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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67화 (66/200)

67화

―따앙, 따앙!

영주관 근처에 귀청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아유, 대체 무슨 소리야, 이건.”

주민이나 관리들이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가지만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영주 직속 공방으로 만들었다는데, 아유 정말 시끄럽기 짝이 없어.”

새로운 영지 직속 공방은 전 영주였던 가스파리얀 때 신축한 관저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네마냐는 독신자니 영주관에만 있어도 숙소는 충분했다. 결국, 남아도는 빈 저택의 1층은 특수 공방, 2층은 마법 연구소 자료실이 되었다.

“호…….”

원래 누군가의 침실이었는지, 남아 있는 장식도 화려한 방. 그러나 어느 책상을 둘러싼 일행은 장식엔 관심도 없었다. 30명쯤 되는 사람들이 조용히 쳐다보는 그곳.

“……흠, 다 됐다. 이게 아마 다섯 번째 수정이던가요?”

네마냐의 말에 옆자리에서 무언가를 가공하던 아일라가 쳐다봤다. 보통 때라면 목소리가 훨씬 컸겠지만 보는 눈이 많아 목소리는 작아졌다.

“잘 알고 있네? 이번에 준비한 게 6연속 호환 구조였으니까 마지막 작업만 남은 거지.”

“공조 단계 각각을 감으로 잡아 줘야 하니까 그게 좀 힘드네요.”

무엇이 왜 어려웠는지 아는 건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네마냐는 벌써 그 부분도 짐작이 갔다. 월등한 이해 수치 영향인지 아니면, 스킬 트리 덕분인진 모르겠지만. 아일라는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반응했다.

“하다 보면 점점 익숙해질 거야. 손재주의 영역이랄까? 그래도 생각보다 빠른데.”

아무렇지 않게 소곤소곤한 목소리로 오가는 대화. 하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주변에 있는 기술자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저마다 주고받는 이야기가 다양했다.

“보통 시장에서 상급으로 치는 공조기가 4단계 아니었나?”

“5단계는 우리 같은 시골 대장장이들은 얼씬도 못 하지. 마나를 만질 줄 아는 사람들도 3단계에서 끙끙대는 게 공조 장치야.”

“그럼 대체 6단계라는 건…….”

소곤대던 사람들은 곧 주변의 눈총을 받곤 다시 조용해졌다. 지금 공방의 기술자들까지 조용히 관람하게 만든 작은 소동. 영주 네마냐가 느닷없이 6단계 공조 장치를 하나도 아니고 몇 개씩이나 척척 만들어 내는 것이다.

“후…….”

잠시 손에 들었던 줄칼을 내려놓고 옷소매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마나를 처음 인식하고 다루게 된 진 오래됐지만 긴장되긴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성질을 띠는 마나가 서로 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그게 공조였지.’

마나 공학에서도 가장 어려운 과정이란 평가가 몸으로 다가왔다. 공식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직접 감을 느끼며 마나가 흐르는 길을 만들어야 했다.

“자, 그럼 이제 갈아 낸 이 부분에 맞추어 마지막 수정을 집어넣습니다. 족집게.”

“여기 있습니다.”

조수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 작은 족집게를 건네주었다. 딱 맞추어 만든 틀에 조심스럽게 수정을 겨누었다.

“마지막에 그 마정석을 넣는 겁니까?”

어느 대장장이의 질문이다. 일반적인 작업 상황이라면 집중력을 저해하는 일이라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맞습니다.”

그러나 네마냐는 오늘 단순히 이걸 만들기 위해서만 온 건 아니다. 오히려 공방 장인들이 기술을 익히게끔 시범을 보이러 온 것에 가까웠다.

“지금 보신대로만 조심스럽게 진행하면 당장 6단계는 어려워도 2~3단계 장치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곧, 중급 마도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죠.”

잠시 간격을 두고, 네마냐는 이야기를 이어 나갓다. 물론 시선은 여전히 마정석을 쥐고 있는 집게 끝에 둔 상태였다.

