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11화 (111/200)

# 111

41장 - 상담사의 한계 (1)

월요일 저녁의 뉴스데스크 시청자가 100만 남짓 될 것이라 본 내 예측은, 완전히 오판이었다.

우선은 프로그램의 시청률 자체가 평소와 달랐다.

순간시청률이 무려 11%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낮부터 투썬의 이름으로 자극적인 홍보를 한 덕분이라고.

시청률에 눈이 먼 보도국다운 전략이었다.

그에 더해, 프리TV 쪽에서 수십 개의 중계방송이 진행됐다.

기본적으로는 꼰마크루에 합류한 12인이.

그리고 나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준태, 세나, 은진 등의 인기 BJ들이.

거기에 꼰마라는 네임밸류로 시청자 끌어볼까 생각한 수십 명의 BJ들이 PIP로 뉴스데스크를 송출했다.

그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다.

MBC와도 최근 콘텐츠 계약이 체결되어 방송권만 구입하면 동시송출이 가능하지만, 무료는 아니다.

그럼에도 내 뉴스 출연 장면이 수십 개의 방송에서 중계됐다는 것이다.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처럼.

BJ의 뉴스 출연이라는 것이 드문 일인 까닭만은 아닐 터.

‘꼰마’의 달라진 위상을 체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진대수가 킬킬대며 기뻐하는 게 그래서였다.

[이제는 레알 플통령인 거죠. 어떤 BJ가 26개 방송에 동시중계 들어가봤겠어. 이거야말로 인방의 아이콘이죠. 최고시청자로 따지면, 프리에서만 거의 20만이었다 이검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최소한 200만의 시민들이 월요초대석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던 상황.

그런 와중에 내가 돌발발언을 뱉었다.

악플러보다도 뉴스가 더 큰 문제라는 투로.

때로 말이라는 것은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내 딴에는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 스스로를 반성하며 서로를 변화시키자는 뜻으로 한 말이었지만, 방송에 나온 뉘앙스는 그와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마치 MBC 전체와 ‘맞짱’을 뜨려는 태도로 보였다는 것이다.

하필 앵커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을 때 투샷이 잡힌 탓.

[그 누나 진짜 살인범 본 사람처럼 창백해져가지고…… 푸흐흐. 어르신들이야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애들은 그런 거 좋아하잖어요? 완전 환호하고 난리 났던 거지. 그래서 랜선 초토화됐슴다. ‘뉴스 초대석 박살내버린 용자.gif’라고 해서, SNS고 커뮤니티고 그냥 다 형님 얘기밖에 없어요. 이거 움짤 보셔야 돼. 앵커 표정 보면, 그냥 오른이었다니까요?]

‘오른’이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 이름.

2020시즌 들어 강력해진 면모를 보여준 OP(OverPowered) 챔피언으로, 죽지 않고 적진을 휩쓰는 만능 탱커다.

그것과 내가 비주얼 면에서도 닮았었다더라.

데스크 앞에서 카메라를 노려보는 눈빛이, 모루를 앞에 두고 적을 노려보는 오른의 이미지컷 같았다나.

직관적으로 비유하자면……

2019 연예대상에서 시상식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꼬집어 화제가 됐던 방송인 김구라와 비슷했을 수 있겠다.

‘노빠꾸’ 직언으로 불편한 상황마저 감수하는 일.

그런 행동은 종종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안겨주곤 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실검 1위 꾸준히 유지 중이시고요, 방송 진행하는 내내 기사 보고 시청자 넘어올 겁니다. 이렇게 된 김에 오늘 아예 MBC 멸망전 가볼까요? 형님 택시에서 방송 진행하시면 제가 자료화면 띄우는 식으로요. 거기 뉴스도 진짜 흑역사 많거든. 탈탈 털면 레전드 각이쥬?]

“대수야. 그럴 생각으로 한 말이 아니었어.”

[아, 저야 알죠. 농담이에요. 그리고 뉴스 나가는 동안 미리 방송 켜놨는데…… 히히. 놀라지 마시라굽쇼?]

택시에 올라 송출 화면을 이어받았을 때는, 대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11만의 시청자가 들어와 있었기에.

대부분 다른 방송 시청하다가 접속만 해둔 상태겠지만, 어쨌든 시작도 전에 최고시청자 기록을 경신한 셈.

