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
50장 - 상담사의 심판 (3)
[저어느은요오, 너어무우 히임드을어어요오오…….]
이아리는 테이프를 길게 늘인 듯이 말했다.
아마 신체적으로도 비슷하겠지.
그 말이 의태어인 것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을 것 같다.
그런 소녀의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 아리 넌, 참 멋진 아이야.”
[제에가아요? 응? 히히.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아니, 많은 걸 하고 있단다. 존재 자체로 멋져.”
[우와? 우와, 진짜요? 저, 멋져요?]
“그럼. 삼촌이 중계하는 게임방송도 안 보고 열심히 연습에 매진했잖니? 그렇게 훌륭한 연습생이 세상에 어디 있어?”
[헤헤…… 참기 힘들었어요. 꾀병 부리고 빠질 뻔했어요.]
“잘했다. 고마워, 아리야.”
[고마워요? 응, 응, 왜요? 고마운 건 뭐예요?]
“다. 그냥 다 고맙다. 나보다도 더 멋진 아이여서.”
[아닌데! 저는…… 저어느은…… 나빠요. 오늘도요, 아침에 엄마가 늦게 깨워줘가지고요, 막 화냈어요. 나빴죠?]
거짓말이다.
내 목소리에서 자괴감 같은 것을 느껴, 위로하려 애쓰는 것.
순진무구한 마음이 빤히 들여다보였다.
“괜찮아. 아리야, 삼촌 괜찮아. 이제 다 풀렸어.”
[어, 응, 뭐가요? 뭐가 풀렸어요?]
“잠깐 못된 생각을 했어. 누군가 삼촌 딸을 괴롭힌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참을 수 없이 미워졌어. 너무 화가 났어.”
[어…… 그거는, 당연한 거 아니에요?]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넌 그러지 않았잖니. 널 괴롭히고 음해한 아이들조차 용서했잖니.”
[저, 저는, 아닌데요! 멍청해서…… 그런 건데요.]
보편적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피해를 입고도 분개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불린다.
그런 세상이다.
나쁘고 약삭빨라야만 똑똑한 사람이라 불릴 수 있다.
하지만 내 스승은 말했다.
상담사는 똑똑하지 않은 편이 낫다고.
가장 바보 같은 상담사야말로, 가장 좋은 상담사라고.
“삼촌도 아리처럼 되고 싶어. 아주 멍청한 사람.”
[힝…… 삼촌, 그거요, 놀리는 거죠?]
“하하하하.”
[아, 나빠요. 나빠 진짜. 조퇴할 거야. 가서 방송 볼래요.]
“하하하. 별로 재미 없을 거야.”
[어, 왜요? 투썬님, 졌어요?]
“아니. 너무 쉽게 이겼어. 요즘 말로 양학이었지.”
[우와…… 삼촌 덕분이에요! 투썬님 짱잘해졌어.]
“원래 잘했던 거지 뭐. 아무튼 아리야. 삼촌이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 지금은 아이돌이 아니고 수많은 연습생 중 한 명이긴 하지만, 아이돌의 관점에서.”
아리는 소리가 들리게 침을 삼켰다.
긴장과 불안으로 떨고 있는 듯했다.
[뭐, 뭔데요? 저, 저, 아직, 잘 모르는데!]
“쉬운 거야. 아리 네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서 왜곡성 기사를 내고, 팬들이 아리 널 싫어하게 이간질한 기자가 있어. 아리 넌 마음이 너무나 아팠던 거야. 그래서…… 슬픈 선택을 하고 말았어. 그렇게나 못된 살인자가 있다고 치자. 그 사람한테, 아리 너라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니?”
[어…… 헤헤. 진짜 쉬운 거다.]
대답 역시 쉬웠다.
그렇지만 그 단순한 이야기를 듣고, 나는 차를 갓길에 댔다.
솟구치는 눈물로 시야가 가려진 탓에.
이아리는……
정말 멍청한 아이다.
참, 존경스러운 아이였다.
그러니 내가 닮아야만 할 롤모델이지.
그렇게 잠깐 시간을 허비했지만, 손바울이 알려준 주소지에 도착한 시각은 예상보다 좀 빨랐다.
테이크게임즈의 ‘양학’이 무척이나 전격적이었던 덕분.
2부리그 팀 상대라곤 해도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그 전술이 투썬의 ‘서포팅 미드’였다는 점에서 특히나.
