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마나 징수제의 도입.
오랫동안 강한 정부가 없어 소유권 주장에 밀려 불가능했던 제도였다. 지주나 마탑, 상인 등 주민의 마나를 헐값에 사들여 부를 누리던 사람들은 이걸 위협으로 여겼다. 이른바 재산권 침해로 간주한 것이다.
―아니, 젊은 놈이 시작부터 인기몰이 좀 했다고 감히 이런 허무맹랑한 짓을 해?
―잠깐 인기야 얻겠지. 그런데 지주랑 유지를 무시하고 고블린과 어떻게 싸우겠다고?
비슷한 항의는 영주관으로 빗발치는 편지에서도 되풀이됐다. 개중에는 정중하게 격식을 차려서 허술한 점을 따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가스파리얀과 다를 게 있느냐는 분노 어린 편지도 있었다.
“재밌네, 재밌어. 여기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총공세야.”
네마냐가 고블린의 첩자라는 항의문을 읽고 웃음이 터져 나온 상태였다. 이미 흘러넘치고 있는 상자에 편지를 마저 던져 넣었다.
“이것들도 가서 칼로 싹 긁어내라고 해. 비싼 양피지로 허튼짓하고 있어. 재활용해서 우리 문서고에나 선물로 주자고.”
끙끙대며 미하일이 발로 대충 한 곳에 밀어 뒀다. 이미 몇 개의 상자가 그득 쌓여 있었다.
“끝나고 이틀밖에 안 됐는데 대체 어떻게 마탑에서까지 편지를 보내지? 역시나 그네들끼리 연락이 되는 건가.”
“뻔하지, 그 비싼 통신석이라도 갖춰 놨겠지. 하나에 금화 10개짜리지만 급한가 보지.”
“얼마나 조급한지는 알겠군.”
통신석은 보통 주홍석이라는 종류의 마석을 가공해 만들었다. 효율로는 적마정석이 좋다는 게 통론이지만, 붉은 돌은 600년 전의 던전 전쟁 이후론 인간들 사이에선 금기 대상이었다.
“특히 중요한 건 이 동네에서 고품질 통신용으로 거래되는 주홍석은 대부분 아라가트 산에서 채굴된다는 점이지.”
“아라가트, 마탑의 본산이잖아. 마탑이 이 문제의 배후에 있다고 추측하는 거야? 하지만 통신석의 매장지만으론 심증밖에 안 될 텐데.”
네마냐는 묵묵하게 서랍을 열고 안에 있던 서류 한 장을 꺼냈다.
“그래서 보두앵 지부장한테도 조사를 부탁했어. 아무래도 통신석 자체가 마탑의 공급에 달려 있다면 조심은 해야 할 테니까.”
“그래서 상단에선 뭐래?”
“이거 읽어 봐.”
미하일에게 건네준 종이는 상단에서 자체적으로 시장을 조사한 결과 보고였다. 진작부터 마탑이 독점한 통신석 시장은 보두앵이 보기에도 눈엣가시였다.
‘정보의 독점은 정보화 시대에만 먹히는 게 아니지. 마탑은 적어도 이 시점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아는 유일한 집단이고.’
비록 상대가 미래를 다 보지는 못한다고 해도, 바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얼마든지 더 교활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마탑처럼 세상에 관한 비밀을 꽁꽁 틀어쥐고 있는 곳이라면.
“……제국 방면으로의 통신석 수출을 일부러 줄였다. 시장 가격을 조작하면서까지 고원 일대로 통신석을 대규모 공급하고 있다. 마탑의 고위 결정 단계에서부터 합의된 사항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런, 쯧.”
미하일은 결론부를 빠르게 낭독하곤 곧바로 두루마리를 말았다.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본 모양이다.
“그래서 이 문제 관련으로 하라드를 보낸 건가? 에데시온(Edession)에 있는 마법 대학으로 간다고 했지?”
“그래. 대마법사에게 마탑의 폭주와 관련해서 대책을 논의해 보겠다더라. 큰 기대는 안 되지만 적어도 그쪽에도 경각심을 줄 순 있겠지.”
“쳇, 당분간 아일라 누님도 없고 심심하겠어.”
며칠 전만 해도 피곤하다며 아우성인 녀석이 미하일이었다. 언제든 낼 수 있게 사직서와 병가 신청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녀석이 이젠 갑자기 심심하단다. 근데, 뭔가 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네가 왜 심심해? 이제 더 바빠지는 건 넌데.”
“엉? 지금처럼 불만분자들 얘기나 좀 받아 주는 거 아니었어?”