하릴없이 망연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음. 안녕하십니까, 꼰마입니다. 오늘은 말씀드렸다시피 뉴스데스크 출연으로 인해 방송이 조금 지체됐는데-”

[마구니님 별사탕 1000개. 뉴스파괴자 등장 크크.]

[은진알통님 별사탕 112개. 폴리스. 방화범이에요. 이 사람이 제 심장에 불을 질렀어요.]

[보람찬하루일을님 별사탕 100개. 꼰마님 이게뭔일이래요. 뉴스 파급력 실화인가요. 본방 못들어올뻔했어요.]

[dosena님 별사탕 500개. 괜찮으셨어요? 별일 없으셨어요?]

“……예, 감사합니다. 별일 없었고, 방송을 통해 약간은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MBC와 싸우거나 한 거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 그렇죠 싸운게아니죠」

「일방적으로 뚜드려팼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것도 아니고요.”

「ㄹㅇ통쾌했어여 아재 ㅋㅋㅋㅋㅋ」

「여포를 보았다 캬」

「금마들이 미쳤죠 아무리그래도 고인을들먹이냐」

「멋졌습니다 꼰마님 최고였어여!!!」

「짜릿해쓰용 생방은첨보는데 자주올게용~~~」

「꼰뽕이 차오른다아아아」

오해가 차오르는 것 같은데.

약간은 우려가 드는 상황이었다.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11만까지 치솟은 시청자.

그들 중 대다수는, 상담 방송에 별 관심 없다가 뉴스와 중계방송의 영향으로 찾아오게 된 케이스일 터였다.

이를테면 실제 악플러들.

악플을 옹호하며 방송국과 싸웠다는 식으로 착각해서, 내게 잘못된 흥미를 느낀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기뻐해야 옳겠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상황이다.

반성하지 못하던 이들을 방송으로 끌어들인 셈이니.

이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두려워하기보단 그들 앞에서 더 좋은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정신을 다잡아야 하리라.

기존에 본 적 없던 닉네임이 넘쳐나는 채팅창.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내담자 퀘스트가 9만 정도였으니, 지금쯤은 적어도 15만 이상이 되어 있을 법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60exp고, 행복 퀘스트까지 생각하면 80쯤은 찼을 터.

슬슬 exp를 쓸 때가 된 듯했다.

그간 상태창을 보지도 않은 채 exp를 아껴왔던 건, 손바울 에픽퀘스트의 보상에 대비하기 위해서.

내 예상대로라면 그때 필요한 exp는 55다.

여유분이 상당하니, 상담 방송을 처음 볼 수만 명을 위해서 보강을 하는 것도 좋으리라.

특성 [해학]이나 기술 [최적의 비유]쯤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상태창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 성명 : 박대민 / 성별 : 남 / 연령 : 47

직업 : 상담사 Lv.12 (35/10) 」

……35라니.

이게 왜 아직도……

황급히 확인한 퀘스트창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 ‘경청은 상담사를 성장시켜요’ (1251198/1300000)

“손바울을 쓰러뜨려봐요” 」

반복퀘스트 두 개가 사라져 있었다.

내담자 퀘스트와 행복 퀘스트 쪽이었다.

*

처음 NBSC의 한계를 느낀 것은, 능력치의 한도가 100임을 알았을 때였다.

‘진단’이 최초로 100에 이른 직후.

레벨업 시점마다 호기심에 그쪽으로 시선을 줬지만, 그 능력은 더 이상 향상되지 않았다.

업적을 통해 증가한 수치만이 예외인 것으로 보였다.

사실은 그쪽도 정확히 +10이 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업적을 고려해 90까지만 올리는 게 맞았을지도.

다만 에픽퀘스트 보상을 받으려면 능력이 100에 이르러야 했고, 결국 외모를 제외하곤 모두 최고 수치로 맞춰졌다.

방송을 시작한 지 고작 한 달 만에.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됐던 건 반복퀘스트였다.

첫 히든퀘스트가 ‘화술’을 100으로 올려주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그쪽은 예측불가의 소득.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성장계획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방송만으로도 매일 3exp 이상이 들어온 까닭이었다.

열 명 단위의 행복 퀘스트와 천 명 단위의 내담자 퀘스트가 주된 원천이었다.

