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
59장 - 상담사의 콘서트 (3)
웹상의 전달 속도는 정보의 의외성에 비례한다.
이를테면 음악성이 좋은 지난 가요가 입소문을 타고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는 일에는 굉장히 긴 시일이 소요된다.
‘좋은 노래’라는 키워드가 흔하고 자연스러운 까닭.
‘설악산 흔들바위 추락’ 등의 기괴한 키워드가 빠르게 전파되는 것과는 대비된다.
‘주영주 공공의대’는 원래 전자에 속하는 정보였다.
정치인과 국정 현안 사이에는 괴리감이 없으니.
늘 그래왔듯이 야당에서 공공의대에 반대하는 인터뷰를 한 모양이라고 지레짐작할 만한 문제였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금세 화제를 끌었다.
너무도 극명한 의외성을 품고 있었던 까닭에.
“인터넷기사고 커뮤니티 게시물이고, 전부 다 그 얘기만 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계파 갈등도 아니고 아예 당 전체를 적으로 만든 셈이니까요. 이건 뭐, 오늘 안에는 실검에서 안 내려오겠네요. 덕분에 형님까지 유명세 폭발하고 있습니다.”
진대수의 진단대로, 주영주는 7월 2일까지도 실검을 지배하며 내 이름값까지 한없이 치솟게 만들었다.
단순히 해당 방송에 지원군으로 참여한 까닭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퍼지고 있었다.
「 (주)영주 저러는거 ㄹㅇ 킹마때문이다
ㄲㅁ) 안녕하세요 영주씨 반가워요 어떤 고민 있으세요
ㅇㅈ) 저 요즘 정치정체성에 혼란이와서요 공공의대 어떻게봐야될까요
ㄲㅁ) 그러셨군요 공공의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제 내담자중에 한명이 시골에서 사고를 당해서 권역외상센터 이송중에 사망한 일이 있습니다 도시였다면 그럴일은 없었을테지만 가해자도 피해자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용서해야할 일이지요
ㅇㅈ) 흑흑 어떻게그런일이
ㄲㅁ) 괜찮습니다 영주씨가 잘못한게 아니에요
ㅇㅈ) 흑흑 제가 공공의대 꼭 통과시킬게요
ㄲㅁ) 저런.. 그렇게 하셔도 되고 안하셔도 됩니다
킹리적 시나리오 ㅇㅈ
ㅇㅇ :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맞지
ㅇㅇ : ㄹㅇㅋㅋ
ㅇㅇ : ㅈㄹ 상담받는다고 정치색이바뀌겠냐 또라이들인가
ㅇㅇ : ㅋㅋㅋㅋ 킹마방송안본새끼 검거
ㅇㅇ : 킹마가 누군데 씹덕아
ㅇㅇ : ??? : 능지, 안타까운 문제죠. 그래도 괜찮아요.
ㅇㅇ : 갓마방송보면 살인자도 회개한다 ㅂㅅ아
ㅇㅇ : 정치색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
추천을 잔뜩 받아 커뮤니티 메인에 떴다는 게시물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다들 해괴한 농담을 즐기고 있구나.”
“농담이요? 그야 의도는 장난이겠지만, 거의 진담일걸요?”
“그럴 리가. 상담은 초능력이 아니잖아.”
“어…… 그렇긴 한데, 형님 방송이 실제로 그런 느낌인데? 도저히 안 바뀔 것 같은 사람들이 몇 마디 말만 듣고 완전히 딴 사람 되고 그랬죠. 어제 나사없도 그랬잖어요? 영식이 걔 완전 분노조절장애 같았는데, 형님 앞에선 그냥 귀여운 꼬맹이 돼버리고. 그런 거 보면 이건 급이 다르다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킹마킹마 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 커뮤니티 자체가 보수색이 짙은 곳인데. 농담이 아니라면 속으로는 나를 욕하고 있는 셈 아닐까?”
“엥? 아뇨, 아니죠. 솔직히 야갤 애들 형님 좋아해요. 여기도 꼰마교 신앙간증 여러 번 올라왔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감성팔이냐 홍보냐 인방갤로 꺼져라 욕도 많았는데, 하나둘 호기심에 하이라이트 봤다고 인증하더라고요. 그렇게 점차 저런 BJ면 인정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거죠.”
“……신기한 일이구나.”
“당연한 거기도 해요. 쟤네가 좌좀 싫어 일베 싫어 다 싫어 외치면서 지보다 조금이라도 비합리적인 것처럼 생각되면 다 까는 애들이지만, 그 비합리성에도 한도가 있거든요. 진짜 말도 안 되게 압도적인 격을 경험하면, 그때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예수 목소리 듣고 회개했다는 바울처럼.”