어이없어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무슨 태연한 소릴. 당장 우리가 숨겨 둔 주홍석 원광을 개방하고 맞대응하려면 지금부터 뛰어야지. 게다가 영지마다 돌면서 세일즈, 아니 영업도 해야 해. 너와 나 둘이서.”
“뭐라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스프란체 집사가 들어온 건 미하일이 말을 꺼낸 동시였다.
“영주님, 말씀하신 마차와 호위 기사 몇 명을 준비시켰습니다.”
“벌써? 수완이 좋군, 스프란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일어섰다. 옷걸이에 미리 걸어 둔 겉옷을 걸쳤다. 역시나 진지한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검은색에 단순한 모양의 금수를 놓은 예복 종류였다. 스프란체는 옷의 태를 빠르게 잡아 주면서 몇 마디 주의를 더 속닥였다.
“총독부에서 곳곳의 도로에 다시 감시병을 배치하기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탑의 끄나풀이 어디 있을진 모를 일이오니.”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할게.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목숨과 함께 내버릴 생각은 없어. 나 없는 동안은 영지 관리를 좀 부탁하지. 결재할 일 있거든, 아일라 씨한테 받아 두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옷매무새 정리가 끝나고 스프란체가 비켜섰다. 미하일도 재빨리 겉옷을 챙겨 입었다.
“너도 진짜 갈 수 있겠어?”
나지막한 한숨과 함께 녀석은 어쩌겠냐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명색이 보좌관인데 내가 가야지. 자작 미하일 님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이번엔 봉급도 2배는 받아 낼 거다.”
“영주들 설득만 잘되면, 3배라고 못 주겠냐. 벌어들일 돈도 무시 못 할 텐데.”
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교환하곤 서둘러 집무실을 나섰다. 일각이라도 더 빨리 움직여 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암약하는 어두운 손길과 유언비어의 악명을 감수하고서라도.
* * *
처음으로 방문한 곳. 거긴 다름 아닌 지케른의 수도 켈리도니온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도성의 입구에서 내려 도보로 지나가야 했지만, 이번엔 경우가 조금 달랐다. 영주가 타는 쌍두마차가 마부의 호령과 함께 내달렸다.
―이럇!
마차 지붕 꼭대기엔 둥그렇게 깎인 수정석이 단단히 붙여져 있었다. 꽤 구하기 힘든 대규모 용량인 건 분명했다.
“햐, 여길 마차를 타고 통과하는 건 처음이네. 특이한 경험을 다 해 본다.”
“그만큼 신관회에서 우릴 중요한 손님으로 대한단 거지. 다르빌에서 제대로 데어 봤잖아?”
“아마 오늘 성국에선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휙휙 지나가는 저잣거리는 처음 여기에 왔을 때랑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여전히 너저분하고, 시끌벅적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일이 느리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듯.
“할 일이 많아. 다르빌에 자체적인 조직을 만들고 재건에 집중하려면 성국에서 어쨌든 결정을 내려야 해.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거든.”
“아, 그래서 신관회에서 너를 초청했다, 이거지? 누가 뭐래도 지금 영지 마나 이슈는 온통 너한테 쏠려 있으니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금세 도착했다며 마부가 알려 왔다. 깃털이 꽂힌 사냥용 프리기아 모자를 쓰고 내리려는 찰나. 문손잡이가 저절로 돌아가며 열렸다.
“어, 파드? 경이 왜 여기 있죠?”
“오랜만입니다, 바가반드 백작 각하. 갑작스러워서 당황한 건 알겠지만, 반가울 때는 인사로 반가움을 표시하셔야죠.”
어색한 정적이 약간 흐른 뒤 바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듬직한 손이 맞잡아 흔들었다. 놀람이 가시고 나니 이젠 반가움이 다시 몰려왔다.
“한창 바난드에서 바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보니 의욉니다. 그간 잘 지내셨고?”
“여러분을 모셔다드린 이후론 세상 편하게 살았으니까요. 이제야말로 평화를 누린 우리 군인들이 움직일 때죠. 자, 각하. 내리시죠.”
덕담을 나누면서 파드 경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미하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물었다.
“파드 경이 여기 있다는 건, 바난드 기사단도 움직인단 뜻이려나. 아니면 그냥 방위 동맹에 따른 행동일지.”
“정확하게는 후자입니다. 방위 조약. 성녀께서 제국에 고블린 문제를 정식으로 건의하면서 동시에 방위 조약 5조가 발효되었죠.”
