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사자 망치를 들다-35화 (35/183)

35화

박율은 활의 형태를 한 코어를 들었다.

오른손의 망치를 시위에 걸고, 망치에 힘을 불어넣는다.

망치의 크기가 커짐과 동시에 망치를 감싸는 하얀 불꽃이 날카로운 살의 모양으로 바뀐다.

근접전에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를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가 반응하기 힘든 거리에서 대상을 죽인다.

즉 원거리에서 여자의 목을 노린다.

박율은 시위를 당겼다.

시위가 팽창하며 살의 끝이 활에 걸린다.

시위를 잡아당기는 오른손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시위를 놓아 팽창된 시위가 수축을 하고, 반동으로 화살이 날아가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

그대로 나아가야 할 화살의 궤도가 틀어졌다.

박율은 눈을 의심했다.

분명 실수는 없었다.

힘조절이 실패한 것도 아니었고, 방향을 잘못 잡은 것도 아니었다.

이대로면 화살은 빗나간다.

그말인즉 장화연이 박율의 존재를 알아채고, 위험에 노출된다는 소리였다.

박율은 반사적으로 코어를 장검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신속]

권능을 개방함과 동시에 박율의 신형이 사라졌다.

박율은 화살을 쫓지만,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활을 날릴 때 힘을 너무 소모한 탓인지 더 빠르게 움직일 수도 없다.

화살의 궤도를 바꿀 수 없다면 직접 여자의 목을 노린다.

박율은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대로 달려가 남자의 복부를 꿰뚫으려는 장화연의 목을 노린다.

장검으로 바뀐 빛줄기 코어가 그녀의 목으로 쇄도한다.

그 찰나의 순간, 박율은 자신의 앞을 막는, 그리고 장화연을 감싸는 실 줄기를 보았다.

카가각!

왼손의 장검 형태 코어와 실이 부딪히며 쇠 긁는 소리가 난다.

“큭...!”

박율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비틀었다.

실을 끊을 수도 없을뿐더러 이대로면 되려 그의 목을 잘릴 수준의 경도였다.

쿠당탕!

사라진 박율의 신형이 저 멀리에서 다시 나타났다.

전투가 축적된 영향일까.

신속의 반동이 줄어들었다.

겨우 숨이 가쁜 정도였고, 이전처럼 숨을 못 쉬어 죽을 것 같지도 않았다.

대신 여전히 속도를 주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던 화살은 장화연의 귀를 스치고 사라졌다.

“뭐야?”

장화연이 흠칫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자신의 옆이 뻗어난 실 가닥을 튕겼다.

그리고 눈은 박율을 향했다.

“너 뭐냐? 네가 이랬냐?”

장화연은 귀에 묻은 피를 닦았다.

박율은 허리를 펴고 일어나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뭐냐고. 귀 먹었냐?”

“뭐...지나가는 행인1이랄까?”

박율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돌렸다.

“도대체 뭐 하는 행인이면 칼이랑 망치를 들고 있냐? 미친거냐? 머리에 꽃 단 놈도 아닌데?”

“호신용...”

박율은 건성으로 대답을 하는 와중에도 주변을 살폈다.

“고양이가...”

내분이 일어나 악사회 일원이 따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감시가 붙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게 이 실의 주인일 줄이야.

근처에 고양이 가면이 있다는 소리였다.

하필 저 여자와 같이 있는 녀석이 고양이라니.

박율은 숨을 몰아쉬며 코어를 보았다.

검의 날이 나갔다.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실의 강도가 높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박율은 고양이를 찾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와 저 여자의 조합을 상대하기 싫은 가장 큰 이유였다.

무대포로 달려드는 여자와 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서 공격을 하는 여자의 조합.

“쳇.”

좋은 기회였는데.

“야, 대답 안 하냐? 내 말 안 들려?”

최악이다.

장화연은 남자의 몸뚱이를 던지곤 박율에게로 몸을 돌렸다.

쿠당탕하며 남자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남자는 재빨리 일어나 여자를 죽이려 단검을 뻗지만, 장화연은 무심하게 주먹을 휘둘러 남자의 머리를 터트렸다.

“싸우자는 거지?”

