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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121화 (121/200)

121화

켈리도니온, 1월 17일.

계엄령이 내려지고 며칠이 이미 지난 상태. 엄중하게 닫힌 철문 안에서 사람들은 일상을 이어 가려 애썼다. 그러나 이내 외부의 자원 공급이 차단되면서 곤란한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

“아니, 며칠 전까지 밀가루 한 포대에 동화 스무 닢이면 된다지 않았어? 이젠 갑자기 오십 닢을 받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하하, 아주머니 그건 도시가 폐쇄되기 전 얘기죠. 지금 시내에 곡물이 없어서 부르는 게 값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가뜩이나 이전에 계속된 고블린의 침공으로 영지 몇 개가 증발한 터였다. 나샤와나 황금모래펄에서 유입되는 자원과 곡물도 많았기에 그 두 영지가 사라지면서 물가도 엉망이었다. 거기에 난데없는 봉쇄까지 시작되었으니.

“어이구, 저기선 또 싸움이 일어났군.”

“또 뭔데 저렇게 싸우는 거람?”

“시중에 동전이 없으니까 장사치들이 일부러 저질 화폐나 훼손된 화폐를 거스름돈으로 준다는 거야. 저러니 싸움이 날 수밖에, 쯧쯧.”

상인과 손님들 사이의 싸움은 점점 심해졌다. 누군간 돌을 던지고 급기야 각목까지 출현했다. 주위의 구경꾼들은 슬슬 눈치를 보며 빠지기 시작했다.

―두두두.

그때 거리의 좁은 길목과 벽돌집이 일제히 진동에 떨리기 시작했다. 먼지가 일어 작은 바람을 일으키니 다들 그게 무슨 소린지 알아차렸다.

“경비대다, 모두 도망쳐!”

“거기, 뭣들 하는 거냐! 모인 자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 해산!”

가벼운 차림새의 기병대 한 무리가 달려와 싸우는 사람들과 군중을 급히 해산시켰다.

“크, 정말이지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니까. 웬만해선 주민들에게 강제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 기사단의 원칙인데.”

병력을 지휘하던 젊은 기사는 투구를 벗자마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바로 옆에서 뒤따르던 좀 더 어린 기사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토닥였다.

“선배, 이젠 제법 성장하셨네요. 얼마 전만 해도 단장님이 없다고 울먹울먹하시더니.”

“얌마, 그건 클로루스 네 녀석 얘기지. 나는 단장님이 안 계시고 다른 선배들도 모조리 외부로 출정을 나가서 부담감에 어깨가…….”

“어깨가 왜요? 아하, 너무 신이 나서 어깨춤이 나온 거구나.”

“이 자식이.”

필로칼리스가 꿀밤이라도 먹일 것이 너무 뻔했으므로 클로루스는 금세 말을 몰아 벗어났다. 어색해진 손을 내리며 필로칼리스는 본래의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어쨌든 큰일이야. 당장은 경비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치안 불안이지만 고블린 내통자나 반역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에이, 위대한 성기사 필로칼리스 님이 있으신데 무슨 걱정이겠어요.”

“그만 까불어. 이럴 때 선배 기사들이라도 있었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클로루스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거리를 쳐다보면서 한껏 기지개를 켰다.

“뭐, 그 덕분에 우리 같은 수습기사들이 병사들을 지도해 보는 경험도 쌓는 거죠. 모든 일이 항상 좋고 나쁨의 둘로만 나뉘는 건 아니랄까.”

“그것도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이제 시장 거래도 모두 금지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차피 이대로라면 곧 성녀께서 배급제를 실시할 거라고 소문이 돌던데.”

“아직 확정된 건 아냐. 일단 통제 체제로 돌아가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원래 암피에르 방위 조약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무려 신성한 도시인 켈리도니온이 이런 위기에 몰리진 않았을 터였다. 제국군이나 하다못해 바가반드의 영지군이라도 들어왔을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왔으면 우리 기사단이 굳이 전력을 분산시켜 출병할 필요도 없었겠지.”

“부질없는 소리죠, 선배. 곧 지원군이 올 테니까 약해지면 안 돼요.”

고삐를 돌이킨 클로루스가 딱 잘라 내지른 소리였다. 필로칼리스는 문득 자신이 약한 소리를 한 것을 깨닫곤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내가 무슨 소릴 한 거지? 잠깐 고블린의 주술에라도 씌었나 보다.”

“혹시 알아요, 바가반드 경께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실지? 그럼 좀 껄끄러운 제국군이 오는 것보단 나을지도 모르죠.”

“그게 또 그럴지는 잘 모르겠지만.”

