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78화 (178/200)

# 178

64장 - 상담사와 실수 (2)

예상과 달리, 이가을은 7월이 다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퀘스트였다면 불안감이 커졌으리라.

어쩌면 이미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하며.

그렇지만 이번엔 퀘스트의 서술부터가 “죽여봐요”다.

기본적으로 NBSC의 서술은 대부분이 진실.

적어도 이번 에픽퀘스트의 대상은 자살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퀘스트들의 난이도를 고려해볼 때, 내가 죽이려 들지 않는 한 생명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구태여 이가을을 수소문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준비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상대 쪽에서 시간을 두고 접근할 셈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미래에 대비할 일이었다.

아마 10월쯤에는 [오래된 구원]을 구입할 수 있을 터.

모쪼록 그때까지 이가을이 잠잠하기를 기원하며, ‘피로’가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상담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렇기에 7월 29일의 <퀸즈 랜드>를 본방사수하진 못했다.

최종화를 앞두고 황제의 감정이 조명되는 회차.

추가촬영한 내 분량은 고작 한 씬에 불과해, 구태여 모니터링으로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핸드폰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점.

드라마 잘 봤다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진동을 울리고, 그것들에 답신하기도 전에 황제 역의 천수연이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아, 예. 그…… 드라마 말씀이시지요?”

[네! 이게…… 네? 설마, 안 보고 계셨어요?]

“죄송합니다. 정리할 일이 많아서 이제 집에 가는 길이에요. 오늘 방송분에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문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요. 미리 예고 좀 해주시지! 쪽대본이라 전혀 몰랐잖아요? 그리고 그걸 안 보시면 어떡해요? 이따 클립으로 올라오면 꼭 보세요. 꼭이에요!]

떨떠름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서자, 아내와 딸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왜 빨리 안 와서 명장면을 놓쳤냐고.

그러면서 녹화한 영상을 틀어주기에, 하는 수 없이 쇼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하게 됐던 것이다.

그랬는데 그 명장면이라는 것이……

[황상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위정자는 사람답게 살지 못해야 하는 법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집사님?]

[……글쎄요. 저야, 국정은 아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황상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지요.]

[저는…… 그냥, 그렇습니다. 황상께서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는 뭐가 어찌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쉽게 말씀하시는군요. 황상께서 평안하시려면 국정이 올바로 서야 할 텐데. 그러려면 황실이 내정한 사업가와 성혼하시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할 것입니다. 그걸 바라시나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흥미롭군요. 저는 황상께서 평안하시길 바라지 않습니다. 삼촌으로서, 그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지요.]

[평안하신 것이 행복 아닙니까?]

[집안에서 점지한 이와 성혼하고, 그를 통해 만백성을 평화롭게 한다면, 그건 평안한 황제라 할 수 있지요. 그러나 그게 행복한 일이겠습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위정자는 사람답게 살지 못해야 한다. 좋은 말이지만…… 모순입니다. 위정자 역시 사람인 까닭이지요. 그건,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장은진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대사들은 아니다.

나와 대화하며 대충 갈래만 잡았던 날림 대본.

황제 역의 천수연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내가 진짜 상담사로서 집사 배역을 마주하길 바랐다.

그렇게 나와 미남배우 오균헌이 애드립을 주고받게 됐다.

그런 연기가 명장면이 된 것은 오균헌 덕분이리라.

배우로서도 배역으로서도 대단히 멋진 그 청년이, 상담의 끝 무렵에 감정을 폭발시켰으니.

[저, 저도 그건 싫습니다. 그렇지만…… 황상을 말리면, 행복해지나요? 내키는 대로 하면 행복해져요? 자길 희생해서라도 평안을 얻으면, 그게…… 그게 낫잖아요……!]

[미안한데, 행복은 선택이 만드는 것이 아니에요.]

[……그럼 뭐가 만드는데요!]

[사람이 만듭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순간이 만듭니다. 그러니까 달아나지 말아요. 당신을 기다리는 그 아이에게, 거짓말만 남기고 도망치지 말아요. 그게 내 대답입니다. 오늘 상담은 여기까지. 다음에는 다른 데서 만납시다.]

[다른…… 다른 데, 어디요?]

[예식장이면 좋겠군요. 나가봐요, 나 바빠요.]

내가 나오는 장면은 거기까지.

이후로는 전형적인 한국드라마답게 황제와 소꿉친구 집사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퀀스였다.

