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13화 (113/200)

# 113

41장 - 상담사의 한계 (3)

“OrnnPal? 그 새끼 완전 쓰레긴데? 보실람요?”

진대수는 그렇게 말하며 태블릿을 만지작거렸다.

이내 건네준 화면 안에는, 장도준이 롤 갤러리에 끄적여놓은 댓글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 msi결승? 식기세척기가 깔끔하게 씼어줘쬬 ㅋㅋㅋㅋㅋㅋ

피제이가 터뜨린거 즙썬이 꼼꼼이 꼬매줌ㅋ 스파이냐고ㅋ

3위따리가 므시가니까 저꼴이지ㅋㅋ

와 투즙넘ㅋㅋㅋㅋㅋㅋ 짜증내는거봐ㅋㅋㅋㅋㅋㅋ

투즙특) 게임배려노코 지는잘한줄암ㅋㅋㅋㅋㅋ

투독특) 왜우리선호한태그래여 왱왱왱~~~ 」

……몇 개만 봐도 기분이 착잡해지는데.

그럼에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상담사의 입장인지라, 하나하나의 댓글들을 맥락과 함께 읽어나갔다.

10분쯤이 지나자 절로 고개가 떨어졌다.

“양 선수가, 갤러리는 자주 본다고 했는데.”

“걔 출몰하는 거 갤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요. 알면서도 어그로 끄는 거지. 관종이에요. 유명인한테 주목받고 싶어하는.”

“그렇게만 볼 문제일까…….”

“암튼 형님! 진짜 캬! 켜! 쿄! 존멋탱이심다! 솔랭 장인들도 못 잡는다는 투썬 합방을 대체 어떻게 잡으셨어요? 그것도 네임드 투까와의 대전이라는 스펙타클한 기획과 함께?”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다면 형님은 레알 갓순신의 환생이신 거죠. 전생의 불행을 이번 생에 다 돌려받고 있는.”

그렇게 봐도 무방하겠지.

애초에 NBSC의 선택을 받은 것부터가 천운이다.

게임단 프런트에서 투썬의 합방을 제지하지 않은 것 역시.

테이크게임즈를 이끄는 이혁권 감독이 중동의 시차 속에서 내 방송을 꼬박꼬박 시청했던 것도, 그의 추천에 발맞춰 내가 마침 10만 시청자를 달성했던 것도, 참 운이 좋았다.

그런데도 반복퀘스트 좀 없어졌다고 울적해진 날 보고, 신은 욕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 해줬으면 됐지 뭔 욕심이냐고.

난 아직도 부족한데.

1인분짜리 상담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여기서 만족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장도준 쪽.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투썬을 우상시했다는 아이지만, 발견되는 최초의 기록은 가을의 롤드컵 무렵부터였다.

본인이 일일이 찾아 삭제한 것이리라.

그 정도로 정성스러운 태세전환의 이유는, 짐작이 간다.

수술을 마친 뒤에도 이어지는 방사선치료와 후유증.

오랜 투병생활로 망가져버린 학창시절과 교우관계.

치료비의 부담 때문에 예민해진 양육자.

혹시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내적 공포.

개중 장도준이 몇 가지에 해당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을 리야 있겠는가.

힘든 치료를 투썬의 경기를 보며 버텼다는 아이다.

그런데 막상 수술을 마치고 나오니 그 우상은 퇴물이 되어 있고, 그를 옹호하는 이들은 더없이 졸렬해 보였다면.

그때는 다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됐을 법했다.

맹신은 쉽게 증오로 변한다.

투썬을 응원하는 채로는 자신마저 퇴물 같은 죽음에 이르게 되리라고, 장도준은 생각했을 것이다.

의식적이라기보단 무의식중의 방어기제.

동일시하던 대상을 멸시하며 마음을 지켜나가는 과정이다.

올바른 일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그런 악플러도 있다.

증오할지 용서할지는 장본인의 선택.

피해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나쁘게 보지 말아달라 부탁한 양선호에게, 그저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었다.

다만, 상담사에게는 애초에 선택지가 없다.

나는 그저 그를 마음에 담을 수 있을 뿐이다.

그를 미워한다면, 세상에 밉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테니.

그런 장도준과 연락이 닿은 건, 이튿날 오후였다.

상담심리학 강의가 끝난 직후에 이혁권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답지 않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꼰마님. 장도준이 오늘이라도 출연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그래요? 다행이군요.”

[예. 그런데 직접 방송국에 오고 싶다고 합니다.]

“……정말입니까? 어린 친구고 하니까, 신상털이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어차피 마스크 써야 되니까 상관없다고 하네요. 아직은 치료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에요. 그리고…… 사시도요.]

“사시요?”

