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59화 (159/200)

# 159

57장 - 유서 깊은 용서 (2)

<나쁜 사람은 없다>의 첫 방영일을 기다리는 나날은, 정신없는 일정의 연속이었다.

기말고사 기간이 되어 청강이 마무리됐음에도.

매주 반복되는 나사없 촬영을 제외하고도 6월 전체가 외부 스케줄로 가득 차, 도무지 여유가 없어졌다.

그 첫째는 채용과 기부처 탐색을 개시한 대민재단.

졸업반 팀장들이 기말고사를 마친 것이 신호탄이었다.

아내가 일요일도 못 쉬고 사무실에 나가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나라고 해서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이런저런 일정에 따라가 얼굴마담 노릇을 하게 됐다.

둘째는 28일의 첫 생방송을 앞둔 <상담꼰서트>.

신태훈 CP의 비호 아래 MBC 심야 시간대에 편성을 따낸 데다, ‘꼰’이라는 내 별칭을 대놓고 붙인 프로그램이다.

그 밑작업에도 내가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셋째는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프리VR.

처음에는 상담 컨텐츠를 위주로 시작했지만, 점차 컨텐츠를 늘려가며 VR 커뮤니티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중이다.

자연히 메인모델로서 촬영 일정이 늘어났다.

그 성과로, 내 공개상담이 진행되는 토요일에는 20만 명 이상이 접속하며 여타 VR 서비스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넷째는 25일 오픈을 앞둔 인터넷 미디어.

치열한 토론 끝에 <꼰미디어>라는 제호가 결정됐다.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언론을 대체해, 무수한 시민의 꼰대질로 새로운 미디어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꼰대 중의 꼰대인 나 역시 각종 논의에 참여해야 했다.

도중에 손바울이 용감한시민상을 수상한 일이 호재였다.

그 인터뷰에서 뱉은 말이 화제가 됐던 것.

「 어글좌 구출한애 꼰빡이였음 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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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씨는 수상식 이후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구하는 것은 꼰마 박대민 선생님의 뜻”이라며 BJ꼰마에 대한 존경심을 밝혔다. 그는 또한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오직 박대민 선생님께서 이끌어주셨기에 겁 없이 강물에 뛰어들 수 있었다. 그렇게 구해놨더니 선생님 찾아가서 함부로 질문 던진 게 황당했지만, 덕분에 꼰미디어라는 좋은 결실이 나오게 됐다. 포상금은 전액 대민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혀……

팬이 구해놨더니 꼰마 기자회견장가서 사생활침해어쩔 이랬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글좌 클라스 여전

ㅇㅇ : 유 스카이!

ㅇㅇ : 당신은 하늘인가?

ㅇㅇ : 이건 꼰마입장도 들어봐야된다 ㅋㅋㅋ 」

그렇게 기사가 퍼지며 꼰미디어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갔다.

손바울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스샷을 이따위로…… 선생님의 하나뿐인 수제자로서 미래의 꼰마가 되겠다는 포부가 위에 다 있는데, 쓸데없는 부분만 퍼가서는 사람을 시청자 취급하는군요. 버러지 같은 것들.”

“하하. 다른 사이트에서는 트립크루 출연 영상과 비교하면서 네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하니까, 너무 화내지 마라.”

“흠. 아무튼 선생님, 유하늘 너무 띄워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어글좌니 뭐니 하면서 버러지들이 물고 빨고 있는데, 여기서 더 유명해지면 주제도 모르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거스를지도 모릅니다. 적당한 선에서 쳐내시죠.”

“……그렇게 말하면 간신배 같다는 거 알고 있지?”

“흠…… 멋쩍군요. 철회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유하늘을 모함하고 싶은 것은 아니리라.

그 수상 전후로 4학년 1학기를 마감한 손바울은, 내년도 상담심리학 석사 진학을 위해 계절학기에도 분주할 예정.

그렇기에 둘째 제자의 약진에 마음이 조급해진 듯했다.

오현서와 쇼핑이나 하라고 상품권을 쥐어줬다.

그런 일들로 학기 중보다도 더 바빠졌던 나날의 와중에도, BJ꼰마로서의 프리TV 활동은 계속됐다.

종종 숨을 헐떡이며 방송을 켜야 했을 정도.

거기에 도세나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dosena님 별사탕 1000개. 선생님 저때문에 방송 쉬지도 못하시는거 아니에요. 바쁘실텐데 쉬엄쉬엄 해주세요.]

