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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54화 (53/200)

54화

연속해서 쏟아지는 불덩이들.

마법계에선 사용이 금지된 ‘메테오론’ 마법이었다. 물론 인간들의 마법계에서의 금지지, 고블린의 마도계에선 해당이 없었다.

―콰쾅!

결계가 늦게 펼쳐진 탓에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게 된 첫 번째 탄환으로 희생자들이 다수 발생했다. 다행인 건, 시장과 엘레나의 침착한 대응으로 방어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점이었다.

“병력 배치는 다 됐나?”

“기사 삼십 명과 민병대 일천육백 명이 있습니다. 고블린이 가장 밀집한 동문에 절반을 배치했습니다. 해자만 진작에 수리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습니다만…….”

해자. 딱 내일 아침 일어나 해자를 깨끗이 비우고 물을 주입할 생각이었다. 나름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해자 앞쪽으로는 지형이 어떻지? 내가 전에 본 대로라면 진흙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정확합니다. 비가 내린 지 시간은 꽤 많이 지났지만 그대로일 것입니다.”

“괜찮군. 오히려 진흙인 편이 놈들을 막기엔 좋을 테니까.”

엘레나는 팔짱을 낀 채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멀리 언덕 아래로,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조잡한 공성탑 하나가 솟아 있었다. 놈들이 피운 횃불에 비친 모습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설마, 그 말씀은…….”

“둑을 터뜨려야 한다. 놈들의 발판을 아예 뻘밭으로 만들 거야.”

“그럼…….”

아직 앳된 기가 빠지지 않은 기사, 클로루스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보였다.

“겁이라도 나나, 클로루스 경?”

“아닙니다, 부단장님. 기사가 되기 위해 받은 훈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괜찮아, 위기의 때엔 솔직한 것도 미덕이지. 나도 바깥 논밭이 다 망가질 걸 생각하면 아찔해져.”

하지만 우리가 망가트리지 않더라도 적은 반드시 망가트릴 것이다. 적어도 그렇다면 우리가 유리하게 사용해야 했다. 투구를 쓰고 있어 감정을 알 순 없지만, 클로루스는 그런 심정을 담아 씁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럼 신호를 보내도록.”

고개를 끄덕인 클로루스는 주머니에서 손가락만 한 수정을 꺼내 망루로 올라갔다. 신호를 보내면 대기 중인 병력이 하천의 취약한 부분을 막은 둑을 무너뜨릴 것이다.

‘도시 아래 언덕길과 밭이 진창이 되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겠지.’

신호가 올라감과 동시에, 언덕 아래 공성탑 무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멀었어?”

“아직! 왜, 업어 주랴?”

“미쳤냐고. 아니, 영험한 산이라더니 제대로 된 도로도 없는 거야? 그전에 아예 길이 막혔잖아!”

약간의 포장도로와 계단이 반복되던 길은 급기야 쏟아진 돌덩이로 막혀 있었다.

“허, 이거 참.”

도저히 군대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네마냐는 부대에게 다르빌을 도우러 가도록 지시했고,. 자신은 하라드와 함께 신전을 되찾기로 했다.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 없어. 놈들이 길을 막아 버렸다면 분명 우리가 오는 걸 꺼린다는 거니까.”

네마냐야 이제 사고 이전 체력을 되찾았다지만, 공부가 체질인 하라드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 네마냐는 미리 올라간 둔덕 위에서 녀석의 손을 잡아 주며 힘든 티를 감추었다.

“이제 거의 정상까지 다 온 것 같은데. 잠깐만 쉬었다 가자.”

“바라던 이야기지.”

쉬자는 얘기에 기뻐하는 녀석을 내버려 두고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면서 시선은 자연히 산 아래로 쏠렸다. 한층 더 작게 보이는 아랫동네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공성탑이 진창에 갇혔고, 놈들이 뒤엉켰어. 생각보단 고전하는 모양이야.”

“그래도 마주석을 가져다 놓은 모양이야. 결계가 가동되고 있어.”

손으로 햇빛을 가린 하라드가 중얼거렸다.

“결계 기둥……. 성국에도 하나밖에 없었지. 엘레나가 적절하게 기사단을 움직여 준 거라고 생각해야겠네.”

“정말, 적절하게 조언해 준 셈이 됐어.”

