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
60장 - 저 감정 (3)
인간은 다양하다.
상담사로서 모두가 동등한 인격 수준을 갖고 있다고 믿지만, 세부적인 지점에서는 쌍둥이조차 서로 다른 것이 현실.
다양한 유전자와 다양한 성장환경이 인간의 개체를 서로 구분되도록 만든다.
그중에 싸이코패스라는 성향의 군(群)이 존재한다.
정식으로 사용되는 진단명은 아니다.
DSM-5의 반사회성 인격장애 항목에서 파생된 관용어.
주로 전두피질과 회백질의 기능 장애로 공감능력이 결여된 케이스를 뭉뚱그린 표현이다.
그것을 설명하며, 이용덕은 자주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종종 말하긴 하지요. 후천전 요인이 강한 다른 인격장애와 구분될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너무 많이 쓰이는 표현이니까. 요즘 애들은 그걸 정신질환과 동의어로 쓰더군요. 너 싸패냐, 이러면서요. 전혀 다른 건데 말입니다.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상이 여기저기서 개인들을 병들이고 있어요.]
“그렇지요. 인격장애 환자들에게도 싸이코패스들에게도, 그런 비하발언은 문제행동만 부추길 뿐인데 말입니다.”
[그렇죠. 어쨌든 이 싸이코패스라는 용어는…… 주로 공감능력이 존재하지 않는 케이스를 말하지요? 그게 본질은 아닙니다. 임신 중 질병이나 약물로 인해 뇌 기능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하버드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이 큰 듯해요. 모노아민산화효소-A(MAO-A)의 활성화도예요. X염색체의 형질이 영향을 미치기에, 모계 혈통이 중요합니다. 아들의 X염색체는 모친에게서 유전되는 법이니.]
“……딸 쪽도 받지 않습니까?”
[예, 두 개지요. 딸에게서 표현형이 드러났다면, 양친 모두가 형질을 갖고 있었던 셈입니다. 모친 쪽은 표현형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요. X염색체가 둘이라, 한쪽이 커버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하니. 흔히 말하는 열성 유전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부친 쪽은 무조건 표현형이 되겠지만.]
정리하면 이런 이야기였다.
아들이 싸이코패스 표현형을 드러냈다면, 그것은 모계 혈통.
하지만 X염색체가 둘인 모친은 표현형이 없을 수도 있다.
반면 딸이 표현형을 드러냈다면, 그녀가 받은 두 개의 X염색체 모두에 MAO-A 돌연변이가 존재한다는 뜻이 된다.
그 말이 암시하는 것은……
신지원의 부친이 사회화된 싸이코패스일 가능성이다.
송은주가 염려했던 노산으로 인한 돌연변이는, 어디까지나 난자 쪽에 국한되는 문제니.
“……알겠습니다. 계속 말씀해주시지요.”
[그래요. 이런 형질이 계속해서 유전이 되는 것은, 발현되지 않은 모계 때문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들의 표현형이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른바 전사의 유전자라는 거지요. 평범한 인간이면 PTSD를 앓게 될 동족 학살- 즉 전쟁에서, 누구보다 활약할 수 있는 특질이니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훌륭한 전사라며 떠받들어졌겠지. 그에 더해 그 장본인들이 감정 관계에서 심리적 보상을 잘 얻지 못하니…… 혼인 없이 성폭행 등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많았을 것이고요.]
“예. 그렇지만 이들이라고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요. MAO-A가 조율하는 건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쪽입니다. 그 활성화도가 낮다고 해봐야 성취감이나 행복감 등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뿐이라는 거지요. 대인관계에서 애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남들과 좀 방식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흥. 중요한 건 성장환경이에요. 신경전달물질이 잔뜩 나와도 환경이 엉망이면 흉악범이 될 수 있습니다. 싸이코패스라고 해도,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싶었습니다.”
[……거참. 아무튼 조심해요. 어떤 친구를 상담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박 선생이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 보편적인 대중에게 존경받는 것처럼은 안 될 겁니다.]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대중이 내게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사회 속에서 억제하며 살아가야 했던 감정들을 크게 자극하는 인물인 까닭.
선한 면을 발견해주는 사람이기에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부족한 케이스라면, 네다리 정승규 이상의 적대감을 보일지도 몰랐다.
“염려 감사합니다. 잘 조율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건승을 빕니다.]
“선생님! 저 왔습니다!”
통화를 마칠 즈음에 손바울의 차량이 도착했다.
늦은 밤에 불렀는데도 작은 불쾌감조차 없는 표정.
하지만 용건을 이야기하자, 짜증을 표출했다.
