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101화 (101/200)

101화

[바가반드 경 귀하.]

[바가반드의 군을 거느리고 달려온다는 것에 대해 하코브 형님을 대신해 감사드리네. 엘레나를 지지하는 영주들은 차차 마브리쿠폴리스에 모이고 있네. 남북에서 수도 아니를 압박하는 게 좋을 것 같군.]

“남북에서 압박이라.”

네마냐가 읽던 두루마리를 말아 탁상 위에 올려 두었다. 동행한 보급 장교 코마크가 서찰을 마저 읽어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석적인 전략이군요.”

“그렇지. 강줄기를 따라 남북에서 압박을 가하면 어차피 도시는 곧 마비될 거야.”

“좋긴 합니다.”

하지만 코마크의 대답은 생각보다는 그렇게 시원시원하지 않았다.

“뭔가 생각이 있나 본데. 무슨 생각이야.”

“크게 문제는 아닙니다만, 펜자르크 백작은 워낙 잔혹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잘못하다간 인명피해가 크지 않을지…….”

“놈이 농성이라도 하려 들 거란 말인가?”

“주민들을 화살받이로 내세울 수도 있죠.”

“으음.”

그래. 룰 안에서 행동하는 건 룰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규칙을 벗어난 플레이어는 아예 생각도 못 하게 된다. 그러나 만에 하나, 생존을 걸고 플레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쿠데타의 전형적인 논리지. 어차피 살아나기 글렀으니, 규칙을 뒤엎어 버리자는 거야.’

네마냐는 미간을 가볍게 짚었다.

“그 건은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쳤군요.”

“아니야. 맞는 말이지. 그래도 어지간하면 선을 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걸 기대할 순 없겠지.”

이미 인간들 사이에선 금지 법률까지 만들어진 적마정석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었다. 제국의 마법성 감찰 조직에 발각되면 척살령이 떨어질 그림자 던전도 개의치 않고 쓰고 있었다.

“전면전으로 뚫는 건 위험하려나.”

“상단은 어떻습니까.”

“에살하톤?”

“상단은 전쟁과 상관없이 그래도 물자 운송이 가능하고 정보 제공도 가능하니까요.”

그 말이 정확했다. 상단의 협조를 받는다면 내부의 틈을 노릴 수도 있고, 비밀리에 잠복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마냐는 고개를 저었다.

“상단에 피해가 갈까 걱정하십니까.”

“그들은 이미 우리와 협조 관계라는 점만으로도 곤란한 상태일 거야. 이 상황에서 적어도 도움을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우리가 움직이는 건 염치가 없지.”

“그렇군요. 하긴, 이미 상단도 엄중 경계를 받고 있을 테니 더 손해를 입히는 것도 쓸모가 없긴 합니다.”

“내 말이.”

몸을 일으킨 네마냐는 휘장이 쳐진 지휘소의 가장자리로 향했다. 슬쩍 커튼을 걷자 구불구불 강물이 흘러내려 오는 상류 구간이 저 멀리 드러났다.

“뭐, 보두앵이 직접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거라면 모양새는 정말 좋겠지만.”

“일단 공격을 취할 준비는 하겠습니다. 마브리쿠의 엘레나 공주께도 연락하겠습니다.”

“일단 부탁하지.”

네마냐는 곧 다시 혼자가 되었다. 초겨울의 안개가 하얗게 공기를 메웠다. 마음 같아선 자신과 기사들만 대동하고라도 어서 수도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주변의 영지 몇 군데가 합류했다지만 펜자르크는 왕성 아니 인근의 주요 왕국군 기지를 장악한 상태였다.

“우릴 막고서 놈들이 북진을 해버리면 각개격파 당할 수도 있으니 시간을 주면 안 되는데…….”

네마냐는 그렇게 한참을, 보이지도 않는 아니 쪽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그러다 시선 끝자락에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딘지 낯익은…… 저 배!”

전쟁의 기운을 느끼고 모두 철수한 강물 위로 외로운 상선 하나가 돛을 활짝 편 채로 내려오고 있었다. 검은지빠귀 새를 그린 하얀 깃발은 오직 하야스단에서 에살하톤 상단만이 사용하는 상징이었다.