“염려해줘서 고마워요, 도세나님. 하지만 매일 방송을 하겠다는 도세나님과의 약속 때문에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근본이 방송인인 까닭이지요. 꼰마방 후원자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 은혜를 저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근-본」

「꼰본 머시썽!!!」

[dosena님 별사탕 100개. 꼰마님 그래도 바쁘실땐 방송시간 조금씩 줄이기도 하세요. 요즘 너무 야위어보여요.]

“하하, 고맙습니다. 별사탕만 감사히 받을게요.”

[마구니님 별사탕 2000개. 세나님 적당히 쏘세요. 회장 안 넘겨드림.]

[dosena님 별사탕 500개. 조금만 기다리세요 꼰마님. 기획팀장 드라마화되면 웹툰머니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이런. 두 분 다 제발 적당히 쏘세요. 감투에 집착하지 마세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지금 열혈후원자 3위인 케바케님은, 어디 돈이 없어서 안 쏘고 있는 줄 아십니까? 안 그래요, 케바케님? 케바케님이 가오가 없지 돈이 없습니까?”

[케바케님 별사탕 1000개. 크크크 회장 달아보고 싶은디 양각이라 안될거같소잉. 형님누님 씨게 쏘셔브네.]

“아이쿠. 케바케 후원자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꼭 필요한 곳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수금각 놓치지않네」

「김삿갓이냐고 ㅋㅋㅋㅋㅋㅋ」

별사탕 총액 1~3위를 놓치지 않는 마구니와 도세나와 케바케는, 사실 그 부분에서 나와 별사탕 조작 밀약을 맺고 있다.

각자의 월 수익 중 10%를 넘기지 않기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을 때는 차단까지 불사하겠다는 말에, 내 추종자인 세 사람도 결국 그 선을 받아들였다.

마구니 이혁권이 십일조냐며 키득거리긴 했지만.

그 셋은 열혈후원자들 중에서도 특히 수입이 많은 편이다.

건물주 케바케는 임대료 수익으로만 월 5천 이상을 걷어들이고 있고, 롤드컵 우승팀의 프랜차이즈 감독인 ‘뉴겜’ 이혁권은 연봉만 10억, 인기 웹툰 작가인 ‘도나쓰’ 도세나 역시 기획팀장으로 10억가량을 벌어들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니 10%라곤 해도 다른 이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

하지만 큰손 중의 큰손인 그들이 차지하는 후원액의 비중은, 전체의 10%도 넘기지 못했다.

일평균 7만 개씩 터지는 별사탕 중 90%는 무수한 소액 후원자들의 몫.

후원으로 팬클럽에 가입한 수효만 해도 벌써 5만이다.

최근에는 인방 외적으로도 활약하며 시청자를 유입시키고 있기에, 플통령이라는 말이 더는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그 유명세가 방송의 완전무결성을 담보하진 못했다.

이름값이란 기대치와 상통하는 법이니.

오히려 방송 내의 갈등 양상이 잦아졌다.

“다음은 오른종일님의 사연입니다. 추천받고 왔는데 실망이에요. 제대로 해결해주는 건 하나도 없고 맨날 용서해라 사랑해라 이러는데 그런 말이면 누가 못 해요.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살면서 엿 같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다 용서하면 뭐가 되는데요.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고 잊어버리면 가해자들은 또 그렇게 할 건데요? 처벌하고 복수해야죠.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세요?”

「ㅋㅋㅋ아직도이런애들있네」

「지겹다지겨워 어디서좌표찍나」

「꼰마님 저런 어그로는 걍 밴하져」

고개를 돌려 진대수를 바라보니, 씩 웃으며 목을 그어 보이더라.

관련 어그로들을 단칼에 썰어내자는 의미.

구태여 매니저 채팅창에 올릴 필요 없는 사연을 복붙한 것은, 대수 나름 본보기가 필요하다 생각한 까닭인 듯했다.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비슷한 의견을 도배하는 이들이 몹시 많아진 실정이니.

고마운 일이었다.

그 목적성은 적절치 않았지만.

어떤 인방이든 어그로성 채팅은 차단의 대상이다.

그러지 않으면 애청자들에게 불편을 야기하는 까닭.

그렇기에 스트리머는 본보기를 세워 저격한 뒤 저런 식의 채팅은 숙청하겠다고 공표한다.

간혹 판단미스나 과잉대응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일도 있지만, 그 자체는 분명 필수적인 행위였다.

그러나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논리다.

