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닭이 울음을 토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난민촌을 다녀온 일행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바가반드 본성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보두앵과는 도중에 나온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후…… 허리야. 분명히 그리엘크 때 다친 건 다 나았을 텐데.”
싸늘한 밤공기를 느끼며 침대에 누워 잠깐 여유를 즐겼다. 일단 일어나 다시 일을 시작하면 여유로운 순간도 끝날 것이다.
“목이나 축여 가면서 쉬어야겠어.”
차가운 냉기가 감도는 돌바닥을 내디뎠다. 주전자를 들어 차갑게 식어 있는 화로 위에 올린다.
―화악!
불꽃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목화씨를 짜낸 면실유에 불이 붙었다. 불길은 곧 안정을 되찾고 사그라들었다.
“됐군.”
달아오르는 주전자를 바라보며 침대에 걸터앉으니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
“소빙기가 찾아온다는 건 알았지만 벌써 이렇게 춥다니. 이제는 밤에 잘 때도 불을 때야 할 판이군.”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현재 영주관에서 사용하는 연료는 면실유. 목화 생산이 충분해야 쓸 수 있는, 고급유였다.
“그나마 주민들이 쓸 만한 건 아마기름이겠지만, 그것도 아마 재배가 될 때의 얘기지.”
바가반드에서 그나마 재배하는 몇 안 되는 작물인 아마는 천을 짜서 수출하는 용도다. 그만큼 기름을 짜서 사용하면 주민과 영지의 수입은 더 줄어들 것이다.
“대안은 오직 빨리 마정석을 채굴하는 것뿐이겠지만.”
그래서 무엇보다 가장 서두른 것이 사라타 광산 채굴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모든 제반 인프라가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가공 시설이 들어서기 전에는 원광석밖에 없을 테니, 수입도 생각만큼 들어오진 않겠지.”
거기다 올해 날씨도 겨울밤 날씨로 보아 이미 글러 먹었다. 목화와 아마 생산량 자체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생산량이 충분해야 겨울을 잘 날 텐데……. 아마까지 수입하게 되면 그땐 끝이야.”
아직 맑은 머릿속이 복잡한 계산으로 팽팽한 긴장을 되찾았다. 하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하늘의 기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1차 생산품들은 마법으로도 보완이 어렵지. 이 세계에서 마법이 중요하다지만 그 역할은 제한적인 수준이니까.”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일단 올겨울은 급한 대로 아마포라도 비축해 둬야겠어. 그나마 밀가루나 쌀은 넉넉하니까 식량은 충분한 걸 위안으로 생각해야지.”
주전자에서 서서히 김이 피어올랐다. 옆의 작은 탁상 위에서 접어놓은 작은 봉지를 집어 들었다.
“그나마 향 덕분에 느낌은 좋군.”
붉은 콩을 미리 볶은 뒤 잘게 부순 것이다. 커피 향은 따라갈 수 없지만 대충 비슷하게라도 만들어 쓰는 대용품이었다.
“커피만큼은 아니지만, 순무 볶아서 커피라고 부르던 때 하곤 비교도 안 되지.”
조금 더 나은, 여전히 모자란 커피 가루를 잔에 덜었다. 숟가락질 한 번마다 40년의 고생 끝에 성장한 건가 하는 의문이 심중을 파고들었다.
“얼른 마시고 밤새 들어온 보고서나 검토해 보…….”
―콰앙!
문의 경첩이 뜯겨 나갈 듯 거세게 문이 흔들리며 누군가가 들어섰다. 덕분에 반쯤 들이마신 커피를 뱉을 뻔했다. 혼비백산할 듯 들어온 녀석은 마법 스승이신 하라드 대마법사셨다.
“이젠 일어나셨겠지, 영주님!”
“……하아, 넌 이 새벽부터 난리냐. 이거 봐, 혀를 뎄잖냐.”
“나도 지금 밤새고 오는 길이야. 형이 결계주를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 초안을 설계하라고 했잖아.”
“아, 영지 마나 시스템? 지금까지 그걸 하고 오는 길이냐, 설마?”
영락없이 악덕 영주가 된 기분이다. 설마하니 녀석이 잠도 안 자고 일을 하러 갔을 줄은 몰랐는데.
‘앞으로 녀석한텐 내 기준의 상식을 기대하면 안 되겠군.’
네마냐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자 어디가 그렇게 자부심에 찼는지 하라드가 큰소리를 쳤다.