엘레나에게 마주석 이야기를 했어도 곧바로 움직이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자신이 마정석 배치를 제안하긴 했지만, 재빠른 배치 자체는 순전히 엘레나의 공적이었다.

“재빠르군.”

그래도, 경황은 없지만 무섭게 활약하고 있을 엘레나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을 정신은 있었다.

“저기요, 흐뭇한 건 알겠습니다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

하라드의 목소리가 찬물을 끼얹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네마냐는 머리를 긁적였다.

“마나의 흐름을 돌려서 마주석을 고갈시키고 도시는 쉽게 점령한다, 그런 계획이겠지. 이 기회에 지케른 유일의 마주석을 무력화할 수도 있고.”

“그런 거라면 소름 돋는 반전인데. 문명은커녕 지성도 없는 놈들 아니었어?”

“그런 집단은 아니지…….”

쉽지는 않다. 당연히 예상은 했다. 인간은 고블린을 너무 무시했고, 그 결과를 지금 돌려받는 중이었다. 알 수 없는 시스템이 네마냐를 도와준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보조일 뿐이었다.

‘하, 내가 나선다고 해도 지킬 수나 있을지.’

순간, 띠링 하는 알림이 미세하게 귀를 스쳤다.

[칭호: 선구자의 정신]

[시대를 앞서보는 자에겐 부담만큼이나 열정이 뒤따릅니다. 피로가 끼치는 영향이 감소합니다. 고블린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이 조금 상향 조정됩니다.]

‘깨알같이도 조정해 주는군.’

조금 앉은 채로 마음을 다잡으니 기력도 돌아왔다. 힘차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뻘쭘하게도 녀석이 내게 뻗은 손이 시선에 들어왔다. 내가 일어나는 걸 도와주려고 했던 모양인가 본데.

“뭐야. 동정해 줄 필요는 없었는데.”

“동정은 무슨.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될 거야. 저 위쪽에서 불순한 마나 응집이 느껴지거든.”

“위쪽 말이지.”

위쪽. 이제는 불과 머리 높이보다 조금 높은 위치까지 다가온 키메라 성소가 보였다. 인적 하나 없이 쓸쓸하지만, 그 안에서 일렁이는 기운이 사뭇 역겨웠다.

“가자.”

고난을 한 꺼풀 벗긴 이들에겐, 남은 과업을 해결하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 * *

키메라의 성소.

인간들의 방문은 내란 이후 끊어졌지만 성소 자체는 깨끗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자가 짜깁기된 깃발이 여기저기 걸린 상태였다.

그리고, 정갈한 정원을 둘러싼 회랑. 마치 인간 신관들처럼 복잡한 문양의 옷을 이리저리 걸친 고블린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은으로 만든 문을 몇 개 열어도 기다란 계단이 계속 이어졌다. 성소의 가장 안쪽, 지성소로 이어지는 입구. 키메라의 모습이 정교하게 묘사된 휘장을 걷자 인간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여태껏 지성소에 있었나, 마법사. 방해하고 싶진 않다만, 슬슬 움직여야 한다.”

고블린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침착하고 세련된 발음이 들려왔다. 마치 올 줄 알았다는 듯 뒤돌아보지도 않는 그림자. 살짝 고개를 앞으로 숙인 채 무엇인가를 보는 중이었다.

“제국군이라도 움직이는 건가?”

맑은 목소리. 고블린이라고 할 수 없는, 누가 보아도 인간 여성의 목소리였다. 신관 차림의 고블린은 피식하며 비웃음 한 줄기를 베어 물었다.

“그럴 리가. 현지 총독은 고지식한 놈이라 콜라케르트 구조에도 바쁠 거다.”

“그럼 바난드 왕국?”

“바난드는 전쟁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우리가 다르빌을 점령할 때까진 움직이지도 못하겠지.”

“그럼 어디서 누가 왔다는 소리야?”

아직 반쯤 삼키지 않은 채 조소를 음미하는 녀석이 지긋이 대답했다.

“네 전 약혼자. 새 영주님께서 너를 구하기라도 하실 모양이다.”

검은 실루엣은 큰 반응이 없었다. 아니, 미세하게 살짝 주춤했다. 그 움직임을 놓칠 리가 없었다.

“마중 나갈 생각은 없나?”

