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
58장 - 상담사의 의무 (1)
「 무명의더쿠 : 나 유하늘인데 너네 오늘 나사없 볼래
<펭수250291112.jpg>
이유는 없어 그냥 해
..장난이고, 인증샷올리면 추첨해서 별사탕드린다
참고로 별사탕=꼰사탕입니다
나중에 꼰미디어에서도 후원할수있다
1.무명의더쿠 : 어글좌? 사칭
2.무명의더쿠 : 진짜야 장난이야
3.무명의더쿠=원덬 : SNS에 인증했다 핫카테보내줘라
4.무명의더쿠 : 진짜유하늘기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5.무명의더쿠 : 4덬> SNS봤는데 맞어!
6.무명의더쿠 : 언니여기서머해ㅋㅋㅋㅋㅋ
7.무명의더쿠 : 인증개웃겨ㅋㅋㅋㅋ
8.무명의더쿠 : ㅋㅋㅋ그래도 은인이라고 홍보해주네
9.무명의더쿠 : 8덬> 이젠 동업자잖아 ㅎㅎ
10.무명의더쿠 : 언니나죽어ㅠㅠㅠㅠ
11.무명의더쿠=원덬 : 언니나 죽으라고? 잠깐 따라와라
12.무명의더쿠 : 아니 언니, 나 죽어 라고..
13.무명의더쿠 : 이언니 컨셉잡았네ㅋ 한번보겠음ㅋ 」
「 2SuN : 나사없시청률10퍼넘기면롤드컵따옴ㅋ
<감독님이랑.png>
안녕하세요 롤갤러님들
혹시 안바쁘시면 오늘 MBC 나사없 1화 봐주실래요
정말좋은 프로그램이고 갤러님들한테도 재밌을거예요
수요일저녁엔 나사없보면서 LCK중계를봐요
저도 오늘경기 열심히할게요~
ㅇㅇ : 헐 선메다
ㅇㅇ : 투썬이다!
투썬chip : 엌ㅋㅋㅋㅋㅋㅋ갤주님ㅋㅋㅋㅋㅋㅋㅋ
dd : 롤드컵이 시청률공약? 선넘형 선호네
오른팔 : 선호형은하실수있다 나대지마라
오른팔 : 선호형이 맘만먹으면 라이엇은 롤드컵대회를 열필요도없다 그냥 테이크에다가 트로피만배송하면된다 ㄹㅇ이다
이즈real : 른팔쉑 컨셉보소 ㅋㅋㅋㅋㅋ
2SuN : ;; 아 제목은 감독님이 맘대로바꾸신거에요;;
2SuN : 죄송해요 수정할게요;;
dd : 아니 재밌는데왜수정 ㅋㅋㅋㅋㅋ
ㅇㅇ : 수정하지마여 놔두면 본방사수함
NuGam : 빅데이터로 롤갤러들을 분석해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낼 만한 제목을 도출했습니다. 초개념 보내주쉴
라인클리어 : 누겜형ㅋㅋㅋㅋ개추ㅋㅋㅋㅋ
HANTA : 근데진짜롤드컵마려움ㅋㅋㅋ 므시는잊자!!! 」
「 1000SY ⓥ · 팔로우 …
오늘 #퀸즈랜드 본방사수만큼 중요한 게 있다? #나쁜_사람은_없다 1화가 6시반부터 방영돼요~ 황제 이연의 상담사 선생님이랑 같이 상담에 푹 빠져보시는 건 어때요? #참고#수요일_꼰마상담소는_7시반#나사없>꼰마상담소>퀸즈랜드#수요일_문화생활은_이렇게_완성!
faraygo : 온니 오늘도넘예뻐여ㅠㅠㅠㅠ
5.990410.2 : 와 오늘이구나 꼭볼게요~~!
5gyunhun : ㅎㅎ 수연아 나도 본방사수할게
5gyunhun : 대학도 4수했으니까
umin.931105 : 균헌오빠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
몇 장의 스크린샷을 내게 보여준 뒤, 신태훈 CP는 말했다.