용서를 방송의 기조로 삼은 이상, 시청자들에게 그 모범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오른종일님. 닉네임이 독특하시네요. 롤의 오른을 좋아하시는 것보다는, ‘온종일’의 구어체인 ‘왼종일’을 left 종일이라고 해석해 right 종일을 만드신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않이 왜 닉분석 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아무튼 오른종일님. 우선은…… 용서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걍밴해여 이거 5만번들었음」

“5만번 들어도 또 듣고 싶은 이야기라는 의견 감사합니다. 그래도 살짝 변형해서 논지를 전개해볼게요. 이 용서라는 것은, 오해를 사기 쉬운 어휘입니다. 보통은 완전히 그릇된 방식으로 활용되니까요. 다들 그런 적 있으실 거예요. 친구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때, 선생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시죠. A야, 사과해. B야, 친구가 사과하면 용서해줘야지? 자, 이제 화해하고 잘 지내자. 또 싸우면 선생님 화낼 거야.”

「이거자주들음 ㅋㅋㅋㅋ」

「ㄹㅇㅋㅋ」

오른종일은 아직 채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명 그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시스템이 강요하는 경험이니.

“이때 그 교사가 말하는 것은 용서가 아닙니다. 아이들 사이의 부정적 감정들이 망각으로 덮이길 바랄 뿐이겠지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학생들 사이에도 교사들 사이에도 이런저런 갈등들이 무수히 터져나오고, 그것을 모조리 해소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이니까요. 그래서 쉬운 방식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정신적 시간적 여유를 지키려는 대처라고 하면 맞겠지요. 그들이 화해를 강요하게 되는 이유는, 용서가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인 까닭입니다.”

「ㄹㅇ쉽지않져」

「완전범죄만큼 힘든 듯..」

“용서라는 것은, 처벌의 여부나 관계의 복원과는 무관합니다. 용서는 무상으로 합의해주고 적법한 처벌을 탄원서로 막는 행위가 아니에요. 처벌은 사회적 본보기와 법리 해석의 문제니, 그저 고소든 고발이든 하고 놔두면 됩니다. 다만 용서는 마음의 일이에요. 나라는 개인의 마음이 누군가로 인해 피해를 입어 변화했을 때, 그것을 과거의 안정적인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일입니다. 이를테면…… 감정소비의 환불이지요.”

‘감정소비’라는 말 자체는 원론적으로 옳지 않다.

감정은 결코 소비재가 아니니.

단지 선한 감정들이 악감정에 뒤덮이는 정서적 피해를,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소비’에 비유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요즘 청년들에게 시의성을 갖는 것이다.

원론주의자인 내게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

그렇지만 오른종일은 아마도 20대나 10대로 보이니, 그에 맞춰서 비유해줄 필요가 있을 듯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감정의 변화를 겪습니다. 공격당하기도 하고 매도당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무의식적 본능은 악의를 키우고, 그로써 보복을 충동하지요. 하지만 그 결과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사적으로 복수해봤자 마음은 싱그럽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통쾌함은 일시적인 쾌감입니다. 세상에 가해자는 넘치도록 있고, 언젠가는 보복할 수 없는 존재에게 피해를 당할 일도 있겠지요. 꼭 적이 강해서가 아니라, 쪼잔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인성을 의심받게 되는 경우 말입니다. 그런 악순환이 어찌 마음의 약이 될까요. 본능이 달콤한 말로 꾀는 복수는, 스스로 행하는 2차가해나 진배없습니다.”

「꼰마스님의 말씀입니다」

「아재요 진배없다 3만년만에들음ㅋㅋㅋ」

「오른종일 : 아니 그런다고 용서한다고 뭐가되는데여 용서한다고 가해자가반성해여?? 아니잖아여 어이없어」

내 동체시력은 오른종일의 채팅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NBSC의 ‘진단’은, 그의 마음 역시 놓치지 않았다.

용서는 어려운 만큼 아름다운 결론.

본질적으로 인간은 용서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110의 ‘화술’로 이야기하는 용서에도 불복하는 이라면, 거기에는 응당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수밖에.

대표적으로는 ‘용서받지 못한 자’들이 있겠다.

가정에서 사소한 잘못조차 용서받지 못하고 문제아로 몰렸던 아이들은, 성장한 뒤에도 용서의 가치를 믿지 못한다.

겪어본 적이 없기에.

그것이 어떻게 마음을 어루만지는지 알지 못하기에.

용서할 줄 아는 아이에게는, 용서할 줄 아는 부모가 있다.

그토록 아름다운 아이를 낳은 것이 악마일 리 없다.

이준영을 보며 이신웅을 신뢰하게 된 이유였다.

오른종일의 채팅을 보는 마음이 무거운 것도 같은 맥락.

거친 채팅 앞에서, 나는 원론주의를 내려놓았다.