“도움이 될 케이스라 생각해서 불러주신 건 참 기쁩니다만…… 전 잘 모르겠네요. 그 부류를 멀쩡히 살아가게 돕는 것이 좋은 일인지 말입니다. 우생학적이라고 비난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성장환경이라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문제잖습니까? 어느 집구석에서 살인마의 묘목이 배양될지 모르는 세상을 만들고 싶으신 건 아니잖아요?”
스스로 말한 대로, 우생학적인 편견.
바로 그렇기에 나는 손바울을 불러야만 했다.
그가 말하는 ‘그 부류’에는, 그 본인 역시 포함돼 있으니.
손바울은 오현서와의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몇몇 감정만을 설명할 뿐.
만나면 적당히 기분이 좋아지고 겸사겸사 그녀의 감정을 배울 수도 있기에 사귀고 있을 뿐, 결혼이나 2세에 대해서는 작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다고 믿는 까닭에.
유전적인 요인까지는 모를 일이지만, 손바울은 남들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소시오패스가 된 자신이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렇기에 가정을 갖겠다는 꿈 따위 꾸지 않는다.
제2의 손바울을 더는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내 제자는, 지금까지도 스승인 나만을 사랑하고 있을 뿐, 그 자신을 완전히 인정하지 못한 채였다.
그것이 아주 이상한 심리는 아니다.
당장 한효준만 하더라도 비슷한 문제로 고뇌하고 있으니.
그처럼 위대한 학자조차 괴로워하는 내적 갈등에서, 작고 여린 이 아이가 호탕한 패기를 보일 수는 없을 터였다.
그렇지만 손바울은 내 제자.
나는 이 아이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
자기보다 나를 더 사랑하며 살게 둘 수 없다.
가장 끔찍한 환경에서도 자신들의 아이를 사랑했던 그의 양친처럼, 딸을 위해서라면 세상이라도 바꿔주고 싶은 나처럼, 아이를 위해 살아가는 행복을 알려주고 싶었다.
“바울아. 늘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신이 아니야.”
“예? 아, 예. 심판해선 안 된다는 거죠?”
“그것도 있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 우리는 알지 못해. 세상에 다양한 형질의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그들이 서로를 혐오하고 비난하고 괴롭히면서도, 끝끝내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유를. 그래서 알아가려는 거야. 나와도 다르고 너와도 다른 그 아이가, 어떤 지점에서 우리와 맞닿을 수 있을지.”
“……걔가 낳은 애들이 살인마가 된다고 해도요?”
“안 될 거다. 우리가 있으니까. 방금 이용덕 교수와 통화했어. 정신건강의학의 권위자가 이렇게 말하더라. 싸이코패스도 우리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행복한 사람은, 절대로 살인마가 되지 않는단다. 네가 이렇게 내 제자가 되어 함께 마음을 알아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흠…… 흐음. 흠. 예. 뭐, 한번 가보죠.”
그렇게 손바울을 설득한 뒤, 카페에서 기다리던 송은주를 불러냈다.
이쪽은 또 다른 이유로 마음이 복잡한 상태였다.
“저기…… 바울 씨? 정말로, 입 무거우신 분 맞죠?”
“약속했잖아, 은주야. 이 아이는 어떤 것도 발설하지 않아. 무엇보다, 나도 때로 기댈 정도로 능력 있는 친구야.”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뿐이죠. 아무 염려 마시고, 얼른 타세요. 모시겠습니다.”
태도가 무척 공손한 것은, 내 친구라고 설명해둔 까닭.
내게 무례한 말을 뱉지 않는 이상 호의를 유지해줄 것이다.
그 단정한 모습에 송은주 역시 마음을 놓은 듯했다.
“고마워요……. 차가, 넓네. 이거 외제차죠? 벤츠?”
“맞습니다. 선생님을 모시기 위한 승합차죠.”
“젊은 친구가 참…… 대단하네요.”
“집이 잘 사는가보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대충 비슷합니다. 그런 건 편하게 질문하셔도 괜찮아요. 그런 데서 불쾌감을 느끼진 않으니. 아마 따님 역시 그럴 거예요.”
“내 딸이……요? 어…… 혹시?”
“예. 저도 비슷합니다.”
“아…… 으…… 흑…….”
갑작스레 울음이 터진 송은주를, 제자는 이해하지 못했다.
고개만 갸웃거리다 다시 전방을 주시한다.
아직은 너무 어려운 감정일 터였다.
괴물을 낳고 말았다는 자책.
바르게 인도해줄 가망이 안 보인다는 절망.
언젠가 그 아이를 사회에 내보내야 한다는……
빠르게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보내야만 한다는 공포.
송은주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회복되는 중이다.
