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바가반드 영지의 외곽인 오코미 마을에서 서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 주민들은 이곳의 오래된 광산에 ‘사라타’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래전, 이곳의 주인이 난쟁이족이었을 땐 그 이름도 달랐겠지. 족히 2000년 이상 광부들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라고 했던가. 그 시절 길드 조합장이 그런 소릴 했던 것 같기도.’
네마냐가 입은 하얀 로브는 달빛을 받아 어둠 속에서도 길을 밝힐 듯했다. 가을 산등성이 작은 길가의 풀들이 말라붙어 있었다. 생각보다 차가운 바람에, 한 손으로 머리에 쓴 후드를 조이느라 말 고삐는 오른손으로만 잡아야 했다. 하지만 고삐를 늦출 순 없었다. 미하일의 검은색 말이 삼십여 걸음 앞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이, 혼자 가면 뭐 해. 같이 가자고.”
“빨랑빨랑 와. 벌써 한밤중인데.”
코웃음을 치며 말을 재촉해 따라붙었다. 아직 옆구리의 결린 느낌으로 보아, 몸이 회복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가끔 확인하는 상태창의 건강 마이너스 수치만 봐도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보고 듣거나 머릴 굴리기엔 딱히 문제가 없었다.
‘밀 녀석이 함께하면 확실히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환생 후 뼈저리게 느낀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기 농지를 혼자 잘 관리하는 것만으론 세계 전체를 덮치는 재앙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농사만으로는 영지를 구원하거나 자신이라도 살아남는 일조차 어려워진다. 잦아지는 흉년, 들이는 시간과 노력 대비 저조해지는 수익 등 뭐 하나 만만한 문제가 없었다.
‘농사 자체가 얼마 뒤에는 기후 변화로 몰락해 버린 탓이겠지. 그래도 다른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하기까지 자금력을 모으기엔 농업도 괜찮아. 즉각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수급원이니까. 골치 아프게 내가 버는 것보단 녀석과 적당히 손잡는 것도 괜찮지. 녀석의 집안과도 친한 데다가, 녀석 자체로도 좋은 인재고…….’
이쯤 되면, 이게 어딜 봐서 친하고 그립게 여겨서 눈을 뜨자마자 반겼다는 건지 의심이 들 만하다. 그러나 인간이란 원래 그렇게 양면적이다. 친하기에 또 스스럼없이 기대기도 하는 것이고.
‘내가 살아남자고 하는 거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 살아나는 길을 찾는 거니까. 설사 욕을 먹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부끄럼 없이 결과로 보여 주면 그만이다.’
누구에게 던지는지 모를 해명과 함께 말을 몰았다.
“이쯤 어딘가일 거야. 달이 어스름하게 떠서 찾기가 힘드네. 불빛이 있으면 금방 찾을 텐데. 30분이란 얘기만 들었지 실제로 찾아온 적은 없었거든.”
이쪽 길을 한번 와 봤다는 미하일이 앞장서서 길을 이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작 자신도 헷갈리는 모양인데. 하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서 기억하긴 힘들겠지. 나중에 종종 근처를 지나가 봤던 네마냐 자신이야, 어둠 속에서도 대강 길이 식별되었지만.
‘……너무 속 보이는 훈수는 조금 그렇겠지만, 넌지시 힌트 던지는 정도는 줘도 되겠지.’
가벼운 헛기침과 함께 최대한 자연스럽게 훈수를 던졌다.
“……내가 봤다는 지리서에선 작은 마을이 있었어. 아라라트 정상이 계곡 사이에 보이는 지점이라던데. 정말 그러면 금방 찾을 수 있겠지.”
“작은 마을?”
“마을이라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광부랑 상인들이 조금 모여 살고 있댔어.”
“그렇군. 네 말대로면 좀 있으면 발견할 수 있겠는데.”
미하일의 가벼운 헛기침과 함께 새벽 공기 속의 어색함이 잠시 사라졌다. 여전히 차가운 밤공기 속에는 입김이 선명했다.