“명령은 쉽지만, 그걸 공학적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젠 알겠지?”
모자를 벗고 성큼성큼 걸어온 소년 마법사는 책상 앞에서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았다.
“음, 마나가 진정되는 느낌이군. 자꾸 혼자서만 좋은 걸 마시더라.”
“이거? 너도 마셔 볼래? 마나가 어쩌구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잠이 올 때마다 마셔서.”
‘카페인이 마나에도 영향을 주나’라는 생각을 하며 잔을 하나 더 꺼냈다. 가루를 물에 진하게 개어 건네주니 홀짝이면서 그럭저럭 그 자리에서 비워 냈다.
“향긋하네.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대?”
“말했잖아. 잠 올 때마다 마시면서 버틴다고. 그냥 마음의 효과지.”
녀석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가져온 두루마리들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덕분에 멀쩡히 쌓여 있던 서류 더미들이 한편으로 무너져 내렸다.
“야야, 그거 오늘 읽고 결정해야 할 서류야. 살살 다뤄. 뭘 그렇게 많이 가져온 거야.”
“뭐긴 뭐야? 형이 오늘부터 배우고 익혀야 할 마법 연구서들이지.”
“세상에, 너 지금 나를 마법 학부에 입학한 학생으로 보는 것 아니지?”
“아니었어?”
녀석이 능청맞게도 되묻더니 집게손가락으로 이쪽을 가리켰다.
“영주 네마냐 씨는 지금 얼마나 스스로를 저평가하고 있는지 모르지! 지금 그런 재능을 썩혀 두고 있는 건 열심히 살아가는 다른 마법사들까지 짓밟는 짓이라고.”
느긋하게 귀를 파면서 다리를 꼰 네마냐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뭐라는 거냐. 영주로서 임무가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 했지. 거기다 10년은 늦은 지금에 배운다고 딱히 달라질 것도 없고.”
“안 배운 사람들이 그런 소릴 하지.”
하라드는 예상했다는 투로 수정 하나를 굳건하게 들어 보였다. 하잘것없이 작아 보이는 푸른색 영롱한 수정.
[마테오티테스, 플렉타네, 압토.]
“야, 갑자기 무슨 주문이야?”
아무 말도 없이 녀석이 외친 게 단순한 시동이 아님을 깨달은 건 그 직후였다. 하라드가 마력을 주입한 수정의 마법 술식은 시동어의 순서에 따라 작동하기 시작했다.
‘정교하게도 짜 놨군.’
―우우웅!
마나의 반응 소리가 들리면서 구의 형태로 공간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구 안에는 네마냐가 들어 있었다.
“흡…… 이건, 마나 제거?”
구형으로 분리된 공간. 그 경계선을 이루며 주위를 둘러싼 막은 단절된 마나층이었다. 본능처럼 네마냐는 마나를 끌어 올렸다.
“일전에 시험 치를 때의 딱 그거군.”
하지만 힘을 끌어올릴 때마다 깨끗하게 증발했다. 산소처럼 당연하게 느끼던 마나가 없어지는 기분이란 이상했다.
“하아…….”
한동안 마나 공백의 공간을 만들며 진땀을 흘리던 녀석이 힘을 풀었다. 폐쇄된 방안에 느닷없이 강한 바람이 불어 닥쳤다. 강한 마나의 힘으로 벽을 쳐 몰아냈던 만큼, 안으로 밀고 오는 마나도 강한 탓이었다.
“읏!”
마나가 증발하던 몸에서 다시 샘솟듯 마나가 차올랐다. 너무 과하게. 일순간에 밀려든 마나에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휘청거렸다. 난리 통에 난로의 불까지 꺼져 버렸다.
“……봤지? 제대로 마법을 쓰는 원리를 익히면 아예 상대가 마나를 쓰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고.”
하라드는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난로에 불을 다시 켰다.
“그런 것치곤 너도 땀투성이인데.”
“어려운 마법이니 당연하지. 만약을 위한 예비용으로 들고 다니는 거야. 더군다나 형은 마나 수용량도 많아서 힘들었지.”
“아니, 그런데 그런 좋은 게 있었으면 그리엘크랑 죽느니 사느니 할 때 쓰지 그랬냐. 개고생했잖아.”
천연덕스러운 지적에 하라드는 살짝 발끈했다가 이내 풀어 버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말했잖아, 이건 쉽게 쓸 수 없는 거라고. 더군다나 그리엘크는 적마정석을 들고 자유자재로 마법을 사용하는 녀석인데, 먹혀들겠어?”