클로루스는 그게 무슨 뜻이냐면서 궁금한 눈치였지만 선배 기사는 고개를 저으며 외면했다. 그러잖아도 치안 출동의 뒤처리가 시급했다. 후배 녀석은 구시렁거리면서 병사들을 수습하러 곁을 떠났다.

“바가반드라. 영웅으로 출발하긴 했지만 정말 믿어도 되는지는 모르겠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마냐라는 이름에 저 후배 녀석만큼이나 열광하던 자신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켈리도니온으로 바로 나오지 않고 독자 작전을 펼치고 있단 소식만 들렸다.

‘일부에선 벌써 권력 투쟁에 한발 걸친 것 아니냐는 조롱도 나오고 있지. 그런 거야 어차피 모든 호사가들이 틈만 나면 지껄이는 소리지만. 하지만 어딘지 께름칙한 것도 사실인데.’

어디까지나 일부의 이야기다. 아직도 공식적인 신관회 입장이나 필로칼리스 자신의 의견에서도 네마냐는 분명히 진정한 동맹이었다.

‘어디까지나 의지하는 것도 바람직한 건 아니겠지. 그래도 진정 마음을 맡기고 함께 할 수 있기만을 바라는 게 욕심만은 아닐 터.’

부디 오랫동안 배반을 당해왔던 하야스단을 저버리지 않기를. 젊은 기사는 속으로 그렇게나 바라고 또 바랐다.

* * *

바로 그 시각, 마시스 성산 근처.

“네마냐 영주님, 오랜만인데. 고블린이랑 신나게 싸웠다면서?”

“아일라 씨!”

든든한 모습이 나타나자 네마냐는 반갑게 뛰어나가 손을 마주 잡았다. 이틀에 걸친 일대 소탕전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최대 1,500마리에 가까운 고블린 별동대가 마시스 성산 근처의 마을을 위협했었다.

“수고 많았어요. 영지 입구 쪽 마구스타나 지역에서도 놈들을 소탕했다던데.”

“그랬지. 이번엔 그냥 약탈대가 아니라 작정하고 쏟아부었어. 만약 네가 놈들을 사방으로 흩어 버리지 않았으면, 어휴.”

아일라는 손사래를 치면서 동시에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제스처가 절박해서 네마냐는 웃음으로 답했다.

“천만다행이었죠. 제국군은 또 어쩐 일인지 훈련한다고 자리를 비웠으니.”

“멍청한 놈들. 기껏 군대를 몰아 와놓곤 자리나 비우고 말이야. 저번에 제국군 내부에도 알력이 있다던데 설마 그런 것 때문은 아니겠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죠. 최근 첩보로는 뭔가 제국에 잘못된 역정보가 흘러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에휴.”

아일라는 체념하는 듯 눈을 감았다가 묘한 표정과 함께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말이야, 이제 대놓고 키메라를 올라타고 다니네? 좀 더 큰 권력에 눈을 뜬 거야?”

“농담하지 마세요. 그런 농담이 잘못 퍼지면 저번 마탑이 거품 물고 달려든 것처럼 누가 달려들지도 모르니까.”

“하하, 내가 그렇게 어설프게 퍼트리겠어? 어쨌든 나만큼이나 고생 많았어, 영주님.”

아일라는 어깨를 툭툭 치곤 손에 들고 있던 지휘봉을 건네주었다. 네마냐가 출발하면서 아일라에게 맡겼던 통수권 상징이었다.

“자, 영지 금속장인이자 무기 감독인 내가 영주님께 다시 본대의 지휘권을 돌려드립니다. 총병력 천삼백 명, 기사 열네 명에 마법사와 마나활용사 네 명. 보고 끝.”

“보고 완료.”

매사 조야하면서도 장난기도 넘치지만 돌아보면 놓치는 일 없는 게 아일라의 일 처리 솜씨였다.

“그건 그렇고 시간도 촉박했을 텐데 용케 마정 합금으로 장비를 다 나눠 줬더군요.”

“그 덕분에 장인들은 지금 다 휴가를 받아 쉬고 있어. 일주일 넘게 집에도 못 들어간 사람이 많거든.”

“다들 고생이네요.”

“뭘.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어. 나도 굳이 완전 공급은 필요 없다고 말렸으니까. 한때는 체념으로 푹 절여졌던 사람들이 열의에 불타는 걸 보는데, 좋긴 좋더라.”

팔짱을 낀 아일라는 이내 옆에 있던 나무로 몇 발짝 옮겨 기댔다. 스르륵 감은 눈 아래로 다크서클이 진하게 그려졌다.