“어떤 이유로 연락을 해 온 걸까. 반란 행위로 표적이 될 거란 건 누구보다도 보두앵, 그 녀석이 더 잘 알 텐데.”

갸웃대는 네마냐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선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물살을 헤쳤다.

* * *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마냐 영주님.”

“아…… 당신은.”

이내 코마코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온 사람. 바로 보두앵의 움직임을 곳곳에서 뒤따랐던 사람이었다.

“귀하의 이름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이름을 물으며 네마냐는 손을 뻗었다. 상대는 잠시 멈칫하더니 역시 손을 내밀어 잡았다.

“헤르베라고 합니다. 바가반드 신임 지국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앉으시지요.”

앉으면서 네마냐는 헤르베의 소개말을 곱씹었다. 신임 지국장이라. 마침 바가반드에도 그럴듯한 지국이 세워졌던 참이다. 만약 내전 중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지국장 관련 이야기가 오갔겠지. 아주 자연스러웠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인사를 드리게 되어 민망하군요. 하지만 그럴 만한 사정은 있었습니다.”

“사정이라니…….”

헤르베는 조심스럽게 아까 전부터 차고 있던 허리춤의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잡힌 것은 조그만 펜이었다. 필기감을 높이기 위해 이곳 사람들은 깃털 바깥으로 밀랍을 두텁게 발라 사용했다.

“하도 검열이 심해서 이렇게 할 수밖엔 없었습니다. 수도에선 지금 왕의 봉인 서한조차 맘대로 뜯기고 검열되는 상태라지요.”

“거기에 편지가 있다는 거군요. 밀랍 안쪽에 묻어 놓은 건가? 머리가 좋습니다.”

“궁하면 곧 통하는 편이죠.”

헤르베는 네마냐가 건네준 촛대를 받아 내려놓은 뒤, 밀랍으로 된 펜을 뜨겁게 덥혔다.

—스윽.

밀랍이 몽글몽글 풀어지자 곧바로 꺼낸 뒤 편지용 칼로 밀랍을 뜯어냈다. 어느 정도 떼어낸 후, 신임 지국장은 네마냐에게 양피지를 건네주었다.

“솔직히 보두앵이 연락을 취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상단이 나랑 특수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피해를 보기 쉬우니까요.”

“그런 일로 망설일 저희 지부장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미 피해는 받고 있습니다.”

“……이미 손을 댔다고?”

생각보다도 펜자르크는 퇴로라곤 생각하지도 않은 채 달려든 모양이었다. 헤르베는 이미 아니 지부의 금속류와 곡류 등이 모조리 압류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지부장께선 딱히 곤혹스러워하진 않으셨습니다. 이미 편을 명확하게 나눈 이상, 감수해야 하는 문제니까요.”

“상인으로선 쉽지 않은 결단일 텐데…….”

“하루 이익만을 내다보는 소상인은 아니니까요. 저희는 영주님께 미래를 보았으니 기꺼이 앞으로도 함께할 겁니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사실, 이렇게라도 짚어 주지 않으면 지레 걱정해서 움직이지도 못할 거라는 지부장님 말씀도 있으셨습니다.”

“하하.”

우리들의 계약 관계는 그렇게 허술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얼마든 사용하라는 전언. 회귀 이후에 새로 맺은 관계는 친구가 아니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보기 좋게 어긋난 부분이었다. 그건 기분 좋은 어긋남이었다.

“말씀을 들으니 어떻게 방어를 뚫어야 할지 생각이 드는 것 같군요.”

“주민을 인질로 삼지 못하도록 막는단 말입니까? 어떻게요?”

“우선, 아니의 신관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내부 저항을 일으켜야 합니다.”

아무리 왕국군 기지 몇 개를 장악했다지만 아쇼트 왕자는 병력이 많지 않았다. 펜자르크가 비밀리에 잠입시킨 수십 명 정도의 호위대와 정규군 6백 명. 엘레나와 바누라트가 준비한 병력을 자신과 합치면 족히 3배는 될 것이다.

“다만 그 세 배의 병력 차이를 무시할 수 있는 원인은 그림자 던전 때문이죠. 그 저주받은 기운을 막지 못하면 승산은 없습니다.”

“그래서 신관회를 생각하신 겁니까?”

네마냐는 헤르베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마음에 들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신관의 신성력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특정한 방식과 특정 조건을 지켜야 합니다.”