애초에 이벤트성이 강한 평가전이다.
시즌을 기다려온 팬들 앞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그렇기에 주력 전략이 아닌 신개념 오더를 선보였던 것인데, 그 결과가 감독마저 놀라게 만들었더랬다.
이렇게 가면 정말 시즌 중에 써봐도 괜찮을 것 같다나.
양선호의 선한 마음이 결실을 맺은 것이겠지.
덕분에 내게는 꽤 여유가 생겼다.
해서 생각도 정리할 겸 안쪽의 상태를 묻는 문자를 보냈던 것인데, 제자가 지체 없이 전화로 화답했다.
[도착하신 겁니까? 제가 바로 나갈게요.]
“바울아, 조심해. 옆에서 듣고 있는 거 아니니?”
[전 거실에 있습니다. 계단 뛰어내려가면 15초예요. 쟤들 멍해져서 문밖 살피고 있으면, 바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이아리와는 좀 다르지만, 손바울 역시 말과 행동이 직결되는 타입이다.
급한 목소리 그대로 임전태세에 돌입한 듯했다.
“아니, 그러지 마라. 거기 그대로 있어.”
[마중도 안 나가는 사…… 제자가 어디 있습니까?]
“하하. 됐으니까 좀 기다리렴. 네가 갑자기 뛰쳐나오면 유하늘 씨나 가족들이 불안해할 거 아냐.”
[그러라죠. 생각 같아선 패고 싶은데요.]
“생각에 그쳐서 참 고맙구나. 그것도 줄여줬으면 싶지만.”
[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잘 안 됩니다.]
“아무튼…… 세 사람은 뭘 하고 있니?”
[지금은 둘입니다. 둘째는 알바 있다고 나갔어요. 셋째도 원래는 약속 있었던 모양인데, 그거 취소하고 유하늘이랑 방에서 TV 보고 있습니다. 전 잠깐 같이 보다가 나왔습니다. 사과 깎아줬더니 처먹지도 않더라고요.]
말이야 거칠지만, 사과까지 깎으며 다독여주려 했던 것이다.
이래저래 기특한 제자였다.
“좋아. 방에 가서 같이 있어주렴. 다시 전화하마.”
[전화하지 말고 벨 울리시죠? 제가 문 열겠습니다.]
“그러다 창문으로 도망치려고 들면 어떡하니.”
[제가 붙잡고 있죠.]
“문을 여는 동시에? 아서라.”
[흠…… 분신술이 없어서 에바군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제자와의 통화를 마치고.
빌라 앞에 서서, 나는 유하늘을 생각했다.
참 많은 실수를 저지른 내담자다.
그녀가 두드린 자판에 괴로워한 스타가 얼마나 많을까.
그렇지만 실수라면 나 역시 마찬가지.
하나부터 열까지 후회되지 않는 일이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암시 구조화]부터가 문제였다.
그때 100의 안정감을 줬어야만 했다.
큰 차이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열정은 ‘에바’였지.
안 그래도 불안정했던 유하늘에게 그 감정은 자살을 부추기는 불씨였을 터였다.
후반부에 개딴딴과 나눈 대화 역시 그랬다.
인간을 실망과 공포로 바라보며 도망치려는 아이에게, 나는 나쁜 인간도 있지만 선한 인간도 많다는 일반론으로 답했다.
그를 괴롭힌 악인들을 용서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집단상담에서 한 명에게 긴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던 탓에.
그 이야기가 어떻게 들렸을까.
죄업망상으로 스스로를 절벽에 몰아가던 아이에게.
선인과 악인을 분리하는 심판자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런 과정이 망상의 살인마를 괴롭힌 것은 필연.
내게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기대마저 무너져, 아바타의 가면으로도 더는 견디지 못하게 됐으리라.
그렇기에 그녀는 도망쳤다.
현실로 빠져나온 뒤에도 불안감을 억누르지 못해, 부실공사로 재건된 다리를 향해 차를 몰게 되었다.
그러니…… 에픽퀘스트 그대로 될 뻔한 거지.
“유하늘을 쓰러뜨려봐요”라는 말에, 나는 이보다 더 정확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자각하지도 못한 채 한 생명을 쓰러뜨릴 뻔했다.
그런 것이 NBSC의 힘.