[예. 수술 후유증이라던데, 좀 걱정이네요. 혹시 선호한테 화풀이를 하지는 않겠죠? 꼰마님이 잘 막아주세요.]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뇌종양에 수반되는 장애 중에는 사시도 있다고 들었다.

반대로 뇌 수술의 후유증으로 생기는 경우도.

장도준이 그런 케이스였다고 한다면……

그 아이는 양선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가만히 마음을 기울여 청년의 심리를 생각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기존에 없던 장애가 생겨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게 됐을 아이.

그를 보며 양선호는……

아마도 슬퍼하겠지.

내 짐작은 실제와 맞아떨어졌다.

묘한 방향을 쳐다보며 인사하는 장도준을 보고, 청년은 덜컥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괜찮아? 그거, 수술 되는 거야?”

“뭔 상관인데요. 신경 꺼요.”

이제 고1 나이라고 했다.

내 딸보다 세 살 많고, 양선호보다는 세 살 어린.

그런 녀석이 세상의 모든 악감정을 담아 말한다.

자신에게 관심 갖지 말라고.

방송을 시작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린 채 디렉터석에 앉은 소년은, 코앞의 방송이 어떻게 진행되건 관심도 없다는 듯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화면에 나오진 않지만 마우스 소리가 요란하다.

황당한 당돌함이지만, 이혁권의 추측처럼 화풀이를 하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꼰마입니다. 수요일은 원래 시청자 초대석을 진행하는 날이죠? 그렇지만 오늘은, 예고해드렸던 대로 특별한 방송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다들 공지 보셨죠?”

「네네네네」

「전 기사로봐써여!!!」

「투!」

「썬!」

「마왕니뮤ㅠㅜㅠㅜ」

「선호찡 어디써여ㅠㅠㅠㅠㅠ」

“잠깐 잠깐. 세이클럽 선생님을 못 봐서 아쉬워하는 분이 그래도 한 분은 계시겠죠?”

「세이쌤 ㅎㅎㅎㅎㅎㅎㅎㅎ」

「담주에바여 세이클럽님~」

「세이클럽 : 하.. 인생무상..」

“하하. 바로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투썬 양선호 선수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오오오」

「지져스ㅠㅠㅠ 프리TV에 투썬이 뜨다니ㅠㅠㅠㅠㅠㅠ」

「플통령과 트통령의 만남이구나~~~」

테이크게임즈와 협력해서 홍보기사를 여럿 낸 덕분에, 1분도 안 되어 시청자 수가 5만을 돌파했다.

투썬이 자주 보기 힘든 위인인 까닭.

게임단 일정의 일환으로 트위치에서 개인방송을 연 적이야 있었지만, 소통보다 게임 송출과 메타(게임 운영 전략의 패러다임) 설명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방송만 켜면 게임계의 명성을 바탕으로 수십만의 시청자를 끌어들이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 친구가 상담사의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고 하니, 팬들로선 와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터였다.

잠깐 근황토크를 나누는 사이에는 10만을 넘겼다.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속도였다.

그렇게 모여드는 시청자들의 또 다른 관심포인트는, 내 미션 게임.

게이머의 피지컬로는 최상에 해당하는 17세와, 전성기를 한참 지나 이쪽에선 ‘고인’ 취급을 받는 47세의 대결이다.

다만 내게는 ‘세체롤’이 붙어서 코칭을 해줄 예정.

근래 보기 드문 이벤트매치라며 소란스러워진 게 당연했다.

“기사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오늘 1부는 게임방송입니다. 3판 2선승제로 겨루게 되겠고, 밸런스를 위해서 테이크게임즈 연습생 여러분이 랜선으로 참여해주실 예정입니다. 양선호 선수, 연습생들과는 친하신가요?”

“아…… 지금 계신 분들은 잘…… 못 만나봤어요.”

“그래요? 그렇다면 편파적인 플레이를 걱정하진 않아도 되겠군요. 아무튼 저는 여기 양 선수의 지도 속에서 미드라이너로 참전합니다. 상대편 미드라이너는…… 투썬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 싫다는, 오른팔님입니다. 인사해라, 애송아.”

꼰대처럼 시킨 인사에 샷건 소리가 들린다.

키보드를 내리칠 때 나는 소리.

자연히 진대수의 표정이 험악해졌는데, 장도준의 눈에 담긴 살기를 보곤 그냥 혀만 차더라.

살기라고 해봐야 고1 애송이의 것이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 두 눈이 무서워 보일 법도 하지.

저런 눈을 갖기까지, 저 아이는 어떤 시간들을 보내왔을까.

