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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110화 (110/200)

110화

“모두 인사해. 에데시온의 아카데미 총장 펠기세스 님께서 알선해 주신 대마법사셔. 앞으로 한동안 우리와 함께 해 주실 거야.”

“……반갑습니다. 키마라스입니다.”

인간들의 인사법을 알 리 없는 키마라스였다. 네마냐가 미리 오기 전에 언질은 줬지만 옆구리를 찔러 입력한 뒤에야 인사가 나왔다. 다행히 별 이상을 느끼지 못한 동료들은 무난하게 인사를 나눴다.

“하라드에 이어 또 대마법사라니, 정말 어디서 그런 인맥을 또 잡았는지……. 아, 아무튼 반갑습니다. 영지 재무관인 자작 미하일입니다.”

“반갑군. 이쪽은 소개를 듣지 않아도 알 것 같군. 그 하스페다의 후손이신…….”

“제 가문을 아시는 모양이군요. 그런 사람은 이제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일라입니다.”

“아, 당신도 잘 알죠. 예전에 당신의 고조할아버지…….”

순간 누구보다도 빠르게 위험을 탐지한 네마냐가 재빨리 키마라스의 손을 틀어쥐었다. 새파란 젊은이가 처음 만난 사람의 고조부를 통해 자신을 안다고 하자.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분명히 미친놈 아니면 뭔가 수상한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겠지.’

키메라의 정체를 바로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이 자리에 모은 네 명의 일행만큼은 이미 네마냐와 키메라의 관계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정보가 새어 나갈 가능성은 처음부터 막는 게 낫다는 게 네마냐의 생각이었다.

“이분 조상 시절부터 하스페다 가문과 면식이 있다더라고요. 마정석과 관련해서 이것저것 이야기가 오갈 때가 있었다고.”

“아, 그런 얘기였나. 난 또 고조부 얘기가 나오길래 뭔가 했지.”

잠시 이상한 표정을 짓던 아일라는 자신이 뭔가 잘못 들은 것이라며 수긍했다. 남몰래 안도의 숨을 몰아쉬는 네마냐를 경악한 표정으로 보는 하라드만 제외하면 모든 게 정상이었다.

“설마, 형. 정말 성수 키메라를 여기로 데려온 거였어? 어떻게 한 거야? 그리고 에데시온이라니 그건 무슨…….”

“하하…… 일이 그렇게 되었다. 워낙 일은 급한데 손이 모자라서 말이야. 내가 믿을 만한 마법사를 초빙했다고 했잖아. 이 녀석이 바로 그 마법사라고.”

“세상…….”

“그러니 부탁 좀 하자.”

귓속말로 두 사람이 속닥이자 미하일도 수상한 기색을 눈치챘다.

“또 뭔가 작당을 한 모양이군, 네마냐. 지금이라도 순순하게 고백하면 죄는 묻지 않지. 또 어디다 돈을 썼어, 이번엔?”

“돈이라뇨, 재무관님. 내가 어디 헛돈 한 푼이라도 쓴 적 있었나?”

“아뇨. 하지만 항상 조급한 지출로 내 탈모의 지대한 원인이 되셨지.”

“뭐, 아직 빠질 머리는 많이 남았는데.”

약이 오른 듯한 미하일과의 문답에 키마라스를 제외하고 하라드와 아일라는 웃음을 지었다.

“둘이 아직도 여전하구나. 티격태격한 게 그나마 오랜만에 사람 사는 기분이네.”

“그래도 이제 미하일 형이 더 탈모 걱정은 안 해도 될 겁니다. 탈모 방지 마법보단 확실히 더 빠른 해결책을 얻었으니까.”

키마라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하라드의 그 이야기가 무슨 소리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 저번 다르빌에 생돈으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겠다고 할 때 칼 들고 찾아가려다 단념하길 잘했지.”

미하일이 울분의 앙금을 털어내며 서류철을 하나 내려놓았다. 사각형으로 잘 다듬어낸 양피지 문서였다.

“작년에 처음으로 적자 예산을 벗어난 다음으로 기분 좋은 소식이야, 영주님. 에살하톤 상단과 관계를 한 단계 올리기로 했거든.”

“산업기지 건은?”

“이걸 보시고 말씀하시죠.”

네마냐는 팔을 뻗어 서류철을 넘겨받았다. 양피지 두어 장으로 구성된 문서는 자세히 보니 계약서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최상단에는 에카톤이라는 게람나 글자가 쓰여 있었다. 공증인이 그 밑에 에카톤을 제국어로 읽은 ‘에살하톤’을 하야스단어로 적어 놓았다.

“번듯하게 계약서까지 제대로 썼군. 비밀사항 때문에 이전엔 엄두도 못 냈는데.”