“저기, 그런데 굳이 6단계로 할 이유가 있을까요? 비용이나 제조 공정이 비싸고 어려워지기만 할 뿐, 초보 마법사도 4단계 정도면 충분할 텐데.”

정확한 얘기였다. 정말 효율과 이윤을 고려한다면 적당히 3, 4단계 장치를 만들어 마탑에 공급하면 편하다.

“맞아요. 하지만 앞으론 더 많은 용병과 일반 병사들이 마나를 쓰게 될 겁니다. 일반 무기에도 마나를 주입하게 될지도 모르죠.”

“상상하기 어려운 미래군요.”

마법이 도입된 지도 600년. 언젠가 어린아이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리란 전망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미래는 쉽게 오지 않았다.

‘압도적인 고블린을 상대하려면 누구나 쉽게 마법을 쓸 수 있어야 해. 반년 안에 4단계는 아니어도 3단계 공조기까진 완성시키자.’

그렇게 혼자 생각을 정리했다. 당분간 모든 방어 전략은 전쟁의 흐름이 바뀔 때까지 버텨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조차 마나를 그렇게 다룰 수 있을 줄은 몰랐지.’

[초고급 공조 장치 제작 4/5]

[공조석 조작을 통해 마나 금속 제조와 관련된 손 기술이 성장합니다. 마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 기술자 계층의 지지가 상승합니다. (-) 마탑과의 관계가 나빠집니다.]

눈만 감으면 한구석에 모습을 드러내는 설명란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새롭게 등장한 요소도 있었다.

‘계층? 영지 내부의 정치적인 요소인 건가. 왠지 점점 복잡해지는 기분인걸. 마탑이야 뭐, 이젠 포기했다.’

마탑과 관계가 나빠지는 것 정도는 어차피 각오한 상태다. 얼마 전 영지를 협박했던 마탑 사절 건은 바난드나 성국에도 알려 두었다. 그 두 곳만 있다면 마탑이 선을 넘진 못할 것이다. 당장에 마탑으로 들어가는 상당수 자원이 이 두 나라에서 유입되니까.

‘No 마탑 운동이라도 벌어지는 순간 아라가트 수도사들 역시 난처한 꼴을 피하지 못하겠지.’

“조심!”

아일라의 주의에 복잡한 셈을 제쳐두고 네마냐는 다시 작업에 정신을 집중했다.

―지잉.

집게를 타고 마나가 전기 흐르는 소리를 내며 주입되었다.

“이제 눈을 감으면서 마지막으로 마나의 흐름을 잡아 보도록 해. 정말 마지막이야.”

눈을 감았다. 다양한 색깔의 선이 마구잡이로 뒤얽혀 있다. 그 난장판을 뒤져, 같은 마나끼리 연결하는 것이 이 공조술의 기본이다. 차분히 일이 진행되자 안도한 아일라가 대신 주위 장인들에게 설명을 이어 갔다.

“자, 마나는 각자의 다른 진동을 방출해서 자신들의 위치나 상태, 모습을 알립니다. 이걸 신호라고 보면 됩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아일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순히 듣기만 해선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중요한 건 ‘감’입니다. 마나의 신호에 민감할수록 그 신호를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계획에 따라 마나 서클을 개통한다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내 눈을 감은 네마냐가 몇 번 집게 손잡이를 만지더니 금방 눈을 떴다.

“자, 됐네요. 거의 한 시간쯤 걸렸나. 휴…….”

영주가 나지막하게 숨을 내쉬자 긴장하고 있던 주변에서도 호흡을 따라 했다. 네마냐는 완성된 원판의 공조 장치를 탁상에 올려 두었다. 금속이 닿는 소리가 명쾌했다.

“이걸로 마지막 공조 장치네요. 긴장돼서 죽는 줄 알았는데.”

“수고 많았어, 영주님. 이놈의 가공은 아직까진 감각의 영역이라 어려워. 그래도 네가 한 대로만 하면 이곳 공방도 곧 3단계 정도는 생산할 수 있을 거야. 반년 안에.”

