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
50장 - 상담사의 심판 (1)
「 BJ꼰마, 프리VR 공개상담에 13만 명 몰려……
‘140만 유튜버’ 꼰마, VR 상담으로 화제
동시접속 19만, 프리VR 견인하는 꼰마
VR 상담 시대의 개막…… 화제의 ‘꼰마’는 누구?
[화제톡톡] ‘천수연의 이상형’ BJ꼰마, 연기력도 상당해 」
내 웹 브라우저의 시작화면은 ‘꼰마’ 검색결과다.
대중의 반응을 주시하자며 진대수가 설정해놓은 것.
하지만 지금 살펴봐야 할 것은 그쪽이 아니다.
주소창을 눌러 ‘유하늘 기자’를 검색했다.
「 [스타SNS] 이다선 안무연습 영상, ‘아찔 그 자체’
항상인포 - 2020.5.18. [항상인포=유하늘 기자]
[스타SNS] 성화 비키니 포토 ‘성’상품‘화’ 논란?
항상인포 - 2020.5.18. [항상인포=유하늘 기자]
[스타SNS] BJ다혜양 일진설에 네티즌 ‘그럴 줄 알았다’
항상인포 - 2020.5.18. [항상인포=유하늘 기자] 」
SNS 가십으로 점철된 검색결과.
스타 본인의 SNS 포스트나 그 팬 또는 안티들의 댓글 등을 소재로, 가장 자극적인 방식의 워딩이 난무한다.
개중에는 제목과 본문이 정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 [스타SNS] 임하준 프로포폴 논란에 오균헌 ‘한심하다’
항상인포 - 2020.4.20. [항상인포=유하늘 기자]
인기배우 임하준의 프로포폴 남용 논란과 관련해 동료배우 오균헌이 입을 열었다. 이날 오균헌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 “말할 가치도 없는 가짜 뉴스. 타인의 삶을 조회수의 도구로 이용하는 언론의 행태가 한심하다. 자성의 노력이 필요”라고 소신을 밝혀 네티즌의 관심을 모았다. 그는…… 」
「 [스타SNS] ‘동생 여친까지……’ 임하준 사생활 화제
항상인포 - 2020.4.18. [항상인포=유하늘 기자]
인기배우 임하준의 프로포폴 논란 속에 과거 SNS가 주목받고 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그는 동료 배우들과 테니스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모임에는 친동생인 배우 원유(본명 임하명)와 그 애인 김희민까지 소속돼 있다. 이들은 지난 3월까지도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
……방법도 가지가지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든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네티즌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단면만을 짜깁기해 헤드라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에게는 생업을 위한 전략이겠지.
하지만 당하는 이들에게는 끔찍한 침략일 터였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인터넷 뉴스는 부분적으로 소비된다.
구태여 본문을 상세히 읽는 이들은 소수.
호기심에 짬을 내서 실검 키워드를 클릭해보더라도, 기사의 제목 정도만 확인하고 대충 넘기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들에게는 헤드라인이야말로 일의 전말이 된다.
임하준의 경우, 흉터 치료로 인해 부득불 프로포폴을 처방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
그렇지만 동료 배우가 ‘한심하다’고 말했다는 뉘앙스의 타이틀을 본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동생 여친까지……’란 워딩을 보고 나면, 이거 알고보니 인간말종이었구나 하는 식으로 눈살을 찌푸릴 터였다.
그런 첫인상은 개개인의 인지를 왜곡시킨다.
이후 진실이 드러나 혐의가 줄어들어도, 불쾌한 인지부조화를 겪지 않으려는 무의식이 가자미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때에는 있지도 않은 일들을 날조하며 논점을 탈피해 인신공격에 매진하게 되는 것이다.
악플의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무서운 조회수지상주의의 세계.
유하늘은 그 안에서도 무척 열성적인 기자였다.
하루에도 십수 개의 가십 기사들을 올렸다.
개중 톱스타 임하준이나 섹시의 아이콘 성화 등을 소재로 삼은 기사에는, 무수한 ‘공감’이 달려 관심도를 입증했다.
다만 그 활동은 2주쯤 전인 5월 18일까지였다.
아마도 그때부터 심적인 문제를 겪었던 모양.
잠시간 휴가계를 내고 쉬고 있던 것으로 보였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며, 유하늘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녀는 어떤 이유로 일을 쉬게 됐을까.
어쩌다 자살을 결심하게 됐을까.
그 마음을, 어떤 색깔로 바라봐야 할까.