“이러니 9%가 나오죠, 형님. 이제 납득하셨어요?”
“……참 별일이 다 있구나.”
“별일이랄 게 있습니까? 인망이 좋으신 거지. 더쿠도 그렇고 롤갤도 그렇고, 천수연 인스타야 말할 것도 없고, TV에 별 관심 없이 사는 젊은 친구들에게 영향력이 큰 플랫폼이잖아요? 그러니까 1인가구 시청률이 확 뛸 수밖에 없었던 거죠. 반면에 3040 시청률은 아직 썩 높지 않지만, 역대급 시청률 낸 걸로 포털 메인에 기사 계속 뜨고 있으니까, 다음 주 방송은 많이들 볼 겁니다. 2화 10%는 기정사실이죠.”
“그렇게 잘 되겠어?”
“그럼요. 포털 클립이 아직도…… 여기, 이렇게 1위잖아요? 종찬이가 말씀 안 드렸습니까? 이거 후일담 촬영본 보고 제가 얘기했는데. 이번 주 화제성 1위 확실하다고요.”
그야 유종찬도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설마 드라마까지 포함해서 1위일 줄은 몰랐지.
가정교정 프로그램의 핵심은 문제행동의 교정이다.
전문가가 심각한 표정으로 가정의 갈등들을 관찰한 뒤에, 이런 행동은 이래서 안 되고 저런 행동은 이래서 안 된다고 지적하며, 그로써 문제의 주체들을 반성시키는 것.
그 안에서 발생하는 유능감의 대리만족이 시청에 대한 만족감으로 변화한다.
그렇지만 ‘나사없’ 1화에는 그 과정이 빠져 있었다.
관찰카메라 분량을 제외하면 문제행동 자체가 드물었고, 핵심 진행자인 내 지적사항은 음성 없이 화면으로만 나갔다.
고구마를 보상받을 만한 사이다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짧은 후일담으로 삽입해 허점을 보완했을 뿐.
그렇기에 유종찬 PD의 ‘화제성 1위’라는 말을, 당연히 나는 비드라마 부문에 한정한 이야기로 해석했다.
TV 예능이 한없이 추락한 2020년이니까.
그 와중에 최대 규모의 인방러가 자기 프로그램을 내면, 실검 한두 시간 정도는 차지할 수 있을 것이 당연했다.
그렇지만 이건 좀 너무 간 것이다.
시청률 30%를 넘보는 수목드라마 <퀸즈랜드> 클립조차, 인기영상 순위에서 ‘나사없’ 하이라이트에 밀리고 있으니.
“왜였을까? 사실은 왕도를 포기한 방송이었는데.”
“왕도요? 아, 기존 교정 프로그램들처럼, 전문가들이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저렇게 하셔야 돼요 가르쳐주는 그런 느낌요? 그야 그런 방송도 나름의 재미가 있죠. 교양 스타일로. 그렇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방향 자체가 달랐던 겁니다.”
“예능 스타일도 아니었잖아?”
“아니었죠. 조명기 교수님 드립 말고는 웃음기 쫙 뺀 느낌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다른 게 있었습니다. 드라마 스타일.”
“드라마 스타일?”
“예. 교양도 빼고 예능도 빼니까, 스타일리시한 드라마가 남았습니다. 보자마자 바로 생각했죠. 이건 먹힌다고. 형님도 그렇게 생각해서 일부러 소리 빼신 거 아니었어요?”
“아니, 정말 프라이버시 때문이었는데?”