“음, 참 까다롭군요. 저희 같은 일반인은 그림자 던전이란 게 있다는 것도 처음 안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제가 걱정되는 것도 그래요. 어쩌면 신관들도 아예 처음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림자 던전 전쟁으로 촉발된 대전쟁은 역사서에서도 이젠 다루지 않는 주제다. 불과 5대조 조상만 올라가도 이름을 모르는 게 대부분인데 500년 전 전쟁을 어떻게 헤아리겠나.

“어쨌거나 잘 됐습니다. 전면전은 어려울 것 같아서 잠입 작전을 할 생각이었으니까요.”

“설마, 직접 들어가실 생각입니까?”

“들어가야죠.”

당연한 걸 묻는다는 네마냐의 반응에 헤르베는 살짝 당황했다. 여러 번의 실력 발휘가 있었다지만 적진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겠다는 게 어색한 모양이다.

“조금 재고를 하시죠. 모든 출입 인원과 물자는 펜자르크의 입회 아래 직접 검열합니다. 영주님은 펜자르크와 면식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역시 던전 경험도 있고 대처법도 익힌 내가 들어가는 게 옳을 텐데.”

물론 신관은 다른 종류의 마나를 쓰지 못하는 대신 압도적인 신성 마나를 쓸 수 있다. 그냥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필요한 요령을 써서 보내 줘도 됐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선 한 번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됩니다. 그래서 직접 갈 수밖에 없다는 거고요.”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제가 달리 도와드릴 일이 없습니까?”

“왜 없겠습니까.”

보두앵 녀석이 기왕에 얼마든지 열심히 써먹으라고 허락을 내주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얼마든지 유용하게 사용할 뿐이었다.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지국장님. 이번 기회에 우리들의 합을 보여 줍시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몰라 살짝 걱정스러운 안색의 헤르베. 네마냐는 내부 도움 없이는 해내기 힘들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 *

마브리쿠폴리스는 닷새 만에 다시 사람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반군을 진압하러 온 정의의 군대다!”

“난리를 평정해 주세요!”

“잘하고 있다!”

북부 영지들은 왕의 동생 바누라트와 엘레나 공주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들 중에도 여자 상속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것이 ‘펜자르크’라는 존재.

“딸을 통해서 사위 가문으로 영지가 넘어가는 걸 두려워하는 소규모 제후들도 많이 왔군요.”

“바바스, 굳이 그걸 우리한테 얘기할 필요는 없네. 괜히 기분 이상해지니.”

밖에서 속속들이 진입하는 군사들을 지켜보는 바바스의 감상평에, 바누라트가 빵을 찢으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잠시 영주들이 앉은 자리에서 너스레에 감탄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결과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만큼 펜자르크를 의심하는 것이겠죠.”

“북부와 동부는 그렇겠지. 하지만 서부의 1/3은 펜자르크를 지지하고 있어. 하야크 내전 시절에도 우리를 혐오하던 자들이니까.”

펜자르크가 기습적으로 수도를 점령하던 그때, 바누라트는 매수된 장교들의 배신으로 홀로 도망쳤다.

“펜자르크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걸세. 북부와 서부 전체를 적으로 돌리더라도. 아주 거침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도 않고 움직일 거야. 뒤가 없어, 뒤가.”

아니의 길드장은 급히 이탈해 자신의 저택과 세력이 있는 마브리쿠폴리스은 물론, 큰 영지를 돌아다니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당수, 특히 동부 대부분 영주는 상당히 매수된 상태거나 움직이길 꺼렸다.

“그들의 배후에 대해서는 달리 알아보지 못하셨습니까? 영주들이 펜자르크를 싫어해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라면 뭔가 배후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 그런데 힘쓸 여유도 없었고. 하지만 정황상 고블린과 연계한 건 맞고, 어쩌면…….”

“어쩌면?”

바바스가 따라서 물었다. 바누라트는 입술을 한참 곱씹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아직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 그보다 엘레나 전하는 어디서 뭘 하고 계시는지…….”

“오라 검술을 기사들과 함께 수련하고 계십니다. 지케른에 가신 뒤로 실력이 말도 못 하게 느셨더군요.”

