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14화 (114/200)

# 114

41장 - 상담사의 한계 (4)

“아! 씹! 미드 썰리잖아! 저기 봐요 좀!”

장도준의 외침이 헤드셋까지 뚫고 들어온다.

호기심에 슬쩍 벗고 있었더니, 해설이 또 예술이었다.

[오른팔 선수, 씹까지 나오네요? 짜증이 올라온다 이거죠? 그렇지만 지금 미드 털리는 건 오더 문제예요. 바론 앞에서 준나 알짱거리면서 백업도 생각 안 한 게 문제였지. 핑도 안 찍고 혼자 독고다이 하고 있으면, 선수들이라고 어쩌겠어요? 오더 없으면 라인만 지킨다고 약속하고 시작한 건데.]

[그러게요. 준나 못하네요.]

[……여러분 죄송합니다. 예쁜 말만 써야 되는데, 제가 목소리 예쁜 슈아짱한테 나쁜 물을 들였네요.]

“아! 아니 아! 쫌! 럼블 뭐 해요! 점멸!”

[쟤 왜 저런대 진짜. 럼블 점멸 빠진 거 몰랐나 보네요.]

[점멸 빠져서 전멸하겠네요.]

[와우. 슈아짱, 드립 좋은데? 오빠랑 합방 안 할래요?]

[싫어요.]

[와, 와우. 아무튼 오른팔팀이 털립니다. 벌써 9데스예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꼰미드 선수, 서포터 맡더니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그랩은 못해도 오더가 예술이에요!]

그랩이란 건 상대 선수를 붙잡아두는 기술.

교전에서 정말 중요한 스킬인지라, 서포터 시절의 양선호는 정밀한 그랩 하나로 연습생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손이 둔한 내게는 아무래도 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오더라는 측면에서는 또 다르다.

신체능력과는 무관한 분야니까.

공식 해설자들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나는 프리TV 멸망전을 무수히 관전하며 시청자 반응을 외우듯이 살폈다.

적어도 눈 하나만큼은 준프로급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NBSC가 안겨준 100의 ‘화술’은, 다른 능력들과는 다르게 어떤 상황에서도 유용한 재능.

적어도 ‘입롤’만큼은 고수의 경지다.

상담사로서 선수들을 이끄는 일이 어려울 리 없었다.

“좋았어요, 성호 선수. 딜량 죽이네. 이 정도면 1군 선수들 긴장해야 될 것 같은데요? 차세대 에이스야.”

[아 진짜요? 히히. 저만 믿으세요.]

“튄 정글 텔 없을 텐데, 잡고 가죠. 시야에 안 잡히는데…… 그래도 와딩 이 정도면 됐지요? 다음에 민다고 치면요.”

[옙. 충분할 거 같고- 여기요!]

“오케이. 세 명 잘랐으니까 용 먹죠. 그 뒤에 쿨 찰 때쯤 한타(대다수의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벌이는 결전) 각 보겠습니다. 궁극기 쿨은…… 임 선수, 26:37에 차죠?”

[엇. 와, 기억하셨어요?]

[와우. 아저씨, 장난 아니신데요?]

“오지랖이 넓은 성격이라서 그래요.”

[야, 시대를 잘못 타셨네.]

[아저씨 환생하세요. 환생해서 롤 하세요.]

“환생한다면 양선호 선수의 피지컬을 갖고 싶네요. 경진 선수도 오늘 활약해서 감독님한테 눈도장 찍으세요. 그래서 내년엔 투썬과 함께 롤드컵…… 아, 이쪽 구도 잡을게요. 굿?”

[굿굿. 헤헤. 민규 형이라서 빡세긴 한데, 밀어내야죠. 선호 형 생각하면서 이미지트레이닝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 양선호는, 2세트가 진행되는 내내 말이 없었다.

모니터에 반사된 모습은 여전히 꼿꼿이 앉은 자세.

다만 무척 침울해진 기색이 느껴졌다.

서포터로도 준프로 수준까지는 올라왔던 그다.

그렇지만 그건 압도적인 피지컬로 심리전의 한계를 극복한 덕.

