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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155화 (155/200)

155화 군단의 대반격

[신속의 니키타스]

니키타스라는 말은 제국어로 ‘승리를 지키는 자’라는 뜻이다. 즉, 승리를 공고하게 만드는 사람이길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빠르게 움직인다. 고블린 추장, 그 자식이 머리를 굴리지 못하도록 더 빨리 움직여야 해!”

“전속력으로, 신호를 보내라!”

―붕, 붕, 부웅!

세 번에 걸쳐 산양의 뿔로 만든 나팔이 울렸다. 기병들은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보병대는 따라가기 곤혹스러울 속도였다. 어쩔 수 없이 보병대는 전체 진영에서 천천히 뒤떨어지기 시작했다.

“장군, 장군! 잠깐 멈춰 보십시오!”

후방에서 보병대를 엄호하던 하야스단 영주들의 군대에서 누군가가 급하게 달려왔다.

“뭐야, 누구…… 아, 제눌트 장군. 모처럼 다시 봅니다.”

“장군, 잠깐만 속도를 늦추십시오!”

급하게 거리를 따라붙느라 숨이 헐떡이는 제눌트와 그의 말. 그러나 장군은 여전히 고삐를 늦추거나 명령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없네! 우레이미야가 생각할 시간을 주면 어떤 간계를 부릴지 모르는 일이야. 우리는 적이 판단 착오를 일으키도록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네.”

“아군 진영의 길이가 너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적을 놀라게 만든다고 해도 정작 싸움을 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제야 니키타스도 전체 진영의 모습을 관찰할 정신이 생겼다. 마치 긴 뱀이 구불구불 몸을 펴고 움직이는 것처럼, 구릉 몇 개의 도로를 이리저리 사람의 물결이 굽이쳤다.

“허허……. 생각보다 난잡한 대형이 되어 버렸군. 속도전이라 그러려니 생각하게. 대열을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아.”

“제가 말씀드리는 건 예쁘고 난잡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부대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이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흘끗 주변의 풍경을 보는 제눌트. 지난 며칠 동안 다행히 눈이 더 오지는 않았다지만 여전히 길은 미끄럽고, 얼어붙어 있었다. 기병이 조금이라도 속도를 더 내면 보병은 따라잡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병들도 이 정도 속도로 달리니 벌써 넘어지는 등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피곤해지는 건 둘째 치고, 아군의 전후방이 둘로 갈라질 정도가 되면 고블린이 소수의 매복대만 두어도 우리 군이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정확히는 당신들 제국군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쪽에 가깝겠지만.’

아직 부상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제눌트는 아쇼트를 대신해 하야스단 군대를 지휘했다. 아쇼트와 그 젊은 가신들이 곧 후원자 펜자르크에게 돌아가겠다며 지휘를 놓은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우리 하야스단군은 지금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진군하느라 속도가 늦습니다. 하지만 제국군은 너무 속도가 빠릅니다.”

“당연하지, 우리 군은 기습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니까. 나는 총사령관으로서 당신에게도 속도를 높일 것을 요구하네.”

“그건…….”

정령사 부대만 같이 들어왔더라도 제눌트가 이렇게 망설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제국군도 그걸 원했지만 콜라케르트에 있던 니콜라스 특사나 황제도 그건 허락하지 않았다.

‘제길, 위험천만한 기습전은 한다면서 정작 그 위험 요소를 관리할 생각 따위도 안 하는 거냐!’

그렇긴 해도 제눌트의 고민을 제국군이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제국군으로서는 도저히 작전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조건이 또한 있었을 뿐이었다. 제눌트의 황당해하는 표정을 우울한 감정으로 감상하면서, 니키타스는 지난밤의 통화를 떠올렸다.

“장군. 자네의 탄원에 대해선 나도 아주 깊이, 절절하게 통감하고 있다네. 아주 골치 아파.”

“지금도 작전의 유지를 위해 노력하시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거의 다 끝나갑니다. 이제 승전이 시작되었으니…….”