“아일라 씨도 쉬는 게 좋겠어요. 피로가 많이 쌓였네요.”

“아, 이거? 지금은 오히려 풀린 거야. 반복 작업에 시달리다가 바깥에서 간만에 몸을 풀었더니.”

“그래도 좀 쉬어요. 일은 다 끝났으니까 마차에서 눈이라도 붙이면 될 거에요.”

눈을 감은 채 듣고 있던 아일라가 눈을 떴다.

“이제 출발하는 거야? 어디, 다르빌로?”

“아뇨.”

“그럼?”

고블린 유격대가 진압되면 곧바로 적의 본대가 위치한 다르빌로 진군하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아일라 자신이 기사와 마법사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공유했던 판단이었다.

“다르빌은 이미 전쟁에 익숙하기 때문에 도시 자체는 훨씬 안전해요. 주위로 단단하게 무장된 요새들도 많이 세워 놨고.”

넘겨받은 지휘봉을 어루만지며 네마냐의 이야기는 빠르게 다음 부분으로 넘어갔다.

“지금은 성도 켈리도니온으로 갈 겁니다. 병력이 많지 않은 곳에 고블린 별동대가 족히 삼천 마리 이상 들어왔을 정도니까.”

모든 정보를 이야기하진 않았다. 제국의 갑작스럽게 바가반드에 평화 제안을 보낸 직후, 니콜라스 특사가 비밀리에 보낸 통신구가 있었다. 본대의 도착을 기다리던 네마냐에게 특사가 건넨 비밀 정보는 매우 유용했다.

[공적 욕심에 앞뒤 가릴 것 없어질 제국군이 노릴 것은 단 하나네.]

어느 정도 짐작은 가지만 네마냐는 일부러 의뭉스럽게 뭉개며 구체적인 이야기를 끌어냈다.

[그게 뭡니까.]

[바로 재빨리 성도 켈리도니온을 접수하는 것이라오. 암피에르의 신성 동맹군을 자신들의 지휘 아래 굳히려 들겠지. 성녀와 신관회를 볼모 삼아서 말이야.]

[훌륭한 생각이로군요. 새어나가지만 않았다면.]

[그렇지. 정보 보안만 잘 되었다면 말이야, 껄껄…….]

니콜라스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이라고 제한을 두었다. 그러나 이토록 촉박한 시간에 갑자기 연락을 걸어와 다짜고짜 본론을 이야기한다는 건 단 하나였다.

‘제국 군부를 다그쳐서 수도로 몰고, 그 사이에 나를 이용해서 장군들의 목에 목줄을 매겠다 이거지. 의도를 숨길 생각도 딱히 없는 것 같고.’

군부와 자신을 이간질시켜 원한은 사지 않고 결과물만 낚아채겠다는 심보다. 그러나 네마냐는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어찌 되었든 제국의 강경파 군부가 멋대로 이 땅을 중간기지로 삼게 할 수는 없지. 우리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려면 필요한 갈등이야.’

그렇기에 네마냐는 애써 영지 병력 본대를 모은 것이다. 이제 독자 작전이 아니라 조금 미룰 예정이었던 켈리도니온 진군을 서두르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거기까지야 알 리가 없지만 아일라도 켈리도니온이 중요한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 원래 작전 계획에선 제국군도 성도에 집결하게 되어 있었으니까.”

“예리하신데요? 아, 병사들 다 준비됐으면 얼른 출발하라고 전해요.”

기사 하나가 다가와 고개를 숙이자 네마냐는 말을 하던 와중에 지시를 내렸다. 기사가 뛰어가면서 곳곳에 무언가 큰 소리로 떠드니 진영 곳곳이 분주해졌다.

“이번 작전의 공을 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에게 넘겨줄 순 없죠.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란 걸 확실하게 보여 줘야 하지 않겠어요?”

“……제국군의 수뇌부가 나중에라도 이런 말을 했단 걸 알면 아군이길 다행이라고 하겠지. 흥.”

코웃음과 함께 나무에 기댔던 몸을 일으킨 아일라는 그 말을 끝으로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푹 주무세요.”

오래 쉬지는 못할 건 뻔했다. 지금 영지군이 진을 치고 있는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서 켈리도니온까진 한나절이면 가는 길이니까.

“그래도 제국군은 이미 출발했을 테니 우리도 서둘러야겠지. 일단은…….”

고삐를 잡은 네마냐는 다시 단거리 경주를 시작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 * *

“제길! 그 마탑주 자식, 고블린이 침범하려면 아직 시간은 여유롭다니, 뭐가 어째?”