“마을이 없어지기라도 했을까 봐 걱정돼? 괜찮아. 작년 보고서에서 채굴이 중단되긴 했지만, 상주 인력이 남아 있다고 했거든. 하다못해 광부 오두막이라도 있겠지.”
“그러면 마을에 있는 광산 관리인이나 광부한테 물어보고 갈래? 그럼 허탕은 안 치겠지.”
“미쳤냐? 혹시나 맞으면 대박인 이 정보를 아무 데나 뿌릴 수나 있겠어.”
말은 거칠게 튀어나왔지만, 네마냐 입장에선 당연한 얘기였다. 정보는 유출되는 순간 야반도주하는 속성이 있다. 바가반드가 꼼짝없이 자원을 탈취당한 것도 관련 정보를 관계자들에게 뺏겼기 때문이다. 그런 정보를 자기 역시 믿지 못할 이들에게 흘리고 다닐 순 없다.
“말 참 똑 부러지게도 하는군. 알아, 반쯤 농담해 본 거야.”
“농담 아닌 것 같던데, 흠.”
줄곧 앞서가던 미하일이 문득 말을 세우고 이쪽을 향해 돌아본다. 알아들었으니, 어서 앞으로 가라고 손짓으로 재촉했다. 녀석은 뭔가 말할 것이 있는 모양이지만 투덜대며 돌아섰다. 쿡쿡 웃으면서 녀석의 뒤를 따랐다.
‘가끔 속 좁게 굴어도, 녀석한테 정이 들어 버렸는지 까불어도 귀엽게 보인다니깐.’
옛날 같았으면 피폐한 서준의 심리가 그게 무슨 감성이냐고 토악질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두 번씩이나, 녀석의 꽤 반반한 생김새에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곤란하면서도 재미는 있었다.
‘과연 본토 왕국에까지 명성을 떨친 꽃돌이답다니까. 하긴, 녀석이 생긴 것만으론 이 산골짝에 있을 녀석은 아니지.’
부끄럼을 모면하려는지, 미하일은 네마냐도 은근히 시선 끄는 타입인 걸 모르냐며 받아쳤다. 좀처럼 지는 척도 안 한다니까. 녀석이나 좀 곤란하라고 먼저 앞으로 내달렸다. 당황하는 녀석을 순식간에 지나쳐 앞으로 나갔다.
“앗, 위험하게 뭐 하는 거야! 또 뭐 때문에 삐진 거야?”
“외모로 잘난 척하는 꼴은 못 보거든.”
“쳇, 또 외모 타령이었군.”
그러면서 미하일도 박차를 마저 가했다. 네마냐의 움직임 뒤를 따르는 어떤 희뿌연 빛무리를 본 것은 그 순간이었다.
‘흠, 뭔가 순간 네마냐한테서 반짝이는 빛 같은 걸 본 것 같은데. 별빛이라도 비춘 건가.’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자세한 사정을 알 턱이 없는 미하일이었다. 지금으로선 그저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품고 네마냐가 가는 길을 따를 뿐이었다.
“미하일, 굼떠! 먼저 발견하고 도착하는 사람은 은화 1개!”
“왓! 공평하게 출발해야지, 스무 걸음은 먼저 출발해 놓고 부끄럽지도 않으심?”
“인생은 실전이란 말도 못 들어 봤어?”
어두운 산등성이지만 왁자지껄한 떠드는 소리에 외로울 것이 하나 없는 밤이다.
* * *
한동안 속도를 내어 밀어붙인 끝에, 두 사람은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마을에 다다랐다.
[루크타오 Luktaw]
유려한 미하일의 손동작에서 따뜻하고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마을 입구, 반쯤 쓰러진 나무 표지판이다. 빛의 고리로 둘러싸인 나무판자의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썩어빠진 나무판자에는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사라타/사라톤]
[Sarata/Saraton]
자립할 수 없는 지역이 대개 그렇듯이 표지판에서도 현지의 이름 바로 뒤에, 현재 이 지역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동방 제국의 바실리카 방언으로 같이 표시되어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라지만 씁쓸하군.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도 벅찬 시기에 외부세력과도 합을 맞춰야 하니.’