말하자면 나는 징검다리 역할의 감초였는데……

이상하게도 내 이야기가 포털을 점령한 모양이었다.

“이거 봐봐! 또 실검 올랐어. 아빠, 졸라 멋있어.”

“박지수, 졸라 이런 말 누가 쓰래?”

“준나 멋있어.”

“그게 그거잖아?”

“암튼! 사람들이 막, 아빠 때문에 집사엔딩각 떠서 고구마가 싹 내려갔다고 그런다? 아빠 인제 진짜 드라마 스타야!”

스타까지는 몰라도, 호재인 것은 분명했다.

7월에 이르러서는 시청률이 30%를 넘긴 대작.

그 클라이막스에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냈으니, 까메오로서 최상의 이미지메이킹이 될 듯했다.

”아빠 아빠, 다음 드라마 또 언제 찍어? 나 아빠 드라마 찍을 때 데려가주면 안 돼? 졸잼일 거 같아!”

“그렇게 재밌지는 않을 텐데…… 한번 생각해볼게. 주희야, 먼저 자. 나 정리할 것 좀 마무리하고 서재에서 잘게.”

“그냥 침대로 와. 나 잠귀 어두운 거 알잖아.”

“아빠? 또 밤새게? 시험기간도 아니면서.”

“밤새는 거 아니야. 요즘 일이 많아서 그래.”

“아 진짜? 스타는 바쁘시구만? 좀만 하구 자.”

귀여운 투정에 웃어주고 돌아섰다.

머릿속으로는 자조적인 생각을 하면서.

황제 이연에게 사람답게 살길 권했던 나는……

사람답게 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악화되지 않았을 뿐, 여전히 ‘피로’가 스탯을 좀먹고 있으니.

그녀와 집사에게 한 조언대로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개인적인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으니.

무리한 강행군은 이윽고 마음의 흐트러짐을 부르는 법이라, 세상을 바꾸기 위한 마라톤에서 탈락하고 말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수 없는 일이지.

하루에도 수십 명이 삶의 끈을 끊는 현대사회.

나는 상담사로서 가속을 멈출 수 없다.

비록 파국이 명확히 예상되는 차륜전이라 할지라도, 결코 후진하지 않고 내담자들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그러니 ‘존버’로 일관하는 것이다.

아직 한계는 아니니까.

아직은 지쳐 쓰러질 때가 아니니까.

그런 결의에 보답하듯, 이튿날에도 낭보가 날아들었다.

[됐습니다! 따냈어요, 부장님!]

프리월드 미래기획팀 명현수 과장의 외침.

국방부 VR 사업에 프리VR이 낙찰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래. NG텔레콤이 해냈구나.”

[에이, 이게 NG가 해낸 거겠습니까? 부장님이 해내신 거죠. 투찰금액 가격점수에서 밀렸는데, 오히려 기술점수에서 CT랑 ST를 압도했다고 합니다. 기술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똑같은 기기 쓰는데 말이죠. 결국 소프트웨어가 당락을 결정한 거죠. 그 소프트웨어의 핵심이 바로 형님이시고요.]

“내가 무슨 핵심까지야.”

[핵심이십니다. 어제 퀸즈랜드로 또 인터넷 뒤집어놓으셨잖아요? 지난주에는 위암 말기 아저씨 상담으로 12% 시청자들 다 울려버리셨고요. 그런 게 심사위원들한테 영향을 준 거죠. 베갯머리 송사라고 하잖습니까? 집에서 마누라한테 상담사 박대민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꾸 들으면, 그게 심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설마 그런 식으로 심사했으려고.”

[헤헤. 말이 그렇다는 거죠. 어쨌든 수십만 장병들을 위한 프로젝트인데, 이렇게 영향력 큰 메인모델이 있다는 건 분명히 먹히는 포인트죠. 다 우리 부장님 덕분입니다!]

다 내 덕분인지는 알 수 없는 일.

다만, 그것이야말로 상담사 박대민의 꿈이었다.

오랜 노력의 결실에 마음이 한껏 부푼 것도 당연했다.

그날 저녁 인터넷방송 전까지는.

어제는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오늘은 700억 규모의 차세대 사업을 따낸 상담사의 인방은, 대호황.

평일임에도 금세 20만 시청자가 모여들었다.