“타위비크에서 성녀와 바가반드 영주가 성공을 일궈냈다지. 여기서도 반나절 동안은 꽤 분위기가 좋았어.”

그렇게 제법 통화의 시작은 좋았다. 이따금 가기크 신관이 유창한 제국어로 띄워 주었고, 니키타스는 그 틈을 타서 원정의 지속을 주장했다. 병색처럼 창백한 빛으로 가득한 얼굴로 황제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오늘 내각대신이 원로원 연설을 했지. 이번 하야스단 원정은 군부가 내 ‘장벽론’을 빌미로 팽창 전쟁을 한다고 맹비난을 하더군.”

씁쓸한 황제의 얼굴은 곁에 있는 촛불로 인해 반대쪽에 그림자가 져 한층 명암이 짙었다. 니키타스는 원로원 이야기까지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설마, 원로원에서 철군 표결이 진행된 겁니까? 어떻게 되었습니까?”

“역시 그게 궁금할 줄 알았지. 어땠을 것 같나? 내 실력을 좀 발휘해 봤지.”

다행히도 황제는 ‘타위비크에서 1만 고블린 격파’라는 전보를 때맞춰 전달했다. 그리고 동시에 ‘군부는 1개월 내 조속한 승전과 뒷수습을 마치고 귀환할 것’이라는 타협을 내각과 이루어냈다.

“……그래서 간신히 표결 자체를 흐지부지되게 했어. 한번 투표 자체가 일어나면 거리낌 없이 반대 선동이 일어날 테니까.”

“1개월…… 말씀이십니까?”

니키타스에겐 표결이 흐지부지된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한시간 조항이었다. 1개월. 앞으로 30일 안에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적 고블린의 부대는 여전히 수만 명입니다! 그런 적을 30일 안에 섬멸은 물론 뒷수습까지 해야 한다니요.”

“황제께서 그 부분에 관해 다시 공표하실 수 없습니까? 30일은 이 고원에서 적을 몰아내기엔 너무 이른 시간입니다.”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던 건 그게 전부였네. 그게 아니었으면 지금 내려가고 있을 한 달 치 그대들 봉급과 군량미, 보급물자가 오늘 출발이라도 했을 것 같은가?”

황제가 내릴 수 있는 결정과 휘두를 수 있는 힘은 참 묘한 것이었다. 보통은 죄인의 생사여탈권을 주장할 수 있고, 이미 정해진 정책을 뒤엎어 버리거나 새 정책을 세울 수 있었다.

“하필이면 이 하야스단 방위론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어 버린 게지. 아주 귀족들 세 명 이상만 모이면 무조건 그 얘기를 하고 있네. 정작 하야스단엔 관심도 없는 자들이.”

깊게 한숨을 내쉬는 황제는 이내 다시 작전 문제로 돌아갔다.

“나도 정말 안타깝지만, 이번 작전은 이 정도의 성과에서 만족하는 게 좋을 것 같으이.”

원정 종료의 뜻. 가기크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고블린 대침공이 시작되고 수 년 만에 얻어낸 작은 결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 것인가, 자신은 확신이 없다. 가기크는 냅다 대화에 뛰어들었다.

“재고해 주십시오, 폐하.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다시 고블린을 상대로 동등하게 싸울 기회를 잡을지 모릅니다.”

“미안하오, 신관. 그러나 이대로 작전을 진행한다고 해도 내각이 물자를 끊어 버릴 것이야. 군부가 반란을 계획한다, 이 한마디만 떨어지면 니키타스의 그 부하들이 역적이 되는 거지.”

“그런…….”

가기크는 말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제독을 보았다. 그러나 황제가 일단 안 된다고 못을 박아 버렸는데 일개 사령관이 어쩔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 쪽에 유리한 협정을 맺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그건 허락해 주실 수 있으시겠지요?”

“큰 판을 벌여 볼 셈인가 보군. 나는 자네가 그래서 좋아. 위급한 사세에서 승부를 낼 줄 아는 것이 과연 이름답게 ‘승리를 지키는 자’ 그대로라니까.”