“여기부턴 사견입니다만…… 용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태세전환 먼데여 ㅋㅋㅋㅋㅋㅋㅋㅋ」

“태세전환이 아니라, 퇴계 이황입니다. 뜬금없이 역사 강의를 해보지요. 이황에게는 조식이라는 라이벌이 있었습니다. 기대승과의 사단칠정 논쟁 쪽이 유명하지만, 이 조식이야말로 이황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였습니다. 잘난 척하고, 과격하게 말하고, 노장에 물들어 도를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고 ‘극딜’했지요.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디스도 잘하는 분이시지요? 유명한 유학자도 용서를 접어둔 대상이 있습니다. 때로는 분연히 일어나 옳은 것을 말할 필요도 있겠지요.”

「오 조태식이~」

「천원아재 디스도하시네 ㅋㅋㅋㅋ」

「오른종일 : 당연한거져」

“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세상을 당연하게 만들어 미안합니다. 용서가 울적한 울림이 되게 해서 죄송합니다. 오른종일님께는…… 이 말씀밖에 못 드리겠네요. 용서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혹시 그 결과 오른종일님께서 어떤 가해자에게 불법적인 복수를 하신다 해도, 저와 제 애청자들은 오른종일님을 용서할 테니까요. 편하게 선택하세요.”

「왜이럼??」

「우리 꼰마가 달라졌어요???」

애청자들의 당혹감에는 가벼운 미소만 지어줬다.

그 용서가 변화의 싹을 틔우길 기다린 지 30분.

오른종일은 다시금 사연을 올렸다.

“오른종일님의 사연입니다. 아니 근데요, 저요, 시험 망쳤다고 엄마한테 뺨 맞았거든요? 이건 어떻게 용서하는데요? 라고 적어주셨습니다. 이건 너무했네. 용서하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그래도 방법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보시겠어요?”

「오른종일 : 맘에들면여」

“예. 우선 가정폭력으로 신고하세요. 그 뒤에 엄마에게 가서 말씀하세요. 엄마, 방금 신고하고 왔어. 그래도 난 엄마가 밉지 않아. 그냥 다시 폭행을 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

「와우」

「이거 거하게 멕이는거아님??ㅋㅋㅋㅋㅋ」

“무슨 소립니까? 아까도 얘기했지만, 용서와 처벌은 별개의 문제예요. 아직도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많네. 제가 언제 가해자의 처벌에 반대했습니까? 오른종일님, 이게 용서예요. 이렇게 하시면 엄마도 반성하고 변화하게 될 겁니다. 자, 고고.”

「오른종일 : 아 뭐라는거야 미쳤어여?? 엄마한테 어떻게그래여 내가그러면 엄마엄청울건데 장난쳐여??」

“……정답. 그것도 용서지요. 데스야. 지금 대화 나눈 부분까지 편집해서, 오른종일님한테 따로 보내드려.”

「오른종일 : 왜여???」

“그대로 엄마한테 보여주세요. 반성하실 겁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른종일 : 아니.. 뭐야진짜.. 이상한아저씨야..」

이상한 아저씨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역사 강의 파트2. 퇴계 이황은 아버지 없이 자랐고, 서른에 부인을 잃었고, 급제한 것은 30대 중반이라고 합니다. 탑골 노래로 비유해보자면, 아버님 없이 마침내 우리는 해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꼰마씨는 우리와 함께 갈수 없습니다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출세했습니다만, 고작 10년 만에 을사사화로 파직되고, 이듬해에는 두 번째 부인까지 잃고, 을사사화 건으로 친형까지 잃게 됩니다. 말하자면…… 파국이다!”

「엉???」

「진짜요? 근데 천원권에 어떻게올라감?」

“만약 이황이 그 일로 세상을 등지고 조선 망해라 해버렸으면, 1000원권에 얼굴을 올릴 일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비관하지 않았어요. 서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했지요. 그러니 중앙에서도 다시 그를 불러 임금의 스승으로 삼았던 겁니다. 용서는 그런 것입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회복. 저 역시 그렇기에 오른종일님을 차단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위해서. 그랬더니, 이렇게 예쁜 마음을 보게 됐네요. 미운 엄마지만 우는 건 싫다는…… 용서를.”

[오른종일 : 아닌데여 그냥엄마싫은데.. 우는것도 싫어여]

사실은, 아이들 특유의 양가감정일 뿐이지만.

그 마음이야말로 어떤 성인군자보다 사랑스럽다.

용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6월 21일 저녁.

유종찬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선생님…… 말씀대로였습니다. 이거, 되겠네요. 방송 나가는 즉시 화제성 1위 꿰찰 것 같습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예. 용서합니다.”

[……아니 뭐, 용서까지는…… 감사합니다.]

세상을 바꿀 미래가,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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