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42장 - 상담사의 드라마 (2)
작가의 답신보다 먼저 온 건, 이혁권의 전화였다.
양선호의 변화를 보고하기 위함이었다.
[신났어요 아주. 밤새 혼자 솔큐 돌렸더라고요. 멋대로 부캐 닉까지 바꾸고.]
“뭐라고 바꿨습니까?”
[SupporTS요. 서포트 투썬…… 하여튼 하는 거 보면 귀엽다니까요. 뒤에서 구경하고 있으니까 한마디 하데요. 전략 수정해달라고요. 미드 서포터 메타를 만들어달라나.]
“그렇군요. 뭐라고 해줬습니까?”
[안 된다고요. 롤이 전략 자유도 높은 게임이긴 해도, 기본은 지켜야 되는 거거든요. 미드는 앞장서서 라인 밀고 게임을 지배해야죠. 팬들이 투썬한테 기대하는 게 있는데.]
복도 끝에서는 남학생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연신 내 쪽을 흘끔거리는 걸 보면, 아마도 어제 양선호가 팬서비스로 잠깐 보여준 라인장악력에 대해 떠드는 듯.
그럴 만도 한 일이었다.
내 ‘발컨’을 본 직후에 견식한 마왕의 컨트롤이 얼마나 돋보였겠는가.
이혁권의 말대로, 양선호는 캐리형 미드에 잘 어울린다.
혼자서도 전황을 좌우할 정도의 피지컬이기에.
그런 플레이어에게 기회를 몰아주지 않는 것은, 감독으로서 분명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전략상의 판단이 아니라, 이혁권의 진짜 마음에 대해서.
“사실은 그래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예?]
“정확하게는…… 팀의 승리나 팬들의 기대 때문이 아니라, 그저 ‘제2의 뉴겜’을 보고 싶은 것 아닌가요? 손목의 부상으로 이루지 못한 역체롤(역대 최고의 롤 플레이어)의 꿈을…… 그 아이를 통해서 보상받으려는 마음이 아닌가요?”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죠.]
내게만 이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참 순순한 친구다.
아니라고 고집부리고 변명할 법도 한 일인데.
물론, 제3자에게는 몰라볼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뉴겜과 투썬의 플레이는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6년의 텀으로 인해 메타는 바뀌었지만, 같은 포지션에서 같은 손놀림으로 만들어내는 컨트롤의 싱크로율이 상당했다.
해외 팬들이 한때 동일인물 아니냐고 묻기도 했을 정도로.
그렇기에 종종 TwoSun이란 닉네임에 재해석이 붙었다.
‘두 개의 태양’이란 이혁권과 양선호를 뜻하는 것이라고.
본인이야 이름의 ‘양’과 ‘선’을 기호화한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사람은 원래 이야기를 만들어내길 즐기는 생물.
스승과 제자의 유사성에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붙이고 싶은 심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양선호 본인도 당연히 알고 있었으리라.
귀가 없지 않다면, 누군가 지적을 해줬을 테니.
청년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 부담감 역시 있었을 것이다.
은퇴 뒤 8년이 지나도 여전히 진한 스승의 그림자.
그리고 성격에도 맞지 않는 공격적인 플레이스타일을 고스란히 따라해야만 하는 현실.
마음이 편안할 리 없는 답습이었다.
이혁권 역시 그에 대해 짐작은 하고 있었던 모양.
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 듯했다.
[해줘야 돼요. 선호는, 제2의 뉴겜이 돼야 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처음엔 그냥 억울했어요. 내가 진짠데. 내가 진짜 역체롤인데. 손목만 멀쩡했어도 실력도 없는 애들이 감히 ‘1년 한정 세체미’ 같은 소리 꺼내지도 못했을 텐데. 걔네 말은 이거예요. 제 경력은 롤챔스 우승 두 번에 롤드컵 한 번밖에 없으니까, 역대 최고로는 인정을 못 하겠다는 거예요. 외국 애들은 더 밉상이었죠. 아예 한국을 무시해요. 잘하는 애가 있어봤자 관리도 못 해주는 나라라고. 저 은퇴하고 롤드컵 결승도 못 올라가고 있었으니까요. 해외로 빠져나간 용병들이 활약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진짜 싫더라고요. 어떻게 키운 테이크인데. 어떻게 일군 우승인데. 잃어버린 영광을 되돌리고 싶었어요. 부끄럽지만…… 그것도 저한테는 중요한 문제예요.]