* * *

제독의 머릿속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놓고 있는 절대명령. 고블린에게 패배를 맛보여 준 뒤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평화조약을 시작하라.

‘무리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여기서 결착을 내지 못한다면 전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급속기동을 택한 데도 나름의 판단이 기반하고 있었다. 타위비크의 대승리로 고블린 지휘부는 반드시 눈길을 그쪽으로 돌렸을 것이었다.

“제눌트. 불과 이틀 전에 우리는 비할 데 없는 대승리를 얻었네. 그리고 지금 적의 주력은 반드시 타위비크 쪽으로 움직일 걸세. 놈들도 후방이 두려울 수밖에 없어.”

“놈들이 정말 전력을 움직였다는 첩보를 얻으셨습니까?”

“믿게. 이미 삼십 년 동안 전선에서 싸웠던 몸이야. 오늘 아침에 놈들 상당수가 부랴부랴 후방으로 움직인다는 보고를 얻었어. 이번엔 이길 수 있네!”

끝부분에 이르러서는 자신도 확신하고 싶다는 듯 니키타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래저래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목소리는 끝까지 덤덤했다.

“장군…….”

“좋아. 자네의 생각이 정 그렇다면, 나도 방해하지 않겠어. 대신 후방의 안전을 도모해 주게.”

니키타스는 한발 물러났다.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분명 이번 작전이 위험은 하더라도 승산은 확실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한 보험 하나 정도는 있는 것도 나쁘진 않다. 제국군 전력이 아닌 기타 전력이라면 더욱.

“아무래도 적이 작은 매복대를 숨겼을 순 있어. 하지만 미처 연락이 가기도 전에 우리가 본진으로 들이닥칠 테니 매복이 커질 위험은 없네. 그러니 자네가 매복대를 처리하면서 우리 뒤에서 받쳐 주게.”

“아……. 제독께서 귀재시란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잠시 곱씹으며 이야기를 듣던 제눌트는 걱정스럽던 표정이 다소 풀렸다. 그리곤 팔을 가슴께에 대며 기꺼이 목숨을 다하겠다고 맹세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선봉 부대를 지원하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부탁하네.”

여전히 두 사람은 바쁘게 들썩이는 말안장 위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눌트는 고개를 끄덕, 숙이더니 기수를 돌려 그대로 후방 보병대를 향해 달려갔다. 잠시 제눌트가 사라진 방향을 보던 제독은 다시 우렁차게 포효했다.

“모두, 속도를 유지해라! 이대로 적진까지 그대로 쇄도한다! 적이 목책을 세워 놨다면 바로 걸어서 넘어뜨리도록 밧줄 고리를 준비해라!”

“밧줄 준비해라!”

“속도를 유지해-!”

슬슬 기마대가 탄 말도 힘이 빠지기 시작할 때였지만 결코 멈출 순 없었다. 쏘기 시작한 화살이 사정 때문에 멈춰 설 수는 없듯이, 그렇게 제국군은 고블린 숙영지로 내달렸다.

* * *

―쿵!

―콰직!

무언가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압축되는 듯한 진동이 전해졌다. 아무리 키메라에 올라타 있어도 그 느낌만은 피할 수가 없었다.

“으…… 속이 안 좋아지려고 하네요. 아직 멀었나요? 얼른 내리고 싶은데.”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성녀 각하! 조금만 더 고블린 숫자를 줄이고 나면 바로 상륙할게요!”

하라드는 바람에 붕 뜨는 모자를 애써 잡으며 다급하게 외쳤다. 한 손은 여전히 어쩔 수 없이 성녀의 손목을 잡은 채 키메라의 등덜미에 매달려 있었다.

“키메라 씨! 슬슬 내리는 게 좋겠어!”

네마냐가 힘겹게 메슥거리는 속을 달래며 외쳤다. 하늘을 날 때는 참 탑승감도 완벽했는데 지상에서 고블린들과 싸움을 하고 있으려니 멀미가 아주 심각했다.

