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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22화 (21/200)

22화

첫 방문과 달리 혼자서 바그라트 성채로 들어가는 데는 몇 분 걸리지도 않았다. 아니, 그냥 느낌이 그렇다고 해야 하나.

‘도착 3일 만에 익숙해졌어. 왕족도 아닌데 궁성부터 익숙해지다니, 거 참.’

“나리, 도착했습니다.”

마부의 말에 문을 열고 내린 작은 광장에선, 분수를 배경으로 바누라트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네? 옷차림으로 보면 귀족이나 기사는 아닌 것 같고.”

일견 평범한 로브를 쓰고 있는 상대방을 알아보고자 눈에 힘을 주어 집중했다. 상대가 쓰고 있는 로브에 작은 아지랑이가 일었다.

“……허허, 역시 그럴 줄 알았지. 안 그래도 작년도 마법원 주류에서도 그 사람을 그렇게 추천하더군, 그래서…….”

이야기는 한창 계속되고 있었지만 어째선지 눈치가 보였다. 로브를 쓰고 있는 사람의 눈치가 네마냐 쪽으로 향한 탓이었다. 곧 몇 마디의 들리지 않는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응? 누구라고?”

의문의 상대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는지, 조합장이 바로 뒤를 돌아봤다. 빠르게 반색한 그가 성큼성큼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

“아, 왔군! 내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어. 어제 늦게 들어가서 잠은 좀 잤나?”

“도회지라 길이 막힐까 싶어 미리 나왔습니다. 산골에서 살다 보니 일찍 일어나게 되더군요.”

바누라트가 또 의미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수염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했다.

“오늘이 중요한 날이니 그게 차라리 좋다네. 먼저 연병장 쪽으로 가서 호위로 데려갈 병력을 소개해 주지.”

바누라트는 네마냐의 소매를 붙들곤 자신의 옆으로 오도록 이끌었다. 로브를 걸친 사내도 이내 몇 발짝 가까이 자리를 다가왔다.

“그 사람입니까, 천년의 재주를 가졌다는?”

‘천년의 재주는 또 뭐야, 이 아저씨 설마 또 이상한 소리를.’

정답이다. 농담기가 가득한 바누라트와 똥이라도 씹은 듯한 궁정 마법사의 표정이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흐흐,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주는 맞지. 지금껏 그런 사람이 없었으니까. 아까도 보아하니 자네도 마력을 눈치챈 모양이던데. 그렇지 않나, 네마냐 경?”

‘밀 녀석은 그래도 스스로 흑역사를 만드는데, 나는 자꾸 이 아저씨가 만들어 버리네, 진짜.’

‘천년의 재주’라는 민망한 소재를 인정해야 하는 자신이 레전드였다. 그저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역시 뭔가 시선이 의아하다 싶더니 그렇군요. 이론서 말고 실제로 스캔 기술로 누군가 마나의 흐름을 느낀다는 걸 보니 신기하네요.”

말을 마치면서 로브의 주인공이 머리를 덮어씌우고 있던 모자를 열어젖혔다. 얼핏 보면 네마냐보다 3살은 어린 얼굴이었다. 표정에서는 이지적인 차가움이 묻어났다.

‘와……. 아직 중학생 정도밖에 안 되는 나이일 텐데 저런 분위기를 풍긴다고? 마법사들은 다 저런 건가.’

은은히 붉은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리니 화염이 일렁거리는 모습이었다. 남쪽 멀리 설산 너머 사막에 사는 사람들이 간혹 그런 머리카락 색이 있단 소리를 들었는데.

‘그렇다고 사막의 주민이라기엔 눈이 파랗지도 않은데…… 혼혈? 아니다. 개인 신상을 묻고 다니면 안 좋아. 어련히 좋은 마법사 데려왔겠지.’

여느 때처럼 비즈니스용 웃음과 함께 오른손을 먼저 내밀었다. 오늘날의 기사 작위가 옛날처럼 명예 가득하고 존경받는 지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용을 얻을 만한 매력은 여전했다.

“바가반드 속령의 기사, 네마냐 나자리안입니다. 아시는 대로 정식 기사는 아니지만요.”

“음, 내가 대신 소개해 드릴까?”

의문의 상대는 고개를 천천히 젓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굳은살 없는 부드러운 손으로 보아 검을 잡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왠지 마법사 양반이 쳐다보는 시선이 삐딱했다.

‘어라, 내가 뭔가를 실수했던가?’

“겨우 며칠 사이에 마법계 상식을 뒤엎고 윗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게 어느 대마법사나 신성 기사인가 했습니다만. 그냥, 수습 기사군요.”