장화연이 씨익 웃으며 도약한다.

그녀의 몸뚱이가 박율에게로 달려들었다.

쾅!!!

박율은 재빨리 코어를 방패 형태로 바꿔 장화연의 주먹을 막는다.

지잉.

주먹과 방패과 맞부딪히며 진동이 울렸다.

“큭!”

방패를 쥐고 공격을 막았음에도 울리는 진동에 시큰한 고통이 울렸다.

“이거 뭐냐? 신기하네?”

장화연은 순식간에 방패로 변한 코어를 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새 박율은 오른손의 망치를 소환해 힘껏 휘둘렀다.

캉!

여자의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간 망치가 부딪히며 쇳소리를 냈다.

반응속도 한 번 더럽게 빠르네.

“뭐냐고 묻는데 다짜고짜 망치질이야?”

장화연은 한쪽 발을 들어 힘껏 방패를 걷어찬다.

그리고 허리를 꺾어 나머지 발로 박율을 복부를 걷어찼다.

퍽!

“커헉...!”

저 멀리 날아간 박율은 걷어차인 복부를 붙잡은 채 신음을 토해냈다.

“더럽게 아프네, 진짜...!”

이래서 한방에 끝내려고 한 건데.

다시 고개를 든 순간, 장화연은 또 다시 도약했다.

박율은 반사적으로 몸을 굴러 그녀의 발길질을 피했다.

쾅!

그녀의 발이 내려 찍힌 땅이 움푹 꺼졌다.

“그걸 피하네?”

장화연은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박율은 왼손의 코어를 오함마의 형태로 바꿨다.

그리고 휘두른다.

쿵!!!

오함마가 장화연을 후려치지만 장화연은 가볍게 팔로 막았다.

박율은 나머지 손의 망치로 장화연의 턱을 쳐올렸다.

퍽!

정화연의 목이 뒤로 꺾이지만, 이내 여자는 다시 고개를 내렸다.

“조금 아프네?”

“...아팠니? 내가 미...”

퍽!!!

장화연의 발이 한 번 더 박율의 발목을 걷어찼다.

걷어차인 박율의 몸뚱이가 공중으로 떠오르자 장화연은 한 번 더 박율을 향해 발을 뻗는다.

쾅!!!

박율의 몸이 하늘을 날아 바닥에 처박혔다.

“아으...”

박율은 흙먼지 투성이가 된 몸을 일으켰다.

완력과 속도만 본다면 저 여자를 따라잡을 녀석은 아무도 없다.

대신 저 여자는 그것뿐이다.

박율은 주머니에서 폭탄 구슬을 꺼내 땅에 놓았다.

터벅터벅.

장화연이 걸어온다.

턱!

박율의 앞까지 걸어온 장화연은 박율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래서 왜 이딴 짓을 하는 건지 설명해봐.”

“다른 건 없고, 그냥 네가 싫어서.”

펑!!!

장화연의 발 아래의 폭탄이 굉음을 내며 터진다.

박율은 재빨리 코어를 들어 온몸을 감싸는 방패를 만들었다.

뿌연 연기가 들어서고, 불꽃이 꺼질 때즘 코어를 다시 장검의 형태로 바꾼다.

그리고 휘두른다.

사악!

장검이 여자의 허리춤을 베었다.

박율은 그에 그치지 않고 망치를 들어 생채기 난 허리에 휘둘렀다.

캉!

그새 검은 반점이 여자의 허리를 둘렀다.

여자의 손이 박율을 향해 온다.

박율은 땅을 박차고 몸을 뒤로 뉘었다.

그리고 다시 코어로 여자의 발목을 노렸다.

캉!

“잔재주가 많네?”

“더럽게 빠르네.”

장화연은 발을 들어 박율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는다.

박율은 잽싸게 몸을 굴러 그녀의 발을 피했다.

쾅!

쾅!

쾅!

박율은 가까스로 속사로 내려 찍히는 발을 피했다.

“쥐새끼처럼.”

쾅!

쾅!

“잘 피하네!”

쾅!

또 다시 내려찍히는 순간 박율은 코어를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여자의 발을 걸었다.

그리고 당긴다.