[미안하게 됐군. 한 번만 더 참아 주게나. 곧 내려가도록 하지. 꽉 잡도록.]

원래대로 상냥한 여인의 음성이 흘러나오더니 일행이 붙잡고 있던 키메라의 등 근육이 아주 뻣뻣하게 곤두섰다. 대충 들러붙은 상태의 일행조차 굉장히 격렬한 운동을 하기 직전이란 건 알 수 있었다.

“조심하고 꽉 붙어요, 다들! 이제 마지막으로, 고블린…… 자리를…….”

네마냐는 말을 채 이을 수가 없었다. 세차게 내려친 날개로 거대한 공기의 흐름이 뒤틀리고 치솟은 키메라가 다시 백여 미터를 그대로 밀고 내려갔다.

―우직, 우지끈!

―쿠콰쾅!

닥치는 대로 뭔가 단단한 것이 부러지고, 생명이 파괴되는 소리가 요란스러웠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은 못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싸우다 보면 이래저래 피할 수 없는 일도 생기게 마련.

[내려도 좋다. 적의 반 이상은 이미 죽었고 나머지도 전투 불능일 테니까.]

“고마워, 키메라 님! 하라드, 엄호 부탁한다!”

“맡겨 줘!”

하라드는 미리 준비해 둔 아티팩트에서 재빨리 거대한 불덩이를 소환해 던졌다.

―콰앙!

“끼엑! 뜨거워, 뜨거워!”

“고블린 죽는다, 인간 놈들!”

“도망!”

키메라의 등장으로 이미 반쯤 얼어 버린 채 학살당한 고블린 부대는 연이어 도망했다. 이번에도 수월한 전투였다. 네마냐가 서넛의 용감한 고블린을 마저 베어 버리니 전투는 끝났다.

[큐어(Cure)]

상처는 거의 입지 않았지만, 혹시나 알지 못하는 독을 들이마셨을 수도 있으니. 트라야브나는 재빨리 일행들에게 치료 마법을 걸었다.

“다행히도 큰 문제 없이 계속 진행되는군요. 성녀님 치료까지 있으니 든든합니다.”

네마냐는 조금 때가 묻은 옷을 탁탁 털면서 성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멈추지 않았다.

“천만의 말씀을. 그나저나 여기가 그럼 열 번째 영지겠네요. 이름이 서네만이라고 했단가.”

휴대용 지도를 펼쳐 본 하라드가 재빨리 장소를 찾아냈다.

“맞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턴 다시 마나 통신구가 작동할 겁니다. 아침나절부터 불가능했던 연락은 지금부터 가능할 것 같아.”

마치 그 이야기만 기다렸다는 듯, 네마냐에게 통신구의 파동이 진동으로 전해졌다.

“아, 마침 왔네. 누구지?”

“원래 점심쯤에 켈리도니온이랑 영지와 정기적인 연락을 하잖아. 둘 중 하나겠지.”

“아, 맞네. 엘레나겠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네마냐는 통신 채널을 열었다. 오랜만에 보는 엘레나의 얼굴. 하지만 반가운 얼굴과 달리 엘레나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네마냐, 큰일, 아니 아직은 아니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말리진 못했지만 적어도 네게 알려 줘야 할 것 같아서.”

“어? 무슨 소리야? 큰일이 날 것 같다니.”

“그…….”

잠시 망설이며 영상 너머로 침묵하던 엘레나는 입술을 들썩이며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했다.

“제국군과 연합군 주력이 출발했어. 고블린의 눈이 타위비크에 묶이는 동안 본대에 타격을 주겠다는 거야.”

“……미친.”

아직도 겨울의 서늘한 눈발이 날리는 서네만의 들판에서, 네마냐의 입은 미쳤다는 말을 내뱉어야 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위험한 결전의 장이 벌어진 것이다.

- 지도로 이어집니다 -

- 156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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