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38장 - 상담사와 아빠 (1)
“가장 주의하셔야 할 점은, 딸 앞에서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행동거지에 점수를 매겨서는 안 된다는 부분입니다. 대체적으로 여자아이들은 타인의 시선과 억압에 민감해요. 거기서 시각차를 느끼게 되면, 아빠와의 관계는 쉽게 단절됩니다.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가장 가까운 남성과의 단절이 모든 남자를 향한 시선에 편견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특히-”
한효준이 손을 들어올려 말을 막았다.
울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거, 이제 알겠다니까. 자네가 보내준 E북 열심히 읽을 테니, 뻔히 아는 가족역동 이야기는 제발 좀 그만 하게.”
“이런. 뻔히 안다고 생각하셔선 곤란합니다. 그게 문제의 단초가 될 수 있어요. 학자로서 연구한 가족역동과 내부에서 경험하는 실제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밖에서는 인격자라 불리는 사람들조차 때로 가족들 사이에서 욕을 먹기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겸허하게 들어주세요.”
“후우.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만, 지금은 좀 쉬자는 말이야. 도착할 때까지 내내 떠들 텐가? 주변 사람들도 생각해야지.”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주변 좌석의 승객들 중 눈을 감고 있는 이들이 몇 보였다.
밤새 편집을 했다는 진대수 역시 마찬가지.
두 시간짜리 비행이라도 누군가에겐 꿀잠의 시간이다.
열을 올리다 목소리를 키웠던 게 미안해졌다.
“제가 좀 흥분했군요.”
“그래. 오늘 내내 아빠 얘기만 했잖아. 딸바보로서 할 말이 많다는 건 알겠네만, 좀 진정하게. 어차피 하루아침에 결정할 문제는 아니잖나? 그 아이도 올해는 동생들과 보내야지.”
“예, 그렇지요. 그래도 기왕 시작한 얘기니, 목소리를 낮춰서 마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 자넨 참 별나구만. 그렇게 딸이 좋아 못 견디는 자가, 직장 다닐 땐 어떻게 회사 일에 열중했던 겐가?”
“그야…… 그건……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 표정은 뭔가?”
“……부끄러워하는 표정입니다.”
“허. 내게는 아주 아빠의 이상을 강요하던 사람이.”
“그래서입니다. 스스로는 이루지 못한 일이니, 교수님께서는 더 좋은 아빠가 되어주셨으면 싶은. 일종의 열등 컴플렉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딸에게 그간 정말 무심했으니……”
“그렇게까지 가지는 말아. 어찌됐건 이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그거면 된 거야. 그건 그렇고, 자네의 껌딱지는 어디 앉았나? 어째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아, 바울이는 며칠 더 머물다 온다고 했습니다.”
“허, 갑자기? 정말로 변하기는 변한 것인가…….”
손바울은 아마 주말이 지나서야 귀국할 것이다.
그 뒤로도 한동안은 내게 접근하지 않으리라.
우선은 친구들부터 이해해보겠다고 했으니.
그로써 마침내 천형 같은 그림자를 극복했음을 확신한 뒤에야, 비로소 웃는 얼굴로 나타나 나를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과도 맥을 공유하는 이야기다.
유아기의 집착적인 유대는, 새로운 사회를 만나는 청소년기에 조금씩 옅어져, 이내 완전히 단절된 양상을 띤다.
가족역동의 갈등이 발발하는 것이 주로 이때부터.
억압과 반발이 완전했던 공감대를 흩뜨리는 까닭이다.
그러나 인간의 아이들은 연어처럼 돌아온다.
사랑할 줄 아는 영혼들이기에.
한 번쯤 큰 거리감을 느껴본 뒤에는, 신체가 아닌 정신적인 친밀함으로 부모와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아이로부터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공항에 도착해 막 택시를 잡으려던 때였다.
「김서현 : 꼰마님!」
「김서현 : 저 어때요?」
「김서현 : (사진)」
스물두 살의 김서현.
유산의 트라우마 속에 일그러진 모친과의 갈등으로 섭식장애를 앓았던 아이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그 내용이 조금 당혹스럽긴 했다.
거의 속옷에 가까운 운동복만 입은 사진이었기에.
“어엇? 어이고? 후배님, 야한 사진 봅니까?”
“……장난치지 마십쇼. 누군지 아시지 않습니까.”
“하하하. 알아보겠어요? 난 사실 볼 때마다 놀라는데.”