처음으로 독점 계약을 체결할 때는 정작 계약서를 남기지 못했다. 어떤 물증으로 묶어 놓게 되면 반드시 제국 동부 상회나 하야스단의 상인들이 상업권 침해로 물고 늘어질 테니까.

“그때도 어쨌건 가능은 했지. 다만 상인들이 법정으로 싸움을 끌고 가면 앞으로 사업을 2년이고 3년이고 질질 미뤄야 했을 테니까.”

“이제 상단도 우리 영지도 입지는 든든해졌으니 그럴 걱정도 없고.”

미하일과 맞장구를 쳐 준 뒤 네마냐는 본격적으로 계약서를 읽어 내려갔다.

[바가반드 산업기지화 제안.]

[최초 제안: 바가반드 백 네마냐 나자리안.]

[제안 내용: 바가반드를 에살하톤 상단이 하야스단에 공급하는 상품 생산기지로 구축한다. 바가반드는 생산 공장이 들어설 부지를 제공하며 향후 5년간 일체의 지대를 면제한다. 그 기간 이후 지대의 설정을 논의한다.]

네마냐는 제안 내용을 손가락으로 짚어보며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미하일에게 물었다.

“우리 측 제안 내용은 미하일 네가 준비한 건가? 5년 지대 면제 조건의 부지 제공.”

“맞아. 그것 뿐은 아냐. 우리가 조세에서 상당한 양보를 제공하는 조건을 걸었지.”

“……반대급부도 대단하겠군.”

슬쩍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처음엔 다만 일자리를 확보하고 상당수의 자본을 투자의 형식으로 영지에 끌어들이는 계획이었다.

‘산업시대처럼 새로운 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 그렇다면 가난을 탈출한 방법은 자본이 많은 곳에서 돈을 수혈하는 것뿐이니까.’

“상단에선 일자리와 상품 우선 공급의 혜택은 기본적으로 제공하기로 했지. 거기다 우리의 온실 농업 연구와 여러 생산에도 추가 투자도 제안했다고.”

이것만 해도 여러모로 흡족한 제안일 것이다. 실제로 바가반드 측 제안 아래로 이어지는 [에살하톤 상단의 제안]은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염려되는 건 있어.”

“뭔데?”

잠자코 듣고 있던 아일라가 팔짱을 낀 채로 되물었다. 하긴 협상 테이블엔 각자 역할이 있는 사람은 모두 들어갔다. 그러니 마법사 대표인 하라드나 장인 대표인 아일라도 모를 리는 없겠지.

“이 상품 우선 공급과 어떤 면에선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 말이에요.”

손가락으로 해당 조항을 짚으며 네마냐는 아일라를 바라보았다.

“마정 합금, 그러니까 아콜타데리움이나 기타 무기, 식량 같은 부분이 좀 걱정이에요. 우리한테 절실하고 적에겐 공급해선 안 되는 부분이니까.”

“에이. 보두앵 지부장이 바보도 아니고. 고블린한테 그런 안보 물자를 수출하겠어?”

“아니. 영주 형이 지금 이야기하는 건 고블린만의 이야긴 아닌 것 같네요. 오히려…… 조금 더 예민한 상대 얘기인 것 같은데.”

하라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네마냐는 오른쪽 팔로 턱을 괸 채 앞쪽 탁상에 몸을 기댔다.

“마탑, 바난드의 서부 반란 세력 등에 대해선 교묘한 수출 제한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야스단의 전쟁엔 지원도 한 적 없는 중부산맥이나 중부 건너 산맥 남쪽 영지와 나라도 제한을 둬야죠.”

지난 생에선 정보도 없이 다가온 전쟁에 내던져진 하야스단 사람들. 마탑, 제국 등 야심가들 사이에서 무력한 이들은 형제를 의지해야 했다.

“우리가 어려울 때 손 하나 뻗지 않을 형제들이지. 나샤와, 황금 모래를 넘어 다르빌이 위험할 때 누구 하나 돈 몇 푼이라도 보낸 적이 있었나?”

네마냐가 물음을 제기한 상대. 그건 바로 콜카신 왕국 등이 산맥 몇 개 너머 풍요와 번화함을 자랑하던 남부 저지대였다.

“그 정도로 사이가 나쁠 건 있나? 어차피 인간이라면 다들 먼 친척이지 태생부터 적인 건 아닐 텐데.”

키마라스의 첫 마디. 고고하게 깨끗한 공기를 마셨던 성수는 영영 모르겠지. 위기 상황에서 발동되는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인간의 심리는 차원을 넘어서도 마찬가지로 발현된다. 하야스단의 ‘인간’이 이서준의 기억 속에 있는 ‘인간’과 정확히 동일한지는 모를 일이지만. 네마냐는 비린 미소로 키마라스에 대답했다. 아니, 그 형식을 빌려 모두에게 대답하는 거지만.