“그래요? 난 또. 아무튼 그게 꽤 좋았습니다. 왜, 드라마는 보면서 등장인물들 심리를 추리하게 만들잖아요? 그런 포인트를 살려서 러브라인 추리 예능 같은 것까지 인기를 끌었던 거고. 거기서는 고구마 같은 스토리가 나와도 참을 수 있는 거죠. 답답하긴 한데, 제3자로서 관찰하면서 이런 거 아니었을까 하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 기존의 교양 프로에서는 그게 직접적인 관여로 해소돼버렸어요. 정신과 의사가 이 사람들은 이런 상태다 딱 진단을 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식으로.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것도 재미는 있어요. 하지만 직접 생각하는 재미는 빼앗기게 되는 거죠. 어차피 곧 정답이 나올 걸 아니까. 그런데 그거랑 정반대로, 제일 핵심적인 문제해결 과정을 빼버린 교정 프로그램이 있다면?”
“……변화의 과정을 추론하는 재미가 생긴다는 거구나.”
F-19 케이스의 관찰카메라 내용과 후일담의 내용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변화.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간극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변화의 계기는 두루뭉술했던 것이다.
그 미싱링크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얘기였다.
방송 초보인 나로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
그런 것을 신태훈은 후일담만으로 직감했다고 한다.
베테랑 CP의 위엄이 새삼스레 실감됐다.
“그래서 커뮤니티 살펴보면 형님이 그때 무슨 얘길 해준 걸까 하는 추론이 엄청 많습니다. 호기심에 사연 신청해보고 싶다는 애들도 많고요. 도대체 방송에 안 나온 꼰마의 상담이란 건 어떤 내용이었을까…… 뭘 어떻게 말하면 노답 같던 가족이 저렇게 화목해질 수 있을까, 다들 궁금한 거예요.”
“음, 그런 거였구나. 그렇지만 그런 관심 때문에 가족들의 신상이 파헤쳐지진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진 않을 것 같습니다. 형님이 기자회견에서 선포하신 것도 있고, 전달 자체가 정말 드라마 느낌이라서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영상들은 꼭 지우도록 해.”
“아, 물론이죠. 예능으로서의 클립 공개는 본방송 뒤 딱 24시간. 그 뒤에는 무조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거기까지 이야기한 뒤, 신태훈은 나지막이 물었다.
“그런데…… 종찬이가 형님 말씀 잘 안 듣죠?”
“유 PD? 그야,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
“아,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안 맞을 걸 알면서도 붙여준 거야?”
“하하. 지가 자원한 것도 있고, 형님이시니까요. 선민의식 그놈이라도 개과천선 시켜주실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선민의식 그놈이라.
내가 110의 ‘진단’으로 짐작한 내용과 맞닿는다.
CP 신태훈은 PD 유종찬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종찬이가, 신입 때는 잘 죽이고 살았는데, 입봉하면서부터 좀 그런 속내를 많이 내비쳤습니다. 쉽게 되는 프로가 어딨어? 출연자가 다치든 조연출이 쓰러지든 프로를 살려야 해! 그런 놈이라 조연출 여러 명 이직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도 시청률은 잘 내는 놈이라 국장님한테 사랑을 받았죠. 아, 용식이 광장공포증으로 힘들어할 때도 하차하실래요 한마디 물어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용식이야 자기도 하차할 마음 없었으니까 나쁘게 생각하진 않은 듯한데…… 저한테는 부사수 같은 놈이라 그런 부분이 잘 보인단 말이죠. 음흉한 선민의식이 좀 있습니다. 제작PD한테 감히 누가 개아리를 트냐는……. 본성이 나쁜 놈은 아닌데…….”
자기 집단의 우월성에 대한 맹신이다.
타 그룹을 깔보고 폄훼하며, 자신들이 그들의 위에 서야 한다고 믿는 성향.
F-19 케이스의 이준일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지.
그렇지만 유종찬이 이준일처럼 NPD(자기애성 인격장애)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그렇지만은 않다.
열등감과 우월감보다는……
일종의 종교 같은 느낌이리라.
“그래, 본성이 나쁜 친구는 아니더라.”
“하하, 벌써 아셨습니까? 역시 형님. 존경합니다.”