그래서였나.
‘공과 사의 경계’라는 말이 재해석된다.
단지 양선호에 대한 미안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감독의 책무보다도 사적인 추동에 의해 선수를 희생시키고 있는 자신을, 그는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만은 아니에요. 우리 팀 아니면 롤드컵에서 우승할 만한 포텐이 없어요. 지금 테이크도 선호가 캐리 못 하면 털릴 가능성이 높고요. 외국 애들이 그만큼 많이 올라왔어요. 주도권 안 뺏기려면, 계속 이겨야 돼요. 테이크는 지면 안 돼요. 선호는 따라와줄 거예요. 꼰마님 상담 덕분에 많이 안정됐어요. 이제 시즌 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연습 때만 서포팅 미드 시켜주면요.]
“연습 때만입니까.”
[예. 선호한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전략이니까 좀 더 담금질을 하자고 말할 거예요. 순진한 애라서 철석같이 믿겠죠. 미안한 희망고문이긴 한데…… 그것만이 해결책이에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거군요.”
진대수가 좋아할 만한 약은 전략.
거짓된 희망으로 유리멘탈을 보강하면, 양선호는 진정한 역체롤이 되고, 스승 이혁권도 팬들의 찬양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영광의 길을 응원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꼭 그것만이 답이라는 법은 없지만.
“잘 먹힌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예? 뭐가요?]
“최고의 미드라이너가 스스로 희생하는 서포팅 미드 전략. 그게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그때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불가능한 일인데요. 그래도, 만약에 그게 먹힌다면…… 제가 포기해야겠죠. 변명도 못 하는 상황에서 고집부릴 수는 없으니까요. 역체롤의 꿈을 마음속에 묻어둬야 되겠죠.]
변명할 수 없는 지표가 나오면 포기하겠다는 말.
마음으로 승복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부상으로 커리어를 잃어버린 이혁권의 박탈감은, 그만큼 무거웠던 모양이다.
그 마음 역시 내게는 담아야 할 독이었다.
“혁권 씨. 요즘도 게임 합니까?”
[예? 그야…… 애들 지도해야 되니까, 하긴 하죠.]
“솔로 큐 돌리시나요, 아니면 멤버들과 하나요.”
[솔큐죠. 애들이랑 하면 민망하니까요.]
“현역 선수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과거 함께 롤드컵을 점령했던 네 선수…… ‘게임의 신’ 이혁권이 직접 모집하고 심사했던 그 영광의 얼굴들 말입니다. 정말 드라마틱한 역사잖아요? 스폰서도 안 받고 혁권 씨 사비로 팀 꾸렸었죠. 서브 선수까지 구할 여력이 없어, 주전 네 명만 뽑고 나머지는 연습생 수준으로 꾸렸다고 들었습니다. 그 뒤로 PC방을 전전하며 경기 준비를 했다지요. 롤챔스 출전했을 때는 장비 열악한 걸 보고 해외 초청 팀들이 혀를 찼던 일화도 있고요. 그때의 멤버들과, 연락해본 적 없으십니까?”
[그게…… 그 형들이야, 다 자기 일 바쁘니까요. 롤드컵 선구자라서 업계에서 한 자리씩 하고 있는데, 다 바빠요.]
“비시즌인데도요? 세계 최고의 감독이 이렇게 인방러 아저씨와 사적인 통화나 하고 있는데요. 다른 분들도 연락만 하면 충분히 시간을 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연락해보세요. 그리고 오랜만에 다섯 명이 함께 게임 한번 해보세요. 그러면 생각이 좀 바뀔 수도 있을 겁니다. 역체롤이란 것이…… 그 말이, 누구에게 주어지는 게 옳을지.”