미니맵을 살피며 전원의 쿨타임을 계산하거나, 상냥한 말투로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도통 안 됐을 것이다.

그렇기에 표정이 어두워졌으리라.

내 플레이를 뒤에서 보며 절감했겠지.

자신이 반쪽짜리 서포터였다는 것을.

아이언 티어의 초보자조차 보는 것을 보지 못하는 서포터라면, 교전을 아무리 잘한대도 답이 없는 것이다.

그런 시선들 속에 2세트가 31분 만에 끝났다.

3세트는 그보다 더 짧았다.

짜증만 부리는 미드라이너가 팀 분위기를 망치자, 어린 연습생들 역시 기분이 상해 팀웍을 발휘하지 못했다.

프로팀 연습생들 맞나 싶을 정도로.

[오른, 짤렸어요! 와우…… 미쳤네. 아이언이 플래티넘 잡아버리네요. 오른팔 얼굴은 안 보이는데, 표정이 짐작되네요. 얼굴 완전 터져 있겠지? 산산조각 나버린 넥서스처럼?]

[터진 김밥처럼요?]

[바로 그거지! 야, 이 게임 이렇게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꼰미드 선수, 서포터 간 뒤로도 자기는 활약을 못 했거든요? 그랩 제대로 못 해서 어시도 몇 개 없어요. 그런데도 팀은 이겨요. 이거 뭔가요. 이분 토템이신가요?]

[꼰마님은 꼰마님이죠. 세계 최고의 상담사.]

[아. 여기서 세체상이 뜨네요. 세체상 꼰미드의 승리예요!]

[오리대리님 별사탕 100개. 캬 역전승 와우.]

[꼰마야놀자님 별사탕 1000개. 너무멋졌어여엉엉.]

[은진알통님 별사탕 500개. 꼰마님 리더십 쩌시네요 크크.]

[호정동생님 별사탕 1000개. 아조씨 오더할때 목소리 섹시해영 히히. 축하해영 짱짱.]

후원에 고개를 숙여 답례한 뒤, 나는 장도준을 바라봤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모니터를 노려보는 소년.

모르긴 몰라도 만감이 교차하는 중이리라.

[완전한 공감]을 사용할 때였다.

하 씹 이게 뭐야…… 왜 털렸지? 뭐지? 난 잘했는데? 킬뎃도 좋았고 오른도 평소보다 잘 컸는데, 왜 한타만 가면 털린 거지? 오른 OP 맞아? 아니 씹…… 이러면 안 되는데? 보여줘야 되는데? 선호 형한테 보여줘야 됐는데. 미드는 이렇게 간지나게 하는 거라고 알려줬어야 되는데. 이대로면 나만 븅이잖아. 내가 틀렸다는 거잖아. 아니, 우리 팀이 좆밥이었던 거 아냐? 오라고 해도 안 오고 가라고 해도 안 가고, 내 말은 왜 이렇게 안 들어 처먹는데? 이거 주작이야. 주작일 수밖에 없어. 난 잘했는데, 저 아저씨는 못했는데, 왜 팀은 탈탈 털리-

……아직 이해하지 못한 건가.

몸만 컸지 마음은 어리다는 것이 거기서 느껴졌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징후가 없지는 않았다.

‘선호 형’이라는 단어.

그 생각에서 양선호를 향한 양가감정을 볼 수 있었다.

장도준은 아직 자신의 우상을 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직면 선택지]가 발동했다.

지금이 장도준의 마음을 움직일 적기라는 뜻.

100의 ‘환기’를 발휘해, 흔들리는 소년에게 말을 건넸다.

“학생. 봤어요? 이게 롤입니다.”

“……뭐 어쩌라고요.”

“이런 게임이에요. 롤이란 건, 팀플레이라는 건, 이기적인 스타의 독단적인 플레이 속에선 절대 최고가 될 수 없어요. 그걸 보여준 겁니다. 어시도 못 내던 나한테 잡혔잖아요?”

