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48화 (148/200)

# 148

53장 - 지도하는 상담사 (1)

“영주를 써서 명한다. 매주 한 시간씩 라방을 진행해!”

빤히 쳐다보자, 진대수는 곧 얼굴을 붉혔다.

“엥…… 너무 마이너했어요? 야, 바오로. 너도 모르냐?”

“씹덕 같은 소리는 모릅니다.”

“씹덕이라고 하는 거 보면 아는 건데?”

“모릅니다. 운전에 집중해야 되니 말 걸지 마세요.”

“뭐 너무 옛날 거긴 하지. 하늘 씨도 덕력은 없어 보이고.”

“저…… 원피스는 봤는데요…….”

“에이, 그거야 덕이라고 할 수 없고요. 이쪽 업계에선 이런 흔한 대사는 알아두는 게 좋아요. 아는 애들끼리만 웃는 얘기지만, 그 아는 애들끼리 웃는 게 채팅 문화가 되거든. 채팅창에 올라오는 드립들이 뭔지는 알아야 관리를 하죠. 주영주 의원 방송 시작하면 페이트 얘기 분명히 나와. 영주니까.”

“아…… 네.”

“다른 것도 유명한 건 공부해놔요. ‘뇌절’이나 ‘예토전생’이나…… ‘흑역사’ ‘싱크로율’ 이런 건 아시죠? ‘뭐뭐도르’ ‘유하’ 이런 채팅 밈도 아시면 좋고요. 형님은 다 아시죠?”

“대충은. ‘가장의 무게’가 마음에 들더라.”

“하핫. 역시 형님은 가장 멋진 가장.”

가벼운 농담이 지나간 뒤, 유하늘이 내 어깨를 건드렸다.

표정이 무척 무거워 보였다.

“저기, 선생님? 주영주 의원이 정말로 매주 한 시간씩 방송 진행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될 것 같다. 앞쪽 20분 정도는 주간 현안에 대해 논설하고, 그 뒤 40분간 소통하는 방식이 될 거야.”

“그리고 그 언론을, 제가 운영하는 거예요?”

“언론이라고 해서 긴장할 필요는 없어. 대안적으로 언론의 기능을 수행할 뿐, 사실상 영상 커뮤니티 플랫폼이야. 대표로서 관리해야 할 건 기자들이 아니라 댓글 쪽이고. 그래서 기자들도 후원금 분배 계약만 잡을 예정이다. IT 인력은 프리월드 쪽에서 최대한 지원을 해줄 테니까, 페이지 레이아웃이나 시스템 관련 미팅에서 컨펌만 내주면 돼.”

“……전, 실감이 안 나요. 제가 컨펌을 하는 위치라는 것도 그렇고, 주영주 의원이 거기서 방송 한다는 것도 그렇고……. 전 그냥 가십이나 모으던 인터넷기자였는데.”

중압감에 짓눌린 듯한 목소리.

어떤 대답을 해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먼저 아내가 유하늘의 손을 쥐었다.

“하늘 씨?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이가 사람 보는 눈은 참 훌륭하거든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봐도 알겠잖아요?”

“아…… 그야 사모님 같은 부인도 두셨고…….”

“어휴. 사모님이라고 부르지도 말고요. 언니 어때요?”

“제가 어떻게…… 이사장님이시잖아요?”

“재단 사람들도 가끔 언니라고 해요. IT기업 사장님 되실 분이 사모님이라고 부르면, 내가 기분이 이상하죠.”

“아…… 으아……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아요. 전 진짜……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없는데.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더 연륜이 있고 더 지식이 많은 그런 분을, 모셔야 하지 않을까요?”

거기까지 듣자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그야 유하늘에게는 충격적이기도 했겠지.

7년차 인터넷기자가 갑자기 한 영상 플랫폼의 대표이사가 되는 환승역에서, 주영주라는 정계의 샛별까지 올라탔으니.

아무래도 본질적인 이야기가 필요할 듯했다.

“하늘아. 기자의 본분은 뭐지?”

“네? 기자는, 정확히 취재하고 빠르게 전달해야 해요.”

“그렇구나. 그러면 편집자의 본분은 뭘까?”

“어…… 기자의 본분이 편집자의 본분 아니에요? 인터넷언론이 많은 지금은 구분이 잘…….”

“난 그래도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자는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그 팩트를 검증해야겠지. 그들은 그 정도만 해도 만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어. 하지만 편집자는, 기자들의 업무를 돕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연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왜, 왜요?”

“쌓인 지식이 관계를 안겨주니까. 보도 속에서 형성된 관계는 편견을 만들어. 그런 이들이 데스크의 중역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한국 언론을 일그러뜨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선 안 돼. 기자들이 아무리 정확히 취재하고 빠르게 송고해도, 중간에서 누군가 커트한다면 묻히고 말아. 대중이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편집자는 순수해야 해.”

