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그림자 대봉기 (3)
연이은 공세에 대신전의 방어 세력은 크게 흔들렸다. 마나와 그림자 마나가 만날 때마다 쌍소멸 현상이 일어났고, 애써 신성력을 쏟아낸 사제들 상당수는 오염된 마나를 흡수했다.
“크헉!”
“몸이, 몸이…….”
“왜 그러십니까!”
현장에서 경험이 있었던 사제들이라면 진작에 조심했겠지만 이곳 신전 경비대는 내내 후방에 있던 부대였다. 허둥지둥대며 이유를 모르는 병사들에게 네마냐의 경고가 날아들었다.
“오러를 가진 병사들은 접근하지 마! 마나가 오염된 환자니 빨리 치료사들에게 맡겨!”
“치료사, 치료사는 어디 있나!”
황급히 신전 내부에서 호출을 받은 치료사 일행이 달려 나오더니 쓰러진 사제들에게 접근했다. 흠칫, 그 기운에 놀라더니 이내 환자들은 내부로 옮겨졌다.
“사제가 줄어들어서 놈들 공격에 대응하기 힘듭니다. 지금이라도 결계 바깥으로 나가서 싸우는 게…….”
“아니. 지금 섣불리 병력을 움직이면 놈들의 마나에 그대로 소멸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버텨 보면서 시간을 번다.”
또 중요한 점은 시간을 번다는 의미가 네마냐와 주변의 다른 병사들 사이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조금만 버티면 아군이 구하러 올 것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병사들은 그런 바람을 가지고 애써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붙들었다. 하지만 네마냐의 생각은 달랐다. 이 대신전을 검은 무리들이 공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놈들 전력이 결코 기사단과 경비대에 맞서 넉넉한 정도일 수는 없어. 그런데 정작 이렇게나 많은 인원을 도심 중앙의 대신전으로 집중시킨다고?’
출발점은 애초에 그런 의문에서부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면서 네마냐는 족히 수백 명 이상의 적이 대신전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현상을 되짚었다.
‘아마도 도시의 방어를 마비시키고 아군의 혼돈을 바라겠지. 그러면 적어도 탈출은 못할망정 제압당하진 않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적이 원하는 건 대신전을 파괴하거나 적어도 결계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영지 마나 시스템의 본원인 ‘집적 수정’을 파괴당하면 대체하는 데는 짧아도 몇 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소요될 수도 있다. 질 좋은 대형 수정을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놈들은 지금 죽을 것을 각오하고 전력으로 달려드는 겁니다. 아마 적 수뇌부와 정예전력 모두 여기에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야 보통 그림자 마나와 대등하게 맞서는 사제의 신성력이 밀릴 리가 없겠지.”
“세상에, 놈들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곳을 노렸다는 말씀입니까? 단순히 잠입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정도가 아니라…….”
“당연하지. 그러니 이곳의 어중이떠중이 같은 병력으로 섣불리 맞서는 건 자살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겁니다. 일단 지금은 신전 경내의 모든 지휘관들을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백작님만 믿겠습니다.”
십오 분 만에 경내에 있던 대부분의 지휘관과 중견 사제들이 모여들었다. 마나 오염을 막기 위해 사제들을 주기적으로 교대 배치해 가며 ‘그림자 던전’을 막도록 한 네마냐는 보고를 받곤 약간 후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 계신 분들이 신전의 마지막 수호자들입니까? 빠짐없이 모인 게 맞죠?”
“그렇습니다. 딱 봐도 실망하실 만한 숫자죠.”
열댓 명. 그게 지금 가로와 세로가 적어도 60미터, 100미터는 됨직한 거대 신전의 경비대를 지휘할 수 있는 최후의 중간 간부들이었다.
“휴, 어쩔 수 없지. 할 수 있는 한 해 봅시다.”