“그야, 좀 염려스럽긴 한데요. 너무 빠른 것 아닌지요? 소화기관이 회복되기까지 긴 텀을 둬야 하지 않습니까?”
“일단 염려부터 하시네? 이래서 내가 후배님을 좋아하지.”
4월 22일에 처음 얼굴을 마주했던 소녀는, 그 이후로 정신적으로는 많은 차도를 보였다.
종종 주고받는 메시지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아픔을 걷어내고 달려나가기 시작했음을.
하지만 정신과 달리 신체는 변화에 시간이 필요하다.
벌써 10kg은 찐 것 같은 김서현의 몸매가 못내 염려스러운 이유였다.
물론, 전문가인 조명기가 더 잘 아는 문제였지만.
“입원 안 하는 대신, 계속 내과랑 협진하고 있었어요. 건강하게 찌고 있는 겁니다. 물론 그쪽에서도 좀 놀라긴 했죠. 내내 차도가 없던 환자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식사량이 늘었냐면서, 학회에 발표해야 할 사례 아니냐고. 모르고 하는 소리죠. 영혼을 위한 짜장면 얘길 발표하면, 다들 나더러 미쳤다고 할 텐데. 아, 후배님이 총대 한번 메실래요?”
“보고하면, 향후 관련 증상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응? 아니, 농담이에요. 그건 후배님이니까 할 수 있었던 응급처치고, 남들한테 말하면 야매 취급당하기 딱 좋지.”
아마 그렇게 되겠지.
NBSC의 도움을 받는 나조차, 100exp짜리 [내담자 평가]가 없었다면 시도할 수 없는 방식이었으니.
어디까지나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학회 쪽으로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게 나을 듯했다.
어쨌든, 내과적 문제 소견 없이 건강한 체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김서현의 예후는 기뻐할 일이다.
그렇기에 택시에 타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아! 꼰마님! 아…… 한국, 오셨어요?]
한때 탁했던 목소리가 청아한 지저귐이 되어 있다.
고갯짓으로만 소통하던 첫 만남 때는, 이런 대화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
정말이지 고마운 변화였다.
“예. 방금 택시 탔습니다. 사진 봤어요. 요즘 식욕이 많이 도는 모양이네요. 뭘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는 겁니까?”
[저…… 짜장면이요……!]
“아하. 어디 아주 맛집을 알아내신 모양이네요?”
[헤헤. 전번에 조명기 쌤한테 혼났어요. 조금씩 늘리랬는데 맨날 야식 먹으면 어떡하냐고요. 진짜, 이상했어요.]
“불쾌했어요? 지금 옆에 계신데, 아저씨가 혼내드릴까요?”
“아이고! 서현 씨, 내 욕을 하면 어떡해요?”
조명기가 놀라서 손사래를 친다.
나나 그나 장난으로 하는 말이었다.
순진한 김서현만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아, 안 돼요! 그게 아니라, 많이 먹었다고 혼나는 거요. 그게 너무 오랜만에 겪은 일이라서…… 그랬는데 엄마가 우는 거예요? 그랬더니, 덩달아서 아빠까지 우는 거예요?]
“……그러셨군요. 울보들이시네요.”
[하핫! 맞아요. 울보들이에요.]
청량하게 울리는 웃음소리.
그 앞에서 다시금 절감하게 됐다.
내가 참 나쁜 아빠였음을.
십여 년 동안, 딸을 위해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몇몇 떠오르는 장면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기쁨의 눈물은 하나도 없고, 그저 안타까움과 서러움으로 그 아이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던 기억뿐이었다.
그런 생각에 조금쯤 의기소침해졌을 때였다.
김서현이 조심스레 자신의 기억을 전했다.
[저요, 처음에 꼰마님 본 거요, 꼰마님인지 모를 때였어요.]
“예? 설마, 내가 인방 시작하기 전이었나요?”
[아, 아뇨. 그건 아니고요, 꼰마님이 아니실 때요. 그러니까요, 트위치에서 꼰순이하고 같이 방송하시던 거요.]
……4월 4일 얘기구나.
딸이 자유학기제 직업탐색으로 스트리머를 체험한 날이다.
아직 대수와 재회하기 전이었으니, 꼰마님이 아니라 그저 딸바보 아빠로서 그 아이의 방송을 지원했었다.
그때의 시청자 48인 중에 김서현이 있었던 것이다.
그날은, 말하자면 전환점이었다.
한 명의 시청자가 나로 인해 행복을 느꼈고, 그로써 튜토리얼이 완료되어 마침내 NBSC의 진면모가 드러났다.
