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49장 - 상담사의 아바타 (1)
프리월드 사옥 2층의 VR 스튜디오는 꽤나 붐볐다.
토요일이지만, 프리VR 공식 런칭일.
자연히 분주한 발걸음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그 인원 중에 민원식이 있었다.
스튜디오 앞 복도를 걷다가, 날 발견하고 급히 다가온다.
“박 부……! 대민아.”
“그래, 원식아. 내가 조금 늦었지?”
“……흠. 옆에는 누구야?”
“이 아이는-”
설명하려는데, 손바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수행비서입니다.”
“수행비서? 아, 하긴. 바쁜 처지니. 그래,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미래기획팀 민원식 팀장님이시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향후 자주 뵙게 될 텐데 편하게 대해주세요. 선생님 친구분이시면 제게 존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음…… 그래, 알았다. 박대민 넌 빨리 들어가서 준비해. 공개상담 5분도 안 남았다. 첫날부터 늦고 말이야.”
“그 부분은, 제 불찰이니 선생님을 탓하지 말아주시죠. 그보다 안쪽에 다과는 있습니까? 식사를 제대로 못 하셨는데.”
“……잔뜩 있으니까, 매니저는 대기실로 가.”
“매니저가 아니라 수행비서입니다. 기억해주세요.”
“거참…….”
민원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떠나간 뒤.
손바울은 재밌다는 듯 빙글거렸다.
“하여튼 인간들이란, 나이를 먹어도.”
“바울아. 어른을 놀리면 되니.”
“아, 죄송합니다. 그냥 좀 귀여워서요. 많이 봐주고 계신 것 같네요. 선생님은 순진한 사람들한테 약하신 모양이에요.”
그 말에서 뭔지 모를 확신이 느껴졌다.
진심을 몹시 잘 숨겨 직원들에게 미움을 샀던 위악(僞惡)의 민원식을 보고, 단박에 순수한 속마음을 짐작했다는 듯이.
절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손바울이 키득거리며 부연설명을 하더라.
“선생님. 저, 대화할 때 눈을 잘 안 보잖아요? 마주보고 떠드는 게 불편한 것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콜드리딩(cold reading)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입니다.”
결코 작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마음의 창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미세표현 기관이니.
그렇기에 보통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주시하며 공감하고 또 적대한다.
대화할 때 다른 곳을 쳐다보는 손바울에게 진대수가 불쾌감을 느꼈던 것은, 그 대전제가 공유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대표성에 상응하는 단점도 있다.
연습으로 통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래. 주변 사람들이 주시한다는 것을 알기에, 감정을 숨기고자 하는 이들은 자기 눈의 움직임에 주의하기 마련이지.”
“네. 그래서 전 주로 입가나 제스처를 체크합니다. 그쪽도 메인은 아니고요. 저한테는 목소리가 제일 쉬워요. 사고방식 드러내는 미세한 액센트나, 정동으로 인한 피치의 변화나, 아무나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니까요. 성우라면 또 모르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민 팀장 목소리는 되게 분석하기 쉬웠습니다. 선생님도 알고 계시죠? 그래서 동정심에 친구 해주셨던 거 아닐까 싶은데요.”
“……간단히 답하자면, 친구는 해주는 게 아니야.”
“흠. 대부분은 이해관계로 맺어지지 않습니까?”
“아니. 이해관계가 조금도 작용하지 않는 우정이 드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각각의 관계 안에서 이해와 호의 중 어느 쪽이 큰지를 따져보면 월등히 호의가 우위다. 단면만을 보고 단정 짓지 마, 바울아. 사람의 마음은 대부분 아름다워. 환경이 그렇지 않은 부분들을 강조할 뿐이지.”
“……그런 거군요. 단면만을 보고 단정 짓지 마라, 사람의 마음은 아름다울지니.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방긋방긋 웃는 것이다.
나로서는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과거를 둘러싼 비극의 슬픔에 짓눌리지 않고 웃는 것이야말로, 내가 손바울에게 바란 가장 희망적인 미래였기에.
아직 ‘꼰마신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조차 아쉽지 않았다.
최초 손바울에게 [암시 구조화]를 사용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나에 대한 맹신을 깨뜨리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최적의 시기는 내가 비밀상담을 진행할 무렵.
그때는 매니저건 수행비서건 상담을 볼 수 없다.
그렇게 나와 동떨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감정이 발현된다면, 이 아이도 성장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소급했을 터였다.
생각이 바뀐 것은 한효준의 가르침 때문.