“반년. 그거 희망적인 소리네요.”

반가운 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네마냐는 다시 완성한 마지막 다섯 번째 브로치를 집었다. 이미 작업용 책상 위에 따로 모아 둔 네 개의 공조 장치가 있었다.

‘모두 6단계, 초고급. 정말 필요한 곳에 배치하면 3년 정도는 교체 걱정도 없겠지.’

바야흐로 영지 마나를 운영하는데 필수적인 도구가 완성된 순간이다. 영지 밖에선 동맹을 구하는 수단도 되겠지. 이 순간만을 위해 네마냐는 영주에게 숙였고, 장사꾼과도 타협을 피하지 않았다.

[초고급 공조석 제작 5/5 – 완료]

[효과:

1. 기술자 계층이 당신을 호의적으로 바라봅니다.

2. 제조 기술이 기초에서 입문으로 변화.

3. 세밀한 기술을 위해 근력이 +1 향상, 집중력 향상으로 판단력 +1]

[연관된 임무 목록이 활성화됨.]

시스템이 제시하는 임무는 겉보기엔 네마냐와 큰 상관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작 퀘스트를 해결하다 보면, 상황이 달랐다.

‘내가 하려는 일을 미리 알고서 챙겨 준다는 느낌이었지? 마치 AI 비서라도 둔 느낌이랄까.’

짧은 소감을 머릿속으로 흘리며 네마냐는 손뼉을 두 번 쳤다.

“자, 이렇게 하는 겁니다. 앞으로 마나 서클 개방이나 마나 탐지에 대해선 수석 장인인 우리 아일라 씨의 지도를 따라 주세요.”

확실히 계층 지지도가 올라서인지 아까 전에 비해 장인들의 시선이 조금 우호적으로 느껴졌다. 동질감을 느끼는 건가? 젊은 도제나 조수들은 심지어 동경의 눈빛까지 보내는 중이다.

“하하, 영주님께서 이런 큰일을 하시다니. 이거야 원, 아일라 님으로도 턱이 벌어지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저희도 노력해야겠습니다.”

장인 하나가 대표로 나와 소감을 전했다. 네마냐는 부채질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극을 받으셨다니 잘됐습니다. 앞으로는 전문가인 장인 여러분들이 중요해질 겁니다.”

졸지에 장인들의 대선배가 된 네마냐는 걸쳤던 작업용 앞치마를 벗었다. 브로치를 들고 사라졌던 조수가 자수를 놓은 주머니에 다섯 개를 넣어 돌아왔다. 제법 묵직했다.

“모두 지금도 고생 많지만, 앞으로도 부탁합니다. 앞으로 반년 동안 우린 고블린에 맞설 마법 혁명을 끌어낼 겁니다. 현재에 안주한 마탑도, 권력 불안에 직면한 제국도 아닌, 우리의 손으로 말이죠.”

―하하하!

기술자들은 아직 체감이 오지 않는지 어색하게 웃었다. 익숙하지 않은 미래를 받아들인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 그걸 겪을 사람을 설득하긴 훨씬 어려운 일이지만.’

청중의 어중간한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채곤 비릿하게 웃음을 흘려 냈다.

“하하, 걱정은 말고 일들 하세요. 난 그만 가 볼 테니. 아, 마중은 됐고.”

손을 흔들며 입구와 가까운 선반에 걸어 둔 외투를 빼내 걸친 채로 쪽문을 밀고 나섰다.

―화악.

얼음장 같은 한기가 후끈한 낯에 스쳤다. 공방의 열기가 한줄기 김이 되어 시야를 가렸다. 미리 나와 있던 아일라는 남들의 시선이 없자 큰 소리로 축하를 건넸다.

“오늘 정말 수고했어! 이제 금속 가공 쪽으론 우수한 인재가 됐어. 마법학보다는 마나 금속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어때?”