네마냐의 얼굴이 제법 동안인지라 은근히 우습게 보인 모양이다. 하기야 네마냐 자신도 거울 볼 때마다 놀라는 얼굴이긴 했지만.

‘꼴에 그래도 마법사다? 어린 것이 벌써 텃세 부리는 게 싹수가 볼 만하군.’

생각까지 읽지는 못했겠지만 그럼에도 마뜩하지 않은 표정으로 상대가 손을 내밀었다.

“한 가지 수정할 것이 있네요. 전 아라가트 마탑 출신이 아닙니다. 에데시온 마법 대학을 나온 궁정 마법사입니다. 이름은 하라드입니다.”

“하라드.”

‘하라드’는 이곳 고원에선 잘 찾을 수 없는 이름이었으니, 다른 곳 출신이란 뜻과 같았다. 서쪽과 남쪽 사막에서 자주 보이는 유형의 이름이었다.

“이름이나 외모로 어느 정도 알아봤겠지. 하라드 군은 사막 지대 출신이네. 졸업 후에 바난드 궁정 마법사로 취직했지.”

간단한 소개를 할 뿐인데, 바누라트는 어딘가 수상쩍은 미소를 이죽거렸다. 큰 상관은 하지 않았다. 네마냐는 고블린만 아니라면 마법사인 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마탑은 아니고 다른 지역 출신 마법사였군.’

이 세계의 마법사는 대부분 독자적인 국가에 가까운 교육 조직인 ‘마탑’에 소속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서방 제국의 통제 기구인 마법원 소속 마법 대학에 속한다. 뿌리는 하나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너무나도 다른 성향을 띄게 되었다.

‘사소한 일이었으면 마법 길드에 요청하고 말았을 텐데, 귀찮다니까.’

검이나 활 등에 오라를 입혀 마나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주로 마법 길드가 알선하는 용병들이다. 하지만 어쨌든 마법 대학이라도 아라가트보다는 에데시온이 훨씬 나았다.

‘아라가트 마탑은 바난드와 마정석 배분을 두고 갈등하고 있었지. 마시스 성산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를 독점하고 싶다는 걸 거야.’

아라가트 마탑이 꼴같잖게 느껴지는 게 마정석 갈등 때문만은 아니었다. 근본적으로 너무 자기애가 심한 집단이라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실력은 좋지. 그 실력을 베풀 생각이 없어서 문제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양반들 같으니.’

거기다가 지금 네마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 그러니까 특정 친화력 무한과 속성 전환, 마정석 제조 등은 마탑의 마법 독점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었다. 마법 사용이 별것 아니란 인식이 확대되면 자신들의 독점권이 약해질 테니 말이다.

‘일단 아라가트가 아니라니 다행이긴 하네. 하지만 역시나 마법사라고 내가 싫은 모양인데.’

이래 봬도 마법사 집단의 일원이란 건가. 네마냐가 마법사가 아님에도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소리가 불쾌한 모양이었다. 맘에 들지 않는 표정이 선명했다.

“자연, 특히 광물계 마나에 대한 친화율이 아주 대단히 높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큰 가르침을 기대해도 되겠군요.”

가시 돋친 대사를 들으며 네마냐는 멋쩍게 머리를 긁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바누라트 이 아저씨는 나 없는 자리에서 얼마나 이야기를 뿌리고 다닌 건지.’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누라트는 한쪽 눈을 찡긋 윙크까지 하고 있었다.

“허허, 경계하지 않아도 되네. 하라드 경은 마법사로 이름이 높은 만큼이나 믿을 만한 사람이야. 무뚝뚝하고 낯을 가리긴 해도.”

“그건 무뚝뚝한 게 아니라, 진중한 겁니다.”

건조한 말투로 마법사가 말을 고쳤다.

“어쨌든, 친해지면 좋은 친구야. 둘이 다들 신세대 주자들이니까 친해져 보라고.”

‘아니, 차세대 라이벌이 되게 생겼는데 지금 무슨 말을…….’

표정의 변화도 하나 없이 어린 마법사의 얼굴은 다시 로브에 덮였다. 아까 네마냐에게 보였던 적의 역시 계파적 적대감은 아니고 막연한 경계심으로 보인다는 게 다행이었다.

‘낯을 가리는 거니 곧 적응되면 괜찮겠지.’