선량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범죄자는 아니되, 무수한 스타들을 은연중 괴롭혀온 인물.
그 기사에 피해를 입은 스타와 팬들은, 그녀를 죽어 마땅한 존재라고 말할 수도 있을 듯했다.
하지만 상담사에게 그 사고방식은 금물.
죄가 있으니 마음을 앓아 마땅하다고 말하는 것은, 나를 찾아오는 내담자 전체를 부정하는 편견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선인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누구라도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기에, 나는 그 죄와 무관하게 마음만을 담아야 한다.
그러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유하늘은 왜 내 VR상담을 찾아왔을까.
어떤 마음으로 ‘나츠미’라는 캐릭터를 아바타에 본떴을까.
그녀에게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 속에 병원 부지에 접어들었다.
손바울은 마침 건물 외부에 있었다.
경찰 한 명과 마주해 사건 청취를 수행하는 듯 보였다.
“그냥 우연히 지나가다 보게 된 겁니다. 그래서 바로 뛰어들었습니다. 제가 저희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정의로운 일을 많이 해야 되거든요. 그게 뭐 문제 있습니까?”
“문제가 아니라, 용감한 시민상 표창될 수도 있으니까 물어보는 거야. 각박한 현대사회에 보기 드문 의인이니까.”
“제가요? 그렇다면 다 선생님 덕분이죠.”
“그 선생님이란 분은-”
“아! 선생님, 오셨습니까.”
손바울의 인사에 경찰이 돌아본다.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생님이란 호칭에 나이 지긋한 은사를 떠올렸던 모양이지.
그 시점에 환자복의 청년 하나가 날 알아봤다.
“어! 꼰마다! 우와!”
모여드는 환자와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인사한 뒤에야 손바울의 곁에 설 수 있었다.
적어도 다섯 명 이상이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 상황.
경장 계급의 경찰은 퍽 주눅이 든 눈치였다.
“그…… 경장 천경호라고 합니다. 연예인이신가요?”
“인터넷방송인 박대민이라고 합니다. 청취는 끝났습니까?”
“그, 대충은요. 이제 병실로 가봐야죠.”
“환자는 깨어났습니까?”
“예. 일단 이제, 구조자 분을 만나고 싶다던데요. 바울 군?”
“전 볼일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들어가실 거예요.”
“어…… 미디어 출입은 본인이 거절하고 있는데.”
“미디어가 아니라 상담사 선생님이십니다. 요즘 세상에 상담사 꼰마를 모르시면 어떡하나. 검색 좀 해보세요. 아이돌에 개그맨에 배우에, 스타들의 찬사가 가득하니까요.”
“바울아. 괜한 소리는 하지 마. 이거 걸치고.”
손바울이 외투를 갈아입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무언가 검색해본 천경호 경장은, 곧 내게 다가와 고개를 꾸벅여 보였다.
“이거,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보다 병실에 좀 가봐도 괜찮을까요?”
“예…… 일단 이제 가족들과 있는데, 의향 물어보고요.”
경장의 뒤를 따라 병실로 올라가는 동안, 손바울이 의기양양하게 속삭였다.
“하여튼 경찰들이란. 뒷북이나 치는 주제에 고압적이네요.”
“……바울아. 시민들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분들이야.”
“흠. 뭐, 용감한 시민상은 꽤 쓸 만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서 이게 다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강조할게요.”
“그럴 것 없어. 그보다, 수영은 언제 배웠니?”
“배운 건 아닙니다. 물에서 자주 놀았거든요.”
“물에서?”
“신당이 계곡 인근이었는데, 놀 게 별로 없었죠. 첨벙거리다 자연스레 늘었습니다. 선생님을 위해 쓰여 다행입니다. 구조할 때도 동영상 많이 찍혔으니까, 금세 이슈 될 거예요. 인터뷰에서 제가 선생님 제자라는 것만 밝히면요.”
그야, 상당한 이슈가 되겠지.
그간 상담을 통해 쌓아온 이미지에 내 제자를 자처하는 아이의 선행이 더해질 테니.
그렇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그쪽이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 손바울의 마음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미담.
「 내담자 명 : 손바울
평가 결과 : 마음을 찾아나선 몽상가. 유년기를 지배한 해악 때문에 피폐해져 있었으나, ‘선생님’의 영향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믿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눈물로부터 ‘비애’를 배웠다. ‘같잖은 유하늘’을 구조하며 ‘연민’을 배웠다. 」
……같잖은 유하늘이라고 하면 좀 그렇긴 하지만, 연민이라.