그리고 무수한 관심의 대상인 스타의 힘이다.
방송만 켰다 하면 10만 이상을 끌어들이는, 프리월드 대통령이 가진 영향력이다.
내 말 하나하나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기자는 아니지만.
결코 타인을 품평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을 셈이지만.
혀끝으로 전하는 내 이야기들은, 무수한 기자들의 펜촉보다도 강한 힘으로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때때로 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도.
그것이 어찌 심판이 아니랴.
나는 매일 무수한 죄인들을 심판해왔다.
방송을 통해, 인터뷰를 통해, 무수한 죄업을 죄인들의 마음속에서 살해했다.
나는 유하늘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실공사로 고통받는 ‘하늘대교’에 대해서.
성수대교 붕괴는 인재(人災)였다고 전해진다.
부실공사와 점검 부실과 과적 차량 등……
주의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 인간이 만든 재앙이었다.
그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신의 부실공사.
선의와 악의가 뒤섞여 휘몰아치는 양가감정의 결정체다.
이기주의로 남을 죽일 왜곡을 일삼는 살인마가 있다.
이타주의로 남을 구하고자 목숨을 바치는 영웅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르지 않다.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살인마도 영웅이 될 수 있다.
성장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히어로무비의 클리셰 쪽.
인간을 학살하던 사악한 빌런들이, 히어로 덕분에 응어리를 풀어내고는, 자신을 희생해 세상을 구원하는 경우다.
그것은 그저 픽션 속의 상상일까.
그렇지 않으면 현실을 반영한 진리일까.
그것이 후자이길 간절히 바라며, 스승에게 전화했다.
첫마디가 좀 뜻밖이었다.
[냐앙!]
“……교수님? 고양이 소리가 들리는군요.”
[가만, 좀! 어허! 나비, 이리 가져와!]
[냐앙.]
“교수님?”
[……허, 거참. 이놈의 고양이가 멋대로 전화를 받았어.]
“농담하시는 거지요?”
[아냐. 쇼파에 올려뒀더니 터치를 하지 뭔가? 그리곤 발로 차면서 쇼파 밑으로 갖고 들어간 게야. 멍청한 녀석이지. 이제는 소리 난다고 다 생물이 아님을 알 때도 됐거늘.]
교수아파트의 흥미진진한 일화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절로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다.
“임 여사님께선 앞으로 심심하실 일은 없겠군요.”
[허, 그야, 그…… 흠. 됐고, 무슨 일인가?]
“저, 떠올랐습니다.”
[뭐가?]
“김 이병의 이름이요.”
[김 이병? 그게 누구…… 혹시?]
“예. 제 오랜 트라우마입니다. 제가 구하지 못한 아이지요.”
한효준에게는 한 적 없던 이야기.
그렇지만 천재는 천재인지, 곧바로 이해한 듯했다.
[그렇군. 아, 그래서였구만. 어쩐지. 프리VR 육군 입찰에 묘하게 관심이 많다 했더니, 그게 원인이었던 게야. 그런데 이름이 기억났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원래는 몰랐어?]
“몰랐던 건 아니겠지요. 떠오른 것을 보면, 기억 속에 있었던 이름입니다. 일종의 해리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허. 자네가 그토록…… 그렇게나 시달리고 있었다고?]
국소 규모의 기억상실을 의미하는 해리는, 보통 극단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을 자아로부터 격리하는 방어기제다.
내 경우에는 조금 다른 기작이었지만.
“그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미움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미움? 자네에게도 그런 감정이 있었나?]
“하하. 어떻게 감정이 없겠습니까? 그저 가려왔던 거지요. 아마도…… 김 이병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커져가는 충동을 지우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제 무의식이, 그 이름과 함께 감정까지도 가지고 숨어버렸던 듯합니다.”
[거, 참 신통방통한 무의식이로구만. 대단도…… 뭐? 이름이 기억났다면서? 자네, 갑자기 감정의 둑이 풀렸다는 겐가?]
“어. 그렇게 말씀하시면 또 그렇기도 하네요.”
손바울과는 처지가 좀 다르긴 하지만.
제자처럼, 나 역시 어떤 면에서는 마음 없는 사람이었다.
미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미워할 줄을 모르는.
[그러면, 이 사람아! 당장 내게 오게! 위험해!]
“아, 아닙니다. 걱정하시는 바는 압니다만, 없어졌습니다.”