“설마, 그리엘크도 당한 녀석을 나랑 진지하게 싸움 붙일 생각은 아니겠지.”

“그리엘크는 방심해서 당한 것뿐이다. 샘의 원천을 우리, 아니 네가 장악했으니. 녀석만 처리하면 더는 방해할 자가 없다.”

마법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잠시 허공을 바라보더니 무감정한 어투로 대답이 나왔다.

“완벽하다는 작전을 세우면 구멍이 뚫려 혼쭐이 나기 일쑤지. 어쨌건 난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아. 과거의 흔적은 이젠 지우고 싶거든.”

일렁거리는 마나의 우물. 잠시 두 손을 짚어 만지던 그림자는 몸을 일으켰다.

“지금 바로 떠나게 할 건가? 이제 겨우 마나의 원천을 손에 넣었는데.”

“대수로운 건 아니지. 고블린 마도사에게 별 쓸모도 없는 여기를 가져 봤자 무슨 소용이겠어. 타격을 입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여전히 돌아보지 않은 채로, 그림자는 왼손에 든 것을 보여 주었다. 주먹 크기 정도 되는 수정이다. 일렁거리는 강력한 힘이 투명한 빛 너머로도 쏟아질 듯했다.

“지금 뽑아낸 것만으로도 군단이 사용할 만한 힘이 될 거야. 난 후방으로 가겠어.”

“좋을 대로. 우리도 곧 움직이겠다. 환영식을 할 병사들만 빼고.”

수정석을 아공간으로 집어넣은 그림자는 필요 없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정면의 작은 출입구로 걸음을 옮겼을 뿐이었다. 몇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허공으로 부서지듯 형체가 증발했다. 뒷모습을 지켜보던 예복 차림 고블린도 곧 자리를 떠났다.

“부질없는 짓을 하네. 네마냐 혼자 오더라도 감당하지 못할 놈들이.”

허공에 메마른 음성이 진동했다.

문이 홀로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이내 점차 사위가 조용해졌다.

* * *

“응?”

귀에 스치는 바람에 어째선지 소름이 돋아 버렸다. 네마냐는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매만졌다.

“왜, 무슨 소리라도 들려?”

“아니. 잠깐 누가 내 얘길 하나 했지.”

“자자, 힘든 건 알겠지만 집중하자고. 여기 계단만 오르면 성소인 모양이니까. 건물이 너무 커서 벌써 들어온 기분은 나지만.”

그러면서 하라드는 자신의 가죽 부대를 건넸다. 미세한 마력으로 차갑게 유지되는 물주머니. 생을 두 번 반복하니, 이젠 파편으로밖에는 남지 않은 현대의 기억이 오랜만에 떠올랐다.

‘녀석……. 이동식 냉장고인데 아주?’

모처럼 목을 축이고 물주머니를 돌려준 네마냐는 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대략 100여 개의 계단이 성소의 현관으로 이어졌다. 하얀색의 석재를 정성스레 깎아 조립해 놓았다. 손잡이까지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정성스러웠다.

“마나의 기운은?”

“아까 있었던 강력한 기운은 갑자기 사라졌어. 하지만 여전히 역겨운 기운은 여전하군.”

“강대한 마나는 사라져서 다행인가. 나머지는 어때? 병사도 못 데려왔는데 상대할 만할까?”

“아까 전 기운이 마도사인지 마법사인진 모르겠지만, 그쪽의 힘은 사라진 것 같아. 할 만해.”

눈을 감고 땅에 손을 짚은 채 기운을 살피던 하라드는 손을 털고 일어났다. 올라오느라 힘을 꽤 쓴 모양이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녀석도 콜라케르트를 보곤 열이 받았나 본데.’

슬쩍 돌아본 산허리 쪽. 군데군데 몰린 구름 사이, 계곡 아래로 불길에 사로잡힌 다르빌이 보였다. 몇 개의 공성탑이 진창에 반쯤 기울어진 상태였고 공방이 한창이었다.

‘방어가 부서지지 않은 걸 보면 알파급 마주석 용량은 확실하군. 그래도 마나가 끊긴 이상 오래 버티긴 힘들 테지.’

