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사자 망치를 들다 [여보게]
프롤로그
신들이 인간을 버렸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인간 세상에 현현(顯現)한 악마들이 세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은 공평했다.
우리는 악마와의 전쟁에서 졌을 뿐이었다.
* * *
“허억...!!! 허억...!!!”
“그 몸뚱아리로 어딜 도망치려고?”
차악!
어디선가 날아온 날카로운 깃털이 박율의 종아리를 꿰뚫었다.
“악!!!”
쿠당탕!
박율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피로 얼룩진 바닥을 뒹굴었다.
“왜, 끝까지 버티면 뭐가 바뀌기라도 할 거 같았어?”
강진호는 손에 커다란 머리 하나를 공 던지듯 위로 던지고 받으며 터벅터벅 걸어왔다.
박율은 이를 빠득 갈며 고개를 돌렸다.
“배신자 새끼...”
“배신자?”
강진호는 천천히 다가가 그의 머리칼을 쥐어 잡았다.
“희망 없는 발악은 객기야.”
그의 눈빛은 사뭇 씁쓸했다.
머리칼을 채 잡힌 박율은 어림도 없다는 듯 날카로운 웃음을 지었다.
“아주 철학자 납셨네. 왜 이참에 악마 떠리짓은 접고 철학이나 배우지?”
“이 상황에도 그 주둥이 만큼은 변하질 않는구나. 신은 우리를 버렸어. 너도 그만 포기하고 우리랑...”
콱!
박율은 뒷주머니에서 작은 망치를 꺼내 휘둘렀다.
망치에 맞은 강진호의 머리가 흔들린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박율을 향하고 있었다.
“끝까지...”
오금이 저린다고 하였던가.
그의 눈을 본 박율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권능조차 없는 병신이면서 왜 이렇게 발악을 하는 거지?”
“퉤!”
박율은 강진호의 얼굴에 참을 뱉었다.
“암만 신이 개새끼일지언정 악마가 더 개새끼야.”
강진호의 표정이 살벌하게 굳었다.
“지금까지 널 살려둔 이유는 하나뿐이었어.”
푹!
마인의 날카로운 손이 박율의 복부를 꿰뚫는다.
“불쌍하니까. 그런데 넌 방금 그 선을 넘었어.”
“컥...!!!”
차악 -
마인의 손이 빠져나간 자리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커다란 구멍은 이내 피로 메워졌다.
고통스러웠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척추를 타고 뇌를 관통한다.
털썩.
따뜻한 핏물이 온몸을 적신다.
고통에 몸부림을 쳐봐도 바뀌는 건 없었다.
“어우 씨...발... 죽일거면 한방에... 죽이지... 존나 아프네... 쿨럭...”
박율은 거칠게 턱턱 끊기는 숨을 몰아쉬며 신음을 내뱉었다.
데구르르 -
마인이 떨어뜨린 머리가 굴러오더니 박율의 눈앞에 멈춰 섰다.
채소연.
“결국...이렇게...”
언젠간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권능도 뭣도 없는 놈이 뭘 할 수 있겠어.
”씨발...”
박율은 몸을 뒤집어 하늘을 보았다.
그리곤 하늘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높이 들었다.
“잘나신 당신 대리인들... 뒤지는 꼴 보니까 기분 좋으... 쿨럭...”
울컥 피가 입에서 쏟아져 말문을 막았다.
죽음이 다가 오고 있었다.
“씨발... 이렇게 뒤질거 였으면 치킨이나 왕창 먹을걸... 이게 뭐야... 모양 빠지게...”
복부에서 끊이지 않는 격통이 울렸다.
“후... 존나 아프네...”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졸음이 찾아왔다.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던 손이 털썩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 발악이라도 한다면 신이 다시 인간을 봐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모두 부질없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희망 없는 발악은 객기라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올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내게 기회가 있다면 모든 것을 바꾸고 싶다.
빌어먹을 신 자식.
“난 애초부터 당신들 안 믿었어...”
그렇게 그는 온몸을 적시는 뜨거운 핏물 속에서 눈을 감았다.
“나한테도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그는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