“씹…… 버스 탄 거면서…… 롤 존나 못하면서-”

“너, 너! 아저씨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양선호가 복잡한 표정으로 외친다.

수술만 잘 마쳤을 뿐 여전히 병상에 누워 있을 때와 다름없는 장도준에게, 거칠게 말하기가 영 힘든 모양.

착해빠진 아이는 저게 문제다.

저래서야 상담사의 직면은 평생 해보지 못하겠지.

나는 그와 다르다.

필요할 때에는,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다.

적어도 1인분은 하는 상담사니까.

“그래요, 나는 롤을 못해요. 정말 형편없는 실력이지. 그런 나한테, 롤 잘하는 그쪽이 졌잖아요. 선수들은 오더 잘 따라줬어요. 오더가 너무 늦게 나와서 문제였지. 그래서 한타만 가면 게임이 터진 거예요. 그게 롤이에요. 누군가 실력이 한참 떨어져도, 누군가 라인에서 밀리고 킬을 내주더라도, 팀 전체가 협력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승자가 되는”

“……근데 뭐요.”

“학생은 양선호 선수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미드라이너라고 했지요? 그런 주제에 연습 안 해서 폼 떨어지니까 스프링시즌도 MSI도 망친 거라고 했지요? 그게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란 거예요. 테이크게임즈는 세계대회 1위 팀입니다. 2년 연속이에요. 수천만의 롤 플레이어들 중에서 최정상에 선 아홉 명이에요. 팀 내에 이기적인 플레이어가 있었다면, 그게 됐을까요? 미운 놈 떡 하나 주겠다고 열심히 연습할 수 있었겠어요? 세상에 누가 차별대우를 받으면서 남 빛내줄 일을 하고 싶겠어요? 그게 아니에요.”

“아니면, 뭔데요.”

장도준의 댓글을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미드에 집중한 게 문제라고 했지.

이미 퇴물 되어버린 투썬을 중심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까닭에, 그가 활약하지 못하자 승률이 낮아진 거라고 썼다.

그게 가장 커다란 착각이었다.

투썬이 활약한 경기에서 테이크가 거의 승리한 건 사실.

그렇지만 선후관계를 따지면 그와는 반대다.

양선호는 승기를 잡은 이후에 활개를 쳤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는 지표이며, 나로서는 이유를 모를 수 없는 문제였다.

병원에서 지켜볼 장도준을 생각하다가 집중력을 잃곤 했다는 청년.

양선호는 마음이 지나치게 여리다.

그렇기에 다른 라인의 교전이 불리하게 흘러갈 때는, 부담감을 느끼고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을 터였다.

자신의 성장을 포기해서라도 로밍을 통해 다른 라인을 지원하곤 했던 이유다.

좋은 플레이라곤 할 수 없었다.

짜놓은 전략을 무시한 독단이기에, 거기서 흐름이 무너지고 상대에게 역습의 기회를 주곤 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나쁜 플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투썬이 퇴물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양선호 선수는, 팀원들이 욕을 먹지 않길 바랐어요. 라인에서 밀리거나 성장이 더뎌져서 안티팬의 욕받이가 되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자기가 대신 무리한 플레이를 해왔어요. 미드를 밀지도 못한 상태에서 탑이나 봇으로 뛴 적도 많고, 상대 미드와 정글러를 동시에 잡아두려다 죽은 적도 많지요. 그게 정말 혼자 돋보이려고 한 행위일까요? 희생해야 할 선수가 희생되지 못했기에 게임은 졌지만, 그런 경기에서 테이크게임즈 선수들이 서로를 비난하던가요? 안티팬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조민규 선수는 늘 양선호 선수 붙들고 환하게 웃던데요? 그건 대체 왜 그런 걸까요?”

“그거야……! 피제이가 성격이 좋아서……요.”