슬픔이 중요한 첫 단추라는 사실에 동의했지만, 그런 위험천만한 감정을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경험하도록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모친의 일기를 읊은 직후에 기술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는 괜한 걱정이 되고 말았지만.
손바울은 잘 적응하고 있다.
슬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관조하는 느낌.
그것이 1/100 스케일이 된 감정의 희석 때문일지, 와중에 1이나마 기쁨이 섞였던 까닭일지는 알 수 없으나……
염려로 가득했던 마음이 녹아내릴 일이었다.
다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NBSC가 지키려는 대상이 이 아이 하나로 끝일 리 없으니.
“일단…… 너는 대기실에 가 있으렴. 공개상담 끝나면 집에 가. 비밀상담까지 마치려면 꽤 오래 걸릴 테니까.”
“흠. 알겠습니다, 선생님.”
스튜디오에 들어서며 NBSC의 메시지를 유심히 관찰했다.
혹시라도 놓친 부분이 없을지 고심하며.
「 “제자를 성장시켜봐요” (2/10) 」
메인퀘스트의 달성치가 1 올라간 것은……
손바울에게 [암시 구조화]를 사용한 까닭이리라.
나를 스승으로 믿고 따르는 아이가 극적인 내면의 성장을 이뤘기에, NBSC가 그 성과를 산정한 것이다.
하지만 기술을 쓴다고 매번 달성될 리는 없다.
그렇게 낙관하기에는 10이라는 목표치가 너무 낮으니.
보편적으로는 기대하기 힘든 변화가 필요할 터였다.
그릇된 신념을 스스로 무너뜨린 이덕자나, 극히 흐릿했던 감정을 처음으로 발견한 손바울처럼.
그런 측면에서 고심해야 할 문제가 있다.
이쪽은 네 번째 에픽퀘스트를 완수한 직후의 메시지.
손바울의 이름을 처음 봤던 날처럼, 생전 처음 보는 이름이 금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 에픽퀘스트 5 “유하늘을 쓰러뜨려봐요” 발생!
NBSC는 ‘상담사’님의 끝없는 도전을 응원합니다. 」
……응원해주는 건 고맙다만, 기왕이면 설명을 해줬으면.
추론 말고는 할 수 없는 인터페이스다.
늦게나마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이 다행이었다.
돌이켜보면, 1~3회 에픽퀘스트는 규칙성을 갖고 있었다.
이용덕과 조명기와 한효준.
모두가 나보다 연상에, 정신건강학 분야의 석학들이다.
그 퀘스트들을 상담이라는 제2의 루트로 해소함으로써, 나는 세 명의 스승을 모시게 됐다.
네 번째 에픽퀘스트는 그와 정반대.
손바울은 나보다 한참 연하에 사회복지학과였다.
어쩌다보니 내담자가 된 것은 유사했지만, 퀘스트 완수를 통해서 이루게 된 관계는 스승이 아닌 제자였던 것이다.
그 지점에서 다시금 NBSC의 의도를 생각하게 됐다.
세 명의 스승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성장한 나를 이용해 비극의 아이들을 구원해……
신은, 아마도, 세상에 속죄하려 하고 있다.
그가 미처 돌보지 못한 슬픔들을 다독임으로써.
그렇다고 한다면 이후로 스승 역은 더 나오지 않겠지.
충분히 성장했으니, 구르고 구를 차례다.
그것이 NBSC의 신이 내게 예비한 미래일 터.
무엇보다 ‘유하늘’이다.
마흔 윗줄에서는 좀체 나오기 힘든 이름.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아무래도 연하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즉, 이번에도 제자.
손바울과 유사하게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일 것이다.
아마도 내가 모를 뿐 이미 나를 지켜보고 있겠지.
오현서를 통해서 접근해온 첫 제자처럼.
그 유하늘을 조금이라도 빨리 찾고 싶었다.
에픽퀘스트인 만큼 사연의 무게가 가볍지 않을 테니.
어쩌면 기존 이상의 난이도……
에픽퀘스트의 문제들이 점진적으로 심각해졌던 것을 고려해보면, 한시가 급한 위기일 것이 분명했다.
대체 손바울보다 심한 비극이 있긴 할까 싶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에 지인들에게 유하늘을 아는 사람이 있냐고 메시지를 보내뒀는데, 아직 마땅한 대답이 보이지 않았다.
대학 동기 단톡방에서 사람 찾기 운동이 벌어졌을 뿐.
