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엿새가 지나갔다. 고향 나샤와를 버리고 새로운 고향을 찾으러 온 피난민들이 새 고향을 세웠다고 한다. 오늘은 그것을 선언하는 날.
“아니. 이미 살고 있으면 고향이지 뭘 그걸 공연하게 선포를 한다는 건지.”
역시나 닦달을 받으며 참석하게 된 미하일 자작은 대놓고 하품을 하며 마차에 올랐다.
―딱.
“아씨, 아침 댓바람부터 딱밤질이야.”
“재무관이 하는 일이 영주 뒷바라지인데 당연히 행사에도 같이 참여해야지. 더군다나 다른 영지도 아니고 바로 우리 영지잖아.”
“아, 모처럼 여유가 나서 집에나 다녀올까 했더니만.”
초청장을 다시 살펴보던 네마냐가 물끄러미 미하일을 보았다. 확실히 반년 넘게 숫자에 시달리느라 지친 빛이 눈두덩이에 서려 있었다. 씩 웃으며 네마냐는 초청장을 접어 팔걸이 자리에 내려놓았다.
“요번 행사만 끝나면 며칠 휴식이라도 다녀와. 한 보름 정도면 되려나? 네 여동생도 곧 약혼이랬지? 거기도 참석하고 푹 쉰 뒤에 와.”
“정말? 웬일이냐?”
당장 파업이라도 할 것처럼 건넌 좌석 깊숙이 축 늘어졌던 미하일이 벌떡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보름 정도가 지나면 다시 슬슬 바빠질 거야. 지금이야 농한기인 데다 돈이 오갈 일이 많진 않으니 내가 맡아도 문제없을 거야.”
“야, 고맙다. 웬일로 휴가를 다 주네. 아니, 근데 내 여동생 약혼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대?”
의미심장한 표정과 함께 네마냐는 그걸 몰라서야 영주 자격이 있겠냐고 정리했다.
“친구 간의 정리로 봐도 당연한 거지. 갈 때는 상단 쪽에 미리 주문해 둔 선물이 있으니까 가져가. 동생한테 내 안부 인사도 좀 전하고.”
“물론이지. 고맙다. 사실 동생 약혼식도 대충 달로만 알고 있어서 긴가민가하던 참인데.”
조금이라도 부주의했다간 바로 터져나갈 정도로 압박을 받던 재정 담당이었다. 그 문제를 담당하는 관리자다 보니 미하일은 집안일은커녕 집에 들어가는 날도 적었다.
‘그거야 어차피 나도 마찬가지 생활이지만. 뭐, 나야 영주관이 집이니까 좀 나은 건가?’
그때 마부가 준비를 마쳤으니 출발하겠다고 알려왔다. 네마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내 마차의 바퀴가 구르며 거친 진동이 실내를 타고 몸으로 전해졌다.
“마차 승차감은 제국이 까는 도로 정도가 아니면 도저히 이쪽 동네에선 못 쓰겠네.”
“참고 쓰는 게 대부분이지만 오래 타면 멀미나 엉덩이의 멍 자국이 생기기 마련이지. 그래서 부유한 귀족들은 최대한 방석이라도 편안한 거로 만들잖아.”
“그걸로도 해결은 안 될 텐데. 진동 자체가 너무 크니까.”
“그러니까 말을 타지 않는 귀족이나 부인들 일부가 타는 거지. 원래 이 마차도 제국에선 문서 수송에나 쓰는 거고.”
그랬다. 이서준으로 살았을 때의 기억을 짚어보자. 현대에선 만화나 영화가 마차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당연히 현대에 마차가 남아 있을 리는 없으니까.
‘근현대 왕족들이 탈법한 마차 따위가 이런 중세풍 시대에 있을 리는 없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네마냐는 자신이 타고 있는 마차 꼬락서니를 다시 살폈다. 영상매체에서 보던 것은 두 사람이 앞뒤로 누워 가도 될 크기에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타고 있는 건 투박한 나무판자가 전부였다. 거기에 두 사람이 앞뒤로 앉으면 딱 맞는, 맞춤식 마차나 다름없었다.
“언젠가 내 이 마차도 한번 제대로 손을 대야지. 야, 미하일. 영지 다음번 사업으로는 마차 공장 어떨 것 같냐?”
“일 벌이는 건 그쯤 해 둬라. 당장 다르빌 지원금이랑 군자금으로 나갈 돈 때문에 여유 없으니까.”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남겨 둔 비축금 있잖아? 원래 돈이 한번 흐르기 시작하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수 있는 거야.”
