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
40장 - 가장 유명한 상담사 (2)
“허. 3천을 후원한 자가 찾아온다라.”
고개를 갸웃거리던 한효준은, 이내 결연히 읊조렸다.
“박 군. 혹시나 싶어 하는 말이네만, 돈에 현혹되지 말게.”
“돈 욕심은 없습니다.”
“그거야 알고 있어. 하지만 후원이라면 얘기가 다르잖나? 혹시 욕구가 왕성한 여성이라면 어쩔 겐가? 그녀가 단번에 수억을 후원한다고 말하며, 자네에게 잠자리를 요구한다면?”
“……존경스러운 상상력이지만, 그렇진 않을 겁니다.”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댓글로 사람의 성별을 구분할 수는 없는 게야.”
“댓글이 아니라 채팅입니다. 그리고 성별을 구분했다는 뜻이 아니라, 마구니 후원자가 절 보자고 한 것이 전혀 육체적이지 않은 이유임을 안다는 의미였습니다.”
“허. 마음의 지도에는 그런 것도 나오나?”
정확하게는 [내담자 평가]지만.
오류 없는 보고서가 마구니의 마음을 보여줬다.
그가 내게 바라는 것이 섹슈얼한 무언가가 아님을.
“어쨌든 그저 지나가는 일입니다. 그보다 교수님께선 어떠십니까? 은진이 모친과 차도 한 잔 하셨다면서요?”
“이상하게 말하지 말아. 그저 진가 녀석과 은진 양을 화해시키고 싶다는 자네의 오지랖에 동참해줬을 뿐이니. 넷이서 마신 차를 왜 임 여사와 단둘이 마신 것처럼 말하는 겐가?”
“임 여사라 부르기로 하신 겁니까?”
“다른 호칭이 없잖나. 임정희 씨라고 하기도 뭣하고.”
“빨리 친해져서 그렇게 부르시지요. 임 여사는 별롭니다.”
“이…… 시끄러워. 운전이나 똑바로 해.”
운전은 계속 똑바로 하고 있었는데.
그렇지만 말대꾸 없이 생각을 돌렸다.
우선은 진대수와 송은진 쪽으로.
대수는 내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송은진에게서는 여러 통의 문자를 받았다.
부장님 덕분에 엄마가 정말 즐거워했다고.
그리고 오랜만에 대수 오빠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고.
어휘를 살펴보면 후자 쪽이 더 깊은 마음일 듯했다.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나는 사실 잘 모른다.
첫 연애의 대상과 한 번의 싸움도 없이 결혼했으니.
그럼에도 두 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것은, 연애는 몰라도 진대수와 송은진은 잘 알고 있는 까닭.
그들은 서로를 치료해줄 수 있는 오아시스였다.
그에 비해 내 동생 녀석은……
오히려 김지연에게 상처를 준 듯했다.
전화번호 교환을 단호하게 거절함으로써.
그 마음은 진대수와는 또 다른 빛깔이었다.
마침내 개인전이라는 첫 번째 목표에 도달한 예술가로서, 박중민은 당분간 일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매력적인 여성은 독이 될 것이라며.
아내를 만나 행복해진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내 상식으로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금기.
그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관조할 수 있도록, 조금은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와 달리 막을 수 없는 변화도 있었지만.
“중민 군의 개인전은 아주 대성황인 모양이더군. 자네와 은진 양이 다녀간 덕분에 예술계에서도 이목을 집중한 듯해.”
“……민망한 일입니다. 전혀 관련 없는 세계인데 말이지요.”
“어쨌든 문화산업이잖나. 나도 예술은 잘 모르네만, 대중이 소비하지 않는다면 사장될 수밖에 없겠지. 유명인의 친동생이 개인전까지 열었다는 호재를 놓칠 리야 만무해. 거기에 부화뇌동해 우르르 몰려가는 자칭 예술 애호가들까지 이해해주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어.”
나도 송은진도 청년층에서는 상당한 유명인.
덕분에 주말인 어제는 갤러리에 웨이팅까지 생겼다더라.
인근의 미대 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온 까닭이었다.