그건 어떤 경험이었을까.
유하늘을 구조하며, 손바울은 어떤 일기를 떠올렸을까.
“어떻게 찾게 된 거니?”
“그게 참 흥미진진한 과정이었죠. 조심성 없는 여자라 일이 쉬웠습니다. 구글링으로 신상 터니까 SNS에 얼굴이랑 차번이랑 대학이랑 다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출신 대학 대숲(대나무숲 페이지)에 훈훈한 미담 하나 적고 꼭 찾고 싶다고 주절거렸습니다. 역으로 보배드림에는 걔 차번 올리고 나한테 쌍욕한 김여산데 좀 찾아주세요 그랬죠. 후자가 좀 더 빠르더군요. 방금 압구정 쪽 지나는 거 봤다고요. 그 뒤에 대숲에서 그 선배 오늘 이상한 톡 보냈다고 걱정된다고 하는 쪽지가 왔습니다. 잘 지내렴 난 부실공사였어 이랬다는 겁니다. 거기서 팍 느낌이 왔죠. 부실공사로 무너진 것들 중 유명한 게 삼풍이랑 성수대교, 둘이잖습니까? 자살이라고 하면 재건된 다리겠죠. 바로 택시 타고 달렸습니다. 아슬아슬했어요.”
방식은 무례한 신상털기와 거짓말과 협잡이 가득했지만……
번뜩이는 재치였다.
그 빛나는 불의 덕분에 유하늘이 목숨을 건졌다.
나라면 결코 할 수 없었을 방식으로, 손바울은 내가 놓친 아이를 붙잡아줬다.
“고생했다, 바울아. 정말 고마워.”
“고맙긴요.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만 하십쇼.”
“너도 느낀 바가 참 많았을 것 같구나.”
“그야…… 아, 경찰 나오네요. 이럴 때 기자들이 와 있어야 되는데, 왜 이리 굼뜬지 모르겠어요. 토요일이라서 그런가.”
그렇게 마음을 숨기는 것조차도 기꺼웠다.
숨길 마음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더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가 아닌 셈이니까.
그에 비해, 경장 쪽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굉장히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다.
“저…… 박대민 선생님?”
“예, 경장님. 이제 들어가봐도 괜찮을까요?”
“아뇨, 곤란하겠습니다. 선생님 성함을 얘기하니까, 환자가 경기를 일으키던데요. 도망가겠다고 창틀 잡고 막…….”
내 이름을 듣고, 경기를 일으켰다고.
예상치도 못한 전개.
처음으로 겪어본 상담의 거절이었다.
*
“개자식이었습니다. 괜히 구했어요.”
손바울은 그렇게 서두를 뗐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짜증으로 불끈거렸다.
“바울아. 말에는 생각을 극단화하는 힘이 있어. 가능한 호의적인 표현을 사용해주렴.”
“아니 그게…… 진짜로 아주 개새끼였다니까요?”
“바울아.”
“말이 됩니까? 선생님께서 자길 괴롭힐 거라는 겁니다. 자기를 때리고 욕하고 저주할 거랍니다. 그 뒤부터는 이불에 숨어서 아무 대답도 안 했고요. 미친년 같으니.”
나에 대한 불경에는 무척 예민해지는 아이.
설득을 해봐야 적개심만 커질 듯해, 조심스레 말을 돌렸다.
“가족들이 함께 있었지? 그쪽은 어땠니?”
“가족들이라고 해봐야 제 또래던데요. 동생 둘입니다. 부모는 없는 건지 바쁜 건지 잘 모르겠고요. 아무튼 꼬마들은 선생님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냥 누나가 무서워하니까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더군요. 지들끼리 어린 머리로 괴상한 그림을 그리는 눈치예요. 한심한 것들.”
“……그래도 네게는 신뢰를 품게 된 것 같구나.”
“그렇긴 합니다. 애들이 폰으로 영상 봤더라고요. 제가 구조하는 그거요. 그래서 80% 이상 신뢰하는 듯한데…… 돌아버리겠습니다. 진짜 믿어야 할 사람은 외면하는 것들이.”
나로서도 돌아버릴 지경인 것은 마찬가지.
생면부지의 유하늘이, 자살에 실패하고 깨어난 직후에 내 이름을 듣고 공포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거부였다.
단순한 피해망상일까?
프리VR 아바타로서는 별다른 반감 없이 날 마주했었는데.