“뭘 또 존경까지야……”
“아니, 입발림이 아니라요. 형님은 늘 그렇게 사람을 좋은 면부터 보시는 것 같습니다. 이번 방송도 그랬잖아요? 사실은 저 같은 문외한도 관찰카메라 보면서 지적할 것들이 산처럼 많았는데, 그걸 비난하기에 앞서서 좋은 가족이라는 이야기부터 하셨으니까요. 사실은…… 그런 분이셔서 종찬이를 맡길 수 있었던 겁니다. 형님하고 같이 방송 하다보면 걔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PD의 성장까지 생각한 인선이었나.
처음에는 이런 막가파 CP가 있나 싶었지만, 그 역시 나잇살이 괜히 생긴 인물은 아니었다.
불혹(不惑)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듯이.
“잘 좀 부탁드립니다. 방식은 좀 싹수가 노랗지만, 센스 하나는 기똥찬, 저희 예능국 원석이에요. 거기에 마인드만 조금 고치면 진짜 보석이 될 것 같은데……. 지금으로선 영 걱정이 된단 말이죠. 전에 그 ‘에르메스 PD’처럼 이상한 짓 해서 커리어 다 날려버리지는 않을까 싶고.”
“미안한데, 나한테는 내담자가 최우선이다.”
“하핫. 물론입니다, 형님. 무리한 부탁을 드릴 입장이 아니죠 제가. 어디까지나 한가하실 때 조금씩만요. 지금이야 상담꼰서트랑 꼰미디어랑 이래저래 바쁘실 테니까. 아, 제가 사담으로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요. 죄송하게 됐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회의실로 가는 길.
나는 ‘에르메스’에 대해 생각했다.
그 유래는 모 여초 커뮤니티의 게시판.
남친에게 자신을 ‘에르메스’라고 불러달라 했다는 어느 유저가, 아무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는 답변들에도 고집을 꺾지 않은 것이 발단이었다.
여기에 한 유저가 ‘에르메스 니가 참아’라는 댓글을 남긴다.
맥락을 보면 비꼬는 투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말.
그렇지만 에르메스 사연자가 순순히 ‘오키오키’라고 답하며 유쾌하게 마무리됐던 사건이다.
그렇게 일부만이 알고 넘어갔던 소소한 밈.
그것이 몇 년 뒤에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한다.
<최신 유행 프로그램>이라는 예능의 PD로 인해.
이쪽은 또 전혀 맥락이 다른 이야기다.
‘최유프’의 제작진은, 군필자들의 보상심리가 젊은 여성들에게 불편함을 안긴다는 문제의식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
그래서 비하 표현으로 6.25 참전용사를 희화화했다고 한다.
의도의 적절성을 떠나,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조롱한 사건이기에, 자연히 프로그램을 비난하는 여론이 생겨났다.
그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상기한 밈이 활용됐다.
해당 프로그램의 강 모 PD가, 자신의 SNS에 ‘강에르메스 니가 참아 오키오키’라는 문구를 기재한 것.
남들이 뭐라고 욕하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자문자답이었다.
그 행위의 시비를 가리는 것은 상담사의 일이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지점은, 강 모 PD의 마음 쪽.
사회적 약자를 위한 풍자 프로그램을 만든다면서, 세계적 폭력의 피해자인 참전용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그에 대해 작은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듯한 태도다.
그 심리를 설명하기에 NPD는 적절치 않다.
인격장애는 어디까지나 개인과 사회의 갈등이니.
강 모 PD는 그보다는 집단논리에 빠진 인물이었다.
‘군무새’들의 ‘웅앵웅’에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돕겠다는 정의감이 폭발하되, 그녀 자신의 일방적 프레임으로 인해 삶 전체를 부정당할 참전용사들에게는 무감정한 태도.
동일인물이라 믿기 어려운 모순이다.
인지심리학보다 사회심리학으로 접근해야 마땅하리라.
그녀 개인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닐 것이다.