“순수……요?”

“그래. 치우치지 않고 사건의 본질을 보는 눈. 그 취재가 왜 발생했는지- 그러니까 내부자들의 정보가 왜 풀렸는지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원래는 대수한테 부탁해볼까 했었지.”

“아이고! 형님, 전 절대 안 하죠. 영상이 천직임다.”

“알아. 지금은 하늘이가 더 어울릴 거라고 확신하고.”

“오, 다행쓰.”

“아…… 그야 전, 언론학부도 졸업 못 했으니까요. 대중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거라면 자신 있긴 해요.”

조금은 편해진 듯한 유하늘에게 가볍게 웃어줬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야.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부장님 랩탑 사용 연습 기사.”

“네? 어, 그게 뭐예요?”

“어, 전혀 모르니?”

“하하. 하늘 씨한테는 너무 옛날일 거예요. 2010년 사건이니까. 뭐냐 하면, 연합뉴스에서 ‘부장님 랩탑 사용법을 익히기 위한 연습 기사입니다. 송고하지 마시고 킬 하십시오.’ 이런 내용의 기사가 떴어요. 부장님한테 컴퓨터 가르친답시고 테스트를 해본 거지. 그랬는데 그게 실제로 게재돼버린 거야. 편집국에서 부장 아이디만 보고 컨펌 때린 거겠죠. 언론사 데스크가 얼마나 관습적이고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나…… 그걸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슴다.”

진대수의 설명을 듣고, 유하늘은 질린다는 듯 움츠렸다.

“아…… 그렇죠. 인터넷 루트만 뚫린 통신사(연합뉴스 등 취재 전문 언론)도 그렇겠지만, 저희도 편집국이 정말 유명무실했어요. 보도지침이 일차적으로 취재 자체를 제한하니까, 당연히 입맛에 맞는 기사들만 송고될 거라고 생각하는…….”

“그래. 내가 바꾸고 싶은 병폐는 그 부분이다. 현장의 기자들이라면 실수로 가짜 정보에 휘둘릴 수도 있고, 나아가 은근슬쩍 자기 내면의 편향을 드리울 수도 있어. 특히 댓글이 뉴스에 스며드는 시스템 속에서라면 문제의 차원이 달라져. 유저들의 모든 추동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니. 그렇기에 편집자다. 바깥에서 바라보고 모든 시각을 검토해야 해. 그런 역할을 네게 맡기고 싶은 거야. 젊은 시각. 그리고 언론이 만들어내는 병폐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힌 경험. 그걸 가진 유하늘이야말로 새 언론을 지휘할 유일한 대안이야.”

“그런 거군요…….”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세상의 밈에 대해서 착실히 공부해두렴. 어떤 악플러가 표면과 다른 함의로 누군가를 모욕할지 모르니. 혐오를 부르는 혐오를 막는 것. 그게 하늘이 네 사명이잖아? 다른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는 분야지?”

“……맞아요.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굳은 결의로 주먹을 움켜쥐는 아이를 바라본다.

그 마음이 못내 고마웠다.

내가 강요한 사명이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이 느껴져서.

사실 유하늘이 제안에 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동생들에게도 주 20시간의 재택근무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급료를 약속했으니, 안 잡으면 바보겠지.

그럼에도 그녀는 홀로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 부족이 또 다른 불행을 만들까 저어하며.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

그것이야말로 언론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리라.

그렇기에 유하늘은 최적의 편집자였다.

그게 아니었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자살의 가능성이 작아졌다 해서 유하늘과의 인연이 끝난 것이 아니기에.

“유하늘을 쓰러뜨려봐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NBSC는 퀘스트 달성요건을 명시하지 않는다.

미완수된 에픽퀘스트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어떤 응어리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exp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아직 유하늘의 ‘제2의 루트’를 발견하지 못했음을.

자살을 충동하던 죄책감은 속죄의 업무로 제거했다.

양친의 기대로 인한 학력지상주의와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가족이 그녀의 진심을 깨달은 것으로 치유되기 시작한 셈.

그렇지만 그것으로 유하늘을 쓰러뜨렸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 일들은 어디까지나 환경의 교정.

이대로라면 유하늘은 고통받는 봉사 로봇이 될 뿐이다.

손바울에게 그랬듯, 그녀에게도 스스로 자신의 응어리를 녹일 기회를 줘야 했다.

“일단은…… 다양한 관점을 배우기 위해서 여러 사람을 만나보자. 마침 잘됐지. 너는 백수고, 나는 10만 인방러니까.”

“아, 저, 방송, 출연하나요?”

“원한다면 출연도 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구경하렴. 오늘은 특별한 손님들도 올 예정이니까. 대수야, 애들 출발했다니?”

“예압. 방송 시작 30분 전까지 도착한대요.”