최대한 동정심을 유도하기 위해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반년 만에 녀석은 이미 베테랑 재무관으로 거듭났다. 단호하게 거부하는 녀석.
“안 돼. 비축금은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나 쓰려고 저장해둔 거야. 동정을 유도해도 어림없지.”
“쳇. 어쩔 수 없지.”
덜컹거리는 마차는 점점 속도를 높였다. 말씨름이 끝난 두 사람은 바슈니크 산맥을 굽이쳐 흐르는 아르사니아 강을 보았다. 아직 강추위가 오지 않아선지 강물은 얼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영지 동북쪽 구역도 개발이 되는구나. 이번 생에는 가능한 건가 의심했는데.”
“아직 투자한 만큼의 돈이 돌아오려면 한참 멀었지. 그래도 일단 규모가 이 정도로 커지는 게 어디냐 싶어.”
“동감이야. 우리로선 다행히도 도와줄 대형 상단도 있었고 제국의 방해도 적었어.”
네마냐 개인적으로는 영지 개발의 최대 난관이란 다름 아닌 제국 그 자체였다. 곳곳에서 보호령을 늘려가며 산맥과 고원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팽창 정책의 연장. 이곳 바가반드 영지 역시 동서남북 모두 제국의 총독부나 영지와 맞닿아 있었다.
“그러게. 안 그래도 어제 제국 특사인가 하는 높은 어르신한테도 밀서가 왔었지? 그때 이후론 딱히 방해가 없던 것 같은데.”
“……아마 당장은 문제없을 거야. 그동안 우리도 부지런히 크도록 노력해야지.”
니콜라스 경으로부터 도착한 편지. 보통 때라면 편지를 보낸다고 해도 무례가 될 수 있는 새벽녘의 일이었다.
[본 제국에서는 황제 폐하의 성스러운 지시에 따라 바가반드로의 에살하톤 상단의 수출 선단 증가를 허용합니다. 전시 안보 물자를 제외한 품목의 공급은 유연하게 허용하는 조치입니다. 더불어 향후 공장단지 형성에 대해서도 지지를 표합니다.]
‘이 양반이 갑자기 약을 잘못 드셨나.’
비몽사몽의 눈길 속에서도 의아할 정도로 허리를 굽힌 문안은 또렷하게 들어왔다. 네마냐는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의자의 쿠션에 한껏 몸을 파묻으면서 중얼거렸다.
“아나무이라에서 만났을 때 그 노회한 시선은…… 결코 쉬운 상대론 보이지 않았지.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돌이키다니.”
“뭔가 계략이 있는 것 아냐?”
“……일단은 고블린 전쟁이 급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봐야겠지.”
회귀 전을 돌이켜 보자. 사실 제국의 정책이 갑자기 크게 변한 적은 많지 않다. 선황과 반대 정책을 추진하는 황제가 등극했거나 아니면 쿠데타라도 발생했거나.
‘잠깐 그러고 보니 시간이…….’
네마냐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지금이 제국 달력으론 어떻게 되지?”
“제국력으로?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 6557년이지. 그건 왜?”
“6557년…….”
큰물에서 놀지 않아 무심했지만, 의식의 한구석에 남겨 둔 기억 한 조각이 있었다.
“일단은 괘념하지 말고 우리 일에 집중하자고. 어쨌든 고블린 전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국이 모처럼 물꼬를 터 줬으니까.”
네마냐의 정리에 미하일도 달리 더 생각하지는 않고 쉽게 수긍했다.
“맞아. 수입하는 물자도 당장은 금수가 풀렸으니 괜찮겠지. 어차피 식량이나 옷감 정도가 수입의 전부일 테니까.”
“말 나왔으니 말인데, 아마포를 추가 수입하는 안도 계획해 봐.”
“아마포를? 이미 비상용으로 수입해서 비축한 것도 있는 데다, 우리 영지에서도 많이 기르는데도?”
“물론 쓸 계획이 있으니까.”
여전히 덜컹거리는 마차 위에서 네마냐는 미하일의 귓전에 대고 무어라 중얼거렸다. 무어라 되묻는 녀석의 소리는 마차 소음에 뭉개져 모양만으로 알아들어야 했다.
“응, 맞아.”
“아니. 아까 내가 말한 건 어디로 들은 거야? 사업을 더 벌일 돈이 없다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마차 사업처럼 무조건 들이대는 게 아니니까. 이미 검증된 사업 상대방도 있다고.”