“아니에요. 가장 빛나는 선수가,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미드라이너가, 이타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이기적으로 움직이면 바로 세트 따낼 수 있는 피지컬로, 자기 아닌 팀원들에게 기회를 몰아주느라 패배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희생할 줄 아는 팀이 됐어요. 그게 테이크가 세계 1위인 이유예요. 그게 양선호 선수가 세체롤인 이유예요. KDA(킬-데스-어시스트 : 선수의 활약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잘 나와서가 아니라, 팀 전체를 하나로 묶을 줄 알기 때문이에요. 말 그대로, 팀플레이어죠. 그걸 모르겠어요?”

“……뭐래.”

[오, 정답이요.]

해설 역의 폭스가 끼어든다.

작년까지만 해도 현역이었던 선수다.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신성 투썬과 만나, 롤드컵 2회 연속 우승이라는 영광 속에서 은퇴한 지 이제 반년이었다.

PIP 화면에 올려주자, 멋쩍은 듯 목을 긁더라.

[아니 그니까…… 민망해서 선호한테 말은 못 했는데, 그거 맞아요. 선수끼린 모를 수가 없죠. 저 쉑 왜 갑자기 전략 무시하지 하면서 보면, 탑이나 정글이 털릴 각 잡혔을 때더라고요. 저 있는 봇은 탄탄했지만요. 암튼 그거 아는데…… 좀 안 친하기도 하고 그래서, 감독님한테 혼날 때도 뭐라고 못 도와주겠더라고요. 암튼, 테이크 시절 추억하면 다 좋아요. 인터뷰에서 장난으로 선호만 인기 많다고 뭐라고 하기도 했지만, 막상 게임 할 땐 선호 키우기 재밌었어요. 쟤가 말은 안 해도 애가 착하거든. 로밍할 때 제가 그랩해주면 입술을 살짝 이렇게 해요. 그게 뭐냐면, 고맙다는 거거든요. 저도 1년쯤 같이 하고서야 알았는데…… 그거 보면 귀엽더라고요. 그래서 쟤만 스포트라이트 받아도 별로 싫진 않았어요. 딴 팀 선수들은 애가 묵묵부답이고 그러니까 마왕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아니까. 저 쉑 저거 준나 순둥인 거.]

[아하. 폭스님이 준나 뚱땡이인 것처럼요?]

[어어? 슈아짱 선 넘네?]

장도준은, 다시금 샷건을 내리치진 않았다.

그저 말없이 키보드를 내려보고 있을 뿐.

그런 그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건네줬다.

“난 이렇게 생각해요. 롤에, 포지션이란 건 없다고.”

“……뭔 헛소리예요. 포지션 정립된 지가 언젠데.”

“정립되어 있긴 하지만, 결국 모두가 서포터거든요.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다섯 명의 플레이어들. 나 때로 치면 독수리 오형제처럼…… 이건 모르려나? 어쨌든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절대 못 이겨요. 몇 세트는 이길 수 있겠지만, 사기가 꺾여서 게임은 패배하고 말아요. 그런데 테이크는 두 번이나 세계 최고가 됐잖아. 거기서 알 수 있는 거예요. 이제는 다섯 명이 모두 서포터가 됐다는 걸.”

“흥.”

“그리고 오늘 보니까 알겠던데? 학생 플레이에서 투썬이 보여요. 18 스프링 투썬. 그때 아마 펜타킬만 세 번 냈었죠? 그때부터 외신에서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 그런데 이거 알아요? 18 스프링 테이크는, 시즌 1위를 하긴 헀지만, 승률은 역대 최저였어요. 그때 리그가 워낙 혼전이어서 이득을 봤던 거지. 실제로는 3위 한 올해 스프링이 승률은 오히려 2푼 정도 높았다는 거야.”

“……2푼이 뭔데요.”

“아, 2퍼센트. 아무튼 그런 거예요. 학생이 좋아하는 그때의 투썬은 이제 없어요. 더 약하니까. 개인기록은 더 좋았겠지만, 승률은 덜 나오니까. 서포터로선 더 약한 거지. 양선호 선수는 진화했어요. 학생도 이제…… 진화하면 어떨까요?”

이미 [직면 선택지]는 사라져 있다.

그럼에도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도준은, 아이답게 고집을 부리고 싶은 거겠지.

그런 그를 위해 양선호에게 말했다.