“왜 바울입니까? 바울은 납니다.”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마, 바오로.”
“내가 바울입니다!”
습관처럼 말다툼을 벌이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어쩌면 내 존재가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적인 관측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새로 얻게 된 기술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 에픽퀘스트 5 “유하늘을 쓰러뜨려봐요” 완료!
‘상담사’님께 가장 적합한 보상을 분석할게요……
[환상의 수용] 할인권을 지급해드렸어요.
200exp 상당의 기술이 지금은 50exp!
(구매조건 : 전 능력 100 달성과 환기 100 달성) 」
이번 에픽퀘스트에는 업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제2의 루트를 찾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미 네 개의 능력치가 110이 되어 그 이상 업적을 수여하는 일이 불필요해진 까닭일 듯했다.
메인퀘스트 “제자를 성장시켜봐요”의 달성치가 1 상승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대신 주어진 것이 [환상의 수용] 할인권.
명칭부터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문구인데다, 무려 200exp짜리 기술이었다.
그런 것을 간신히 구입할 수 있었다.
그간 VR상담에서 꾸준히 자살 위험군의 치유에 애써, 퀘스트 달성 시점에 52exp가 쌓여 있었던 덕분.
그렇지만 그 기술의 설명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 기술 [환상의 수용]
내담자가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만듭니다. 단, 목숨이라도 바칠 만큼 사랑하는 대상에 한합니다. 」
‘환상의’라는 수식어가 기적적 효능을 암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50exp를 들여 구입한 환상은, 효능 없는 공상이었다.
물론 수용이라는 것은 중요한 기작이다.
내담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인지에 고착되어 있다.
그렇기에 주변인들의 조언에 논리적인 실효성이 있을 때조차 방어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
그런 이들이 자기 기준과 다른 인지도식을 수용하게 만들 수 있다면, 분명 무척이나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터였다.
하지만 50exp의 가치가 있냐고 하면 의심스럽다.
이미 ‘화술’과 ‘환기’가 극한에 달해, 그것만으로도 내담자의 인지부조화를 극복하도록 돕는 데 부족함이 없다.
구태여 기술을 써야만 하는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다.
애초에 전제조건부터가 터무니없었다.
목숨까지 바칠 만한 라포라니.
그런 지지적 관계가 형성된 이후라고 한다면, 굳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담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곧 필요해지겠지.
NBSC란 그런 시스템이니까.
「 에픽퀘스트 6 “신지원을 쓰러뜨려봐요” 발생!
NBSC는 ‘상담사’님의 끝없는 도전을 응원합니다. 」
이용덕, 조명기, 한효준, 손바울, 유하늘에 이은 에픽퀘스트.
그 여섯 번째 내담자에게 이 기술이 필요하리라.
아직은 어떤 인물인지조차 알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온 에픽퀘스트의 전개를 생각해보면, 그 하나하나의 보상이 각 퀘스트의 해결에 필수적이었다.
그렇기에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어떤 고통을 안고 있는 내담자기에, 염세적인 네티즌에게조차 격이 다른 존재감을 안겨주는 꼰마의 상담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일까.
그런 생각 속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생방송을 시작할 무렵에는, 이내 마음을 비웠다.
일단은 지인들에게 탐색을 부탁해뒀다.
신지원이라는 이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알려달라 했으니, 가까운 곳에 있다면 곧 만날 수 있을 터.
지금은 닉네임을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집중할 때였다.
그리고 이내 그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게 됐다.
고작 두 건의 상담을 진행한 직후에, 결단코 보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보게 된 탓에.
「네다리 : ㅅㅂ또착한척하네 넌뭐가그렇게잘났는데 」
「네다리 : 씹선비코스프레새끼야」
「네다리 : 너나니딸이나 인기끌고싶어서환장했지 」
「네다리 : 딸년교육이나잘해 꼰대질하지말고」
「네다리 : 아빠는별창 딸년은팔로워창년ㅋㅋ」
막 상담을 마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던 때였다.
무수한 채팅의 급류 속에서 그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건재한 동체시력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워졌다.
다행히 대수는 보지 못한 듯했다.
사연을 정리해 매니저 채팅창으로 옮기는 와중에, 쏜살같이 올라가는 채팅 하나하나를 다 보기는 힘든 까닭.
그렇지만 다른 매니저 쪽은 달랐다.