다만 그것은……

사실 굉장히 변칙적인 일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보편적인 상담사였다면, 절대 그만큼 빠르지 못했을 테니.

보통 상담은 1:1로 진행된다.

그리고 하루에 다섯 개 이상의 회기를 진행하는 건, 김지연이 토로했듯, 상담사에게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일.

보통은 1년에 천 명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 중 행복해지는 이의 수는 그보다 훨씬 적을 것이고.

그러나 나는 인방을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섰다.

향상된 ‘외모’의 힘으로 유명세를 얻어 수만의 내담자를 끌어들였고, 높은 ‘관계’로 수백 명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집중력의 한계가 있기에 경청 퀘스트만이 더뎠을 뿐.

그렇게 버그 플레이어처럼 빨리 성장했다.

순식간에 여러 개의 능력을 끌어올렸고, 그것을 기반으로 에픽퀘스트들을 달성했다.

인방을 하지 않았다면 그 과정에 얼마쯤이 걸렸을까.

10exp를 버는 데 1년은 걸리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행운 속에서 집단상담 자리만 열심히 찾아다녔다고 하더라도, 그걸 반 이상 단축하기는 힘들었으리라.

그런 전제 위에서 떠올릴 수 있었다.

반복퀘스트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나라는 버그 유저가, 원래는 평생 도전하라고 만들어놓은 시스템의 끝에 도달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가능성을.

아마도……

각 퀘스트가 100회라는 식이 아니었을까.

평생 10,000,000번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평생 100,000명의 내담자를 만나고.

평생 1,000개의 행복을 전하고.

그 정도만 해도 입지전적인 상담사라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35exp를 이해할 수 있었다.

월초에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내담자와 행복 퀘스트 달성치가 9만과 7백 수준이었으니, 100회를 기준으로 하면 한도를 초과하고 나서 40exp쯤을 손해 봤을 터.

앞서 예상했던 80exp와의 격차에 부합했다.

그렇기에 마음이 헛헛해졌다.

얻었으리라 여겼던 exp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추측대로라면, 파죽지세의 성장은 여기까지일 것이기에.

경청 퀘스트는 3일에 1회 정도 달성하는 것이 한계다.

손바울 에픽퀘스트의 할인권 구매에 아마도 55exp가 필요하다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현재의 35exp는 아껴둬야 마땅한 쌈짓돈이었다.

나는 이제 더 성장할 수 없다.

언제가 될지 모를 에픽퀘스트의 달성 시점까지.

결과적으로 나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 어느 때보다 NBSC의 힘이 필요한 시기에.

“형님? 왓츠롱? 지금 되게 기뻐하셔야 할 타이밍인데, 와이 쏘 시리어스?”

“……기뻐해야 할 타이밍인가?”

“아 당연하죠. 무려 13만 시청자 달성해버리신 거야 중요한 일도 아님다. 마침내! 유튜브 밀리언 찍었습니다! 드디어 골드버튼이란 거죠. 실버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흐흐.”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면 유튜브 본사에서 보내주는 골드버튼.

채널 개설 후 50일도 되지 않아서 그걸 받게 됐다.

놀라운 성과였지만, 썩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다.

“그런 건 됐고, 오늘 방송은 어땠어?”

“오늘요? 풜풱트! 오늘따라 더 멋지신 것 같았슴다. 굿굿!”

이변을 알아차리고 나서도 실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의식적으로 고민 사연에 집중한 게 도움이 된 듯.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그런 고로 오늘도 유튭 500만뷰 각 날카롭슴다. 제가 뉴스 영상이랑 버무려서 잘 한번 짜볼게요.”

“뉴스 클립을 넣으면, 저작권은?”

“그것도 미리 얘기해뒀죠. 유보원 차장님이 잘 조율해주셨음요. 형님이 출연한 초대석 장면을 훼손 없이 쓰는 경우에 한해서, CID(콘텐츠 ID : 유튜브의 저작권 검열 시스템) 안 걸고 허용하겠대. 뭐 당연한 일이죠. 지들이 아쉬워서 불렀으면 그 정도 권리는 줘야 되는 거지. 아무튼 오늘도 고생 많으셨슴다. 제가 정리할 테니까 얼른 들어가세요. 내일 학교도 가셔야 되는데, 너무 피곤하시겠어.”