“누, 누구요? 누가 와요?”

“진석이랑 뜨갱이. 꼰마크루의 두 번째 멤버들이야. 6월을 맞이해서 본격적으로 합동방송 시작하는 거지.”

“아…… 그렇군요.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

“뭐 걱정되는 게 있니?”

“그게, 저, 뜨갱님 그분…… 안 좋은 기사 썼었는데.”

예상치 못한 인연에 잠깐 굳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2014년부터 하루에도 십수 개의 가십 기사를 써온 유하늘이, 이대경의 기사를 하나도 써본 적이 없을 리야.

“작년 장애인 비하 사건이겠구나.”

“네, 네. 그때 저는 되게…… 이건 조회수 나올 만한 일이다 이렇게만 생각하고, 제일 빨리 기사 썼거든요.”

“그래. 팀원들 말이, 조용히 묻힐 뻔한 일을 딱 한 기자가 열성적으로 기사를 썼다던데.”

“죄, 죄송해요.”

“죄송해야 할 일은 맞다만…… 어떤 게?”

“저, 너무 심하게 기사 썼던 거요.”

“사과할 내용을 잘못 선택한 것 같구나. 넌 잘했어. 훌륭한 기자정신이었어. 그런 기사라면 쓰는 게 맞지.”

“그게…… 좀, 과했어요. 처음에 ‘저 병신 새끼들 장애인이 벼슬이냐고 왜 기초질서도 안 지키는데’라고 말한 건 사실이지만, 나중에 흥분 가라앉히고 나선 고개 숙여 사과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뒤의 얘기는 쏙 빼고 비하발언이랑 나쁜 여론 쪽만 과장해서 전달한 게 문제를 키웠어요.”

“과하지 않아. 기자라면 그래야지. 문제의 소지를 인식하고 그 피해자들을 고려해 단면에 집중하기도 해야지.”

“……그럼, 저, 어떤 게 죄송한 일이에요?”

“의도. 그 기사를 쓰던 때의 마음. 그때의 넌 좋은 기자였을지언정 좋은 편집자는 못 됐던 것 같다. 장애인 비하라는 문제를, 개인적인 소득을 위해서 활용했던 거니까.”

“아…… 그렇구나. 죄송해요. 기자정신이 아니라 돈을 위해서 흥미 본위의 기사를 썼던 점, 반성하겠습니다.”

69의 특성 ‘지도’가 잘 작동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유하늘은 진심으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일이었다.

물론 그건 내 기준일 뿐.

사적인 판결을 남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원룸 앞에서 김진석과 이대경을 마주했을 때에는, 그렇기에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해줬다.

“이 친구는 유하늘이라고 한다. 이대경 장애인 비하 기사 가장 먼저 썼던 기자.”

“흡? 진짜로요? 와, 원수는 외나무다리서 만난다 카드마.”

“죄,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원수라고 한 거는 비유고요. 원수라고 생각한다는 기 아이고…… 뭐라카지? 진슥아.”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지, 인마.”

“글나? 흠. 저기, 고맙습니다.”

“네, 네?”

“기사 써줘가지고 고마웠다고요. 그때 내가 어리기도 하고 갑자기 확 떠가지고 정신 못 채릴 때였는데, 기자님이 기사로 욕해주고 또 부장님이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셔가지고, 그때부터 사람 됐다 아닙니까. 인사 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네? 어…… 네.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진석과 이대경은 스물여섯 동갑내기 BJ들.

비슷한 시기에 유명해지며 서로 꽤나 친밀하게 지내지만, 성장환경도 세상에 대한 시각도 비슷한 부분이 드물다.

그렇기에 중요한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유하늘에게도 내게도.

“아니, 솔방귀님. 이기 진짜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만다꼬 바람 핀 여친을 잡습니까? 바보예요? 반성은 무슨! 한번 바람핀 애들 또 핍니다. 정신 차리고 딱 선 그어요.”

“아, 얘 또 뇌절하네. 얘기를 하면 좀 들어라. 번호도 바꾸고 다시 안 만나겠다고 서약도 했다잖아? 사람이 반성하면 바뀔 수도 있는 거지, 뭘 맨날 정신 차리라 그래?”

“요 시키 요, 모쏠 특징 나오죠? 꼰빡이님들, 요 시키 말 듣지 마세요. 뭘 연애를 해봤어야지 알지요.”

“아니…… 모쏠 아니거든? 그거 그냥 캐릭터라고 몇 번 말하냐? 남캠이니까 여자관계 깔끔하게 청산한 거거든?”

“남캠 같은 소리 하네. 니가 뭔 남캠이고?”

“아, 돌겠네. 아무튼 너보다는 여자 마음 잘 알어!”

말하자면……

[직면 선택지]의 두 선택지 같은 친구들이다.