[……없어졌어? 뭐가? 미움이?]
“예. 기도를 했더니.”
[무슨 해괴한 소리야! 그럴 리 없지 않나! 당장-]
염려로 가득한 외침이다.
그 말을 끊어야 함이 못내 죄송스러웠다.
“교수님. 들어주십시오. 저는, 김 이병을 외면했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선임들의 폭력과 학대 속에서 그 아이가 얼마만큼 괴로워하고 있었는지를. 그래서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밤에 자살하리란 사실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네가 무슨 예언자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니었습니다. 정말 실현됐습니다.”
[우연의 일치야! 자네가 알았을 리 없네!]
“예, 그 말씀이 옳겠지요. 하지만 우연에도 커다란 가치를 매기는 인간이라서, 그 경험에서 마음이 많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구할 수 있었음에도 외면하고 말았다는 자각이, 저를…… 제 마음을 스스로 지우게 만든 모양입니다.”
정의감 넘치던 청년은, 김 이병과 함께 죽었다.
그리고 미움을 잃은 빌런이 그 자리에 남았다.
히어로무비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오지랖 넘치는 호구가.
“저는 히어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저를 희생해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요. 그 무의식의 추동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제가 빌런이란 것을. 소대장에게 한소리 들을 것이 두려워 김 이병을 외면한, 살인자라는 것을요.”
[거, 그런 게, 살인은 아니잖나!]
“그렇습니다만…… 그래서 바라게 되는 겁니다. 살인자들이 용서받을 수 있는 세상을. 그들이 자기를 바쳐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시대를요. 그렇기에 히어로를 찾아 헤맸습니다. 히어로가 제 마음의 어둠을 걷어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허. 그래, 그러면…… 히어로는 만났는가?]
“아뇨. 빌런을 한 명 만나려고 합니다.”
[거, 말이 왜 그리 대중이 없나?]
“하하하. 잘 풀리길 기원해주십시오. 그럼 이만.”
[박 군! 히어로는, 자네야! 난 믿네!]
그것도 정답이었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줄 열쇠는, 밖에 있지 않았다.
내 분노를 풀어낸 히어로는……
나였다.
“바울아.”
[네, 선생님- 누나 잡아요!]
“바울아. 유하늘 씨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 네. 겁에 질린 상태긴 한데, 듣기는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스피커폰 부탁하마……. 송이랑 씨를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선하고 순수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지요. 저는 그 친구와 썩 친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아주 모르는 사이라고 해도 될 정도지만…… 그 아이와 닮은 아이를 한 명 압니다. 그 아이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잘 들어주세요.”
4년 전의 미소를 떠올려본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투신해 사람 사이의 관계를 거의 알지 못했지만, 주변을 웃게 만들 줄 알았던 아이.
이아리의 미소를 참 많이 닮았던 아이.
송이랑의 죽음을 생각하며, 마음을 전했다.
“이 나쁜 사람아. 정말 나빴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미워 죽겠어. 정말 나빴어요. 진짜 그렇게 살면 안 돼요.”
이것은 이아리의 이야기.
그리고 박대민이 박대민에게 건네는 악수.
유하늘이 유하늘에게 전해주길 바라는 고백이다.
“그러니까, 살아주세요. 살아서 나 같은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힘들겠지만 살아주세요. 죽은 사람만큼 힘들겠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힘들겠지만, 살아주세요. 난 괜찮으니까. 나처럼 아픈 아이들이 없게 해주세요…….”
[……누나? 누나, 괜찮아?]
[흠…… 괜찮아진 것 같은데? 선생님, 이제 올라오시죠.]
[그, 그래도 되려- 어? 누나!]
창가의 커튼이 펄럭인다.
그곳에 나타난 건, 사진으로만 봤던 기자.
그 얼굴을 닮은 남자와 손바울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리고, 두 번째 듣는 목소리가 전해졌다.
“지, 진짜! 안 죽어도 돼요……?”
3층의 높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얼굴.
커다란 눈이 바깥으로 쏟아질 것만 같다.
그녀 자신의 목숨과 함께.
죽음만을 남겨두고 있던 아이를 향해, 나지막이 답해줬다.
“죽으면, 죽여버릴 겁니다.”
상담사는 결코 심판하지 않는 존재지만……
한 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이 심판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