하야스단 지방에 있다고 모두 같은 동네는 아니었다. 산맥 아래 강이 흐르는 저지대에 있는 콜카신이나 대형 국가들, 그들은 사정이 달랐다. 풍부한 광물과 농업 생산 덕분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었다.
‘참 복을 타고난 놈들이지.’
하지만 바가반드, 아니 굳이 가장 궁벽한 곳만을 예로 들 것 없다. 하야스단의 유서 깊은 바난드 왕국이나 산맥 곳곳에 자리한 영지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산맥에 의지하는 동네들은 풍년이 들어도 한 해를 먹고 살기 어렵다. 시작부터 춥고 건조하던 지역들이다. 광물은 캐봐도 수지가 좋지 않거나 모종의 이유로 중단됐다. 그나마 채굴에 성공한 것 중 양질의 채산물은 모두 수출된다. 국내 산업을 일으킬 만큼의 양은 하나도 남지 않았지. 자연스레 외부에 대한 의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자원이나 자본도 없고 원료 공급처 역할밖에 남지 않았으니, 설사 정보를 알게 돼도 소용이 없었지. 나뿐만 아니라 전 지역이, 속수무책으로.’
지난 일주일 내내 등불 기름을 태우며 고민한 건 바로 이런 현실에 직면한 탓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볼모로 잡혀 외세에 휘둘리는 시대라니. 어딘가 동질감을 느끼는 그 세태에, 네마냐는 스스로 고민에 빠져들었다.
‘일단 미하일을 설득한답시고 무리를 하긴 했어. 출발하지도 않은 제국 지리학회 조사단 얘기를 한 건, 양심에 찔리긴 해도 곧 일어날 일이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나 스스로도 속일 각오는 되어 있어. 어떤 누군가가 틀린 게 아니야. 시대가 요구하는 기준이 다를 뿐이니까.’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확인했을 때만큼의 긴장감이 되살아났다. 아랫입술을 살짝 물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괜찮아. 진정하자. 기억하고 생각하는 대로만 움직이면 잘 풀려나갈 테다.
“……해서 들어가 보면 되겠지?”
“엉?”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민에 대화의 맥을 놓쳤다.
“야, 기껏 얘기하고 있는데 힘 빠지게,”
“미안. 무슨 얘기하고 있었지?”
“그러니까, 네 탐지술로 광산을 어떻게 살펴볼 것인지를 묻고 있었잖냐.”
“아. 사실 특별한 건 아냐. 농작물 판별 기술에 대해선 너도 봤었으니 알겠지?”
“그때 한번 보긴 했지만, 보는 거랑 이해하는 건 다른 거니까. 네 새로운 탐지라는 기술부터가 희한한걸. 마정석 속성을 확인하고 분류하는 기술이라니. 아마 마탑 같은 데서 알았으면 진작 실험실로 끌려갔을걸.”
“하하, 어처구니없는 소릴.”
두 사람은 말없이 한참을 마을 안쪽으로 걸어갔다. 밤이 깊어 보름달도 서쪽으로 기울었는데 기울어진 달빛을 받는 귀뚜라미 소리만은 멀쩡했다. 저 앞쪽에 광산 출입구가 홀로 세월의 무게를 버티는 중이었다.
“음……. 사실 진짜 광산에서 시험해 보는 건 처음이야. 길가의 돌멩이로 간단하게는 해 봤지만.”
“그렇다는 건, 밀이나 보리 같은 작물에 작용하듯이 작은 광석을 분석할 수 있는 건 맞다 이거지?”
“희귀 광물까지 폭넓게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 가능하다고 해도 지금 마나 수준으로는 광산 전체 스캔까진 힘들 듯.”
“야, 그거 하는 것도 대단한 거야. 하야스단은커녕 다른 어디도 그런 기술 가진 사람은 없다구. 대형 길드로 가 봐라. 거기 노인들이 제발 좀 와 달라고 바짓가랑이에 매달릴걸?”