지나치게 많은 관람객이 들면 작품의 감상이 어려워지니, 12인씩 들어올 수 있도록 순번을 매겨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 현상이 또 바이럴마케팅이 됐다.
토요일 홍대 인근을 걷다가 긴 행렬을 본 시민들이 무슨 맛집인가 하며 기웃거렸고, 그 결과 SNS가 활황을 띤 모양.
덕분에 ‘박중민’이 실시간검색어 50위쯤에 오르기도 했다.
동생이 다시는 날 초대하지 않겠다며 징징거린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쨌든 그것도 당장 어떻게 해줄 수는 없는 일.
지금 고심해야 할 것은 그쪽이 아니다.
일요일의 봉사활동에서 유의해야 할 대상은, 유진호였다.
내 딸에게 고백했다는 사춘기 사내아이.
원래대로라면 아무리 나라도 도끼눈을 뜨고 봤겠지만, 그 녀석이 나와 먼저 알고 지낸 사이라는 점에서 복잡했다.
진호는 어떤 마음으로 딸에게 연락했을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교감이 오간 걸까.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주차장 앞에서 만난 유진호는 거의 석고대죄를 할 기세였다.
“죄송합니다…….”
“음. 교수님, 먼저 들어가시겠습니까?”
“허허. 그래, 그러지.”
한효준이 삼삼오오 모여 있던 대학원생들을 인도해 보육원 안으로 들어간 뒤.
유진호는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저기요, 제가요, 좀 실수한 것 같아서요.”
“그래? 어떤 실수를 했을까?”
“그……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아저씨는 저희한테 폰도 주셨고요, 용돈도 주셨고요…… 아니 그니까…… 되게 많이 잘해주셨는데, 제가 지수한테 사귀자고 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래? 왜 그럴까?”
“그니까, 지수가 아빠한테 들켰다고 알려줬는데…… 생각해보니까 이게요…… 아저씨 얼굴 어떻게 보지 싶어가지고요…… 그냥 친구로 지냈어야 되는데…… 제가 잘못했어요.”
“진호야. 너는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예? 어…… 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진호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도,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만 나는 기다렸다.
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결론을 정돈하기를.
그리고 10초쯤이 지났을 때였다.
진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저…… 안 좋아할게요. 지수요.”
“자. 왜 그런 말을 하게 됐지?”
“……아저씨가 저 싫어할까봐요.”
“왜 아저씨가 널 싫어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니까 전…… 고아잖아요. 좀 잘해준다고 욕심부리고 그러면 안 되는데, 지수한테…… 감히 고백했잖아요. 죄송해요.”
장난스러운 성격답지 않은 깔끔한 말투.
그리고 그 나이에 꺼내기 어려웠을 ‘감히’라는 어휘.
그 앞에서, 나는 코끝이 찡해지고 말았다.
“멍청아.”
“예……?”
“멍청한 녀석아. 그런 게 어디 있어. 욕심부리면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네가 왜 사과를 해야 돼. 왜 미움받을까봐 걱정해야 돼. 이상하잖아. 진호 너는, 당연히 내 딸을 좋아해도 돼. 걔가 엄마 닮아서 너무 귀여운 탓이지 뭐.”
“헐……? 진짜요? 저, 허락받은 거예요?”
“이런, 멍청이.”
“어어?”
“내가 허락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야. 정말 좋아한다면, 걔도 널 좋아하게 만들어봐. 사랑받을 만한 남자가 돼봐. 그래서 지수가 나한테 너랑 꼭 사귀고 싶다고 말하게 만들어봐. 그거면 돼. 고아건 뭐건 상관없어. 그냥 그거 하나면, 아저씨는 감히 너를 지수 남친감으로 인정해줄 거야.”
유진호는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얼이 빠졌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 살짝 웃었다.
장난꾸러기 소년이 곧 돌아왔다.
“아! 진짜! 후회하심 안 되는디?”
“너야말로. 걔가 보통 성격이 아니다. 감당할 수 있어?”
“당! 근! 말! 밥!”
외친 직후에 돌아서서 뛰어가버린다.
그 등을 바라보며,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보통 아이와 고아.
감히와 당연히.
소년과 청년.
그리고, 우리가 거리끼고 두려워하게 되는 세상의 모든-
“와…… 클래스 여전하시네요.”