아군이 올 때까지 버틴다, 그것만은 네마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곳의 병사나 사제들이 생각과 다른 지점은 이 변절자들을 끌어들여 일거에 섬멸하는 데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병력 배치와 상황별로 움직여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알려 주겠습니다. 상황이 급하니 질문은 받지 않을 것이고, 의심 없이 따라 주길 바랍니다.”
통신구를 꺼내 누군가에게로 연락을 취하기 전에 네마냐는 먼저 신전 경내에서부터 주의 깊게 함정을 파기 시작했다.
* * *
“뭐? 그림자 던전이 대신전에서 대거 발생했다고? 그게 사실이야?”
“거짓이라고 말해 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사실이야, 단장님.”
엘레나의 입에서 뿌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이미 끈적끈적한 액체에 잔뜩 젖어 버린 세검에서 무언가 뚝뚝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검을 한바탕 휘둘러 털어낸 엘레나가 무거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렇다는 건 놈들이 우리를 이쪽으로 끌어낸 다음에 주력을 중앙부로 밀어 넣었단 거로군. 무서운 놈들.”
“기사단이 있는데도 무턱대고 일으킨 건 놈들의 잘못인지 우리의 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로 제대로 한 방씩 주고받은 셈이지.”
“좋아, 지금 바로 기사단 주력을 데리고 그쪽으로 달려갈게.”
“아, 서두르진 마. 근처에 대기했다가 내가 연락하면 후방을 포위하면서 달려들었으면 좋겠어.”
“서두르지 말라니?”
네마냐가 의외로 내놓은 대답에 엘레나는 도리어 당황하여 말문이 막혔다. 네마냐는 잠시 주변의 누가 듣고 있는지 둘러보곤 심중에 품고 있던 생각을 꺼내 공유했다.
“피차 위기인 이 상황에서 우리가 확실히 후환을 없애려면 놈들 핵심을 일망타진해야 해. 그러자면 놈들이 의심을 풀고 마음껏 안으로 파고들도록 적당히 환상을 심어 주는 게 좋겠지.”
“적당한 환상……. 놈들을 후퇴하는 척 안으로 끌어들이겠단 소리군. 하지만 위험이 커 보이는데.”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다는 건 다른 누구보다도 네마냐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지직.
영상이 순간적으로 노이즈가 끼며 어지럽게 흔들렸다. 눈살을 찌푸린 엘레나. 순간적이지만 자신의 오러를 통해 짜릿한 통증이 전해졌다.
“뭐지? 무슨 일이야?”
“지금도 놈들이 그림자 던전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로 신전을 잠식하고 있거든. 결계로 보호를 해도 오염된 마나가 유입되고 있어.”
“그런…… 괜찮을까? 놈들을 확실하게 가둘 수 있을 때까지 버티기엔.”
“버텨 봐야지.”
한번 지직거리기 시작한 영상은 계속해서 지직댔다. 공격은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점점 그 강도가 세져만 갔다.
“허공을 가르는 빛을 좇아! 그걸로 우리의 신호를 삼자.”
“허공의 빛?”
“보면 알게 될 거야.”
더 이상 연락이 불가능할 정도로 마나가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결국 네마냐는 통신을 차단했다. 계속 채널을 연락했다간 엘레나가 있는 곳으로도 오염된 마나가 전달될 판이었다.
“모두 대응 준비! 미리 전달한 대로만 움직인다. 1단계, 결계가 무너질 때까진 놈들이 최대한 그림자 에너지를 소모하도록 유도한다!”
“형제 여러분, 부탁합니다!”
그나마 가장 지휘 계급이 높은 신전 경비대장이 네마냐의 외침에 따라 약속한 신호를 보냈다. 그때까지 방어로 일관하던 사제들은 일제히 신성력을 끌어모았다.
[다말리조, 아기아 메닝고스](Damalizw, Aghia Menningos)
단순한 상태를 지칭하는 주문은 모든 마법 주문을 실현하는 기본이다. 이 상태에 어떤 특수한 상황과 움직임을 전제하도록 지시를 넣는 건 훨씬 복잡한 과정이다. 적어도 이곳 사제들은 마나의 양만큼은 아니어도 기술만은 확실하게 고수의 것이었다.
