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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158화 (158/200)

158화 결전, 망각의 늪 전투 (3)

“어떻게 할 거야, 진짜 아까 말한 대로 나가서 싸울 거야?”

이미 투구의 끈을 조이고 있는 네마냐를 도와주며 하라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한 걸 묻고 있어. 우릴 돕겠다고 다들 몰려오고 있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순 없지.”

“진짜 전면전은 위험해. 타위비크나 미크라야크의 군대조차 우리 패배를 듣곤 사기가 꺾였을 거야.”

“그건 비밀로 해서 진행하겠지. 조금 새나갈 수는 있어도.”

“지금 여기 도착할 우리 군대는? 이 꼴을 보고서도 북쪽으로 가야 할 텐데.”

깊은 숲속에 들어찬 잿빛의 호수. 그 차가운 늪지대를 반쯤 얼어붙은 시신이 6천 구 가까이 떠돌고 있었다. 네마냐 자신이 대범하게 다닌다고 해도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려울 살풍경이었다.

“……내게도 생각이 있어. 걱정하지 말고 내 곁이나 잘 부탁한다. 정령으로 언제든 보조도 부탁하고.”

“그건 걱정하지 마.”

“든든하네.”

웃으면서 돌아선 네마냐는 곧 수도에서 급히 달려오는 백의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보랏빛 오라가 은은하게 펼쳐지는 검에선 은근한 살의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네마냐, 무사한가!”

“엘레나 전하, 환영합니다.”

“무사했어, 다행이다.”

급하게 말에서 뛰어내린 엘레나는 저벅저벅 걸음을 걸어 공간을 좁혔다. 그리곤 반쯤 무릎을 꿇은 네마냐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이게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성도에 남을 게 아니라 최소한 뒤를 따라서라도 와야 했는데. 이렇게 처절한 패배를…….”

수목한계선 너머로 둥둥 떠다니는 시체의 늪을 모를 리 없는 엘레나의 시력. 네마냐는 나지막한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누구의 탓을 할 계제가 아니야. 더군다나 어디까지나 제후 입장인 우리 입장에선……. 성녀도 부재한 상황에서 성기사단이 남아는 있었어야 했지. 거기에 승전 소식이 과도한 희망을 만들어 버린 탓도 있고.”

“마치 거울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알고 있었구나. 그래, 그랬지…….”

엘레나가 제국군을 말리려고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가기크 신관과 니키타스 장군이 성도의 여론과 제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출격에 동의했단 소식이 퍼진 건 바로 이날 이른 아침이었다. 뒤늦게 엘레나가 섣부른 행동은 위험하다고 달려갔지만,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그랬겠지. 그간 몇 년을 시달렸던 주민들은 환영하고 정부의 오락가락거리는 행동에 지쳤던 군인들은 망설이지 않았을 테고.’

이내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끝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이야 이제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제는 최대한 우리가 입은 피해를 적에게 똑같이 안겨 주는 선택지만이 있을 뿐이다.

[복수귀의 정신]

[고블린은 의기양양하게 승전고를 울렸습니다. 고블린 1만이 섬멸한 승리보다 제국군의 주력 기병을 포함한 6천의 궤멸은 더 뼈아픕니다. 이제 남은 것은 승리의 기쁨에 젖은 적에게 피의 복수를 할 때입니다.]

[칭호, ‘피의 복수자’ 획득. ‘선구자의 정신’ 칭호 강화, 중복 사용 가능. 고블린과의 전투 시작 시 30%의 능력 향상. 고블린을 죽일 때마다 발을 들인 모든 지역의 질서와 여론이 향상됩니다. 당신의 명성이 +1단계 향상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칭호로군. 철저히 복수를 위한 전용 칭호라도 되는 건가.’

확실한 건 좋은 효과만이 달린 건 아니란 것이었다. 왜냐하면 연달아 제시되고 있는 효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부작용: 구체적으로 보고된 적은 없으나 복수의 감정이 지나치게 강해져서 잔혹한 감정에 휘둘릴 가능성. 마나의 세계에서 인간성의 무너짐은 곧 마나의 오염 가능성을 높인다. 곧 신체 내부 마나의 충돌로 격렬한 고통에 시달릴 가능성이 존재함.]

‘마나의 오염, 격렬한 고통.’

30%나 능력을 높일 수 있는데 부작용은 그리 크지 않은 거래였다. 물론 개인적인 고통을 좀 제외한다면.

‘지금은 확실하게 이길 수단을 선택하는 게 우선이지. 확실히 이기는 방법…….’

이겨야 한다. 여기서 고블린을 이기지 못하면 고블린은 신나서 더 날뛸 테고, 숫자에서 가뜩이나 더 밀리게 된 연합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것이다.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놈들을 묻어야 해, 최대한 많이.”

“……힘들겠죠.”

“성녀께서 고민하실 건 아닙니다. 생각보단 힘든 것도 아닐 테고요.”