“내, 참.”
혀를 끌끌 차고 있으려니 녀석이 의자를 책상 앞에 끌어다 놓고, 손짓을 건넸다.
“자, 그러니까 그런 녀석을 상대할 만한 기교와 이해력을 키우셔야죠, 영주님. 제가 제대로 안내해 드릴 테니까.”
“이해?”
익숙한 그 용어가 그새 입에 익었는지 네마냐가 되뇌었다. 괜히 눈앞에 또 창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그럼요. 이해와 판단 모두 증진하는 데는 마법적 사고방식이 최고라니까.”
“흠.”
‘고블린 전쟁 미션’의 준비는 착착 진행 중이었지만, 기본 능력치도 최대한 높여 둘 필요가 있었다. 우선 필요한 기능은 단언컨대 고블린의 움직임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이해와 판단이겠지. 저번의 경험에서 보건대 연계 기술인 1단계 [설득]이나 2단계 [사자후]에도 필요해. 아마 두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추가 버프도 가능할 테고.’
“……좋아. 그럼 네 뜻대로 보자고. 대신, 기초 이론만 필요한 것 위주로 진행을 하자.”
“뭐, 그 정도라면 이 선생님도 받아들일 수 있죠, 영주님. 저도 ‘누구’ 덕분에 할 일이 많으니까!”
“덕분에 이력서에 어느 대마법사 못지않게 쓸 거리가 많잖습니까, 선생.”
네마냐는 이죽거리면서도 누구보다 얌전하게 앉으려 했지만 문득, 머리칼을 만지며 자신이 지금 일어난 차림 그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단 걸 깨달았다.
“야야, 지금 바로 머리만 좀 씻고 올 테니까, 기다려 봐.”
“빨리 와야 해! 벌써 30분밖에 시간이 없어!”
연이은 요란스러운 소리 속에서 서서히 바가반드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 * *
“어휴, 드디어 며칠 만에 다 모였네.”
“그러게요.”
오랜만에 모든 일행이 다 모였다. 모두라고 해 봐야 영지 재정과 사업 총책을 맡은 미하일, 광산 업무와 금속 가공, 성벽 재건을 맡은 아일라 정도지만.
“아니, 하라드도 있을 거란 소식을 들었는데 어디 간 거야?”
“아, 그 녀석요? 마법학 가르치다가 연구실에서 찾는다고 바로 가던데요.”
어쩔 수 없다. 현재 가장 필요한 영지 마나 시스템을 연구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마법사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단은 하던 대로 이야길 해 보죠. 그래서 아일라 씨, 어떻게 됐나요.”
네마냐는 그대로 회의를 이어 나갔다.
“……그래서 일단 무너진 요새 시설을 복구하는 작업은 끝내기로 했어. 밀 녀석도 당장 필요한 게 아닌 성루 복구는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지.”
“응, 아일라 형 말대로 당장은 인력을 아껴서 채굴 사업이나 곧 시작할 가공 산업에 전부 투입하는 게 더 효율적일 테니까.”
미하일은 아일라를 아예 ‘형’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영지를 하루 반나절 정도 비운 것 같았는데 그렇게나 친해져 있었다.
“좋아요. 영지에 동원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적으니까, 그렇게 하죠. 밀, 지금 영지에서 가용한 금액은 얼마나 되지?”
문득 현재 재원 상태가 궁금해져서 던진 질문이었다.
“대략 700골드쯤 돼. 처음에 왔을 땐 남아 있는 게 고작 450골드였어. 적의 노획품과 영주관저에서 압류한 걸 상단에 팔아 좀 여유로워진 거지.”
생각보다 나쁜 상황은 아니라지만 앞으로 펼칠 사업들을 생각해 보면 빠듯했다. 네마냐는 가볍게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금화가 700개라. 채굴을 시작하고 가공 시설을 설치하려면 넉넉지는 않겠군. 식량은 해결했으니까 식량 구입비는 줄겠지만.”
미하일이 눈치를 보면서 조금 망설였다. 이 녀석이 내 눈치를 볼 녀석은 아닌데. 뭔가 다른 일이 있나.
“왜 그래, 아직도 부족해?”
“지금 우리가 진행하는 계획대로 가공 시설까지 설치하기는 힘들 것 같아.”
“얼마나 부족한데?”
“사라타 지하에 암반 지대가 있어서 소모 비용이 많아. 다음 1년 동안에 2천 골드는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런데 영지의 재정 능력이…….”