“모두 반발력에 주의해! 충격파가 온다!”
다르빌에서 성국이 세운 결계에 마도술이 부딪혔을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충격파가 생길 것은 분명했다.
“엎드려!”
“오, 온다!”
쌍소멸이 다시 한번 일어나면서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걸 다시 느꼈다. 네마냐 역시 바닥을 본 채로 엎드리며 눈, 코, 입, 귀를 굳게 다물면서 충격파에 대비했다.
‘크윽.’
속이 다시 메슥거리고 울렁거렸다. 일전에 우레이미야와 부딪쳤을 때 느낀 그 단내와도 같은 것도 재차 느껴졌다. 그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동귀어진할 기세로 달려드는군. 신성력으로 상쇄했는데도 이 지경이라니.’
이내 충격이 다 지나간 것을 확인하고 네마냐는 청력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역시 익숙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신성력 덕분에 큰 피해를 입지 않은 병사와 사제들도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놈들은 이번 공격으로 상당히 힘을 소진했을 겁니다. 물론 우리 실드도 심각하게 파괴된 상태이긴 하지만…….”
걱정스럽게 올려다보는 네마냐는 직감했다. 서서히 빛나는 줄처럼 허공에 그어지는 균열. 그 균열은 이제 점점 무섭게 자라나 신전을 둘러싼 두 겹의 결계 중 안쪽의 것을 점점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제 몇 분 남지 않았군.”
“그럼, 바로 계획대로 합니까?”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 사제의 물음에 네마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과 결행의 신호였다. 대화를 모두 귓전에 담아낸 경비대장은 깊은숨을 몰아쉬고 뺨을 몇 차례 세게 두드렸다.
“좋아, 모두 이야기한 대로 움직여라!”
“마당을 비우고 모두 회랑 벽면에 기대서 서라! 적을 유인한다!”
명령을 전해 듣는 병사나 사제들이나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전방에서 부딪치는 마나의 회오리치는 소리나 이따금 무기를 던져 맞춰대는 소리에 들리지 않겠지만 목울대의 움직임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노, 놈들이 신전 안에 들어서면 그대로 모든 게 끝 아닙니까? 그대로 결계까지 돌파당할 겁니다!”
“괜찮아, 사제들이 있잖아. 놈들이 오염된 마나로 오러검을 만든다고 해도 걱정하지 말고.”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신전 경비대로서는 훨씬 걱정되는 게 따로 있었다. 바로 지금까지 도시 창건 이래로 단 한 번도 위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신전 안으로 이 수상한 자들을 들여야 한다는 일 자체다.
“걱정하지 마라, 놈들을 들이는 건 완전한 섬멸을 위해서다. 이 도시를 위해서라도, 전쟁 자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놈들을 일거에 섬멸해야 한다. 힘을 내라!”
네마냐 역시 그 걱정에 생각이 미쳐 애써 사람들을 달랬다. 하지만 일단 결계가 무너지는 순간 정신적인 충격이 결코 작지 않을 터였다. 모쪼록 네마냐가 근처에 병력을 포진하고 있을 엘레나에게 연락을 보낼 때까지 버티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 *
―네마냐가 전장으로 선택한 장소.
가로, 세로 각각 십여 미터 정도의 작은 정원. 사방은 천장이 있는 회랑으로 둘러싸이고 오직 하늘로만 개방되어 있었다.
“더, 더는 못 버팁니다. 전투 사제들의 부상자 비중이 커져서 이제는 결계 보수도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때가 된 것 같군.”
예상했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역시나 상대 쪽 복면들은 보통의 마법사들이 아니었다. 적어도 봉기 인원 대부분 내지는 핵심 전력 전부가 달려온 게 아니라면 사제단이 이렇게 밀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이다, 전면의 전투 사제들, 철수하라! 후속 부대들도 모두 제자리로!”