그들 가운데에도 사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다음은 오블러카님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저는 수원에 사는 중학생입니다. 저희 엄마는 러시아 사람입니다. 저는 눈 색깔이 다른 아이들과 다릅니다. 그래서 눈 깔고 다니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는 아빠는 밖에서 오래 일해서 엄마랑 오래 있습니다. 엄마는 한국어를 잘 못합니다. 저도 한국어를 잘 못합니다. 선생님 말은 알아도 친구들이 빨리 말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발음도 친구들하고 달라서 말을 잘 안 하게 됩니다. 친구들은 그래서 저를 싫어합니다. 가만히 있는데 와서 때리고 뭐라 합니다. 저도 제가 싫습니다. 아빠한테 러시아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가 혼만 났습니다. 저는 왜 한국에서 태어났을까요. 알려주세요, 아저씨…….”

「 서브퀘스트 “오블러카를 살려봐요” 발생! 」

황금빛 글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 채팅창에 마음씨 고운 이야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헐 애들 너무하네」

「다문화가정 문제많다더니 심한가봐요ㅠㅠ」

「단일민족 국가에서는 힘들져 에휴..」

한국이라고 단일한 민족인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유사한 외양이 많은 것은 사실.

외견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그런 환경 탓에 보편적인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단일문화가정 아이도 외모 콤플렉스를 겪곤 한다.

그것이 이질감 수준까지 나아간 다문화가정 아이는, 늘 시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

외국인 부모와 주로 소통하는 아이라면 문제는 가중된다.

교우들과 의사소통에서부터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악순환이다.

소년기의 사회성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발달하는 법.

그러나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또래 문화권에서 멀어지면, 자연히 한국어 구사능력이 정체되고, 대인관계 면에서도 자신감이 줄어든다.

그 취약성이 다시 관계의 단절을 강화한다…….

정부의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한국문화가정 학생들과 여러 방면에서 달랐다.

학업성취도는 낮고 폭력경험률은 높았다.

12개월간 자살시도율은, 두 배에 이르렀다.

그러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대체 얼마나 성긴 그물을 던져왔던 것인가.

저 아이들 역시 내가 담아야 할 마음일진대.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구원은 작년 100만을 돌파했다.

총인구의 2% 수준.

그중 내 상담을 경험할 수 있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

“다문화가정…… 말은 흔하지만, 사실 많은 분들께 아직도 낯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생 여러분께는 어떤가요?”

「저희반에 한명있어요! 필리핀」

「학교에 베트남애 있는데 맨날혼자있어요..」

「근데 러시아면낫지않나? 동남아보다 날거같은데」

「러시아 혼혈들 존잘」

「ㅎㅎ 오블러카님 힘내여 성인되면 축복임을 알거임」

“외모의 우월감으로 자존감을 함양해주시려는 분들도 몇몇 계신 듯한데,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차별적인 시선이에요.”

「그래도~~ 그런거라도 있어야지않을까여」

「미국유학가봤는데 인종차별 진짜무섭던디..」

「꼰마님 애기 힘내게해주세영 ㅠㅠ」

힘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마음을 안아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상담사의 업이다.

나라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도 죽음을 막아줄 수 있다.

“오블러카님. 듣고 계시지요? 오블러카님은 본인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해요,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해요?”

「오블러카 : 저는 한국인예요」

「근데 생긴건 러시아아님? 눈색깔이다르다면서」

「위에님 무릎손해요! 한국살면 한국인이져!」

「오블러카 : 근데요 잡종이레요 시장아줌마가요」

「어우」

「아 너무하네 애한테..」

“……잡종. 그 단어의 뜻을 알고 있어요?”

「오블러카 : 혼혈?인거 가타요」

“예. 그런 뜻이지요. 1종 2종이 만나서 1.5종이 된다, 이런 얘기예요. 하지만 그건 틀렸어요. 못된 어른들이나 부주의하게 사람들에게까지 쓰지, 인간은 같은 종입니다. 다만 피부색이나 외모 때문에 서로 달라 보이는 것뿐이죠. 그런 다문화가정을 잡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이해가 안 되죠?”

「오블러카 : 그거는.. 함부러 만나서 욕하는 거예요」

함부로 만나서.

오블러카는, 양친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근원이기에……

사랑해야 마땅할 이들마저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원망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라면 그래서는 안 됐다.

영아의 기저귀를 갈아주듯이, 아이가 또래 집단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 교육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부친은 가족을 먹여살리는 일만으로도 벅찼을 것이다.