“양 선수. 가봐요.”

“네? 어, 저…… 근데 저, 아니에요.”

“가봐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면, 폭스 선수가 그랬듯이, 1년쯤 지나서야 이해하게 되니까. 표현을 해야죠. 로밍 갓이라면서? 왜 현실에선 가만히 서 있기만 해요? 이젠 미드 마왕이니까 서포터 일은 하기 싫다 이건가?”

“아, 아…… 아뇨!”

양선호는, 자발적인 서포터가 되었다.

아주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장도준에게 다가간다.

결국 카메라 뒤쪽으로 가서 시청자들에게 보이지 않게 됐기에, 팬들이 좀 성화를 부리긴 했다.

그렇지만 곧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하게 되었다.

“도준아…… 미안해.”

“……뭐가요.”

“나한테, 많이, 실망했지? 너 수술 잘 받으면, 내가 서머시즌 트로피 갖고 다시 간다고 그랬잖아. 근데 나 때문에 플옵 결승에서 털리고…… 그러고 나서, 못 가겠더라. 너 보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못 갔어. 너가 실망할까봐. 나 진짜 제일 많이 좋아해준 팬이었는데, 이제 달라졌을까봐. 그래서 못 갔어. 진짜 미안해. 진짜, 내가 잘못했어. 용서, 해줘…….”

멋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자꾸 말이 끊어져, 아마 듣기에 답답했을 얘기.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진실한 이야기였다.

“흡, 씨브…… 씹…… 기다렸는데…… 오면 욕해줄려고 기다렸는데…… 친구들도 안 오고 아빠도 바쁘다고 안 오는데, 그래도 형, 형은, 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왜, 왜! 어?”

“미안해. 형이…… 퍼블 따고, 펜타킬 하고, PoG해서, 거기서 말하고 싶었어. 도준아, 빨리 건강해져. 그 얘기 하고 싶었어. 근데 그 생각을 하니까…… 게임에 집중을, 집중력이 좀, 떨어졌나봐. 더 집중했어야 됐는데. 더 잘했어야 됐는데.”

“그게 아니라! 왜 안, 왜 안 왔냐고! 온다고 했잖아. 져도 와야지! 졌다고 안 올 거면, 왜 약속했는데! 이 븅아!”

삿되고 저급한 마음의 소리 속에서.

그 진심 앞에서, 소년의 볼이 촉촉해졌다.

투즙이니 뭐니 하더니, 자기가 즙 짜고 있네.

마주보던 양선호까지도 표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참 우스운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세이클럽님 별사탕 1000개. 꼰마님 울지 마세요.]

“엇…….”

「꼰마님 우리도볼래여 캠돌려줘여ㅠㅠㅠㅠ」

「아 빨리여ㅠㅠㅠㅠㅠ」

「빨리 캠안돌려줍니까!!! 왜혼자웁니까 이 꼰즙!!!」

……꼰즙이 되고 말았네.

억울하고 민망한 심경이 되어, 일침을 날려줬다.

“저거 봤으면 터미네이터도 엉엉 울었을 겁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자, 방송 잠깐 쉬고 올게요. 2부에서 봅시다.”

그렇게 캠을 끌 무렵의 시청자는, 22만이었다.

스포츠중계 아닌 개인방송으로는 프리TV 역대 최고기록.

그렇지만 월드스타 투썬의 합방이었던 까닭이고, 내일이 되면 다시 10만 아래로 내려가고 말 터였다.

내가 꾸준히 만날 수 있는 내담자는 딱 그 정도다.

딱 여기까지가 NBSC의 1인분.

천만은커녕 백만 시청자도 꿈꿀 수 없다.

그렇지만……

사실 나도, 미드라이너 스타일은 아니지.

이렇게 한 사람을 돕는 일만으로도 꼰즙이 되는 걸 보면.

이제야 내 길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을 줄은 몰랐지만, 인정해야지.

나는 롤에서 인생을 배웠다.

우리 모두는 우리 모두의 서포터.

청년과 소년을 멍하니 바라보며, 알고리즘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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