말을 하면서도 아일라는 꾸러미를 한가득 안겨 주었다. 이 역시 훨씬 묵직한 게 네마냐가 부탁했던 마정금속 주괴들이겠지.

“으, 선물 고마워요. 다만, 마법학 안 배운다는 소릴 냈다간 우리 작은 마법사님이…….”

“무슨 소리야? 그만두라는 소린 아니지. 영주로서 마법은 할 줄 알아야 하잖아? 또 그래야만 마나 제조술을 배워도 잘 쓰는 거고. 내 말은 두 가지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 보란 얘기지.”

“음…….”

‘시너지 효과 이야긴가. 하긴 특수 금속이나 마법 아티팩트로 이름 날리던 장인들은 마법과 마나 금속 모두 능통했댔지.’

마나의 흐름에 대한 이해와 그 사용 방법, 통제에 대한 지식. 그것을 오래전부터 마나의 역학, 즉 마법학이라 불렀다. 한편, 마나 금속을 가공하는 분야도 독자적인 영역이다. 일반적인 재료에 마나의 특성을 부여하여 가공하는 일. 결국 모두 마법이란 틀 안에 묶이는 가족 같은 관계다.

‘둘을 깊이 알아야만 도움이 된다는 거지. 가뜩이나 바쁜데 죽을 노릇이군.’

어렵게 말하면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여 지식의 극한에 이른다는 것이다. 무슨 격물치진가. 고민에 빠진 네마냐의 어깨에 아일라가 손을 올렸다.

“여유가 생기면 생각해 봐. 당분간은 어차피 나도 여기서 못 나갈 것 같아. 공방 애들 마나부터 열어 주려면 몇 날 밤을 보내야 할지.”

“이거야 원……. 편하게 연구할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하곤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미안한 표정을 짓자, 아일라가 픽 하고 새는 웃음을 지으며 늙은이 같은 소릴 한다는 타박을 건넸다.

“나는 내 기술을 필요로 하는 데서, 원하는 만큼 일하는 게 좋아서 이러는 거야. 정말 그런 날이 오게 하려면, 얼른 가서 쉬고 내일 일해.”

역시 웃으면서 네마냐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공조기가 만들어지면 연락을 주세요. 미하일이 시장으로 넘기도록 처리할게요. 아, 근무 표를 넘겨주면 재무 부서에서 월급도 제때 지급할 겁니다.”

“알았어. 이제 또 여기저기 돌아다닌다지? 귀족들 설득은 말빨이든 물리로든 적당하게 잘해 보라고. 내 보기엔 제조업 길드는 아마 어딜 가도 지지할 거야.”

“적만 많은 마당에 고마운 일이네요, 참.”

그것이 두 사람이 남긴 대화의 끝이었다. 며칠간의 고민과 손짓 끝에 남은 건 묵직한 두 포대의 자루. 영주관의 문을 무신경하게 발로 밀고 들어섰다.

―화르륵.

꺼져 버린 화로에 불을 켜니 따뜻한 온기가 들었다. 수행원도 모두 자러 간 복도엔 몽당 자루가 된 촛불이 복도를 어둡게 비출 뿐.

“그럼, 이제…… 내일인가. 작은 숙제에 마침표를 드디어 찍는 날이. 호들갑은 그렇지만 기념주 몇 병은 준비하라고 해도 괜찮겠지.”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 한편엔 여전히 창백한 푸른색의 화면이 자리하고 있었다. 새로 준비하는 연극은 훨씬 성대했다. 주연들도 각지의 제후와 국왕에 이르기까지 휘황찬란하다. 어깨에 지고 있는 소품들까지.

“그래. 준비 완료다.”

잠시 구석의 화면을 훑던 네마냐는 무언가 선택한 듯 천천히 눈을 떴다. 내내 함께하던 특이한 화면은 이내 잔영을 남긴 채 사라졌다.

[주 임무 갱신]

[1. 전체 민회의 소집: 칼을 뽑다.]

[상태: 하루 뒤 소집]

- 68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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