“바난드가 식량이 부족해졌을 때 왜 저지대 국가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혈통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라며. 왜 원한이 있는 제국의 원조를 청한 걸까?”

“가장 가까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었어?”

그때 나온 대답은 네마냐가 아니었다. 모두의 시선이 오늘 막 도착한 마법사 동료에게로 돌아갔다.

“십 년 전. 낯선 군대가 들어와서 하야스단을 결판을 냈다. 그리곤 고블린과 양분하자고까지 했었지. 나중에 다시 계략으로 고블린을 막아 내고 하야스단 절반을 장악했지만…….”

“정확한 얘기야. 나도 구체적으로는 몰랐고, 절반은 알고 있었지.”

“하라드 군한텐 확실히 도움이 되겠죠.”

아일라와 미하일이 차례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훈수를 마저 덧붙였다.

“그렇구나. 에데시온에서 내전 부분은 배웠지만 그런 알력이 있는 줄은 몰랐어.”

“쉬쉬하는 거지, 여태까진. 저들도 나름 제국과 충돌하지 않으려고 모르는 척할 뿐이고.”

이야기를 길게 해 봐야 씁쓸하기만 할 뿐이다. 그나마 바난드를 중심으로 너무 늦기 전에 광산 자주권을 인식한 건 다행이었다. 먹고 살 기반이 없는 이 황량한 고원이 살아남으려면 오직 이것뿐이다.

“그래도 그 등쌀들 사이에서 우리 정도면 일단 살아는 남았다고 할 수 있겠지. 더군다나 이제 공장들도 세워진다면 더 눈치 볼 것도 없고.”

“그 말이 맞지.”

네마냐는 미하일의 정리에 고개를 끄덕인 뒤 옆에 놓인 협탁의 종을 가볍게 쳤다.

“무슨 일이세요. 주군.”

이전 사저에서 살 때와는 달리 움직이기 편하면서도 세련된 옷. 헬레나 유모가 지시사항을 적기 위해 필기구를 든 채로 들어왔다.

“이제야 제대로 영주 집사장 겸 기록관의 위엄을 갖추셨군요.”

“덕분에 그나마 영주관에 쌓여가던 문서와 처리되지 않은 명령들이 해결되었지. 수고 많았어요, 헬레나.”

“후후, 이래 보여도 제가 한때는 학자 집안 출신이었답니다. 제가 일할 자리를 찾았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바쁘게 밖을 쏘다니고 또는 영지 쟁탈전과 전쟁에 휩싸이느라 정신없이 보낸 한 해였다. 늦게나마 영주관 근처 사저에 머물게 했던 헬레나에게 집사장 겸 기록관 자리를 제공한 건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래, 헬레나가 한때 문헌학에 정통했던 학자의 자식이었지. 가세가 기울어서 여의치 않았을 뿐이지.’

이전의 생에선 그런 것도 헤아리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린 게 아쉬울 정도였다. 특히나 방대한 문서 업무와 행정 사무를 이해하는 힘은 네마냐도 때때로 감탄할 정도였다.

“저기. 준비할 지시사항은 뭔가요.”

“아, 내 정신 좀 봐. 이 계약서를 가져가서 사본 작성하고 미하일에게 주세요. 원본은 공문서고에 보관해 주고.”

“에살하톤 상단과의 계약이네요. 빠르면 오늘 저녁까지 될 겁니다.”

“언제든 믿고 있어요.”

시선을 교환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네마냐가 부모를 일찍 여읜 뒤로는 부모의 품을 제공한 것도 헬레나였으니까. 바난드 길드의 마차에 치이기 전까지의 기억만으로도 이미 애틋했다.

―탁.

문이 닫혔다. 잠시 감상에 젖었던 네마냐는 자신의 앞에 앉은 네 명의 사람을 떠올렸다. 평정을 되찾은 마음은 이미 다음 계획을 떠올리고 있었다.

“참, 고블린 문제는 조금 괜찮아진 거야? 급하게 내전으로 달려가더니 금세 또 달려와서 급한 줄 알았는데.”

아일라의 예리한 질문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급박해 보였으니 언제든 출발할 수 있게 자신도 무장을 해 둔 상태였다.

“그것 때문에 보름 전에 여기 키마라스 경을 모셔서 타위비크 쪽을 맡아 달라고 했어요.”

“정보대에서…… 아, 이 이야기는 공개해도 될까? 바흐람은 괜찮지 않겠냐는 얘기도 하던데.”

“좋아, 내가 허락하지.”