20대가 가질 수 있는 사고 스펙트럼의 양극단을 몸소 보여준다고 하면 말이 맞으려나.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은 크루 중 토크를 맡았다.

사적인 의견을 가감없이 말하는 둘 사이에서 내가 중도를 이야기하며, 대리만족과 내적 성장을 함께 꾀하는 일.

말하자면 양극단의 캐릭터 쇼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다른 아이들이 서로 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의견이 다를 뿐, 둘의 마음은 그리 멀지 않다.

“안녕하세요, 꼰마님…… 말고 진석님! 에헴. 엄마가 저 때문에 친척들한테 무시당하는 걸 알았습니다. 동네가 근처라 이모들이랑 자주 만나시는데, 오랜만에 거기 같이 가봤거든요. 근데 저 취업 못 한 거랑 비교하면서 사촌들 자랑을 그렇게 하데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맨날 그런대요…… 이거 뭐야 진짜? 아니, 아직도 이런 집이 있어요? 진짜 너무하네. 요즘 세상에 취업이 쉽나? 쉬워? 어디까지나 운이지. 안 그러냐?”

“당근이지! 어디 남의 자식 취업을 했네 못 했네 하면서 갈구는데? 그런 이모들이면 친척이라고 존중해줄 필요도 없다. 담에 만나면 느그가 이모가 그래 한마디 해요.”

“……야, 그건 너무 갔고.”

“뭐가? 친척이 친척다워야 되는 거잖아? 안 그래요? 꼰빡이 여러분, 내 말이 틀렸어요? 양심적으로 이카면 안 되지. 취업 못 한 게 뭐 죄야? 뭐 피해 입혔어? 아니잖아!”

“아니, 너나 나나 취준생은 안 해봤으니까.”

“그기 뭐? 안 해봤으면 아닥하는 게 국룰이가? 빡도네.”

이렇게 착한 녀석들이다.

채팅창 사연에 공감하며 울분을 토하는 것은 대단한 재능.

그런 면에서 둘은 참 잘 맞는 친구였다.

마음을 해소하는 측면에서는 극과 극을 달렸지만.

“돌빡이 쉑덜. 좀 혼나야 돼. 아니, 왜 가만있었는데요?”

“야 야. 부장님, 죄송합니다. 얘 흥분했네요.”

“아니 흥분을 안 하게 생겼습니까? 가족 건드리고 욕하는 게 제일 드러븐 짓이잖아요? 김진슥이, 니 동의 안 하나?”

“아, 동의하지. 동의는 하는데 말은 조심하자고.”

“뭔 그딴 말까지 조심해야 되나? 아니 기자님. 이것도 내가 실수하고 있는 거예요? 조심해야 되는 거예요?”

「 」

「기자 」

「누구 또 있어요 」

「ㅋㅋㅋ현장르포 이런건가 」

진대수 옆에 앉은 유하늘이 쥐구멍을 찾고 있다.

그런 그녀를 위해 대신 사정을 설명해줬다.

“기자님이 한 분 와 계신데, 여길 취재하시려는 건 아니에요. 일종의 견학 차원에서 방송을 참관 중이십니다.”

「와 기자가 견학을온다고 」

「제가직접해보겠습니다 아님? ㅋㅋㅋㅋㅋㅋ」

“……기자님? 괜찮으시면 목소리로 인사해주실래요?”

“뭐, 뭐라고요?”

“음…… 제가 직접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 제가 직접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자양반ㅋㅋㅋㅋㅋㅋㅋ」

「아르라아가랑가앍학 어디갔음? ㅋㅋㅋㅋㅋ」

「목소리 귀엽네여 누나 ㅎㅎ」

합성갤러리의 유명인인 ‘기자양반’과는 닮은 점이 없지만, 내 시청자들은 기자의 견학이라는 사실 자체에 흡족해했다.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케바케님 별사탕 100개. 기자누나 가래소리내주세여.」

“가래소리요? 왜요? 그게 뭔데요?”

“모 기자가 체험취재에서 가래 끓는 소리를 냈던 게 인터넷에서 유명해졌던 일이 있는데…… 무시하셔도 됩니다. 내 방송은 리액션 같은 건 하지 않거든요.”

「마구니님 별사탕 500개. 가래 기자 가자.」

“가래 기자…….”

“안 갑니다. 기자님은 채팅창 구경이나 하세요.”

「dosena님 별사탕 1000개. 잘 모르지만 가래 해주세요.」

“그, 저, 가르르아앍학……?”

“……안 해도 된다니까요. 다시 상담 진행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글이자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자양반 귀요미네 ㅋㅋㅋ 자주와요 ㅋㅋㅋ」

“앗, 감사합니다! 헤헤…… 음.”

볼을 붉히던 유하늘은, 금세 표정을 굳혔다.

그런 제자를 보며 생각했다.

앞으로 지도할 것이 참 많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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