40일 전이야말로 꼰대마스터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만큼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겠지.
김서현의 집에서 무게를 잡았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민망한 일이네요. 혹시 고민 사연도 올렸었나요?”
[아뇨! 저는 그냥, 보고 있었어요.]
“그랬군요. 다행입니다. 그때였다면 아마 아주 작은 도움도 드리지 못했을 거예요. 아는 것이 너무 없었거든요.”
[히히. 근데, 좋았어요.]
“……좋았어요?”
[네. 그냥…… 꼰마님이랑 꼰순이랑, 투닥투닥하면서 같이 상담해주고 그러는 게, 되게 보기 좋았어요. 우리 아빠랑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저는…… 아빠한테 말도 잘 안 하고, 밥 억지로 먹으면서 울고, 맨날 속만 썩였으니까…… 아빠 웃는 거 볼 수가 없었거든요. 나쁜 애였으니까. 그래서, 꼰순이가 되게 부러웠어요.]
그게, 김서현이 내 팬이 된 이유였나.
당황스러운 노릇이었다.
사실은 나 역시 별다를 것이 없는데.
아내와 딸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썼던 김서현의 부친에 비하면, 바깥으로만 돌던 내 삶은 정말 비겁했었다.
그야말로 나쁜 아빠였다.
이제 좀 호전되고 있는 김서현에게 해줄 말은 아니지만.
“그랬군요. 딸이 들으면 아마 무척 우쭐하겠네요.”
[히히. 그럼, 전해주세요. 되게 좋은 아빠랑, 되게 좋은 엄마 있으니까, 절대로 아프지 말라고요. 아이가 아프면…… 그거는 진짜 너무 슬픈 일이니까, 절대로 그러지 말라고요.]
“딸이 들으면 아마 화를 내겠는데요? 아픈 것도 허락 맡고 아파야 되냐면서.”
[그럼, 그럼, 아빠한테 잘하라고 해주세요.]
“하하. 내 입으로 그렇게 말하면, 듣겠어요?”
[아, 그런가…… 헤헤. 그래도, 얘기해주세요.]
이후 김서현은 애청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첫 방송을 시작했던 날부터, 8만 시청자를 돌파한 어제까지.
그녀는 40일에 가까운 꼰마의 역사를 꿰고 있었다.
[그래서 나레이션도 듣고요, 자막도 보고요, 그렇게 보니까 두 배로 재밌었어요. 근데요, 대만 갔는데 먹방도 해주시지.]
“먹방을 하면 상담을 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제 슬슬 궁금해지네요. 서현 씨 닉네임은 뭐예요? 이렇게 속속들이 내용을 기억해줄 정도라면, 분명히 채팅도 많이 했을 텐데.”
[저, 말 안 할 거예요!]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이유가 뭔가요?”
[저, 나중에 초대석 나갈 거예요. 깜짝이벤트로요.]
“이런. 그건 곤란하겠는데요? 인방이라는 게, 아무래도 외모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라서요. 말려도 말을 듣지를 않아요. 거기 출연하면 마음이 많이 불편할 거예요.”
[괜찮은데…… 꼰마님이랑 있으면요.]
“그러지 말고 나중에 짜장면이나 사줘요. 서현 씨네 아빠는 돈 잘 벌지요? 이 아저씨는 버는 족족 기부해서 생활비도 부족하니, 모쪼록 영혼을 위해서 나눠주면 좋겠네요.”
[아, 네! 제가…… 유산슬도 사드릴게요!]
“하하. 그러면 내가 싹 다~ 먹어줘야겠네요.”
유쾌한 대화 끝에 통화를 마치자, 조명기가 음흉한 눈빛을 한 채 물었다.
“나는 아는데, 말해줄까요?”
“뭘……? 아, 닉네임이요. 됐습니다.”
“정말요? 들으시면 깜짝 놀랄 건데?”
“환자의 비밀보호 원칙은 어디로 갔습니까?”
“서현 씨가 뭐 내 환잔가. 아무리 봐도 후배님 내담자니까, 슬슬 진료기록을 이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요.”
“됐습니다. 알리고 싶지 않다면 캐낼 이유 없어요.”
“하하. 인터넷실명제는 반대하시겠다? 그러세요 그럼. 나 혼자 알고 키득거리면서 봐야지. 흐음? 그런데 이건 좀 궁금하네. 대민 씨. 진짜 인터넷실명제는 어떻게 생각해요?”
“왜 화제가 거기로 가는 겁니까?”