딸과 유사하다는 손바울의 대답을 통해서.
누구보다도 멋지고 건실한 사람을 연기하는 내 제자가, 존재 자체로 내 친구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있었다.
“흑……. 대민아. 나, 동창회 소식 듣고, 그때 처음 네 방송 봤어. 그때가, 그거였어. 채팅 보고 조울증 진단해준…….”
“그래. 쉬림프치즈 내담자였지.”
“그 다음에…… 그 애가 병원 가서, 정말 조울증인 거 밝혀지고, 일찍 발견해서 치료가 잘 되고 있다고 그랬어.”
“그래. 지난주에 후기 사연이 올라왔지.”
“그거 보면서…… 무서웠어. 내 애가 진짜 이상한 걸까봐. 이거는, 조울증이랑 다르잖아. 치료가 안 되는 거잖아. 세상에서 없어져야 되는, 그런, 괴물인 거잖아…… 아! 미안해요, 바울 씨. 이거는,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예요.”
황급히 운전석 쪽을 보며 해명한다.
그렇지만 손바울은 빙긋 웃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선생님을 뵙고 달라졌죠. 분명히 좋아질 겁니다. 그런 분이시니까.”
“아, 흑…… 네. 그럴…… 거예요. 제 애도, 바울 씨처럼, 좋은 사람이…….”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증상이 유사할 뿐, 손바울의 본질은 싸이코패스와 다르니.
소위 소시오패스였던 내 제자는, 감정이 극단적으로 억제되어 있었을 뿐, 씨앗을 뿌리고도 남을 만한 밭이 있었다.
MAO-A의 활성화도가 극단적으로 낮지는 않았던 것.
그에 비해 신지원은……
상황에 따라, [암시 구조화]도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때는 감정적인 수준의 사회화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능한 것은 교육을 통한 의식적 사회화뿐.
이를테면, 칼로 찌르면 상대가 아플 테니 하지 말아야 한다고 공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범법이며 삶을 꾸려가는 일에 큰 차질을 부를 것이 확실하다 가르치는 식으로……
지금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겠지.
우선은 송은주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며, 머릿속으로만 선천적 저감정자의 상담에 대해 구상했다.
그리고 30분쯤이 지나, 파주에 도착했다.
출판단지를 지나 강변에 위치한 한 아파트.
그 앞에서, 나는 송은주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오. 안녕하세요. 신은호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상담사 박대민입니다.”
“반갑습니다. 제자 손바울입니다.”
“아, 네. 근데 이거 초면에 실례지만, 정말 비밀 지켜주시는 거 맞죠? 방송에서 상담 사례라면서 얘기하시거나……?”
“죄송한데-”
“물론입니다. 목숨을 걸고 약속드릴 테니, 염려 놓으세요.”
그 대답에 신은호가 안심하고, 말을 잘린 손바울이 퉁명스런 귓속말을 건넸다.
“저 새끼, 좀 짜증나는데요? 멀리까지 와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저 새끼도 싸이코패스일 확률, 99%입니다.”
“바울아.”
“흠. 예. 잘 참아보겠습니다.”
약속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잘 참아주겠지.
손바울에게는, 멀지만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 있으니.
하버드대 팰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소위 저감정자라는 분류가 모든 감정의 박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MAO-A의 약화와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으로 인한 차이.
우리가 흔히 사회적 감정이라 부르는 성취감과 행복감 등에서만 주류와 차이를 보여, 그것이 죄책감과 공감을 줄인다.
동물적인 불쾌감이라면 남들만큼 느낀다는 뜻.
거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감정의 밸런스다.
우리는 누구나 본능적인 악감정을 품고 살아간다.
다만 사회적 동물로서 가진 행복감과 성취감을 통해서 그것을 조절해나간다.
분노를 참아야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성욕을 참아야 연인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충분한 본능에도 불구하고 남을 해치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조율의 역할을 맡은 사회적 감정이 약하다면.
그리하여 강렬한 감정이라곤 본능적인 것들뿐이라면.
그런 케이스는 아무래도 폭력성이 커지기 쉽다.
‘잠깐 이성을 잃었다’는 내용으로 대변되는 보통 사람들의 변명 내용이, 그들에게는 일상이 되고 만다.
손바울에게는 태양만큼 멀었다는 감정들.
그런 것이, 누군가에게는 별만큼이나 까마득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싸이코패스라는 말은 공포의 대상이 됐으리라.
내가 아는 흔한 감정이 없는, 그렇기에 정서적인 호소가 불가능한, 미지수니까.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는 혐오감이 생겨나고 만다.
하지만……
신은호는, 잘 적응하고 있는 듯했다.