“엄호 부대도 모두 각자 지휘에 따라 현관 안쪽으로 철수!”
썰물과도 같았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병사와 치료사, 사제들은 마치 무너져 후퇴라도 하듯이 우르르 물러났다.
“외부 현관을 닫고 문고리를 걸어!”
재빨리 수문장들은 청동으로 된 거대 대문을 닫고 비상용인 나무토막을 걸어 잠갔다.
“놈들이 후퇴합니다, 문에 빗장을 걸고 농성하려는 모양입니다.”
“허허……. 정말 급하긴 한 모양이군. 뭔가 함정이 있을까 해서 긴가민가했다만.”
그람은 연이어 여명의 빛으로 마법을 펼쳐내느라 지친 후배들을 불러들였다.
“수고했다. 너희는 잠시 후방에서 숨을 돌리거라. 너희 제2진이 지금부터 저 문을 뚫고, 도망치는 놈들을 모두 죽여라.”
“알겠습니다.”
“난 들어가는 대로 놈의 대장이 되는 놈을 잡아 조져 버리지. 그럼 신관 놈들은 더는 저항하지 못하겠지. 그럼 너희들을 쉬고 있다가 바로 결계석 보관소로 가서 깨 버려라.”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아주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배치였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결계석 파괴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겠지만 동료들이 애써 발목을 붙잡고 있는 적 본대가 오기 전에 끝마쳐야 했다.
“자, 가라!”
[디압테이로](Diapteiro)
순전히 파괴 하나만을 목적으로 하는 마족들의 마법으로부터 기원한 이들의 주문. 오직 ‘파괴’와 관련된 이름만이 들어간 다른 주문처럼 이번에도 직접 ‘부수다’라는 뜻이 담겼다.
그저 그림자 던전에서 기운이 흘러나오던 순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검녹색의 광채가 발사되었다.
―꽝!
벼락이 치는 소리와 함께 청동으로 된 대문에 유독한 기운이 닿았다. 충격 자체는 신전의 축성을 받은 대문에 피해를 끼칠 수 없었다. 어지간한 공격엔 타격조차 입을 리가 없었다. 문제는 청동으로 된 재료 그 자체였다.
“어, 어어……. 청동이, 청동이 가루가 되고 있다고? 이게 무슨?”
“문이 녹아내린다, 맙소사!”
“아냐, 녹아내리는 게 아니야.”
네마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알리아와 하라드로부터 금속과 마나에 모두 상당한 교육을 받은 이상 모를 수가 없다. 물질 자체의 구조를 버티게 해 주는 원천적 에너지, 그것이 가령 이 세계에선 ‘마나’였다.
‘자연의 원천인 마나가 쌍소멸로 없어져 버렸으니, 구성 물질들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건 당연하겠지.’
하지만 마땅한 이유를 알고 있는 네마냐는 침착하다고 해도 생전 그런 광경을 처음 보는 신관이나 병사들은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자, 자. 침착해 다들. 놈들이 들어온다. 맡은 바 자리를 최대한 지켜야 한다!”
“자연을 구축하는 신령한 힘이시여, 부디 우리들의 손과 발에 힘을,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사제와 병사 몇 명은 애써 마나에 축원을 올리면서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려 애썼다. 대부분은 긴장된 표정으로 가루가 되어 무너지는 문을 바라보고 가쁜 숨을 들이켰다.
―콰앙!
다시 한번 엄습하는 파괴력.
그리고 그대로 신전을 보호하는 내측 결계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마저 문을 부수고 마당으로 진입한 검은 기운은 신전 마당의 허공에서 빛을 내는 집적 수정까지 뒤흔들었다.
“윽.”
집적 수정에 응축된 마나는 곧 도시 사람들의 마나였다. 이 수정에 가해진 충격에 사람들은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강렬한 분노에 휩싸였다.