[예? 어…… 꼰마님. 솔직히 형들도 잘하긴 했지만, 그 시즌은 통째로 제가 캐리한 거거든요. 이건 자만이 아닌데.]
자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롤이라는 게임을 세상에서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손꼽히는 그가, 나보다 식견이 낮을 리도 없고.
그렇지만 때로는 훈수를 두는 자가 더 넓게 본다.
110의 ‘진단’을 가진 아저씨가 게임 외적인 마음을 바라볼 때는, 특히 그렇다.
“해보세요. 해보면 알 겁니다.”
[아니…… 진짜 아닌데. 아실 만한 분이 왜 그러시지.]
“해볼 거지요?”
[……예. 꼰마님 말씀은 믿으니까요. 이해는 안 되지만요.]
“고마워요. 즐거운 만남이 되길 기원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뉴겜의 드라마를 생각했다.
그는 불세출의 천재였다.
게임계의 전투민족이라 불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홀로 빛났을 정도로, 완벽한 피지컬과 전략을 겸비했던 게이머.
그렇기에 대기업의 후원 없이도 성공을 일궈냈다.
롤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세계대회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는, ‘게임의 신’이란 말이 진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밑바닥 오프닝에서부터 최고의 해피엔딩까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웅담이다.
그렇지만 그건, 이혁권 혼자서 이룬 드라마는 아니었다.
신이 아닌 사람인 까닭이다.
사람의 드라마는 그렇다.
혼자서는 ‘역대 최고’는커녕 1인분도 할 수 없다.
우리는 단수가 아니니까.
모 판타지소설의 그 문구는 놀랍도록 현실적인 진리.
마음을 기댈 곳이 없어졌을 때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의 스타들조차 자기 삶을 새드엔딩으로 이끌고 만다.
단 몇 마디의 악플에도 가슴이 찢어지고 만다.
팔방미인 게이머였던 이혁권이라도 할지라도, 믿고 응원해주는 마음 없이는 해피엔딩에 이르지 못했을 터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복수가 된다.
서로를 용서하고 지지하며, 마침내 1인분을 완성한다.
그 마음들이 모여서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를 만든다……
그런 생각 중에 기다리던 연락를 받게 됐다.
메일이나 문자가 아닌, 전화였다.
[장은진이에요. 메일 받고 연락드렸어요.]
“반갑습니다, 작가님. 박대민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사실은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고 하면 좋을 텐데, 저희가 방송이 코앞이라서 정신이 좀 없어요. 전화로만 브리핑을 해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시죠?]
깍듯한 설명이 도리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장은진은 나보다도 한 살 연상.
젊은 시절부터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시작해 무수한 히트작을 써냈기에, 이제는 배우들보다도 유명한 작가다.
그녀가 뜬금없이 웹툰 각색을 자처했다는 발표가 실검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
그런 인물이 일개 까메오에게 이렇듯 친절한 건……
내가 꽤 유명해졌다곤 하나, 퍽 이상한 일이었다.
“물론 괜찮습니다만…… 실례가 안 된다면 먼저 한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퀸즈 랜드>는 다음 주 수요일 첫방 예정이지요. 이미 초반부 시퀀스는 완성되어 있었을 텐데, 갑자기 오프닝을 추가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 그거요? 실은 소란이 아이디어예요.]
“소란이…… 혹시, 김소란 씨 말씀이십니까?”
[네. 걔 데뷔작이 내 작품이었어요. 거의 단역이었지만. 그런데 애가 워낙 싹싹하잖아요? 혹시 픽 받을 수 있을까 싶었는지 그 뒤로 선물 들고 자주 찾아왔는데, 딱히 부탁하는 말도 없이 귀엽게 굴어서 놔뒀거든요. 그랬더니 이번에 처음으로 청탁을 들고 왔더라고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상담사를 등장시켜보세요, 하고. 뭐 나쁜 얘기는 아니고 해서, 바로 연출팀 전화해서 일정 잡아달라고 부탁했던 거죠.]
……그게 그렇게 이어졌다고.
김소란은 VR상담에서 마주했던 배우다.
열애설이 화제가 되며 사생활 침해와 인신공격에 처한 와중이었는데, 사실은 제대로 된 상담을 해주지 못했다.