그 말을 하면서 네마냐는 옆 좁은 팔걸이 공간에 올려 둔 편지를 툭툭 건드렸다. 그 뜻을 모를 리 없는 미하일이었지만, 믿기지 않는다면서 선뜻 물어왔다.
“피난민촌에서? 우리가 제공한 자원으론 생계유지가 거의 전부였을 텐데 어떻게 필기 재료를 생산했지?”
“너도 보면 신기할걸? 값싼 재료들로 주로 만들었는데도 기본적인 몫은 하는 녀석이던데.”
편지지를 집은 미하일은 섬유 종이를 만져 보면서 궁금증에 가득 차 있었다.
“그거 봐.”
네마냐가 웃으면서 그것 보라고 하니, 아닌 척 종이를 애써 접어 돌려주었다.
“뭐, 이야기를 들어볼 만은 하겠네. 안 그래도 기록용 파피루스 종이랑 양피지가 너무 수량이 달리거든.”
“아하. 내가 맞춰 볼까? 또 서기관들한테 항의 투서 많이 받았겠지.”
“어, 정답!”
얘기만 들어도 지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갖가지 점잖으면서도 빡치게 하는 항의 방식을 열거하는 재무관님이었다. 네마냐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제지술 도입이 확실히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지술의 도입은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1. 민간 위주로 시장에 공급. 사업 확장이나 섬유지의 보급, 가격은 불충분합니다. 하지만 초기 투자가 매우 저렴합니다.]
[2. 관 주도의 전면 도입. 초기 투자는 상당하지만 도입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도? 보급이 빠르며 가격 설정도 편리합니다.]
‘능력에 따라 투자비용이 달라질 수도……? 달라지거나 아니면 아닌 거지 그럴 수도 있다는 뭐람. 일단 밑져야 본전이다, 그런 소리겠지.’
다름 아니라 제지술 이벤트가 열리면서 두 가지 선택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실제 실행은 네마냐가 실제로 선언해야만 시작되는 것이었다. 여기서 시스템은 일종의 가이드 및 시뮬레이션 역할을 해 주는 모양이다.
“흠, 일단 어떻게 방법을 찾느냐에 따라 이벤트도 완전히 달라지는 모양이네. 게임인지 아니면 환상인진 몰라도 자유도는 상당히 높군.”
두서없이 되는대로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낮췄다. 덕분에 마차 소음을 뚫고 미하일에게 전해질 일은 없었다. 마차는 그렇게 계속 두 사람을 실은 채 새로 재건된 마을, 이리네폴리스를 향해 달렸다.
* * *
이리네폴리스(Irenepolis).
그 현판이 지난 수백 년간 버려졌던 마을 어귀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마을의 정체성을 간단하게 묘사하는 시가 걸렸다.
―나샤와의 붉은 피/ 흐르는 사람들/
―시간 속에 묻힌/ 바가반드/ 폐허에 이르다
“나도 여기에 와 보는 건 석 달 전이 마지막이었는데, 지금은 비교도 안 되네.”
미하일의 말에 현판에 주었던 시선을 저 언덕 위쪽으로 향했다. 덜컹대는 차창 너머로 튼튼히 쌓은 담벼락이 보였다.
“내가 반년 전에 왔던 거기가 맞는 건가? 그때는 온통 초목에 뒤덮인 잔해였는데.”
“그만큼 영주님께서 관심을 주신 덕분이기도 하지. 우리 행정관들이야 어디 난민촌에 도시를 세우느냐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알 만도 하겠다. 그래서 그 뒤에 네가 주요 행정관들 물갈이 시작했었지. 이젠 충성파를 제외하면 다 해임되었지?”
미하일은 당연한 결과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기존 행정력을 쥐고 있던 사람들을 쳐 내고 그 공백을 차지하는 일이다. 공백을 곧바로 메꿀 수 없는 갓 부임한 영주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나 미하일은 해냈다.
“어서 오십시오, 영주님.”
“타니엘 공자! 오랜만이군.”
알마스트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장남인 타니엘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나이는 영주보다 많다지만 지위의 차이는 컸다.
“바쁘신 와중에도 도시를 방문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이리네폴리스 준공이야말로 함께해야지. 바가반드에 사는 모두가 주민이라고 자랑하는 땅을 만드는 게 내 바람이니까.”
“그게 뭐 영주님만의 바람일까요. 우리 모두가 갖는 바람이지.”