「조정혁 : 야 와이프 친구 동생이 유하늘이라는데 」
「이호남 : 어 나는 조카 친구 여동생이!」
「송경철 : 야야 아들놈 친구 여친 언니가 유하늘이래~」
「정호성 : 아이고~~ 내주변엔 없던데~~ 미안~~」
「..이제 됐어. 전국의 유하늘이 다 나오겠다.」
「다들 신경 써줘서 고맙다.」
「신경미 : ㅎㅎ 근데 무슨 일이야? 유하늘이 누군데 」
답해줄 말이 마땅찮아서 웃는 이모티콘으로 갈음하고, 홀로 신음했다.
만약 지인의 지인 중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VR 공개상담을 기다리는 마음이 점차 무거워졌다.
지인이 아니라면, 필시 내담자일 터.
인방 시청자거나 VR 시청자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제 막 정식 런칭된 프리VR 쪽에서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는 그림이 그럴싸해 보였다.
손바울과도 대민재단 창립식을 기점으로 이어졌으니.
문제는, VR 상담이 익명이라는 점.
비밀상담이든 공개상담이든 개인정보 공개는 내담자의 선택사항이다.
아바타의 외모부터 머리 위에 뜨는 닉네임까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 쉽게 타겟을 찾아내기는 어려울 듯했다.
음성 외의 모든 것이 가상현실인 상황이니.
단, 그렇다고 해서 내담자의 위기를 진단할 준거가 목소리뿐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상현실이기에 가능한 진단이 존재했다.
그것이 바로 아바타(avatar)다.
아바타란 본디 신의 화신(化身)을 뜻하는 말.
그것이 픽션과 게임 등을 통해 의미의 변화를 겪어, 이제는 ‘인간이 사이버 세상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라는 개념으로 보편화되었다.
가상현실에서도 마찬가지.
각자가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형성한 각양각색의 아바타들이 내 눈앞을 채울 터였다.
외모는 아마도 자신의 이상향.
이런 모습이 되고 싶다고 꿈꿔왔던 미형이 흔하리라.
복장 역시 그와 유사하게 타인의 시선을 고려해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뽐내기 용도인 유료 아이템을 결제했는지에는, 저마다의 경제관념 역시 작용했겠지만.
그런 식으로 아바타에는 개인의 심미안이 담긴다.
역으로 추한 모습의 아바타를 만드는 경우라면, 거기서 어떤 심리적 추동을 추론해볼 수도 있을 터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표정이다.
기초적인 장비로 접속하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마이크에 소리가 들어갈 때만 입이 벌어질 뿐, 유저는 아바타의 표정을 실제 얼굴과 동기화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최초 형성시의 표정이 유지된다.
강제적인 포커페이스인 셈.
결과적으로, 아바타의 표정은 마치 HTP나 로르샤흐 같은 투사적 검사(projective test)로 활용될 수 있다.
웃는 얼굴이라고 해서 긍정적인 사람이고 우는 얼굴이라고 해서 자살 직전의 위기상황이고……
그렇게 쉬운 해석은 아니겠지만.
나라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기울여 그들을 내 안에 담는다면.
[10초 카운트다운. 부장님, 파이팅입니다!]
명현수 과장의 알림과 함께 홀로그램이 작동한다.
VR기기를 쓴 채 날 바라볼 유저들과 달리, 스튜디오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기초적인 홀로그램 기법의 투영(投影).
이내 24개의 홀로그램 스크린이 영상을 띄웠다.
그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피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상담사 꼰마입니다. 오늘은 프리VR 오픈 기념 공개상담으로 찾아뵙게 됐습니다. 내담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첫 참가자로 뽑히신 걸 축하드려요.”
[아, 안녕하세요!]
[우와…….]
[꼰마님, 멋있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제가 잘 보이시나요?”
[네! 완전 신기해요!]
[드라마 주인공 된 거 같애.]
[천수연이 이런 기분이었겠네요, 헤헤.]
3D 아바타 홀로그램인 내담자들에 비해, 상담사인 내 모습은 24개의 360도 카메라가 송출하는 실제 화상이다.
나까지 아바타라면 상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까닭.
내담자들은 내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를 볼 수 있어야 했다.
그렇기에 매주 토요일마다 사옥의 VR스튜디오로 출근해야 하는 것이고.
내 시야에는, 24개의 홀로그램이 여섯 줄로 늘어서 있다.
4열 6오의 홀로그램.
그들이 첫 번째 집단상담의 내담자들이다.
홍보를 위한 무료 공개상담인지라, 홀로그램에 나오지 않는 일반 시청자들도 들어와서 구경하고 있겠지만.
24인은 공개상담 사연을 등록하고 시간 맞춰 접속한 이들.