어느새 다가온 트라야브나는 연이은 회복 마법 사용으로 비틀거리며 엘레나에게 기댔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엘레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휘하 병력과 보병대로 생존자, 피해자를 수습해 줘, 최대한. 몇 시간 전부터 계속하고 있었으니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그다음엔 무사히 인근 도시로 철수하면 돼.”

아즈디샤트. 제독과 생존 병사들의 증언대로 이 도시에 급히 지원을 요청하는 연락을 보냈다. 그러나 돌아온 병사들의 답은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도시는 통신이 끊긴 상태에서 함락되었나 봅니다. 벌써 몇 주 전에 당했는지 인적도 없고 시신도 하나 없습니다.]

제독과 생존자들 모두가 듣고 아연실색한 순간이었다. 대체 그들이 보았던 그 많은 주민과 군세는 다 무엇이란 말인가.

“아즈디샤트는 아마 비어 있을 거야. 거기로 들어가서 버티고 있어. 다르빌이나 성도까지 가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으니까.”

“그래, 그렇게 하라고 해두지. 그로시아.”

“예, 단장님.”

“성기사단 삼 분의 일을 네게 맡기겠다. 이곳을 마저 수습한 뒤 사람들을 데리고 아즈디샤트로 가라. 혹시 고블린이 접근하면 보호하도록.”

“알겠습니다.”

“전하, 당신도 따라가려고? 이건 정말 위험한 전장이야. 성녀 전하도 후방으로 가시는데 같이 가는 게 낫지 않겠어?”

엘레나는 묘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아, 그렇지. 이 살기 어린 미소. 만약 이 고원 내에서 ‘복수귀의 정신’ 효과를 받은 네마냐만큼이나 고블린에 달려들 인물이 있다면…….

“오직 전하, 당신뿐이지. 함께해 줄 사람은.”

“역시 잘 알고 있어.”

―스릉.

자신의 자랑인 예리한 세검을 뽑는 엘레나. 그간 어지간한 전투와 다툼이 있더라도 뽑지 않았던 마나검이었다. 은은한 보라색 오라는 그 기운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겐 가히 공포를 자아내는 상징이었다.

“그 검을 뽑아 들었다는 건 각오가 남다르다는 뜻이겠지요, 전하.”

“그럼요, 경. 이제 우리 둘이 나섰으니 전장은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묘한 웃음을 나누며, 네마냐는 손을 들어 올렸다. 약속한 신호임을 알아챈 부관 헤누크는 재빨리 모든 준비를 마친 바가반드 병력에 명령을 내렸다. 역시 이에 맞추어 엘레나의 명령대로 부관 그로시아도 명령을 내렸다.

“바가반드 군, 출동 준비하라!”

“성기사단, 삼 분의 일만 나를 따라 후퇴 부대를 엄호한다. 나머지는 모두 전하를 따라라!”

“예!”

그때 저쪽, 먼 곳으로부터 급하게 달려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저기! 잠깐 멈추시오!”

“저건…… 제눌트?”

엘레나가 검을 거둬들이더니 의아한 얼굴로 네마냐에게 추궁했다.

“마침 제눌트 남작이 후방의 병력을 통솔하고 있더라고. 그도 지금 오매불망 몇 주 전의 원한을 갚길 바라는 모양이야. 함께 가는 건 어떨까. 적어도 짐은 되지 않을 텐데.”

“나쁠 건 없지. 이미 제눌트야 내 사람이니……. 더군다나 아직 남아 있는 바난드 절반의 병력을 지휘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바난드 전 병력의 지휘권이 다시금 엘레나에게로 돌아오는 일이나 마찬가지. 지친 기색으로 간신히 도착한 제눌트는 연신 헉헉대면서 간신히 말을 꺼냈다.

“그, 그…….”

“침착하고 천천히 말씀하시오.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요?”

“그럼요.”

네마냐의 능청스러운 물음에 역시 능청스럽게 답하는 콤비인 엘레나다. 잠시 숨을 고른 제눌트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들에게 물었다.

“저도 따라가게 해 주십시오. 억울한 우리 애들 얼굴을 봐서라도 저는 전장에 뼈를 묻어야만 합니다. 돌아갈 면목도 없습니다.”

“당신이 뼈를 왜 묻어. 묻어야 할 놈들은 나오지도 않는데.”

엘레나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곤 제눌트의 어깨를 짚었다.

“주군……?”

“그리고 말이야.”

이제 점점 살육의 기계로 재부팅하고 있는 공주 겸 단장은 아주 작게, 제눌트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위해서 봉사하기로 한 이상, 죽는 건 내가 허락할 수 없어. 우리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간다. 여기서…… 대승리를 거두고.”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그러엄.”