그리곤 어김없이 뜨는 알람 소리. 이런 점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있는 것이 편했다. 어떻게 사건을 이끌어가야 할지 불확실할 때 대강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거든. 이번의 알림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사교성 기르기 1]

[마법사 하라드와 인사를 나눌 수 있을 만큼으로 친분을 올려 보자.]

[화술 능력치 추가]

들이대라는 말인가 싶어 잠시 고민하는 사이.

“오늘은 자네 혼자 왔나? 아일라는 성격을 생각해 보면 안 올 것 같았네만.”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미하일은 아직 숙취로 고생하는 중이라 데려오진 않았습니다.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바누라트는 젊은이들이 역시 술로 밤을 지새웠다며 껄껄 웃었다. 하라드는 달리 반응하지 않았다. 괜히 반응해 주면 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걸 그도 잘 아는 것이다.

“내가 미리 얘기해 둘 걸 그랬나. 술자리에서 아일라에게 휘둘리면 기어나갈 수밖에 없지.”

“덕분에 저도 당분간은 술을 안 먹어도 될 것 같네요. 그건 좋은 것 같습니다.”

네마냐가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자, 조합장은 다시 예의 호탕한 웃음을 내지르며 등을 거세게 두들겼다. 네마냐는 아픈 내색은 하지 않고 낯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풋.”

순간적으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마법사가 아무렇지 않은 듯 로브를 한층 더 움츠리고 있었다. 음, 생각보단 미션 컴플리트 각이 서는데?

‘먹물이 들었다면 미하일이나 아일라보다는 이야기할 만하겠지. 나도 나름 대졸자니까.’

세 사람은 잠시 연병장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연병장은 깊숙한 구석에 있어 꽤 멀었다. 한참을 어색하게 걷고 나자 아침에 아일라와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바로 이걸 위해 마법사를 불렀지.

“저,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마법사님?”

민망한 낯은 없애고자 벼르고 벼른 끝에 건넨 질문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민망함에 머릴 긁으면서도 조심스레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체내의 마나가 특정 속성을 더 강하게 띠면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요?”

말을 마치곤 실없이 웃었다. 로브의 마법사는 별 대꾸 없이 묵묵하게 걸었다. 뭔가 질문이 잘못됐나? ‘어쩔 수 없지’라며 묵묵히 걸었다. 그러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어째서 그런 게 궁금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하군요. 인간 체내의 마나가 특정 속성을 띤다는 문제도 그렇고, 균형이라니. 설마 무슨 드래곤이라도 된답니까.”

하라드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쓴 웃음과 함께 유들유들하게 대답을 돌려주었다.

“농담도 참. 제가 드래곤이었으면 진작에 고블린들 몽땅 쓸어 버렸겠죠. 실은…….”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자연의 마나를 아무런 장치나 조건도 없이 흡수했다는 소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큰 반응은 없었다.

“그건 들었던 그대로네요.”

“네, 그렇죠. 그런데 그다음이…….”

하지만 특정 속성의 마나 흡수와 그로 인한 부작용과 같은 문제는 달랐다. 하라드는 때론 고개도 끄덕이고 내 의외의 모습에 놀란 반응도 보였다.

“그런 문제라면 저도 생각을 좀 해 봐야겠군요. 후보군을 좀 꼽아 보면…….”

이야기가 전개되려는 찰나, 도착했다는 바누라트의 말이 대화를 끊어 버렸다. 자연스레 세 사람의 시선은 앞쪽을 향했다.

“어이, 이제 그만하고 여기로 오게. 이제 출발 준비를 해야지.”

연병장에는 수십여 명의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장교 복식의 군인 하나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바누라트 님, 오랜만입니다! 파드입니다.”

“오, 지난번 강둑 쪽 경계를 나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여기서 보는군. 요즘은 어떤가? 아이는 잘 자라고 있고?”

“덕분에 잘 자라고 있습니다.”

바누라트는 예의 그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껄껄 터뜨렸다. 큼지막한 손이 장교의 등을 철썩하는 소리로 두드렸다.

“앞으로도 백성과 바난드를 위해서 노력하자고. 거두절미하고, 여기 있는 이 친구들이 자네가 호위할 친구일세.”

파드라는 사람은 유심하게 나와 하라드를 들여다보며 관심을 보였다.

“경께서 말씀하셨던 왕의 손님입니까?”

“그렇소. 국왕께서도 귀중하게 여기는 손님들이지. 경과 기사 몇 명에 병사 일부를 내서 바가반드 영지로 가는 길에 호위하게. 괜찮겠지?”

이야기를 마친 파드 경은 성큼성큼 걸어와 선뜻 손을 내밀었다. 오랜 세월의 경력이 굳은살이 가득한 손이었다. 기꺼이 손을 받아 악수했다.