그때 내가 큰 미움을 살 발언을 했었나?
아니면, 이미 공포는 있었되 가상현실이라 괜찮았던 걸까?
그런 게 아니라 구조된 직후의 일시적 예민함일까?
근원을 모르니 어떤 진단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후 유하늘의 예후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그나마 다행인 건, 구조자가 손바울이라는 점이었다.
“바울아. 네가 유하늘을 맡아줘야겠다.”
“제가요? 아, 제발요. 보기만 해도 열이 뻗칩니다.”
“이미 한 차례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이야. 문제의 근원을 해소해주지 못한다면, 재삼 같은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막아야지. 날 오해하고 욕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 와중에 구조자인 네게는 신뢰를 주고 있잖니. 날 대신해서 네가 상담을 수행해주면 좋겠다.”
“전…… 그래도 싫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경기까지 일으킬 정도잖아요? 그런 인간이 인터넷기자라는 겁니다. 건강해진 뒤에 선생님 모함하는 기사 쓰면 어떡합니까?”
“그래도 괜찮아. 난 아무렇지 않다. 일단은 살려야지. 날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아보는 건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아. 부탁하마. 날 위해서 유하늘의 마음을 담아주렴.”
“……부탁까지 하신다면, 하긴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순서는 반대로 할 거예요. 우선 선생님을 모욕한 이유를 확인하겠습니다. 그걸 해소한 뒤에 상담을 하든 말든 할게요.”
“그래. 그렇게라도 해준다면 고맙겠구나.”
그날 방송은 내내 축제 분위기였다.
NG텔레콤이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프리VR의 런칭일.
자연히 인터넷에 내 이름을 단 기사가 넘쳐났고, 13만 명이 시청한 공개상담 때는 실검에도 쭉 올라 있었다.
유입된 시청자들도 기존의 애청자들도 흥분하는 게 당연했다.
나 역시 그 분위기에 어울려주기 위해 애썼다.
마음은 심해로 가라앉고 있었지만.
단 한 명의 내담자다.
십수만 명이 떠받드는 날 거부하는, 유하늘.
그 단 한 명 때문에 마음이 자꾸만 가라앉았다.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실은 그 전에 끝난 일이었던 것이다.
1시 50분에 공개상담이 끝나고, 투신까지 약 2시간.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도 없었다.
손바울의 재치가 없었더라면 구조는 불가능했다.
나는, 유하늘을 사신으로부터 지키지 못했다.
프리VR 공개상담의 한 시간 반을 모조리 허비한 까닭.
다른 내담자들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관심을 주지 않았고, 그 아바타가 내뿜는 죽음의 징조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츠미 스텝>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알았다면……
결코 그런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거라도 알았더라면, 놓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그 생각에 한숨을 참기가 어려웠다.
“후우…… 여러분. 혹시 나츠미 스텝이라고 아십니까?”
「?」
「나츠미스탭?」
「헐 꼰마님 저그거아라여!」
「먼데 검색하고옴」
「비추 절검단임ㅋㅋㅋ」
절검단이란, ‘절대 검색해서는 안 되는 단어’의 줄임말.
사실 나츠미 스텝은 그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
모르고 보면 충격적이지만, 알고 나면 흔한 이야기니까.
다만, 나 역시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거 살인자 자살한거 아닌감?」
“……살인자요?”
「아닌가? 여자애가 남친 죽이고 자살한거 아님? 그래서 지옥 끌려가는거라던데」
「마자여 ㅋㅋㅋ 나츠미가 임신했는데 남친이 쌩까서 죽이고 자살한거래여 그래서 천국에못내리게 잡아간거래여」
살인자.
물에 빠져 사경을 오갔는데도 유산 소견은 없었으니, 임신 중이었던 것은 아닐 터.
그렇지만 자살 직전에 만든 아바타엔 필연이 있을 터였다.
그 시점에서 몇 가지 준거들이 머리를 가로질렀다.
5월 18일.
기자.
살인자.
박대민이란 인물에 대한 양가감정.
생각 끝에, 확신 없이 시선을 돌렸다.
금색의 메시지가 오류 없는 진실을 알리고 있었다.
「 내담자 명 : 유하늘
평가 결과 : 자판을 두드리는 살인마. 」
……이거였구나.
나츠미 스텝이 의미하는 표상은, 그녀 자신의 죄였다.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하다 믿으며 스스로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
그녀에게 나는……
경외와 공포의 심판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