「Manager지노 : ..쌤 저 차단권한좀 주세요」
「찐death : ?」
“……지노야. 내 방송에 차단은 없어. 채금만 드려라.”
「Manager지노 : 쌤 제발요]
「찐death : 왜 먼데?? 찾아봐야겠네」
「Manager지노 : 찾지말고 놔두시고 그냥 차단권한요..]
내 매니저들은 차단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그저 짧은 시간 채팅을 금지할 수 있을 뿐.
상담사로서 어떤 이야기도 피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내 지론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지금껏 누구 하나 차단한 적 없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110의 ‘관계’와 110의 ‘화술’이 시청자들의 악의를 적절히 통제해줬기에.
그렇지만……
어쩌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유명세의 차원이 달라져버렸으니.
주말 심야에 곧 편성될 예정인 <토크꼰서트>가 동시시청자 34만을 달성하고, 3선 의원이 <꼰미디어>에서 자기 정당의 당론을 정면으로 부정한 직후, 그 화제성에 힘입어 <나쁜 사람은 없다>의 2화가 평균시청률 11%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미디어에서 종횡무진하기 시작한 시점.
기존의 내 팬들에게는 무척 기쁠 만한 소식이지만, 날 알지 못하던 이들에게는 조금 달랐으리라.
자기가 모르는 인물을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인 것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이 많을 때.
마음이 여유로운 이들이라면, 호기심을 품는다.
그러지만 반대의 경우 ‘이게 뭔데 씹덕아’라는 식으로 불만을 표시하게 된다.
대상이 정통성 있는 스타가 아닌 BJ라면, 그 토로의 내용이 몹시 저열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초인적인 ‘관계’라 해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미 악감정을 품고 찾아왔다면, 그것을 고민 사연으로 토로해주지 않는 이상,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기에 딸에게까지 번지는 유명세가 걱정스러웠던 것.
이런 것은, 너무 아프다.
나 때문에 내 딸이 욕을 먹는 상황이라는 것은……
아빠로서는 도무지 견딜 수 없는 고문이었다.
가득한 악의가 내 피부를 벗겨낸다.
그리고 그 위에 소금을 뿌린다.
단숨에 죽이는 것으로는 원한이 풀리지 않는다는 양, 네다리는 나와 딸의 모든 것을 저주하려 하고 있었다.
딸애를 좋아하는 유진호가 차단을 요구한 것도 당연했다.
“……이미 봤다. 그러니까 그냥 채금만 드려.”
「Manager지노 : 아 쌤.. 이건아니자나요 진짜..]
「찐death : ????? 이게 먼데 씹덕아 」
매니저 채팅창을 보며 나눈 대화였지만, 그때쯤에는 시청자들도 내 반응에서 뭔가가 이상함을 직감했다.
개중 한가한 몇몇이 거슬러 올라가 문제를 확인했다.
그리고 하울링 같은 분노가 터져나왔다.
「저 ㅅㅂ새끼가 돌았나 어디서 개지랄이야」
「네다리 개새기야 너 내가 신상턴다」
「사족보행 짐승새끼가 어디서 개소리지껄여 씨발놈이」
「꼰마님ㅠㅠㅠㅠㅠㅠ하나도신경쓰지마세여 미친넘이에여」
「형님 저기 꼰순이는 안보고있져?? 학원갔길..」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채팅기록 넘어가게」
「ㄹㅇㅋㅋ」
「ㄹㅇㅋㅋ」
“……지노야. 채팅창 잠깐만 얼리자. 여러분, 많이 놀라셨죠? 화내지 마시고 싸우지 마시고…… 제 얘길 좀 들어주세요.”
그렇게 어떤 이야기도 보이지 않게 된 순간.
나는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생각했다.
조명이 꺼지고 관객이 떠나간 무대.
그 앞에, 객석을 그려본다.
나의 퀄리티월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드리워본다.
수만 명을 채워도 객석은 여전히 대부분이 비어 있다.
수천만 명을 상정한 세계니까.
상담사인 내 세계는, 그만큼 넓어야 하니까.
내 딸을 원수처럼 욕한 네다리는……
내 내담자는, 저기에 앉아 있어야 마땅하다.
그렇기에 간절히 바랐다.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있기를.
가장 끔찍한 미움을 사려 애쓰는 저 통증의 울부짖음을, 목숨이라도 바쳐 구해낼 소중한 영혼으로 느낄 수 있기를…….