“작고한 호슨 경이 이제 진짜로 궤적만으로 노을을 베어 버리는 실력이라고 한 게 벌써 3년 전 일이지. 최근엔 고블린과 실전도 많이 치르시기도 했고.”

“대련과 훈련 모습을 본 병사나 기사들이나 한결같이 입을 모아 감탄뿐입니다. 저런 분이 왕이 되시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옳소’를 외치는 두어 사람과 고개만 조용히 끄덕이는 네댓 사람이 있었다. 자리에 참석한 십여 명의 사람들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순간 바바스의 표정도 살짝 굳었다.

“애송이처럼 당황하지 말라고. 우선은 결집한 힘으로 펜자르크부터 치우는 게 급하니까. 그렇지 않소, 여러분들? 내심이야 어떻든, 외계의 침공은 막아야지.”

“말씀이 정론이군.”

“외계 침략이라니, 하하.”

방 안의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왕국의 미래에 대해선 바바스에 못지않게 바누라트의 고민도 깊었지만, 그 모든 것은 일단 왕국의 단결에 초점을 맞추고서야 가능할 과제였다. 10년간의 파괴적인 하야크 내전을 겪은 당사자인 바누라트로서는 뼈저린 교훈이었다.

“역시나 변수가 되는 건, 바가반드의 영지군 아닙니까. 왕국군 주력은 내란 소식에 일체 움직임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나라를 지켜야 할 왕국군 주력은 국경 수호 때문에 내전에 개입할 수 없다고 생각을 밝혔다. 진압군으로 쓸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격을 당하진 않을 것이니 다행이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되어 변경 영지 바가반드가 갖는 가치는 무섭게 올라갔다.

“어제 전서구로 향후 기동을 물어봤으니 곧 알게 되겠지. 조그만 기다려 보자고.”

“제국도 막상 개입할 생각은 없다면서 수상쩍은 움직임이나 보이고……. 하루라도 빨리 끝났으면 좋을 뿐입니다.”

“빨리 끝날 뿐 아니라, 잘 끝나야지.”

바누라트는 다시 잘게 찢은 빵 한 조각을 입에 넣어 맛없게도 씹어 넘겼다. 영주들도 각자 자신들끼리 이야기에 빠져 있던 그때.

“길드 마스터님, 바쿠란 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서구랍니다.”

“바쿠란의 전서구라. 거기서 달리 연락을 보낼 이유는 없을 텐데. 아, 파드가 군대를 거느리고 칼주안에서 돌아온 건가?”

“그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칼주안 관문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펜자르크 백작의 본대를 막을 수 있거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음, 아니라면…… 기대가 되는구나. 얼른 편지를 가져오너라.”

병사는 재빨리 품고 있던 조그만 두루마리를 꺼내어 들며 바누라트에게 바쳤다.

“어디…… 나자리안! 바가반드의 군대가 드디어 바쿠란까지 와서 움직일 모양이군. 기사 삼십 명에 보병 천 명의 병력이라고?”

“정말입니까?”

“다행이군요, 각하. 자그마치 천 명의 병력이 더해졌으니.”

“이제 반란은 거의 끝났군요, 으하하!”

하지만 반란이 끝났다는 투로 안심하는 영주들과 달리 바누라트의 표정은 굳어지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왜 그러십니까. 무어라 쓰여 있습니까?”

“나자리안 경이, 두 명의 기사와 함께 아니로 잠입을 한다고 쓰여 있다.”

“예? 곧 반란군을 진압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위험한 작전을 쓰다니요?”

“……이런.”

내용을 점점 읽어내려가는 바누라트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다. 엘레나가 대충 얼버무렸던 적마정석과 그림자 던전의 문제 항목에 이르자, 낯빛은 더욱 어두웠다. 조심히 편지를 내려놓은 바누라트는 다른 영주들에겐 이야기를 얼버무린 뒤, 바바스에게 귀엣말을 건넸다.

“지금 당장 엘레나 전하께 들어오시라 전하게! 시간이 급하니 당장 처리해 줘야겠어.”

알겠다며 바바스 경이 시선을 마주한 바누라트의 회색빛 눈동자. 잠시 찾아왔던 혼란의 빛은 사라졌다. 음울한 회색빛의 동공은 이미 침착함을 찾아가고 있었다.

- 102화에 계속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