카테고리에 따라 조가 편성돼, 같은 카테고리의 상담사에게 자동배정된 결과다.
반쯤 연예인인 내게 신청이 쏠리지 않도록 랜덤화했다고.
고민상담사인 내가 선정한 카테고리는, 자살.
익명이 아니라면 극히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다.
내 앞을 둘러싼 24인은, 아바타의 가면을 담보로 죽음의 충동을 토로하고자 찾아온 이들이었다.
민원식이 특히 염려했던 포인트다.
런칭일 첫 회기의 주제로는 적절치 않고, 자칫 베르테르 효과가 나오면 어떡하냐면서.
하지만 나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였다.
단 1분 1초라도 위기의 내담자들을 내버려둘 수 없기에.
무작정 자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커트해야 한다고 믿는 보편적 사고방식과는 달리, 자살 위험군을 상대로 한 공개상담은 긍정적인 효과 쪽이 절대적이다.
익명의 내담자들 중 누군가가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의 토로를 통해 집단치유가 일어난다.
아바타를 통한 상담이니 신상이 털리지도 않을 터.
자살의 방법론이야 물론 배제해야 할 문제지만, 이용덕과 조명기도 대화의 방향을 내면으로 이끈다면 문제요소는 없으리라 확인해줬다.
물론, 그렇다고 곧장 충동의 이유부터 묻는 것은 아니다.
집단상담에는 그에 합당한 절차가 있다.
NBSC의 상담사에게도 마찬가지고.
“우선은 구조화부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별 건 아니에요. 앞으로 어떤 상담을 할지 알려드리는 거. 우리 꼰마방 카테고리는 살자…… 아이고. 반대였네요. 자살입니다. 맞지요?”
「 [암시 구조화]를 사용합니다 > 내담자 24인
60의 ‘열정’과 40의 ‘안정’이 스며듭니다…… 」
……이건 좀 예상외인데.
가능한 안정감 쪽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마음의 결의 때문인지 무관한 감정이 더 많이 옮아가고 말았다.
추후에는 컨트롤에 주의가 필요할 듯했다.
[하하하, 아재개그!]
[극혐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해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명시적 구조화라도 희망적으로 전해줘야 되겠지.
“아마 대부분이 집단상담은 처음이실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자면 참 할 이야기가 많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우리 오늘 같이 수다 떨 겁니다. 첫 회기는 원래 다 그런 식이에요. 말하자면 오리엔테이션. 그래서 마음이 급하신 분들은 괜한 일에 시간낭비 한 것 같다면서 투덜거리기도 하시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러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오늘은 편안하게 떠들자고요. 혹시 먼저 얘기하고 싶으신 분 계신가요? 아무거나 좋습니다. 오늘 난 이걸 먹었다!”
[저요! 저 돈가스 먹었어요.]
“아, 유키히메님. 그랬군요. 맛이 어땠어요?”
[어…… 백종원 도시락인데, 별로였어요.]
“저런. 실명 거론하기 있기예요? 죄송합니다, 백 주부님.”
[헤헤헤.]
자살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도, 근원은 다양하다.
가정폭력, 학대, 성폭력, 사이버불링, 학교폭력, 학업이나 업무 스트레스, 파산, 주위의 몰이해, 주변인의 자살……
그것들이 중등도 우울증이나 파괴적 충동으로 발전했을 때에는 누구라도 죽음을 떠올릴 수 있다.
애초에 한 집단으로 묶는 것이 불가능한 카테고리인 것.
거기에 참가자 모두가 진심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첫 공개상담인 만큼, 일부 불행을 전시하려는 이들이나 주목받기 좋아하는 이들까지 포함되었을 법한 상황.
자칫하면 정말 위험한 이들이 소외될지도 몰랐다.
상담자가 내가 아닐 경우의 이야기지만.
「 서브퀘스트 “유키히메를 살려봐요” 발생! 」
「 서브퀘스트 “오동동을 살려봐요” 발생! 」
「 서브퀘스트 “개딴딴을 살려봐요” 발생! 」
NBSC의 그물은, 성긴 듯 보여도 모든 것을 담는다.
그러니 정말 다행이지.
진갑수를 용서하고, 민원식과 화해할 수 있어서.
무수한 아픔이 찾아올 프리VR의 대표모델이 되어서.
저들 중에 유하늘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서브퀘스트들은, 내게 있어 에픽퀘스트보다도 소중한 꿈.
웃으며 팔을 벌려 보였다.
날 바라보고 있을 김 이병들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