미하일이 풀어낸 이야기는 간단했다.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려던 고블린 군단은 자신들의 방식을 부정하는 동족을 치기로 했다. 그 목적지는 나코르잔.

“그러니까 나코르잔이 무너지는 순간이 끝이란 거야? 곧바로 대군이 하야스단 중앙으로 밀려들었을 거다, 이 소리고?”

“정확히 봤어, 하라드.”

“타위비크가 왜 갑자기 나코르잔을 지원했나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 어쨌거나 인간과 고블린이 손을 잡다니. 충격이네.”

“적어도 그 덕분에 당황한 고블린 군단이 이곳으로 달려오진 않으니까. 앞으론 기존 상식도 많이 뜯어고쳐야 할 거야.”

그리곤 네마냐는 옆자리 협탁의 서랍을 열었다. 똑같은 제목의 책이 여러 권 튀어나왔다. 탁자 위에 놓인 책 한 권을 키마라스가 집어 들었다.

“오호, 이거 오니아스의 책인데.”

“뭐? 대마법사 오니아스의 책이라고요? 구할 수도 없는 그런 보물을!”

“내 집에 은근히 귀한 도서가 많았거든. 부모님이나 헬레나 유모 모두 ”

키마라스라면 아마도 오니아스 정도의 대마법사를 아는 모양이지. 하라드도 오니아스 이름에 귀가 뜨인 듯 책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우리 세계 바깥의 역사』를 한 권씩 집어 들게 되었다. 모두 7권이었다.

‘이제는 팔지도 않는 책이라 구할 수 없었지. 집에 겨우 한 질 있는 책을 서기관들 부탁해서 네 질 필사하느라 참 미안했어. 그래도 결과물이 나오니 좋긴 한데.’

고블린 사회가 원래 인간과 어떤 관계였는지를 담은 그 책. 그리고 어쩌다 군단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것을 담은 그 책이다.

“자, 모두에게 과제를 줄게요. 이 제칠 권을 꼼꼼하게 읽고 나코르잔 고블린들과 우리의 관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을 짜보도록 해요. 숙제입니다.”

상대방을 모르는 데서부터 두려움이 나온다. 그 감정에서부터 혐오와 분노가 산출된다. 알고 이해하려고 드는 데서 그런 감정을 억누를 수 있었다.

‘적어도 적을 줄이고 아군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시야를 열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

난데없는 숙제를 받아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 유명한 대마법사의 귀한 책을 받아 기뻐하는 하라드까지. 그때 누군감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문을 두드린 것은 시종 집사 스프란체였다.

“영주님.”

“무슨 일이지?”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영주님께서 반기실 것 같아서 염치 불고하고 두드렸습니다.”

“어지간히 귀한 손님이신가 보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도는 이미 잘 알게 된 스프란체. 그가 이렇게 얘기한다면 여기서 물을 필요도 없었다.

“그럼, 여러분께 과제를 남기고 이 영주는 그만 물러가도록 하죠.”

“하……. 이제 돈의 악몽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난데없는 독후감을…….”

“너무 푹 쉬면 나중에 다시 재정 계산을 못 하게 된다고. 열심히 해야지.”

“저게!”

웃음소리와 함께 손을 흔들며 네마냐는 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스프란체와 함께 단둘이 남았다. 웃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았다.

“가자고. 그런데 대체 누가 왔는데 이렇게 당신도 서두른 거야?”

“아직 기억하십니까. 알마스트 경.”

어찌 잊을까. 바가반드의 나샤와 피난민 촌락을 담당하는 사실상의 지도자. 바흐람의 정보대 인력과 자경대를 제공하고 지원을 받기로 거래했던 거래 파트너.

“설마 알마스트 님께서 직접 오셨다고?”

“네, 그렇습니다.”

“당신이 바쁘게 뛰어올 만했군. 어서 가 봐야겠어. 뭔가 소식이 있나 보군.”

한동안 재건 과정에 대해 궁금했어도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밀렸던 곳이다. 사실상 버려진 피난촌에 생필품 지원 조금 하면 그만일 뿐이라 영지에만 집중했던 탓이다.

“나쁜 소식은 아닐 것 같아. 여태껏 자질구레한 문제도 없었던 걸 보면 오히려 좋은 소식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제가 봤을 때도 표정은 밝아 보였습니다.”

단숨에 바가반드의 인구를 두 배로 불려주었던 피난민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한갓 골칫거리가 아닌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문득 들었다.

“준비 다 됐어. 갑시다.”

바가반드를 상징하는 X자 문양이 달린 파불라를 다시 꽂았다. 두 사람은 성큼성큼 어둑한 복도 속으로 걸어갔다.

- 111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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