“아, 그래?”
네마냐는 달라붙는 길드원 생각에 몸서리를 치면서 동굴 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흠.”
도중에 퍼낸 찌꺼기들인지, 크고 작은 돌이 무더기로 입구 근처에 쌓여 있었다. 무심코 지나갈 뻔하던 눈길에 무엇인가 눈에 띈 것은 그때였다.
“어라.”
그냥 잡석 부스러기들을 모아 놓은 줄 알았던 돌무더기에서 빛이 흐르듯이, 아니 흐른다기보단 감싸듯이 둘러싼 형체가 보이는 것이다.
네마냐가 이상하게 움직이자 미하일 녀석도 곧바로 관심을 보였다.
“왜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어, 어? 아니, 그게 좀……. 넌 저거 안 보여?”
이상한 일이다. 코앞의 돌무더기를 가리켜 보는 것이지만 미하일은 이상하다는 눈치로 돌멩이들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뭐가? 망령이라도 있어?”
“그…… 이상한걸.”
조심스레 다가가 돌무더기 앞에 무릎을 꿇고 돌멩이들을 치웠다. 눈앞에 드러난 것은…….
“이렇게 대놓고 빛나는 돌이 있는데 안 보인다니…… 놀리는 거지?”
“내가 무슨 바보인 줄 알아? 돌멩이에서 빛이 왜 나와.”
“이상하네. 그럴 리 없는데.”
“농담도 참 이상하게 한다니까.”
네마냐는 갸웃거리며 은은한 은하수의 빛을 내는 돌에 손가락 끝을 가져다 댔다. 돌과 맞닿은 손가락 끝에서 희미한 빛이 흘렀다. 곧바로 상황을 인식했는지 상태창이 떴다.
[탐지]
반응을 보이는 성분 중 네마냐가 이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경험한 대상에 대한 정보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광물에도 이 능력이 적용될 수 있단 건 몰랐었다. 얼마 전에야 상태창을 통해 얻은 능력으로 처음 알게 됐지만.
‘이것 봐라? 제법 재미있는데.’
처음에는 마정석의 파장이 느껴졌다. 건드릴 때마다 퍼지는 진동이 너무나 맑고 깨끗해서 다듬어진 마정석의 이미지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다. 이 능력이 이렇게나 감도 좋은 기술이었던가. 생각보다도 효과가 좋아서 광산 전체를 스캔해도 되겠단 판단이 들었다.
‘과연, 이 정도로 선명한 이미지가 잡힐 정도라면…….’
문득 아래로부터 울컥하는 마음이 치솟았다. 흥분이 솟구쳐 시작했다.
‘누구나 쓸 수 있고 하찮게 여기던 탐지가 이렇게 대단한 기술이었단 말이야?’
네마냐는 작은 돌을 집어 원석을 내리쳤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작은 먼지 바람이 일었다. 먼지가 걷히고 그것이 나타났다. 미하일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곧 눈앞에 드러난 상황을 파악하곤 눈빛이 예리해졌다. 드러난 단면엔 독특한 패턴의 문양이 나타났다.
“어라, 이거…… 마정석의 문양인데. 그것도 제법 훌륭해. 네가 이런 안목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대충 봐도 상용 마법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은 되겠어. 고급 마정석 아냐?”
“으응, 아직 내가 마나가 약해서 정확한 건 확인해야겠지만. 얼핏 봐도 쓸 만한 순도와 밀집도 같아. 한 A급에서 B급?”
“아니, 그런 마정석이면 아무리 손해를 봐도 무조건 2배는 이익이라던데. 이렇게 버려 두고 떠났다…… 소리 소문도 없이?”
흥분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운 채 이리저리 돌멩이, 아니 마정석 조각을 살펴봤다. 이런 작고 예쁜 돌멩이의 값어치가, 한 번 구를 때마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를 결정할 수 있다니.