낯선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그러나 썩 낯설지 않은 인물이 서 있었다.
가느다란 눈으로 어리바리하게 웃는 남자.
살이 조금 찌고 뿔테안경이 금테로 바뀌긴 했지만, 그는 프리월드 부장이었던 내가 모를 수 없는 대상이었다.
“설마, 뉴겜님?”
“네. 오랜만이네요, 박 부장님. 하하, 근데 이젠 꼰마님이 더 편하네요. 좀 일찍 도착해서 구경하러 와봤는데…… 지금 바쁘신 거죠? 일 보세요. 저는 차에 가서 좀 쉬고 있을게요.”
“……예?”
“예? 아, 깜빡했네. 저 마구니예요. 끝날 때쯤 올게요.”
약속한 시각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남자는, 게임의 신이라 불렸던 인물이자, 내 방송의 후원회장이었다.
*
“오?”
“오오?”
“뉴겜?”
“뉴겜!”
“하이. 나 알아보는 애들이 있네? 반갑다. 가시죠, 꼰마님.”
“우와아…… 대박…….”
유진호를 비롯한 소년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린다.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아이들에겐 아이돌만큼이나 유명한 존재니.
PC방에 자주 갈 만한 형편이 아니라도, 친구들이 켠 유튜브 매드무비 등에서 지겹도록 목격했을 터였다.
프로게이머 ‘뉴겜’ 이혁권은 기괴한 전설이다.
스타크래프트의 뒤안길에 소년의 모습으로 등장해 과거의 영웅들을 쓰러뜨렸고, 2로 옮긴 뒤에는 국제대회까지 휩쓸었으며, 이후 놀랍게도 LOL로 전향하더니 롤드컵 초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동안 ‘뉴뭐못(뉴겜은 뭘 못하냐)’이 유행어였지.
이후 이른 손목터널증후군으로 프로 생활을 마감하며, 뉴겜의 피지컬도 질환만은 극복하지 못함이 증명되었지만.
이후 긴 재활을 거친 그는 인방러가 되었다.
기존에도 게임방송을 진행하던 실력자들은 많았지만, 세계대회 우승자가 1년도 안 되어 전향한 것은 초유의 사건.
게이머들의 관심이 쏠린 것도 당연했다.
그 결과는, 정말이지 별 볼 일 없는 입담의 발견.
그리고 여전히 건재한 신의 위용이었다.
소통은 신통치 않았지만, 잠깐씩 보여주는 월드클래스의 번뜩이는 손재간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그 결과가 19만이라는 동시접속자 기록이었다.
다만 그러던 것도 잠시였고, 뉴겜은 곧 업계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게이머가 아닌 감독으로서.
과거 속해 있던 팀의 책임자가 된 것이다.
흥행을 위한 아이콘의 의미가 더 크긴 했겠지만.
그게 마구니의 태도가 금수저를 연상시킨 이유였으리라.
마치 사원에서 경영진으로 영전한 듯한 인생역전.
사회생활 경험이라곤 e스포츠밖에 없는 젊은 나이에 감독직을 맡았으니, 그 권위에 취할 만도 한 일이었다.
물론 이혁권의 인생 2막이 꽃길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현역이나 다름없는 나이 때문에, 한 게임 질 때마다 ‘뉴겜은 마우스나 잡아라’라는 성화가 쏟아졌다더라.
다만 ‘제2의 뉴겜’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양선호라는 신성을 키워내 세계대회인 롤드컵 2회 연속 우승을 일궈냈기에, 이제는 명장이란 칭호조차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이혁권은, 내게 자신의 영광을 논하지는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업무에 대해 말했다.
“선수 관리라는 게 참 재밌어요. 종종 꼰마님 도움을 받죠.”
“내 도움을요?”
“예. 멘탈케어 쪽에서요. 롤이란 게임이 멘탈스포츠라서, 머릿속이 흐트러지면 성적에 바로 나오거든요. 선호 같은 경우에는 그게 특히 심해요. 이번 스프링시즌 죽 쑤고 침체기가 심해서, 꼰마님한테 들은 말들 해줬던 거예요.”