모친 쪽은 낯선 한국사회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것이고.

부유하고 여유로운 환경이 아닌 이상에야, 아이는 결국 자신을 잡종으로 정의한 채 성장하게 된다.

또는, 성장하지 못한 채 삶을 끝맺거나.

동남아계니 유럽계니 하는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것은 한국사회의 근원적인 문제.

작은 아이가 사회 전체와 싸워가야 하는 현실이다.

내가 바꿔야 할 것은 그 세상 쪽.

그러나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를 바꾸는 일이었다.

“오블러카님. 이제부터 아저씨 말 잘 들어요. 아까 말했다시피, 인간은 모두 같은 종이에요. 똑같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이냐 하면, 예전에는 비행기도 없고 배도 작아서 그랬던 거예요. 길에서 낯선 외국인을 만나도 막 칼을 휘두르면서 전쟁만 했어요. 그렇게 어울리지 못하니까 다른 모습으로 진화를 한 거야. 진화가 뭔지는 알고 있어요?”

「오블러카 : 진화는 조은거요」

“예, 좋은 거예요. 그렇지만 각자 자기 땅에서만 진화를 해왔던 건, 좋은 일은 아니에요. 멀리 갈 수 없어서 못 갔던 것뿐이에요. 요즘 보면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열심히 다니죠? 왜 그럴까요? 그게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서로 같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요. 그래서 호기심을 느끼고, 가까워지고 싶어해요. 이제는 그럴 수 있어요. 배도 크고 비행기도 많아요. 그런데도 낯선 외모가 보이면 이상하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오블러카님처럼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해서예요.”

「오블러카 : 조은한경예요?」

“좋은 환경이지요. 오블러카님은 알고 있잖아요?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특별한 외모를 가졌지만, ‘저는 한국인이에요’라고 대답했잖아요? 그런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오블러카님은 다른 다문화가정 아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을 테니까. 과체중인 사람을 뚱뚱하다고 놀리지도 않을 거고, 저체중인 사람을 말라깽이라고 놀리지도 않을 테니까. 세상에 그렇게 좋은 사람들만 있었다면, 오블러카님이 힘들 일도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아저씨는 고맙고 미안해요. 세상이 좋아지는 과정에서…… 좋은 사람인 오블러카님이, 너무 일찍 태어나서, 고생하고 있다는 게요.”

「오블러카 : ㅎㅎ 저 조은사람예요?」

「오블이 좋은사람이에요~~~」

「오블쿤 힘내요 다른애들이 진화가 덜된거임」

그쪽은 진화의 문제가 아니라 적응 쪽이지만……

사람을 편협하게 만드는 면에서는 더 심하리라.

마치 봉건시대의 귀족들이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평민들을 천대했던 것처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혐오하게 된다.

어울리기보다는 배척하고 만다.

칼을 휘둘러 오랑캐를 죽이던 옛 전사들처럼.

“……지금 시청자 수가 23만 명이네요. 평일에 이만큼 들어오신 건 신기록 같은데. 어쨌든 이 23만 분께 여쭤볼게요. 여러분은 그러지 않으실 거지요? 눈 색깔이 다르지만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오블러카님을, 이상하게 보지 않으실 거지요?”

「네!」

「ㅇㅇ!!!」

「오블아 누나도 수원살아 누나가 밥사줄게~~」

「학교어디야 형이 애들 혼내주러갈까?」

수백 개씩 쏟아지는 응원의 목소리 속.

오블러카의 이야기가 찰나간 눈에 띄었다.

“오블러카님이 방금 채팅을 남기셨는데…… 이렇게 얘기했어요. 여기는 좋은 사람들이 많네요. 하지만 오블러카님? 좋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어요. 못된 환경 때문에 나서지 못할 뿐이지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아요. 이렇게나 좋은 사람이 많은 세상인 걸 믿고, 다가서봐요. 분명히 오블러카님을 반겨줄 친구가 있을 거예요. 믿어줄 수 있겠어요?”

「오블러카 : ㅎㅎ시른대요~~?」

「 서브퀘스트 “오블러카를 살려봐요” 완료! 」

채팅과 마음이 다른 장난기에, 흐뭇하게 웃게 됐다.

그렇게 한 아이의 호수를 내 마음에 담고……

나는 확신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이가을이 알려준 실수는,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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