미하일의 대꾸에 네마냐나 타니엘도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어서 가시죠. 간단한 준공 의식은 모두 준비됐습니다. 어머님께서도 기다리십니다.”
“음.”
서둘러 도시의 정문으로 들어선 네마냐 일행은 깜짝 놀랐다.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꽃향기와 향신료 냄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근처의 모래를 가지고 찍어낸 누런색 벽돌과 구워낸 붉은 벽돌로 문양을 이룬 도시가 펼쳐졌다.
“광장도 온갖 치장을 다 갖췄어. 이전에 봤던 그 거리랑은 완전히 다르잖아.”
“어서 오십시오.”
놀랄 틈도 없이, 알마스트가 다가오더니 바로 연단 위로 안내했다. 앞장선 알마스트 역시 기사단장이 입을 만한 옷을 입은 채 앞장섰다. 아마도 남편인 기사단장 생전에 세트로 만든 옷이었겠지.
―와아!
연단 위에 초록빛 망토를 두르고 나온 네마냐를 향해 주민의 찬사가 쏟아졌다. 영지 본토의 공장과 광산에 취업했던 가장들도 오늘만큼은 영주청의 조치로 휴가를 받아 돌아왔다.
“흠흠, 과한 찬사를 보내 주시는군요. 우리 주민들도 이제는 덤덤하게 반응하는데.”
“그야 그렇지 않을까요. 구제와 동정 또는 배제의 대상으로 보지 않은 유일한 분이었으니까요.”
“그, 그런가요.”
살짝 민망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다시 냈지만 알마스트는 쉽게 거둘 생각이 없었다.
“그럼요. 같이 가자며 여러 방법을 함께 도와준 영주가 달리 어디 있었을까요.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몇 마디 답을 주시지요.”
“답이라…….”
머릴 긁으며 앞으로 나섰다. 피난민을 도운 건 대단한 대의 때문은 아니다. 다만 이미 영지 근교까지 출몰하는 고블린을 막으려면 지푸라기 하나라도 필요했다. 고블린 적대심과 경험이 높은 나샤와 피난민들이라면 지푸라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치가 있었다.
“이리네폴리스의 완성을 축하합니다. 이제 여러분들께도 나샤와만큼은 아니겠지만 작은 위안이 될 고향이 생겼습니다.”
박수의 물결이 낮게 울려 퍼졌다. 네마냐가 입을 떼는 신호를 보내자 다시 조용해졌다.
“도시의 이름은 인상적입니다. 이리네, ‘평화’라는 뜻이었죠? 비록 지금 우리의 세계가 얼마나 평화에 가까울까 생각한다면, 음…….”
박수도 호응도 없었다. 그저 사람들은 제각기 기억 속에 각인된 ‘그날’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그럴듯해도 반드시 신념은 시험받을 때가 올 것이었다.
“머지않아 다시 한번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는 시간이 올 겁니다. 거짓을 말하면 모르겠지만 저는 코앞에 뿌리를 내린 고블린을 두고도 거짓부렁을 칠 담력은 없어서요.”
옅은 웃음이 사람들 사이에서 흘렀다. 대부분은 체면은 둘째치고 그 이야기에 긴장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고블린 소식에 패닉에 빠져 멋대로 도망치던 사람들이었으니.
하지만 네마냐는 현실의 냉혹함을 이야기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린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고블린의 수작을 우린 다르빌에서 막았으며, 성산 마시스에서 꺾었습니다. 저들이 이곳 평화의 도시로 온다면, 그러라고 합시다.”
각자 복잡한 사연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이쪽을 바라보았다. 꽤나 도발적인 멘트로 먹혔을까. 결정적인 부분은 마무리로 넣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우리는, 이 평화로운 도시에서 싸울 겁니다. 산과 언덕 그리고 시가지에서 싸움을 이어 갈 겁니다. 우리의 살아갈 자유라면 그럴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말을 마친 네마냐는 물론 거기서 끝낼 생각은 아니었다. 안쪽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작은 주머니를 꺼내 열었다. 거기서 나온 것은 바로…….
“성정석이 들어간 결계 장치? 영주님, 그걸 주러 오신 겁니까?”
공자 타니엘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벌써 영롱한 빛을 내는 마정석 장치는 한눈에 보아도 무척 고급품이었다.
“그럼요. 이거야말로 주민과 영주의 정당한 보호 서약을 위한 도구인걸요. 당연히 드려야죠.”
번쩍이는 빛과 함께 신생 이리네폴리스가 반투명한 결계로 덮였다. 네마냐가 처음 도시에 들어서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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