“아끼는 후배님을 속속들이 알고 싶은 마음이겠죠?”
“됐습니다. 이제는 조용히 갑시다.”
“차암나. 한 교수님한테는 매미처럼 붙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시더니, 역으로 나한테는 매몰차시구만? 흥입니다, 흥.”
조명기야, 흐뭇해서 저러는 것이다.
김서현이 오랫동안 아픈 손가락이었을 테니.
급격히 호전된 환자가 그것을 존경하는 상담사에게 자랑하는 모습이, 보기에 오죽이나 감격스러웠을까.
남들 없을 때 홀로 훌쩍거릴지도 모르겠다 싶다.
한효준에게 붙어 있던 나는, 그와는 좀 달랐다.
이수아에게 존경할 만한 아버지가 생길 거라는 생각에 들뜨긴 했지만, 매미처럼 달라붙게 된 것은 다른 이유.
과거의 스스로를 반성하는 마음이었다.
내 딸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애착이 과도해서 아파한 김서현과는 정반대로, 아빠의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중학생이 된 아이인데.
그렇기에 이제는 무한한 사랑을 주자고 결심했었다.
그래놓고, 촬영이랍시고 외박까지 해버린 것이다.
이러니 자책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
집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몰고 딸의 학교로 달렸다.
정차하고 10분쯤 기다렸을까.
일단의 무리가 왁자지껄 떠들며 교문을 나섰다.
그 안에 박지수가 있었다.
오늘도 가슴을 활짝 편 채 친구들을 이끄는 모습.
그 옆에는 소희와, 수지와……
유민지가 있다.
한때 학급 내의 공식 ‘찐따’였다는 아이가.
“……지수야!”
“어? 오잉? 아빠! 아빠 언제 왔어?”
“아빠? 어디? 우와!”
“꼰마다!”
“야, 꼰마님이라고 안 하냐?”
“빨랑 빨랑, 빨랑 가자. 꼰마님한테 밥 사달라 그럼 안 돼?”
“맞아 맞아. 지수야, ”
“있어봐. 언니가 가서 토크 좀 해보고.”
그러더니 의기양양하게 조수석 앞에 서는 것이다.
누가 보면 여장부라며 감탄하겠지.
그러나 내게 건네는 말들은, 상여자보다는 그저 소녀였다.
“저기 아빠. 집에 엄마 혼자 있어?”
“그렇지? 엄마 재단 일 보시라고, 아빠가 대신 왔어.”
“그럼…… 집 가서 밥 먹어야 되지?”
“왜? 지수, 친구들이랑 같이 먹고 싶어?”
“흠…… 쫌? 엄마 괜찮다 그러면.”
“하하. 그럼 아빠가 허락 맡아줄까?”
“음…… 그래도 되면?”
이후 친구들에게 돌아선 지수는, 개선장군처럼 외쳤다.
“야, 타!”
“오 야르!”
“개좋아!”
“아, 좋아 좋아!”
그날의 저녁식사 메뉴는 내게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가래떡보다 한참 얇고 면처럼 긴 떡이 든 국물떡볶이.
어려서 분식집 떡볶이도 몇 번 먹어본 적 없는 내게는, 용원중학교 학생들에게 대인기라는 그것이 영 낯설었다.
그러나 때때로 정신은 신체를 지배한다.
사랑스러운 딸과 친구들의 재잘거림 속.
낯선 국물떡볶이는, 천하진미였다.
“우와. 꼰마님 잘 드신당.”
“꼰마 오빠, 먹방도 해봐요!”
“쑤 너 왜 오빠래? 우리 아빠가 왜 니 오빠냐?”
“헤헤. 채팅에선 오빠라고 하니깐.”
“아빠, 뭐라고 좀 해봐. 얘네 완전 버르장머리 없어.”
“히히! 꼰순이 삐졌어?”
“꼰순이 화났네?”
“아, 씁, 후우. 언니가 착해서 참는다 진짜.”
“꼰순이 귀여워어!”
친구들의 장난 끝에, 지수가 내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아빠. 우리 계산하지 말고 튈까?”
“뭐? 그러면, 친구들은 어떡하고?”
“여기서 접시 닦고 가라고. 애들 짜증나. 어떻게 혼내주지?”
친구들에겐 비밀인 속마음을 토로하는 내 아이.
그 앞에서, 괜히 흐뭇해졌다.
이 아이가 내 딸이다.
오랫동안 회사에만 빠져 살던 아빠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김서현의 전언은, 전달할 필요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