장화연은 갑작스런 공격에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박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망치를 들어 여자의 머리 쪽으로 내려찍는다.

캉!

간발의 차이로 망치는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장화연은 인상을 구기며 짜증을 냈다.

“짜증나게 아프네.”

장화연의 손이 박율의 목을 움켜잡았다.

“커헉...!”

장화연은 박율의 목을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율은 망치로 그녀의 손을 내려치며 발버둥치지만, 어찌나 힘이 쎈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왜 날 죽이려고 한 건지 설명해봐. 셋 셀 때까지 납득 못 시키면 죽인다. 아. 이러면 말을 못하겠군.”

그제야 장화연은 박율을 놓았다.

“허억...!!!”

박율은 참아온 숨을 들이셨다.

“그래, 이제 말해.”

“후우...”

박율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장화연을 마주 본다.

“하나, 둘...”

“미안.”

박율의 말에 장화연의 이맛쌀이 구겨쪗다.

“미안? 미안...? 그게 네 변명이냐?”

“딱 봐도 너무 강해 보여서 말이야. 너도 알겠지만 강해보이는 놈이 있으면 달려들고 싶은 게 당연한 거잖아?”

“허!”

장화연은 박율의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 여자는 단순하다.

너무 단순해서 멍청할 정도로.

특히나 이런 류의 강함을 어필하는 말에는 껌뻑 넘어갈 정도로 멍청했다.

“이놈이 뭘 좀 아네.”

박율은 씨익 웃었다.

“그런데 넌 실수를 했어. 난 너처럼 쥐새끼마냥 뒤에서 목이나 치는 새끼들을 좋아하진 않아서 말이야.”

장화연의 발이 박율을 걷어찬다.

박율의 몸뚱이는 저 멀리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뒹굴었다.

쾅!!!

“커헉...!”

박율은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느끼며 신음을 토해냈다.

각화로 온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였지만, 온몸이 부서질 듯 고통스러웠다.

장화연이 다시 발을 뗀다.

“잠깐...!!!”

박율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의 소리에 장화연이 내려찍으려던 발을 멈췄다.

박율은 무기를 내려놓고 양손을 들었다.

“항복.”

“뭐?‘

”항복이라고. 항복. 난 널 못 이겨. 그러니까 항복.“

”항복이라면 끝인 줄 알아?“

장화연은 이를 빠득 갈며 박율을 내려다 보았다.

이 여자의 멍청함은 끝이 없었다.

얼굴을 마주하는 상대가 싸움을 포기한다면 그녀 역시 전의를 잃는다.

아주 단순 무식한 여자였다.

”나 무기 내려놨어.“

”그래서?“

”그래서라니? 포기한다고.“

”포기한다면 내가 널 안 죽일까 봐?“

”왜? 설마 그렇게 주먹 맞대며 싸운 상대가 전의를 잃었는데, 무자비하게 죽이려고?“

”허!“

”난 너처럼 싸움에 예의가 있는 상대가 그런 짓을 할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야.“

”입을 잘도 나불대잖아.“

”주먹을 나눌 수 있는 상대에 대한 정중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장화연은 팔짱을 끼고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한다.“

역시.

”마음 같아서는 패죽이고 싶은데, 너는 왠지 지금 죽이긴 아까워서 말이야.“

”그렇게까지 생각해준다니 고맙군.“

”다음에 만나거든 죽여주지. 오랜만에 재밌었어. 안 그래도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거든.“

”근질근질하면 씻어야지.“

”개그는 마음에 안 드는데.“

”진심이었어.“

장화연은 만족스럽다는 듯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발길을 돌렸다.

그새 박율은 코어를 스프링 형태로 바꾸고 그 안에 폭탄을 넣었다.

그리고 망치에 끼운다.

방심하는 상대를 죽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싸움의 묘미지.

최대한 조심스레 망치의 방향을 잡고, 각화로 손을 강화시킨다.

준비가 끝났을 때.

”저기...?“

박율이 말한다.

그리고 장화연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펑!!!

오른손의 폭탄이 터짐과 동시에 스프링 모양의 코어가 펼쳐지며 망치가 그 반동으로 날아갔다.

채 반응하지도 못할 속도로 망치는 여자의 이마빡에 명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