―놈들을 죽여서라도 막자!
―마당으로 진입! 새벽의 놈들에게 여명의 빛이 머지않았음을 가르쳐 줘라!
제각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쪽은 현대 하야스단어, 상대는 고대 하야스단어라서 말투는 달랐지만, 이제는 완전한 인간 대 인간의 대결이 다가온 순간.
―스릉!
네마냐는 재빨리 검을 뽑았다. 마당 안쪽으로 짓쳐들어오는 검은 복면과 검은 갑옷 무리가 마침내 시야에 드러났다.
―쿠르릉!
“크악, 너무 강하다…….”
“어서 명령을, 바가반드 경!”
“아냐, 기다려요. 놈들이 훨씬 안쪽까지 완전히 들어와 부딪칠 때까진…….”
“쏴라!”
별 소용이 없을 것은 알아도 소수의 정령사들과 사제들이 궁수의 엄호 아래 마나의 기운을 뭉친 공을 던졌다. 그에 대한 적의 응답은 간단하면서 효과적이었다. 경내 마당은 그림자 던전으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크악…… 우욱!”
“쿨럭, 이게 대체 무슨…… 우웩!”
“부작용이 심합니다.”
“사제까지, 모두 동원해. 조금만 버팁시다.”
“부상병 치유로 모두 빠지면 전선을…….”
“그 시간은 내가 마저 벌 테니까!”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네마냐는 검으로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검에 풍부하게 녹아들어 간 마정석이 네마냐의 마나를 빨아들이며 눈 부신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하……. 아일라 씨가 제대로 각을 잡고 만들었다더니. 놀라운데?’
검신에서 느껴지는 힘이 이전과 비교할 때 차마 이야기조차 하기 민망할 정도로 강했다. 네마냐는 품속에 가지고 있던 백색 수정석을 목걸이에서 끊어 검신에 가져다 댔다. 형체가 흩어진 마정석이 흡수되며, 에너지 가득한 검신은 신성력으로 가득 찼다.
“이럴 수가. 신성 기사의 오러검을 어떻게…….”
“뭐, 일종의 편법이죠. 지속시간은 짧겠지만. 그럼 최대한 버텨 봐요.”
경비대장에게 뒷일을 부탁한 네마냐는 검을 자연스레 아래로 흘린 채로 마당을 향해 걸어 나갔다.
―저벅저벅.
그런 네마냐를 보고 검은 오러를 두른 병사 다섯이 잿빛의 갑주를 두른 채 달려들었다.
“새벽의 빛으로 감히 여명의 빛에 맞선다니!”
“오만의 대가를 목숨으로 갚아라!”
“지랄하긴.”
인간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일을 키운 자들을 살려 줄 생각 따위는 없는 네마냐였다. 신성력이 자신도 버거울 정도로 넘쳐나는 검신을 힘껏 들더니 좌우로 가로 베었다.
―쿠콰콰쾅!
직접 검을 휘두른 네마냐마저 반발력에 반 발짝 그대로 밀려날 정도. 상상 이상의 힘이었다. 달려들었던 병사들은 흔적조차 없이 그림자 마나와 함께 증발해 버렸다.
“저런!”
“맙소사, 저게 어떻게?”
피아를 가리지 않고 두려움을 안겨주는 장면이었다. 네마냐는 반쯤 어색한 표정을 관리하며 대각선 방향으로 전면을 향해 섰다.
“와라! 여기서 그 여명인지 숙취해소제인지 모를 개뿔 뜯어먹을 것의 무덤으로 만들어 주지.”
검지를 까닥거리며 도발하는 네마냐는 동시에 언제든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왼손에 따로 힘을 모았다.
‘아직은 아니야. 놈들이 좀 더 확실하게 들어올 때까지.’
아직 입구 밖에 있는 병력까지 모두 들어와 완벽하게 각을 잡을 때까지. 네마냐는 긴장된 대치 구도를 이어 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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