니키타스는 거친 손짓으로 통신구를 덮어버리곤 연신 제국 사투리로 욕설을 뱉어냈다. 그러나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발길질로 애먼 앉은뱅이책상의 다리를 두들겼다.

“무슨 일이십니까, 장군님.”

“별일 아니다! 신경 꺼라.”

“네, 넵!”

여전히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총사령관 니키타스는 마차의 창문도 닫아 버렸다. 자신이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했다는 게 이렇게나 치명적인 실수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니콜라스 그 노회한 영감탱이가 마탑주를 부추겨서 거짓 정보를 푼 거 아닌가, 이거? 우리가 훈련만 나가지 않았어도 적의 유격대 따위 한주먹에 처리할 수 있는데.”

“안 될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대세에 흔들림은 없을 겁니다. 황제께서도 우리의 완고한 대답을 들으셨으니 더 피할 수도 없을 테고.”

“방금 니콜라스와 통화한 걸 보면 알겠지만 뭔가 뒤에 잔뜩 구린 걸 숨겨 놓는 기분이야. 무슨 술수를 부리는지도 모르겠고.”

“작전과 보급만 걱정하면 되는 전쟁이 차라리 그리울 지경이라니까요.”

부관이 적당히 기분에 맞춘 말로 장단을 맞추었지만, 여전히 니키타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토록 엄중하게 군부가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걸 황제와의 지난 통신회의에서 전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젠장, 대체 어떻게 판이 돌아가는지 모를 지경이로군. 일단 지금 당장 구원 요청이 들어온 곳이 어디냐.”

“네. 그간 여러 변경의 촌락에서 구원 요청이 왔었습니다. 고블린 군대가 사방에 흩어져서 농촌을 파괴하는 작전을 세운 모양입니다.”

“가지가지하는군, 개자식들.”

니키타스는 입가에 가져온 손톱을 잘근잘근 다지며 부관의 브리핑을 들었다.

“하지만 거긴 분명 바가반드의 애송이…… 그러니까 이름이 뭐였더라.”

“네마냐입니다.”

“그랬지. 촌 무지렁이들의 신망을 얻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군. 그러나 결국 중요한 건 핵심을 차지하는 거다.”

“핵심…… 말씀입니까.”

부관의 물음에 찬찬히 총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자신들이 모든 다른 구원 요청을 뭉개면서까지 켈리도니온으로 달려가는 이유였다.

“요 반년 동안 우리 군대가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으니, 불만이 팽배했을 거란 말이지. 특히나…….”

니키타스는 손가락으로 차창 밖을 가리켰다. 보지 않아도 그 손가락이 정면에 나타난 성국의 신성한 수도를 가리키는 건 분명했다.

“저 미개한 종교를 믿는 놈들은 말이야. 이번 기회에 그래서 누가 그놈들을 도와줄 힘이 있는지 보여 주려는 게지.”

낯빛에 차가운 미소가 서린 장군은 이미 하야스단에서 한 차례 승리를 거둔 승자의 표정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그 득의양양한 표정은 얼음장처럼 굳어 버릴 운명이었다.

* * *

「암피에르 방위 조약의 준수」

「제국은 제때 움직여 성도를 방어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방위 동맹의 한 축인 바난드의 지원군, 바가반드 군이 그 구멍을 메울 것이다.」

먼저 켈리도니온에 달려가 제국군의 도착을 선전하게 했던 전령이 가져온 건 엉뚱한 종이 한 장.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다 급하게 편지를 뜯은 장군은 뜨악했다.

“이게 뭐냐?”

“켈리도니온에 이미 어디에서 온 건지 군대가 들어와 치안을 바로잡고 있습니다. 이건 그들이 허공에 뿌려대길래 가져와 봤습니다.”

옷감도 아니고 파피루스도 아닌 묘한 재질의 종잇장과 그 위에 적힌 도발적인 문구. 니키타스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충격적인 내용이라도…….”

“묻지 말고 직접 봐라.”

장군은 잔뜩 상한 얼굴로 종이를 던지듯 건네줘 버렸다.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니키타스는 주마등처럼 자신을 비웃는 니콜라스와 수도 관료들, 그리고 흑막처럼 뒤에 서 있는 황제의 묘한 표정까지 떠올랐다. 비릿한 구역질이 마구 치솟았다.

“바가반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군.”

이 복잡한 고블린 전쟁의 양상은 실타래처럼 점점 얽혀 가고만 있었다. 과연 여기서 어떤 누가 원하던 결과를 얻고 이익을 얻게 될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건 네마냐가 있는 한, 하야스단은 만만히 당하지 않을 거란 점이었다.

- 12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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