암피에르 방위 조약 5조는 방위상에 변수가 생겼다고 규정하는 조항. 이 경우, 방위 조약에 참여하는 고원의 국가들은 군대를 보내 성도의 방어를 도와야 한다.
‘어쩐지 도시의 분위기가 다르다 싶었더니 각지 군대가 뒤섞여서 그런 거였나.’
네마냐는 어쩐지 긴장이 흐르는 도시를 훑어보았다. 비로소 이 늙은 도시도 움직이는 걸까.
“그래도 엘레나를 오랜만에 만날 수 있겠네요. 아, 단장이라 바로 만나진 못하시겠지만.”
“편지는 여러 통 받아 봤으니 충분합니다.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각하의 덕이 컸죠.”
같이 기다려 주는 것밖엔 달리 한 일도 없었는데 말이지. 영주는 그저 쓴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저는 이만 신관회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들 회의당에 모여 있죠?”
한 손가락으로 가리킨 끝에는 팔각형에 삼층으로 갖추어진 누각 하나가 있었다. 천장에는 거대한 돔까지 있다. 이곳 사람들은 우주의 원리가 녹아들었다며 「천구(天球)의 회당」이라 부르곤 했다.
“아마 성녀가 곧 나오실 겁니다. 신관회 결의만 내리면 모두 끝나겠지만, 영주님을 불러 무언가 주실 게 있다더군요.”
“뭐, 그래도 빠른 결정이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처음 생각한 것보다도 더 빠르게 고블린 대비를 할 수 있어 기쁩니다.”
파드 경은 주위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마나 징수제 이야기도 꺼냈다.
“마나 징수제를 기어코 도입하신 것도 들었습니다. 고생길일 텐데, 그 짐을 붙들었군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은 달리 하지 않았다.
“필요한 일인데 할 사람이 없으니, 그거야말로 제가 할 일이죠.”
“후후, 본받을 자세군요. 임박한 전쟁에서 의지할 데 없던 사람들도 방어 시스템이 개편되면 조금은 안심할 겁니다.”
파드 경은 말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갔다.
“그럼 저는 내성(內城)의 방비를 살피러 가니, 먼저 자리를 뜨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미하일 경도 잘 들어가시고.”
“파드 경도.”
파드 경의 경례를 받은 뒤, 떠나가는 기사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지켜보는 미하일 역시도 소회가 남다른 모양이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부모님 농장이나 물려받아 대충 사는가 싶었는데. 별일을 다 한다.”
“팔자에도 없을 자작도 달고 말이야.”
네마냐의 지적에 미하일은 코웃음을 치면서 받아쳤다.
“하, 나 정도 인기를 얻는 인물이면 공작도 달 수 있을걸.”
“허세만 안 부렸어도 백작은 네가 달았을걸.”
실없는 소리를 나누며 두 사람은 천구당의 입구 가까이 다가갔다. 그 앞에는 좋은 무장을 갖춘 기사가 두 명 있었는데, 어째선지 또 낯이 익었다.
“음, 아마 이쯤에서 내 생각대로라면……. 필로칼리스? 클로루스?”
알고 있는 이름 두 개를 나지막하게 부르자, 번쩍이는 갑주 차림이던 두 기사가 움찔했다. 잠깐 상황을 파악하던 두 사람은 반색하며 이쪽으로 줄달음질했다.
“네마냐 경!”
“오랜만입니다, 백작님! 못 뵌 새에 또 대단한 건 하나 치르셨더군요. 다들 그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니까요.”
‘아니, 이쪽 기사단은 사실 가십단 아냐? 뭐 이렇게 팬덤질을 하는 건지.’
물론 그렇다고 자신을 좋게 봐 주는 사람을 내칠 여유가 네마냐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좋은 소문을 퍼트려 준다면 부담스러워도 자신의 편이니.
“하하, 덕분에……. 그때 갑자기 떠나느라 인사도 못 했어, 미안하게 됐군. 신관 장로회, 지금 안에서 열리고 있는 건가?”
기웃거리며 층계 위쪽을 바라보자, 클로루스가 무슨 이야긴지 알겠다며 대답했다.
“네. 안 그래도 영지 마나 도입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마주석도 써 왔기 때문에, 지케른에선 생각보단 반발도 약한 편이고요.”
“그건 좀 부럽네. 우리 영지는 지금도 항의 편지가 넘쳐난다니까.”
아직도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았는지 두 젊은 기사는 당장 요절을 내 주겠다고 씩씩댔다.
‘순수해 보여서 귀엽군.’