“마정석 광맥은 맞아. 저 안에서부터 비슷한 기운도 느껴져. 좀 약하지만.”
“이 광산 열린 지가 언제인데 그런…….”
대충 사태를 알아차린 네마냐는 무릎을 펴고 일어섰다. 어째서 이런 중요한 자원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채 외지인에게 헐값에 넘겨 버렸는지, 그걸 알아낸 것이다.
“여길 채굴했던 건 가스파리얀 백작, 그 양반한테 싼값으로 불하받은 작은 민간 업체야. 그게 독이 된 거지.”
“돈이나 기술이 없긴 하겠지. 근데 그게 어째서 문제가 되는 거지?”
네마냐는 당연한 소릴 묻는다며 대답했다.
“답답하긴. 마정석을 찾아낼 수 있는 분석 기구나 마법사를 쓰려면 비용이 한두 푼이 아냐. 그러니 영세 업체가 이걸 어떻게 알겠어. 그냥 잡석인 줄 알고 버리는 거지.”
“정말 네 말대로라면, 우린 우연찮은 던전에서 보물상자를 찾은 셈이잖아.”
어느샌가 미하일은 마정석이 아닌 네마냐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무엇인가를 찾는 듯한 시선은 어딘가 이상했다.
“왜 그래?”
네마냐의 물음에 미하일은 뭔가 잘못 본 것 같다며, 눈을 비비곤 없는 일로 치라고 답했다. 이상한데. 오늘따라 더 실없는 녀석이군.
미하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다.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더 볼 것도 없었다.
‘그래, 여기가 바로 그 역사적인 마정석 광맥이 있는 곳이 맞아.’
손가락을 몇 번 튕기며 잠시 자리에 서 있던 네마냐는 미하일과 시선을 마주쳤다. 둘 사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오갔다.
“……우선 이곳부터 사들이고 보자. 값어치를 아는 우리가 사서 제대로 써 줘야지 않겠어? 투자한 만큼 이익도 크겠고.”
“……잠깐. 지금은 아무리 폐쇄된 광산이라지만, 너 광산 살 돈은 있냐? 장비랑 인력 비용은? 맨손으로 캐려고?”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녀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미하일이 몸을 움찔하는 것을 지켜보고, 한숨과 함께 당연한 얘기를 건넸다.
“그걸 내 돈으로 살 필요는 없잖아? 남들이 알아서 투자하도록 적당히 약을 쳐야지. 그리고 기초 자본은 걱정도 하지 마. 믿는 구석이 다 있으니까.”
반사적으로 그렇지,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미하일. 하지만 네마냐의 마지막 말 한마디에 어째서인지 마음속 한구석이 사정없이 쓰려오는 게 느껴졌다. 왜지, 설마?
“……너 설마, 그 믿는 구석 중 하나가, 나는 아니겠지?”
“응? 설마 무슨 이의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동업자님? 너도 이쯤 되면 동료로 함께 뛰어도 되겠다고 생각할 텐데?”
아 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저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이란. 미하일은 슬슬 몇 발짝을 물러서며 뒷수습에 나섰다. 물론 사업 투자가 싫어서가 아니라, 저 누군가의 강렬한 눈빛 때문이었다.
“아니, 슬슬 동업자로 투자를 해도 좋겠다고 생각은 한 건 맞지만, 광산을 사는 데 내가 어디서 그 큰돈을…… 아버지한테 맞아 죽는다고!”
“괜찮아. 내가 잘 둘러 얘기해 줄 테니까. 수입이 날 때까지만 버텨 보자고. 동업자!”
마지막 단어는 동업자로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고, 어째서 ‘물주’로 들렸을까.
그날 밤, 광산 인근에는 무시무시한 포효가 들렸다. 자던 인부들은 드래곤이 재림했다며 공포에 질린 밤을 보내야 했다나 뭐라나. 지금이야 용이 나오건 고블린이 나오건, 아무래도 좋다. 장밋빛에 찬 두 친구의 꿈에는 장애물이 없을, 음, 그럴 예정이었다.
- 6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