암 투병을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알기 어려운 일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른팔 샷건치네」

「갤에서도 인성질로 유명한놈임」

「근데 오른팔 솔큐 플래티넘인데;」

「아재요 이거 게임됩니까??? 롤 못하신담서요 」

“게임이 될지는 해봐야 아는 일이겠지요? 우선은 2부 일정도 있고 하니, 빨리 진행해보도록 합시다. 1부에서 이벤트매치를 치르고, 2부에서는 맙소사. 우리 양선호 선수가 저와 함께 후원자 여러분의 고민을 상담해드릴 예정입니다. 다만 롤 관련 사연은 많이 안 받을 거예요. 게임을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래서 이제…… 흠. 양 선수, 이제 여기서 어디로 들어가야 되지요? 딸 컴퓨터에선 자동이었는데…….”

“아, 네. 인제 여기 로그인 하시고요…….”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보수준이아니라 심지어 아이언 ㅋㅋㅋㅋㅋㅋㅋ」

「꼰머님.. 아이언맨..」

「개그롤 기대해봅니다 ㅋㅋㅋㅋㅋㅋ」

「1부 빨리끝나겠네용 ㅎㅎ」

「빨리끝나면 투썬vs오른팔 한번가져 개발르게」

플래티넘이라는 계급은 상위 10% 안쪽의 고수 집단.

아이언은 그 반대로, 하위 10%쯤이다.

상대는커녕 대화조차 안 통할 실력인 것.

첫 번째 세트의 전개가 딱 그 수준이었다.

[아! 꼰미드 짤리나요!]

“여기, 이쪽으로 빼시면서 무빙을…… 에고.”

[그냥 죽네요!]

[그냥 죽네요. 슬픔슬픔.]

[하하. 그거 귀여운데요?]

“음. 미안합니다, 양선호 선수.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상대 컨트롤이 생각보다 더 뛰어나네요.”

「꼰머님 컨트롤이 생각보다더 엉망이네욬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솔킬이라니 아재요」

「오른팔쉑 행복롤하네ㅋㅋㅋㅋㅋ」

[후우. 이런 건 제가 준나 오랜만에 봐서 뭐라고 해설을 못 하겠는데…… 아무튼 꼰미드의 제드가 오른팔의 오른에게 퍼스트블러드를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미드 싸움은 끝났네요.]

[왜요? 꼰마님이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요?]

[아니, 이제부터 잘해봤자 뭐…… 꼰미드님이 그 실력으로 로밍해서 갱킹 갈 것도 아니고 라인 지키는 게 한계 같은데, 이대로면 라인이 털리거든요. 오른팔 선수가 오른을 꽤 잘 다루는 것 같은데, 딴 데서 앞서줘야 돼요.]

[……넹. 꼰마팀 파이팅.]

나레이션 중계를 맡은 건 이수아와 방송인 폭스.

폭스 쪽은 작년까지 테이크 소속의 게이머였다.

그렇기에 오른팔보다는 투썬의 제자인 내게 호의가 있을 테지만, 도무지 좋은 쪽으로 해설해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난 키보드와 마우스를 업무용으로만 써왔던 중년.

경기 관전은 많이 했기에 게임 이해도는 있되, 피지컬 면에서 17세의 청소년에게 대적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어드밴티지로 양선호가 옆에 붙은 것이지만……

애초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는 조력이었다.

미드의 마왕은, 머리로 최강자가 된 것이 아니니까.

“W! 아…… 늦었어요. 모션 보자마자 뛰셨어야 돼요.”

“내 반사신경으로는 그게 안 됩니다.”

“그건 됐고요, 템 보세요. 돈 차이는 아직 안 커요. 미드 주도권 자꾸 넘어가고 있지만 정글에서 메꿔주고 있으니까-”

“하하하.”

“으…… 지금 웃음이 나오세요?”

웃음이 나온다.

롤이라는 게임을 앞에 둔 양선호가, 자기가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곤 하지만, 너무도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기에.

그 얼굴에는 작은 불안감조차 보이지 않았다.

좋아하는 포지션에 서 있는 까닭이리라.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전황을 살피며 동료를 돕는 일.

잘하고 못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그 후방지원이야말로 양선호가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 방식이었다.

나는 그런 성격은 아니다.

어린 시절에 정의감에 불타 왕따 학생을 도와주려고 애썼을 정도로, 직접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

그러나 마음만 앞설 뿐 실력이 안 된다.

NBSC의 조력이 이어졌다면 좀 달랐겠지만.

원래는, 게임 역시도 내 청사진 안에 들어 있었다.

남자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관심사니까.

상담 따위 받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무수한 악플러들 중에서,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적을 리 없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게임방송을 통해 그들을 끌어들이려 했다.

투썬 등 유명한 프로 선수들과 인연이 닿으면, 그들과의 대전으로 수십만을 끌어들이겠노라고.

일단 애청자로 만들고 나면 변화시킬 자신이 있으니까.