산 위에서 살펴본 고블린의 군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일개 공세에만 수만 명을 쓰던 놈들이었는데 반해, 이번엔 고작 몇몇뿐이었다. 문제는 결계의 에너지를 제공할 마나의 원천을 끊어 버리고, 그 원천으로 무차별 포격을 한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지난번 삶하고 다를 게 없는데.’

제국군은 기선을 제압당했고, 당황한 이들이 허둥대는 사이에 다르빌을 점령하겠단 속셈이겠지.

‘대체 다르빌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모르겠다만, 너희가 나온다면 막아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겠지.’

[선구자의 정신이 강화됩니다. 키메라의 성소에서 전 능력 +2. 동료에게도 피로 해소가 적용됨.]

메시지와 함께 피로는 한층 더 가라앉고 새 힘이 솟았다. 운동 능력이 묘하게 허당인 하라드 녀석도 이 덕을 좀 본 건가 싶었다.

“자, 그럼 화려하게 들어가 볼까? 당장 쓸 수 있는 마법 중에 시끌벅적한 거 없냐?”

“대놓고 들어가게?”

“그럼! 우리 ‘친구’님의 집이잖아? 당당히 들어가야지. 또 최대한 요란할 필요도 있고.”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며 네마냐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또, 마도사 놈들이 다르빌에서 시선을 돌릴 수 있으니까.”

“마도사가 많지는 않아도 힘들걸?”

“어쩌겠냐. 그걸로 다르빌에 쏟아질 화력이 줄면 다행인 거지.”

내 말에, 녀석도 말없이 따라왔다. 대화가 자연스레 마무리되자 성소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하얀 대리석을 정교하게 조각하고 청동으로 만들어진 문이 일행을 반겼다.

“놈들이 안에서 깜짝쇼라도 하려는지 조용하네. 하라드? 부탁 좀 하자.”

“과격하긴.”

“싫냐?”

“싫긴, 맘에 들어. 이건 좀 오래 걸릴 테니까 보호해 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녀석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은빛 지팡이. 아일라가 준 특수강을 사용해서 하라드의 마력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 본 네마냐의 시제품이었다. 그러니까, 이른바 애초에 계획했던 ‘네마냐 상단’의 첫 제품 베타 테스터로 당첨된 셈.

‘평범하게 상단 차렸으면 「대마법사님도 쓰시는 물건!」이라고 광고를 만들었겠군.’

그러나 지금은 상단이 아닌, 전쟁터의 영주로서 이 자리에 섰다. 네마냐는 조심스레 허리춤의 칼을 뽑았다. 말없이 지켜보던 하라드는 두 손으로 지팡이를 붙들고 고개를 숙였다. 주문을 읊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브라케인 플록타토스(Brachein Ploktatos), 일렉트리모(Ilektrimow)]

주문을 외우는 것과 동시에 녀석의 손이 지팡이 꼭대기의 수정을 어루만지며 힘을 개방했다. 일렁이는 고순도의 마나가 서서히 달구어지며 고리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곧바로 쏘는 게 아니라 온갖 에너지를 모으는 주문인가 보군. 보호해 달라는 이유가 있었어.’

고리 형태로 만들어진 불길은 점점 더 그 위력을 높여 갔다. 불길의 주변을 작은 번개들이 둘러쌌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뜬 마법사가 고개를 들었다.

[아이쏘(Aisso)!]

얼굴이 화끈해지는 감각과 거센 역풍이 주변을 구워 버릴 듯 공기를 태웠다. 호흡이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며, 네마냐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신전을 통째로 부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저 문이 부서지는 순간, 전투의 향방은 다시 변하기 시작하리라.

―콰쾅!

거대 고블린 2마리만큼이나 됨직한 높이의 청동 문에 닿은 불의 고리. 격렬한 진동과 모래바람이 사방을 휩쓸었다. 네마냐는 마나를 방출해 주위에 전면부에 작은 보호막을 생성한 채로 휘파람을 불었다. 만족스러운 화력이다.

“효과가 대단한데? 마도사 놈들도 이젠 우리를 볼 수밖에 없겠어.”

“살아남았다면 말이지.”

지팡이를 옆으로 고쳐잡은 하라드의 말. 두 사람의 정면으론 원형으로 찢긴 청동 대문 그리고 저 멀리, 반대편 벽에 뚫린 원형의 구멍으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사이로 두 사람은 자취를 감추었다.

- 55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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