“2천 골드? 그렇게나 많이? 지금 1년 수입이 800골드 조금 넘지 않나?”
800골드면 영지 중에선 가난한 축이긴 해도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반면 2천 골드면, 어지간한 백작령의 예산이었다.
“뭐, 조금 과한 것 같긴 해도 마정석 가공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 가공 기구들을 마나로 운영해야 하니까.”
이야기를 듣던 아일라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긴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긴 해도 금화가 2천 개나 필요하진 않을 텐데? 겨울 연료나 피복류도 필요하지만 1천 개 안팎이면 될 거야. 에카톤에서 지원하기로 한 돈도 있고.”
“그렇네요. 그럼 밀, 뭣 때문에 1천 골이 더 든다고 계산되는 거야?”
그건 사실 네마냐가 이미 벌여놓은 또 하나의 사업 덕분이었다.
“아니, 이틀 전에 네가 자경대 1천 명을 모을 거라고 얘기했잖아. 1년 치 민병대 임금, 훈련, 장비, 식량, 작전 경비를 계산하면 그렇게 되지.”
“응? 그것까지 계산한 거야? 어쩐지…… 너무 금액이 커졌더라. 됐어, 걱정하지 마.”
안락한 의자에 앉은 채로, 네마냐는 대수롭다는 듯 다리를 꼬아 앉았다. 미하일은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어왔다.
“뭐? 그럼 어떻게 이걸 충당하려고?”
“내가 말했잖아, 민병대가 아니라 자경대라고. 나샤와의 피난민들 가운데서 자원한 이들을 중심으로 조직할 거야.”
나샤와. 아일라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개심이 누구보다도 넘쳐날 그 한 단어면 이해가 가고도 남을 것이다.
“잘됐네. 기사단 패잔병들도 있을 테고, 뭣보다 고원 사람 중엔 가장 경계심이 높을 거야. 그 족장도 지도력이 상당하던데.”
“그래요. 난민들이라고 해서 개판일 줄 알았는데 마을도 건설하고 자체 행정을 조직하고 있더군요.”
그 부대는 일반 자경단이 아니라 더 특수한 역할을 부여할 것이란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 정도면 아마 녀석이 쓰러질지도 모르니까. 이 문제 때문에 며칠은 골머리를 앓은 모양인지 미하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사전 협의가 있었으면 미리 얘기 좀 해라! 난 또 기사들한테 강제 성금이라도 거둬야 하나 고민했네.”
“하하, 미안. 광산 개발 점검하느라고 얘기한다는 걸 까먹었지 뭐야. 지금이라도 알면 됐지.”
“됐다, 됐어. 말이나 못 하면 몰라. 그럼 인구 조사로 보낼 관리한테 자경단 등록 건도 함께 맡긴다?”
“훌륭한 일 처리 솜씨입니다, 재무관님.”
단출한 어두운색 작업복을 걸친 미하일은 여전히 다크서클 짙은 눈을 하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밀은 방을 나갔다.
“가서 좀 자고. 지금 보면 네가 고블린 대마왕처럼 생겼으니까.”
“네가 일이나 만들지 마, 좀!”
서류뭉치를 흔들어 보이며 녀석은 그대로 나갔다. 아일라는 가벼운 미소를 띠면서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하…… 피곤해라. 아일라 씨는 괜찮아요?”
“나? 허구한 날 하던 짓이 대장간 망치질인데 뭐. 가공 장비는 나르기만 하면 되거든.”
그러면서 대장간 일로 다져진 다부진 팔을 자랑해 보이는 아일라였다. 네마냐는 이해가 간다는 듯 끄덕였다.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밀이나 저한테 이야기하세요. 현재로선 아일라 씨가 맡은 광물 산업 쪽이 영지에 가장 중요한 미래니까요.”
“그래. 아무래도 조만간 합금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여유 되면 재료도 구하러 가자고. 너무 초조해하진 말고.”
아일라는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어깨를 두드렸다. 그 말대로다. 해야 할 일에 매진해도 여전히 매 순간 늦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40년을 돌아왔으니 조급할 필요야 없지. 시스템과 전에 없던 좋은 동료들까지 함께 있으니까.’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영지의 운영과 고블린과의 전쟁, 뜻하지 않은 동맹까지.
‘이번에는 완벽하게 준비해 보이겠어.’
감개무량을 느낄 새도 없이, 네마냐는 영주의 인장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흥분하려던 마나는 다시 진정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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