「 내담자 명 : 신은호
평가 결과 : 별빛을 반사해 어둠을 숨긴 성운. 」
성운이란, 성간물질이 좁은 지역에 밀집한 것.
당연하게도 스스로는 빛을 내지 못한다.
그러나 마치 구름처럼 무수한 별빛을 반사해, 그로써 머나먼 지구에서도 관측될 정도의 거대 천체가 된다.
신은호는 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그 슬하의 신지원은……
“어. 꼰마 아저씨다.”
“……안녕? 네가 지원이니?”
“네. 아저씨 왜 왔어요? 우리 집 촬영해요?”
“‘나사없’을 말하는 거면, 그건 아니지. 그 프로그램은 미리 제작진이 와서 관찰카메라를 설치해야 되는데?”
“그렇구나. 그러면 왜 왔어요?”
“아저씨가 너희 어머니랑 친구거든. 그래서 놀러 왔어.”
“그렇구나.”
자연히 떠오르는 것은, 지난 어버이날의 풍경.
<웃기고 앉아있네>의 본방송 날이었다.
내게 인사하려고 찾아왔다는 프리월드 직원들 앞에서, 내 딸은 불안과 의심 속에서도 착한 아이로 보이려 애썼다.
그로써 좋은 딸로 인정받는다는 성취감을 얻으려 했다.
그렇지만 신지원은 달랐다.
그녀는, 새까만 눈동자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근데 왜요? 밖에서 놀지, 왜 놀러 와요?”
그 말의 의도는, 순수한 호기심이다.
보고 있는 부친과 모친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니, 그들의 마음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내담자 평가]가 갱신됐다.
「 내담자 명 : 신지원
평가 결과 : 은하수를 바라보는 어둠. 」
어둠.
성운도 아니고 성간물질도 아닌, 어둠.
그 오류 없는 진실 앞에서……
나는 무릎을 꿇어, 검은 눈동자와 높이를 맞췄다.
“아저씨가 지원이를 만나보고 싶었거든. 만나보니까 참 반갑다. 지원이도 그렇지? 아저씨, 만나보고 싶었지?”
“네. 어떻게 알았어요?”
“눈에 다 쓰여 있잖아. 아주 호기심이 넘치는데?”
“맞아요. 아저씨 궁금했어요. 아저씨는 왜 그래요? 아저씨는, 맨날 울잖아요. 왜 그래요? 왜 그러는 거예요?”
희고 가녀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저 별은 왜 밝은 거예요?
저 감정은 왜 저렇게 밝게 빛나는 거예요?
밝지 않은 건, 어둠은, 나쁜 거예요?
“그거야, 아저씨가 바보라서 그러지. 그 쉬운 것도 몰라?”
“와. 아저씨 바보예요? 자랑 아닌데.”
“왜 자랑이 아냐? 얼마나 좋은데. 아저씨는 행복하단다.”
“왜요?”
“사랑하면서 살 수 있거든. 지원이는 엄마를 사랑하지? 그래서 엄마랑 있으면 즐겁지? 아저씨는 늘 그래. 가족들이랑 있어도 행복하고, 이렇게 지원이랑 마주보고 있어도 행복해.”
“왜요? 왜요? 왜요?”
“그냥. 그냥 그런 거야. 어떤 느낌인지, 많이 궁금하니?”
“응…… 네. 나는 그거 잘 모르겠는데. 궁금해요.”
이 아이는……
정말 잘 자라줬다.
신은호와 송은주는 나쁜 부모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바라봤다는 은하수는, 분명 부모의 것.
비록 한쪽은 남의 빛을 반사하기만 하는 성운이고, 다른 쪽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별이지만.
이 아이는 그 빛들 속에서 참 따뜻하게 자라났다.
그렇기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것이다.
인간에 비해 전두엽이 한참 작은 동물들도 사랑을 느낀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 같아도, 빛이란 상대적이다.
저감정자는 무감정자가 아니다.
남들과는 다를지라도, 인간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다.
「 [암시 구조화]를 사용합니다 > ‘신지원’
100의 ‘사랑’이 스며듭니다…… 」
“지원아. 아저씨는, 지원이 사랑해. 이만큼 많이.”
“어…… 어…… 어?”
“아저씨가 왜 그런지, 알겠어? 혹시 알 수 있겠어?”
「 [환상의 수용]을 사용합니다 > ‘신지원’
‘아저씨’의 처지가 수용됩니다. 」
적막 속에서 10초쯤이 지나갔다.
그리고 작은 입술이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아저씨는…… 바보…… 바보 같아. 이상……해요.”
정답을 말한 소녀의 눈에서 작은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어둠 저편의 감정이, 별빛을 받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