“어떤 말을 해줬지요?”
“이런 거요. 어떤 기적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거나,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여기거나.”
“……어떤 상황에서요?”
“기적처럼 한타 밀려서 역전패한 다음에요.”
“의도를 잘 모르겠네요.”
“그렇죠? 제가 타이밍을 잘 못 재나봐요.”
캐릭터의 모션만 보고 스킬을 피하던 친구가 하는 소리다.
몸의 움직임과 마음의 흐름이 같지 않은 까닭.
게임 운용법이라면 몰라도, 아직 20대 중반인 이혁권에게 정서적인 부분의 코칭이 쉽지는 않을 터였다.
그가 날 찾아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 6월부터 서머시즌 들어가는데, 그 전 캠프 때 꼰마님을 초청하고 싶어요. 저희 팀이 피지컬은 좋은데 멘탈이 엉망이라 꼭 고비를 맞는다는 의견이 있어서요. 단장님이랑도 대충 얘기가 돼서, 10만 별은 계약금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사비로 계약금을 내는 감독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내가 듣기론, 멘탈코치를 따로 뽑는다고 하던데요.”
“그건 그냥 은퇴한 형들이에요. 별로 소용없죠.”
“소용이 없기야 하겠어요? 나보다 한참은 전문적일 겁니다. 난 롤이란 게임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게, 게임이랑은 별로 상관이 없는 거 같더라고요. 오히려 심리상담 세션 받은 애들이 많이 좋아진 모습 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쪽저쪽 알아봤는데, 꼰마님이 최고시던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에 연예인 불안장애 이런 것도 치료해주셨고.”
“……혹시 불안장애가 있는 선수가 있어요?”
“어쩌면 선호가요. 스프링시즌 털리고 뭐가 확 왔나봐요. 자기는 괜찮다고 하는데, 후반 갈수록 손 떨고 흐름 놓치고.”
상담사의 영역은 스포츠 쪽으로도 뻗쳐 있다.
‘멘탈 스포츠’로 분류되는 e스포츠에는 특히 필수적일 터.
처우가 열악했던 과거에는 전문가를 초빙하는 일이 드물었으나, 상위 구단을 위시해 점차 흔해지는 추세라고 했다.
다만, 테이크게임즈의 양선호는 그 혜택을 보지 못했다.
“시즌 끝날 때 맞춰서 의사 상담사 다 불러놨는데, 애가 떼를 쓰는 거예요. 자기 멀쩡하다고, 연습 방해하지 말라고요.”
“그렇다면 그 얘기가 맞지 않을까요? 어리지만 프로예요. 자기 상태를 모르지는 않겠지요.”
“근데 제 눈엔 애 멘탈 터진 게 다 보인단 말이죠. 왜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의미에서도 꼰마님이 적임자시죠. 상담사시기도 하지만, 또 10만따리 인방러시기도 하니까. 애들한테는 합동방송 해주신다는 느낌으로 소개하려고요.”
“……대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지요?”
“생각 떠올린 건 꼰마님 방송 처음 봤을 때부터였고…… 실제로 추진한 건 김용식 씨 치료해주신 거 알고부터요. 단장님 사인 떨어진 건 동접자 10만 찍으셨단 거 말한 직후였고요.”
내게는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롤드컵 연속우승팀인 테이크게임즈는, 그 게임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에겐 우상과도 같은 존재.
특히 양선호라고 하면 떠오르는 롤의 신이다.
그런 아이의 멘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때는 수십만 청년들의 뇌리에 꼰마라는 이름이 각인될 터였다.
다만 그렇기에 불가해가 된 부분이 있었다.
[내담자 평가]의 한 문장이었다.
「 내담자 명 : 마구니
평가 결과 ; ‘꼰마님’을 롤모델로 삼아 자신을 발전시키려 한다. / 공과 사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
앞쪽의 이야기는 이제 얼추 이해가 되는데……
공과 사의 경계라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일까.
악의가 담겨 있지 않은 것은 알겠지만, 후배 게이머의 멘탈 지도를 부탁하며 혼란을 느낀다는 점이 기이했다.