또래가 아닌 여성들의 고통에도 안타까워하는 공감능력이라면, 분명 참전용사들의 괴로움 역시 이해할 수 있을 터.
그렇지만 그녀의 감수성은 한쪽으로만 예리했다.
그렇기에 선민의식이다.
우리의 지적 수준이 너희보다 훨씬 낫다는 맹신.
그 앞에서는 올바른 논리도 ‘웅앵웅’이 되고 만다.
한쪽 말만 듣고 하는 비난처럼, 문제의 본질을 떠나 비난을 위한 비난만을 재생산하게 된다.
내집단 편향과 외집단 혐오가 이른바 ‘내로남불’을 일으키고 만다.
유종찬에게서도 종종 그런 태도가 엿보였다.
이신웅의 부적응적 행동은 비난했으면서, 그 스스로는 제작진 후배들의 기강을 잡는 일에 골몰했다.
김용식의 인간적인 고뇌를 부각시킨 트립크루 대만 편을 통해 스타PD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출연자 개인에게는 건강을 위해 하차하겠냐는 말을 예의상으로도 한 적이 없었다.
말하자면 공과 사의 내로남불.
사적인 사이에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마음들을, 공적인 영역으로 왔을 때는 모조리 무시해버린다.
업무에 있어서는 완벽한 자기관리겠지.
그렇지만 인간에게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안팎의 괴리를 스스로 느끼지 못할 리 없으니.
심리의 왜곡은 부적응적 대처를 부른다.
솔직하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일조차, ‘강에르메스’ 같은 방어기제로 스스로를 집단논리에 매몰시키고 만다……
“아! 오셨습니까, 선생님.”
회의실의 유종찬은 나를 보고 깍듯이 허리를 숙였다.
휘하 제작진과 함께일 때와는 영 다른 태도.
저 괴리 역시 왜곡된 심리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시간이 있을 때 확인해둬야 할 문제였다.
“유 PD. 혹시 내가 말을 놓아도 괜찮을까요?”
“예? 아, 예. 사석에선 괜찮은데…… 혹시 다른 애들 있을 때는 그러지 말아주십쇼. 이건 좀 부탁드리는 부분입니다.”
“그래. 종찬아, 강에르메스 PD를 아니?”
“어…… 만나본 적은 없는데요.”
“그럼 제3자로서.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거야 뭐, 말할 것도 없는 일 아닙니까? 엉망진창이었죠. 풍자라는 게 기본적으로 잘못을 저질러도 비난받지 않을 만큼 사회적 입지가 탄탄한 계층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건데, 걔네는 뭐 사회에서 개똥 취급받는 불쌍한 어른들을 풍자랍시고 돌려깠으니까요. 나쁜 연놈들입니다.”
“<나쁜 사람은 없다> PD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나.”
“……하하.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 얘기는 왜 하시는 겁니까? 혹시 내일이 6.25라서요?”
“그런 것도 있지만…… 너라면 어땠겠니? 네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편집한 프로그램이 반발에 부딪혔다면. 그로써 네 방식이 옳지 않았음이 논리적으로 입증됐다면.”
유종찬은 미간에 내천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한 뒤, 뱉듯이 말했다.
“그러면, 대국민 사죄를 해야죠. 그렇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전 언제나 확실하게 체크를 합니다. 믿으셔도 돼요.”
“……트립크루 대만편에서 용식 씨가 쓰러졌던 건?”
“그거야, 선생님이 계셨잖아요? 다 대비를 했던 거죠. 용식이 형도 버틸 수 있다고 자신을 했었고요.”
그렇게 쉽게 말할 일은 아니다.
김용식의 정신력과 내 능력에 기댔던 그날의 촬영은, 참전용사를 희화화한 방송만큼이나 위험천만했다.
프로그램의 책임자란, 그렇기에 부모와 같다.
무한한 권한만큼이나 커다란 의무를 자각해야 한다.
그 관점에서 생각하게 됐다.
이 PD를 변화시키는 것 역시, 상담사의 의무일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