를 떼어내려 분투하는 킹콩.

“...에라 모르겠다...!”

이세진은 킹콩이 자신을 보기 전에 얼른 달려가 킹콩의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권능을 개방한다.

“성공...”

이라고 외치려는 순간, 이세진은 킹콩의 살기 어린 눈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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