아, 말은 그렇지만 정작 지금의 이 몸도 앞의 둘이랑 얼마 차이 안 나는데?
“하하, 말만이라도 기쁜걸. 고마워.”
“오, 이게 누구시더라.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같이 표결도 할 뻔했네요, 아쉬워라. 더 극적인 장면도 나올 뻔했는데.”
아, 이 목소리. 트라야브나다. 목소리가 울리는 건물 안쪽을 향해 곧바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잠시 멈췄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예하, 다시 뵙습니다.”
그늘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반투명한 베일을 덮고 간소한 민무늬의 은색 보관을 쓴 성녀였다. 정복을 모두 차려입은 성녀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조용하게 있으니까 훨씬 대단해 보이는데. 입이 방정이란 엘레나 말이 무슨 소린지 알겠어.’
개인적인 만남이었다면 잠시 말문을 잃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별빛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복장이었다.
“며칠 사이에 좀 더 유명해지셨더군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백색의 장갑을 낀 손을 내미는 대종정. 그 끝을 잡고 고개를 조아렸다.
“원래 어떤 방식으로든 돌파구를 내려면 악평도 그만큼 얻기 쉬운 법이죠. 성국에서도 결단을 내리시느라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아, 역시 알고 있었군요.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던 바가반드만큼은 아니지만. 자, 그럼 이제 경이 원했던 대로 제국과 상황을 공유하고 영지 마나도 통과했습니다.”
손을 천천히 놓고 일어서자, 그간 본 적이 없었던 성녀의 만족한 시선이 가득했다.
“제 생각보다도 훨씬 원활하게 된 것 같군요. 역시 마나의 순환을 신성하게 보는 곳이라 다릅니다.”
“아마 다음부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다른 영지는 지주들의 힘이 강하니까.”
“예상한 바입니다.”
성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저희까지 합세하게 되면, 사람들이 적어도 눈치 보는 시늉은 할 겁니다. 이럴 때 써먹는 권위라는 게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말을 마친 성녀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곤 뒤쪽을 향해 손짓했다. 여성 호종인 하나가 두루마리를 쟁반 위에 담아 왔다. 트라야브나는 잠시 소매를 걷고 문서를 들어 이쪽으로 건넸다.
“은인봉서로 만들어 둔 사본입니다. 혹시나 영지의 저항이 격렬하다면, 이것으로 어느 정도 기회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제국에서는 결정 사항을 담는 서류를 금으로 봉인했다고 하여 금인칙서라고 부른다. 비슷한 성격의 문서를 성국에서는 은도장으로 봉인하였다며 은인봉서라 부른다.
“은인봉서……. 귀하군요.”
은으로 된 창백한 인장만으로도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효과라……. 설마?’
잠시 눈을 감고 가볍게 그 스킬을 실행시켰다. 손으로 가볍게 터치했다. 옅은 회백색 빛이 살짝 반짝이나 싶더니만 분석이 끝났다.
[탐지]
[호소하는 마나: 성국의 칙령인 은인봉서는 정갈한 마나의 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갈등하는 사람들을 진정시킵니다.]
‘흠, 그 소리가 개소리가 아니라 정말이었군. 가만……. 그렇다는 건 내 설득 스킬과 함께 사용하면?’
[사용]
[설득 스킬과 함께 사용하게 되면 설득 효과를 배가시킵니다. 대신 총행동력 2를 소모합니다.]
‘설득 효과가 증폭되는 아이템이라. 필요한 상황에선 충분히 쓸 만하겠어.’
[설득] 자체가 완강히 반대하는 사람을 복종시키는 그런 기술은 아니다. 다만, 논리와 말투를 좀 더 설득력 있게 만들고 반대 근거를 물리치게 해 주는 효과다. 반대파보단 의견을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기술이다.
‘여하튼, 앞으로 계속 필요한 기술이고, 다른 기술이나 아이템과도 조합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수확이지.’
우선 상념은 여기까지. 기쁜 마음으로 두루마리를 조심스레 받아 들고, 성녀에게 화답을 돌려주었다.
“마나가 흐르는 대로 그 뜻이 이뤄질 겁니다. 지케른에서는 모쪼록 지켜봐 주시길.”
“그대의 뜻대로. 기사단도 적극 협력할 겁니다. 고원의 동맹군 영주들을 방문할 때 호위로 써 주세요.”
하야스단의 가장 존경받는 권위도 기어코 얻어 냈다. 자, 이제부터는 속도를 내어 징검다리 건너듯 빠르게, 동시에 정확하게 돌다리를 짚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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