“하여튼 이해가 안 돼. 어제 그 얘기 하고 오느라 별 취소하신 거 늦게 본 거예요. 아니, 설마 10만 개를 캔슬하실 줄은 상상도 못 했죠. 그냥 받으셔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서 그래요. 별사탕 일간 100만원 규제가 프리월드 주가에 악재가 되기는 했지만, 나는 그걸 반겼던 사람이거든요. 그래놓고 우회 충전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을 받아서야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이 되겠지요.”
“하하. 그런 게 진짜 멋있어요. 하여튼 신기한 분이야. 어떻게 그래요? 비흡연자시면서 흡연자들까지 옹호해주시는 것도 되게 희한했는데, 아까 그 꼬마랑 하신 얘기는 더해요. 솔직히…… 싫어하실 거 알지만, 솔직히 그렇잖아요? 고아가 딸한테 고백했다고 그러면 당연히 기분이 나빠야 되잖아요? 고아가 나쁘다는 뜻은 아닌데요, 그래도 아빠 입장에선, 재벌2세라도 탐탁잖게 보여야 맞는 거 아녜요?”
“글쎄요. 선수를 위해 사비를 쓰는 감독님도 만만찮은데요?”
“저요? 전……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허락하신 거죠?”
얼버무리며 답을 독촉하니 고개를 끄덕여줄 수밖에 없었다.
정작 그 본인도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 듯하지만, 지금으로선 사정이 급해 보이지는 않으니.
양선호의 상담을 진행하며 천천히 알아봐야 할 듯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 테이크, S/S 공개평가전에 ‘꼰마’ 출연…… 투썬을 위해
스프링시즌 3위라는 최종성적표가 ‘신이었던 명장’ 이혁권의 플랜에 어떤 변화를 준 것일까? 연례 공개평가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연 이혁권 감독이, 이번 캠프 일정에 ‘꼰마’를 초빙했음을 알렸다. 꼰마는 최근 프리TV의 신성으로 떠오른 방송인으로, 롤 플레이 경험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TOX의 민성과 개그맨 김용식 등을 치료한 상담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어 ‘투썬’ 양선호 선수의 멘탈 관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
……잘 숨기겠다고 하더니 바로 들켜버렸네.
테이크게임즈 출장이 순탄치만은 않을 듯했다.
다만, 그 기사의 파급력은 순탄을 넘어 급경사였다.
한국 e스포츠의 보물과도 같은 투썬의 멘탈이 언급됐기에.
자연히 기사와 커뮤니티 게시물이 양산되고, 꼰마가 누구냐부터 시작해서 민성과의 상담 태도가 어땠느니 김용식이 혼자 설레발 치는 거라느니 별별 이야기들이 퍼져나갔다.
진대수가 한번 걸러준 것들만을 보는데도 머리가 지끈거리더라.
그것으로 끝도 아니었다.
일요일의 생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상담과 무관한 질문들을 무수히 받아야 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전혀 사실무근이고…… 아뇨, 전 그저 공개평가전 MC로서 초빙된 겁니다. 예, 롤 안 해봤어요. 라인이고 정글이고 잡아본 적 없습니다. 정말이에요. 양선호 선수와는 만나본 적도 없으니 멘탈 문제는…… 어?”
[BJ롤링 별사탕 100개. 꼰마님 안뇽하십니까. 저 이번에 투썬 주치의로 붙으신단 얘기 듣고 탐방하고 싶은데용.]
“……그런 일 없으니까 가세요. 컨텐츠에 방해돼요.”
[BJ세체탑 별사탕 100개. 그러지말고한말씀만해주세여.]
“한말씀. 자, 이제 가세요. 부탁드릴게요.”
[마구니님 별사탕 100000개. 탐방 쫓아내는 참방송인 크.]
「헐;;;」
「캔슬했더니 또십만개 」
「형님 율곡이이세여?? 왜케 십만양병함 」
「아저씨 우리 투썬이 잘챙겨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
「투 더 로밍 갓 썬」
「뉴-겜-갓 블레스 투-썬-플레이스!」
이혁권의 지원사격도 금세 묻히고.
채팅창은 다시금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1분쯤 고생해서 소란을 잠재운 뒤에 생각했다.
유명세란 게, 참 무섭긴 무섭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