흐뭇하게 시선을 맞추는 엘레나에게 네마냐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눈빛으로 호응했다. 제국군은 박살이 났고 연합의 숱한 제후들은 겁에 질렸다. 이 자리엔 이미 그들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이 순간 바난드는 오히려 굳게 뭉쳤어. 그리고 이 고원의 위기도 반드시 극복해 보일 수 있을 거야.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숲속에 가득 들어찬 잿빛 호수. 하지만 그 음울한 심연 위에 그려지는 전략은 어둡지만은 않다.

“이 호수의 영령이 외롭지 않게, 말은 통하지 않지만 못생긴 친구들도 함께 보내 줍시다.”

근처에서 네마냐의 이 다짐을 들을 수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진정한 반격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 * *

우레이미야 군단은 거대한 승리를 자축했다. 불과 이틀 전 만여 명의 무리를 상실한 것은 제법 뼈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우레이미야 족장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 놈들이 눈밭을 두려워하고, 우리 기마대를 염려해 숨어 있어 지금까지 우린 결전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놈들이 튀어나온 이상, 우린 승리할 것이다!]

가장 먼저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았던 지긋지긋한 연합군 본대.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북쪽으로 병력을 보내는 연기를 했다. 실제로는 본대로 고블린 병력 2만 명이 더 증원되었다. 이로써 동원된 고블린 병력은 순수하게 6만에 도달했다.

“그나저나 우레이미야, 당신. 설마하니 진짜로 함락시킨 성채에 위장 작전을 벌일 줄이야. 놀랍군. 잔혹할 뿐인 줄 알았더니 간사하기까지 하다니.”

이제는 아주 얇은 검은 망사로 얼굴을 가렸을 뿐인 페넬로파는 놀랍다는 말을 건넸다. 우레이미야는 코웃음을 치며 가래 섞인 목소리로 답을 건넸다.

“크크……. 잘 알아 둬라. 모략이란 건 인간만 쓸 줄 아는 게 아니라는 걸. 고블린, 아니 오그르도 이 정도는 할 줄 안다.”

“그래, 기대보다도 훨씬 잘했지. 계시대로 질서에 처음으로 어둠이 드리웠다. 자, 지금부터는 어떻게 할 작정이지?”

“어떡하긴. 부랴부랴 달려온 놈들을 그대로 밀어붙여야지. 네 연인, 아니, 친구라던 그 눈엣가시 같은 바가반드 영주까지 말이지.”

“나쁘지 않은데.”

“재미없긴. 맞장구라도 쳐 주지.”

페넬로파는 마치 자신의 속을 떠보기라도 하려는 듯한 우레이미야의 말을 간단하게 맞받아쳤다. 우레이미야는 재미없다며 곧 주제를 돌렸다.

“적은 보병이 대부분일 테고 사기도 바닥이겠지. 이대로 포위해서 섬멸하면 그만이다.”

“……신수는? 키메라는 데브락의 죽음으로도 알겠지만 어지간한 대전사 오그르라고 해도 상대하기 어려워.”

“너의 마법사들이 더해져도 마찬가지인가?”

역시나 반쯤은 놀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페넬로파는 어깨를 으쓱하며 받아냈다. 마법사와 신수 키메라라. 그나마 힘으로라면 오그르가 상대라도 할 수 있었지, 마법으론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더하면 더했지. 마법사들은 자연의 마나를 체내로 환산시켜서 마법 주문을 쓰는 거야. 그런데 키메라는 그 과정의 손실조차 없이 마나 자체를 조작하니…….”

“그렇군. 그러면 이제야말로 나의 순수한 힘을 보여 줄 때가 된 게로군.”

“순수한 힘?”

되묻는 페넬로파는 이내 말문이 막혔다. 거대한 도끼. 말이나 픽스 정도의 중간 정도 되는 짐승은 곧장 반으로 토막 낼 만한 무기. 섬뜩한 녹색 빛이 감도는 금속성.

“크크크……. 오늘 똑똑히 지켜보아라. 이것이 바로 계시의 힘이지. 세상의 끝을 지켜보시는 신성의 힘! 신살자의 도끼를!”

그런 우레이미야에겐 조금 귀찮게도, 정면의 네마냐와 허우적대는 연합군 본대는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조금 더 귀찮은 상대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타위비크와 엘프족 연합군이 접근! 우리의 후방에서 접근 중임!]

“하하…….”

페넬로파는 웃었다. 그래, 네마냐가 그렇게 쉽게 당할 리는 없었겠지. 발 빠르게도 남아 있는 모든 동맹을 불러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발악에도 불구하고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

“우레이미야. 그대가 키메라를 죽이기 전에 우선 좀 날뛰어 줄 공간이 하나 더 생겼네.”

“후후…….”

그저, 미소를 띠는 이 거대 오그르 족장은 차갑게 빛나는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살육, 모든 것의 파괴.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것이 새로 짜일 것이다.

그것이 계시……. 선택받은 고블린과 오그르의 부족, 우레이미야에게 내려온 절대명령이니까.

- 159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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