“바난드 기사단의 훈련단장 파브라드입니다. 편하게 파드라고 부르시길.”

이런 인물은 처음 만나 본 네마냐로선 아무래도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인연이었다.

“반갑습니다. 바가반드의 네마냐 나자리안입니다. 편하게 네마냐라 부르셔도 됩니다.”

“아, 고맙습니다. 곧 기사 수습 과정에 곧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타국에 유학이라도 가십니까?”

파드는 어딘가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며칠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니. 교육은 안 받을 셈인가 싶을 것이다.

“하하, 그게…….”

네마냐가 대충 얼버무리니 하라드도 답답한 눈치였다. 분명히 답을 주겠다고 바누라트가 마법사까지 부르긴 했는데 무슨 생각인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아, 그래. 지금부터 그 얘길 하도록 하지.”

바누라트가 조금 시간을 두고 파드에게 약간의 설명을 이어 나갔다. 네마냐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는지 잠자코 들어보았다.

“고대 하야크 왕의 법 중에, 특수한 이유로 학업을 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한 특례가 있네. 간단한 시험을 거쳐 능력이 입증된 학생에게는 담당 교사를 국비로 파견한다는 법이지. 들어 본 적 있나?”

파드 훈련단장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법이 있고 없고의 문제도 아니다. 옛날 같았으면 이 얘기를 꺼냈던 나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야크 대왕이면 3천 년 전 사람 아닙니까? 그 시절 법도 효력이 있답니까?”

“당연히 원래라면 안 되지. 사실상 사문화되었으니 다른 법으로 대체해야 하니까.”

“그런데 왜 이번엔 특례를 시행하신 겁니까?”

잠시 뜸을 들이며 말문을 잇지 못하던 조합장은 헛기침을 몇 번 내뱉고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건 내가 얘기를 하기가 좀…… 쿨럭, 아쇼트, 쿨럭, 왕자, 성인식, 쿨럭쿨럭…….”

“아, 그런, 크으음.”

파드 단장도 무슨 일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시대가 흘러도 어른의 뒷사정이란 것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법인 모양이란 걸 잘 아는 것 같았다.

‘역시 생각한 시나리오대로 가겠네. 왕자님 병역 비리에 어쩌다 묻혀간 셈이지만. 정당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면 누구든 이용해 주지.’

그런 네마냐의 생각을 알 리 없는 바누라트는 계속 훈계를 이어 갔다.

“너무 불편하게 생각 말게. 그만큼 필요한 절차는 충실히 밟으라는 지시야. 그만큼 국가 안보에도 절실하고.”

근데 가만. 필요한 절차는 뭐지? 그런 얘기는 없었는데. 의아해진 네마냐가 되물었다.

“필요한 조치요? 하지만 다른 언급은 하질 않으셔서 제가 무슨 시험을 보는지도 모르는데요?”

시험을 볼 것이란 이야기를 대충 듣긴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험을 볼지는 전해 들은 바가 없었다. 이런 질문을 던질 만했다.

“응? 아, 그렇지. 지금 그걸 얘기해 주려고 했어. 무슨 규정이 있는 시험은 아니라서. 그래서 아예 시험관과 같이 데려오지 않았나? 친해지라고.”

네마냐와 하라드는 수긍의 고갯짓을 하더니 몇 초 후 갑자기 벼락 맞은 사람처럼 반응했다.

“그렇군요…… 네?”

“뭐라고요, 어르신?”

네마냐와 하라드는 서로를 퍼뜩 바라보곤, 황당한 표정으로 바누라트를 보았다. 당황과 거부감이 서로의 얼굴에 떠올랐지만, 선뜻 뭐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어려웠다.

“뭘 그렇게 놀라? 약식 시험은 지금부터야. 나자리안 경을 평가할 마법사가 바로 하라드. 그리고 하라드 경은 앞으로도 교사 및 동료로 자네와 동행할 거네.”

원인불명의 편두통이 머리를 스쳐 갔다. 그렇지 않아도 골칫거리 동료가 둘이나 있었다. 거기에 툭하면 불만이나 얹어댈 소년 마법사까지 추가한다니. 회귀했을 때의 원대했던 계획엔 이런 시끌벅적한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게다가 난데없는 자유 시험!

‘아, 급하게 다시 한번 회귀시켜 주면 안 될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떼쓰기. 한 번 회귀하거나 두 번 전생하거나,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있었다. 인생이란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이란 것 말이다.

- 23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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