「 [환상의 수용]을 사용합니다 > ‘상담사’
‘네다리’의 처지가 수용됩니다. 」
적절한 라포가 형성된 내담자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완전한 공감]과는 반대로, 원래 상담사의 심상을 전달하기 위해 고안되었을 법한 기술.
그렇지만 대상이 나 자신이어선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기술의 전제는 목숨을 바칠 만한 애정뿐이었으니.
나는 나를 믿지 않는 네다리를 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술에는, 200exp에 걸맞은 가치가 있었다.
[완전한 공감]조차 보여주는 것은 편린의 감정.
그렇지만 [환상의 수용]은, 상상이라는 매개의 날개를 펼쳐, 내가 알 수 없어야 마땅한 것들을 알려줬다.
“……다음 사연을 읽을게요. 안녕하세요, 꼰마님. 스물한 살 공시생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연기된 9급 시험이 이제 10일 남았어요. 그래서 마음이 참 복잡해요.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때문에요. 벼랑 끝을 달리는 기분이에요.”
공시생 등 취업준비자들의 사연은 단골 고민이다.
취준생 통계가 70만을 돌파한 시대니까.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미래를 얻고자 젊음을 고시촌에 헌납하고 있는 청년들이, 잠깐이라도 위안을 얻고자 내 방송을 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사연을 듣는 대수의 표정은 복잡했다.
그가 매니저 채팅창에 올린 적 없는 이야기인 까닭에.
“제 동생은, 장애인입니다. 소아 뇌성마비죠. 걔 때문에 집이 다 망했습니다. 목돈이 없어서 사채를 썼대요. 아빠는 채권자들한테서 도망 다니던 중에 발을 헛디뎌 계단을 구르셨고, 돌아가셨습니다. 엄마도 몸이 편찮으셔서 제대로 일을 하실 수 없어요. 저밖에 없습니다. 이 빌어먹을 집안에는 평생 만 원짜리 외식 한 번도 못해본 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공무원이 돼서 엄마도 잘 모시고 동생도 잘 챙기는 형이 되려고요. 그러고 싶었는데…… 엄마한테 치매가 왔습니다. 장애인인 동생에 머리 망가져가는 노모 모시고 살게 생겼습니다. 진짜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이 좆같은 세상, 시험 떨어지면 그만 살 생각입니다. 시험 붙으면 가족 버릴 셈이고요.”
얼어붙은 채팅창에 퇴장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사연의 20년을 그들은 묵묵히 듣고 있다.
그중에 네다리가 있길 바라며, 나는 그의 처지를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제가…… 죽이고 싶도록 밉습니다. 행복한 집이었습니다. 예쁜 내 동생. 내가 세상에서 최고로 착하다는 엄마. 아빠는 없어도 우리 세 가족이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근데 그게 안 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안 됩니다. 힘든 환경 버티고 성공했다는 다른 애들처럼 버텨보고 싶었는데, 저 같은 놈한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게 싫습니다. 작년에 붙었어야 했는데. 작년에 붙었으면 이럴 일 없었는데. 씨발 그 개같은 코로나만 없었어도, 일찍 시험만 쳤어도, 마음이 다 부식되기 전에 붙을 수 있었는데. 그랬으면 엄마랑 동생 보는 게 이렇게 미워지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너무 미워서 견딜 수 없는 저는, 희생양을 찾아다닙니다. 세상 힘든 거 하나도 모르고 집에서 편하게 이빨 털면서 돈 버는 인간들이요. 요즘에는 특히 유명한 한 아저씨가 있습니다. 무슨 상담을 해서 사람들을 다 행복하게 해준대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미친 씹선비 새끼들이나 그럴 수 있겠죠. 저 같은 사람한테는 안 됩니다. 전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너도 불행해져. 저도 행복해지게 해주세요. 너도 나처럼 시궁창에서 기어다녀. 제게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믿음을 주세요……. 라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악플, 쓰셔도 됩니다. 저한테는 얼마든지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 풀리신다면 얼마든지요. 대신, 딸애는 봐주세요. 못난 아빠 만난 것 말곤 죄가 없잖아.”
그렇게 연극이 끝나고.
채팅창이 녹은 뒤, 쏟아지는 채팅 속에서 몇 개의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네다리님이 퇴장하셨습니다.」
「네다리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네다리 : 죄송합니다.. 저.. 용서해주세요..」
“……용서합니다. 나한테 쪽지 하나 보내요.”
「 」
「아 네다리 그놈이네..」
「네다리 : ..네」
「네다리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가 신지원이 맞을지 아닐지도 알 수 없지만.
상담사의 콘서트장에, 관객 한 명이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