문제는 게임 실력 쪽이었다.

특성 중 [재간]과 [반응] 등을 키울 예정이었다.

양쪽을 100까지 올린다면, 나는 47세라고는 믿을 수 없는 피지컬로 아마추어 최강자가 될 수도 있었다.

롤갤에서 ‘도파’만큼이나 유명해져, 방송을 켤 때마다 수만 명의 게임 애호가들이 찾아오게 만들었을 터였다.

그게 악플 근절 알고리즘의 첫 분기점이었다.

[해학]을 올리면 개그방송을 좋아하는 악플러들이 몰려왔을 것이다.

[가창]를 올리면 발라드를 좋아하는 악플러들이 몰려왔을 것이다.

[작사]를 올리면 힙합 애호가인 악플러들이 몰려왔을 것이다.

일반적인 상담 방송이라면 상품권을 뿌린대도 무시했을 아이들이, 그런 화제를 통해 나를 마주하게 될 수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길.

위인들조차 닿지 못했던 오아시스에 수로를 내기 위해서, 못 하는 것이 없는 만능 방송인이 되고자 했다.

그렇게 천만의 시청자를 만나고자 했다.

그들이 더는 슬픔으로 슬픔을 재생산하지 않도록.

하지만 이제는 갈 수 없는 길.

나는 무수한 가능성을 잃었고, 남은 것은 1인분의 상담사다.

그런 내가 해야 할 일은……

일단은 게임을 마무리하는 것이겠지.

[아, GG! 꼰미드팀이 결국 라인전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합니다. 미드가 너무 털리니까 구도 밀려서, 용도 바론도 구경조차 할 수가 없었어요. 1세트를 허무하게 주고 맙니다.]

[아닌데요. 꼰마님 열심히 잘했는데요.]

[어…… 예 뭐 잘하시긴 했어요. 솔직히 아저씨 치고는 준나 잘하신 거죠. 의외로 게임 이해도도 높고, 한타 때 궁도 적절하게 넣어주셨는데…… 딜에서 너무 밀려버렸죠. 씁쓸해요.]

“자 자. 일단 이렇게 1세트가 끝났습니다. 팀원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엔 제가 범인이었네요.”

「셀프범인찾기ㅋㅋㅋㅋㅋㅋㅋ」

「할수없었음여 아이언맨치곤 선방하셨음」

「2세트 기대할게여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지션을 좀 바꿔볼게요. 양선호 선수, 그래도 되겠지요?”

“네? 어, 예? 저, 어, 미드 말곤 못하는데요?”

“괜찮아요. 이제 코칭 없어도 됩니다. 팀원님들, 서포터 양보 좀. 제가 오더까지 맡겠습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프로들한테 오더내린다고요 ㅋㅋㅋ」

「꼰마님.. 당신은 좋은 아이언이었습니다..」

그렇게들 비웃는 게 당연할 것이다.

게임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47세니까.

1세트 결과까지 본 이상 아무 기대감도 안 들겠지.

하지만 나는, 한국 e스포츠 중계의 핵심이었던 프리TV에서 무수한 잡무를 떠안았던 미래기획팀의 만년부장.

그리고 가족까지 내팽개쳤던 워커홀릭이다.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지만, 롤 지식이라면 적지 않다.

“오른팔님. 어때요? 2세트부터는 포지션 대결 대신 오더전으로 갑시다. 라인전보다는 그게 더 확실한 승부잖아. 헤드셋 낀 채로 각자 마이크로 오더 내리는 거예요. 해볼래요?”

“……뭐래. 덤비세요, 털어드릴게. 아이언이 어디서.”

「ㅋㅋㅋㅋㅋㅋ오른팔넘 준나버릇없어」

「꼰마팀화이팅 저쉑 발라버려여~~~」

“데스야, 저쉑 어쩌고 하신 분 채금 드려라. 여러분. 오른팔 친구는 제가 인정하는 미드 플레이어입니다. 욕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언맨이 인정한 미드의 강자..」

「엌ㅋㅋㅋㅋㅋ오른팔좌 인정받았자너ㅋㅋㅋㅋㅋ」

「른팔이 표정 궁금하네ㅋㅋㅋㅋㅋ」

장도준의 표정은, 똥 씹은 것만 같다.

기분이 더럽기도 하겠지.

화려한 복수전을 상상하며 들떠 있었을 텐데, 상대랍시고 나온 아저씨는 컨트롤 느려터진 허접에, 세트를 탈탈 털려놓고도 분한 기색 하나 없는 상황이니.

그 표정은 이후 20분이 지났을 때 더욱 끔찍해졌다.

오른팔팀은, 대각선의 법칙도 무시하고 털리기 시작했다.

반격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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