8시 넘어서 방송을 시작했기에, 이미 날짜가 바뀌었다.

빨리 들어가서 휴식을 취해야 할 때.

그렇지만 나는 곧바로 집으로 향하지 못했다.

공허한 마음이 자꾸만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새벽의 주차장은 한산하다.

그곳에 홀로 선 채, 나는 NBSC와 박대민을 생각했다.

사실 문제 될 것은 없는데.

어차피 언젠가는 끝이 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고, 이미 이뤄놓은 것 역시 많다.

새로운 기술이나 특성은 없어도 된다.

자정을 넘기는 시점까지도 이탈 없이 13만의 시청자를 끌어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이미 대단한 상담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은……

내 목표가 고작 13만 정도가 아닌 까닭이다.

백만, 천만의 한국인을 방송에 끌어들이길 바랐다.

그럼으로써 그들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미움으로 타인을 괴롭히지 않는 천만을 만들려 했다.

신이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신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뤄내고자 했다.

그렇게 말도 되지 않는 일을 꿈꿨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도세나처럼, 익명의 악플에 오열하며 수면제를 모으는 아이들이 없길 바랐다.

이아리처럼, 이유도 목적도 없는 미움 속에서 손목을 긋는 아이들이 없길 바랐다.

김 이병처럼……

스스로를 죽이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랐다.

오늘 그 목표가 무너졌다.

나는 분명 대단히 훌륭한 상담사가 되었다.

지식은 아직 부족하지만,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고 그들의 마음을 담는 솜씨로만 보면, 이미 인간의 한계 수준이다.

그렇지만……

결국 사람의 영역인 것이다.

고작 그 정도 능력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슈바이처는 90 평생을 갖지 못한 자들을 위해 봉사했지만, 프랑스는 지금까지도 인종차별로 시름하고 있다.

마틴 루터 킹은 백인우월주의자에게 암살당했고, 그가 꿈꿨던 흑인인권은 여전히 미국사회를 갈등에 몰아넣고 있다.

용서와 평화를 외쳤던 시대의 스승들.

그들은 심지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까지 했다.

그런 그들조차도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 것이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어떤가.

상담사 꼰마는 감히 슈바이처와 루터에 비견될 수 없다.

미디어의 힘에 기대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 뿐, 역사적인 위인과 어떻게 비교나마 바랄까.

그토록 부족한 능력으로, 세상을 바꾸기를 꿈꿨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전부 NBSC 덕분이었다.

그 힘으로 점점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기에.

당장은 상담사로서 기본기만을 향상시키고 있지만, 언젠가는 인간이 감히 닿을 수 없는 신비에 이르게 될 것이기에.

그렇기에 나는 허무맹랑한 꿈에 젖었다.

반복퀘스트가 무한히 이어졌다면, 가능했을 것이다.

무수한 기술을 익히고 모든 특성을 100으로 만든다면.

그때의 나는 정말 신의 재림처럼 여겨질 수 있다.

신이 외면한 이 세상을 내 힘으로 바꿀 수 있었으리라.

이제는 그것을 바랄 수 없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상담사까지가, NBSC의 한계였다.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봄도 가고 여름이 다가오는 시점.

공기는 그저 따뜻해, 새벽임에도 입김은 보이지 않았다.

탁한 밤하늘에는 별조차 없었다.

북극성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사막이란 망망대해에 널브러져 있던 와중에, 아름다운 별빛의 인도로 오아시스를 향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그 북극성이 신기루였다.

나는 길 잃은 순례자가 되어 사막 위에 버려졌다.

여기까지구나.

처음부터 이룰 수 없는 일이었구나.

NBSC는, 내게 신의 영역을 허락지는 않았던 거구나.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볼 때였다.

핸드폰이 울기 시작했다.

새벽녘에 전화를 걸어온 것은, 게임의 신이었다.

“……혁권 씨?”

[예, 꼰마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혹시 통화 괜찮으세요?]

“예. 무슨 일이신지요?”

[다른 게 아니라…… 야. 직접 말씀드려.]

[아, 네. 저, 안녕하세요? 양선호라고 하는데요.]

양선호.

세체롤(세계 최고의 롤 플레이어)이라 불리는 청년.

신의 인도를 잃어버린 내게, 마왕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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