[완전한 공감]을 처음 써본 날이었기에.
예상치 못한 감정의 폭풍에 평정을 잃었다.
그런 나 자신이 낯설어서 차분하게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웠고, 별다른 개입 없이 교수들에게 상담을 미뤄둬야 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미안함이 많이 남는 내담자였다.
그런 그녀가 장은진에게 날 추천했다고 한다.
작품에 자기 꽂아달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다가, 처음으로 한 청탁이 내 까메오 섭외였다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소란 씨가 왜 그랬을까요? 한번 얼굴만 본 사이인데.”
[어머.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예요? 별일이네. 자세히는 모르지만, 걔 말은 그랬어요. 위로가 됐대. 세상이 다 밉고 우울하기만 했는데, 꼰마 아저씨한테 행복소득세 얘길 듣고 나니까 달라졌다는 거예요.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나.]
그건, 사실 깊은 고민도 없이 했던 말.
위안을 줄 만한 이야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저 [완전한 공감] 속에서 처연하게 토로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내 미래를 위해 움직이게 됐다.
[그래서였대요. 혹시라도 같이 작품 할 만한 기회가 있을까 계속 생각하다가, 마침 내가 하는 드라마에 일회성이나마 상담사가 나오니까, 그래서 부탁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이러니 드라마가 아닐 리가.
우리의 삶은 매 순간이 아름다운 에피소드다.
미움도 생기고 괴로움도 쌓이지만, 마음이 공감으로 이어지는 날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OST가 울려퍼진다.
[원래 원작 웹툰 팬이었대요. 그래서 내 콘티에도 관심이 많았나봐. 아이디어를 괜찮게 짰더라고요. 요즘 제일 핫한 스트리머시니까 초반에 화제성 보장되는 일이기도 하고, 후반부의 갈등을 암시할 수 있는 플롯이기도 하고. 시청자들에게 주인공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효과까지 있겠죠. 괜찮은 시도일 거예요. 물론 박대민 씨 커리어에도요.]
“……그렇군요.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하겠습니다. 그래서 시청률이 잘 나오면…….”
[잘 나오면요?]
“문외한이 말씀드리는 게 우스운 일이긴 합니다만, 다음 작품에서는 주연에 김소란 씨를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생각이 참 예쁜 사람이에요. 적절한 배역에 들어간다면, 분명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머. 그건 정말 문외한이 해선 안 되는 청탁인데.]
“죄송합니다. 불쾌하셨다면 저를 탓해주십시오.”
장은진은 소녀처럼 웃었다.
그리고 이내 이야기를 돌렸다.
[아무튼, 정말 중요한 시퀀스예요.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캐릭터성을 한 씬으로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부탁드려요. 연기하지 말아주세요. 그저 상담을 해주세요.]
“……그 말씀도 메일로 보긴 했습니다만, 정말 괜찮겠습니까?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진짜 상담은 어렵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수연이니까.]
“천수연 배우 말씀이시군요. 황제 역할인.”
[그래요. 그 친구라면, 문제없을 거예요. 그런 애니까.]
천수연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배우다.
분명 대단한 미인임에도, 그 미모보다는 연기력으로 더 큰 화제를 끄는.
젊은 나이에 이미 두 편의 천만영화에 출연했다.
그리고 한국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그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들었다.
그렇기에 장은진의 이 말은……
천수연이라면, 배역 그 자체일 수 있다는 이야기.
“그게 정말입니까? 상담 과정에서도, 아무 의심도 없이 자신을 배역과 동일시할 수 있는 배우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대민 씨는 수연이 작품 보신 적 없으세요?]
“예. 그저 떠도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입니다.”
[어머. 신기한 분이네요. 드라마는 그렇다 쳐도 영화는, 천만영화가 두 편인데. 아무튼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수연이는 돼요. 그런 애예요.]
반복되는 ‘그런 애’라는 단언 속.
장은진은 마치 대단한 보석을 말하듯 이야기하고 있지만……
하릴없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자신을 버리고 배역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정신질환이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마음을 엄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