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01화 (101/200)

# 101

37장 - 미래를 겁낼 이유

숙소에 도착할 무렵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자리를 파하길 잘했지.

그런 생각을 하며 바라본 처마 밑에는, 한효준이 담배를 물고 서 있었다.

“교수님? 담배 끊으셨다더니.”

“응? 일찍 왔구만. 그래, 끊었지. 그래서야.”

자세히 보니 불이 붙어 있지 않다.

태우지는 않은 채 그저 피우기만 하는 그림.

기묘한 끽연법이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

“무슨 일은. 기다리고 있었어. 껌딱지는 어쩌고 혼자 왔나?”

“바울이는, 따로 숙소를 얻기로 했습니다. 평일이라 방이 있다더군요.”

“……그래? 자네 방에 재운다더니, 갑자기 왜?”

“본인의 의사입니다.”

“허. 마침내 쳐낸 겐가?”

“그보다는, 더 가까워졌습니다. 스토커가 비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결국 마음이 먼 까닭이겠지요. 그 거리를 좁히니, 이제는 과도하게 다가서려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치야 그렇지만, 거리를 좁힌다는 것이 어디 쉬운가? 게다가 그 친구는 보편적 사회성을 상실한 내담자였잖나.”

“점차 회복될 겁니다. 저와 만나지 않는 시간 동안에요.”

“허. 아주 보지 않겠다고? 걱정되지는 않나? 그 녀석이 자칫…… 혼자서 괴상한 생각으로 나아가면 어떡하려고? 조현성 인격은 그게 제일 위험해. 상담관계는 이어나가야지.”

“본인이 희망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바울이를 믿고요.”

“허…….”

한효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담배를 빨았다.

그야, 얼마 전까진 절대 못 쳐낸다며 싸고돌다가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꾼 것이 황당하기도 하겠지.

그렇지만 나는 정말 손바울을 믿는다.

NBSC 역시 마찬가지였다.

「 내담자 명 : 손바울

평가 결과 : 마음을 찾아나선 몽상가. 유년기를 지배한 해악의 현실로 인해 피폐해져 있었으나, ‘선생님’의 영향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믿기 시작했다. 그에게 인정받는 인간이 되고자 자아를 관조하고 있다. 」

오류 없는 진실이, 청년의 변화를 말한다.

물론 평범한 행복을 누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그러나 방향성만큼은 분명했다.

이제 손바울은 나 없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곧 돌아올 겁니다. 그때는 상담사와 내담자의 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동반자가 되겠지요.”

“그야, 그렇게 되면 최고겠지마는……”

“그렇게 될 겁니다. 함께 믿어주시지요.”

“허, 참. 난 모르겠네. 자네 내담자니 알아서 해.”

“슈퍼바이저께서 그러시면 어떡합니까.”

“내 말은 귓등으로 들으면서 무슨 놈의 슈퍼바이저야?”

“교수님께서 절 믿으시는 걸 알아서 그럽니다.”

“흥…… 그러든가 말든가. 아무튼 스타의 파워란 게 참 대단하더구만. 일시에 8만 명을 돌파했으니 말이야.”

이국에서 진행한 첫 야방은, 이전까지 6만도 넘기지 못하던 시청자를 단숨에 8만까지 끌어올렸다.

김용식이라는 인물이 가진 파급력이다.

인지도로는 나나 이용덕도 비견될 수 없는 스타.

그 존재감이 무수한 시청자들을 내 방송국으로 불러모았다.

그렇지만, 방송 종료 직전에 82,577명의 시청자가 운집한 것이 오직 그의 힘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었다.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마음대로인 방송이니까.

그들의 이목을 붙잡은 것은 개인이 아니었다.

“개인기 정도나 구경하려고 들어온 시청자들이 지루한 심리학 얘기를 끝까지 들었던 것은, 교수님들 덕분입니다.”

“거, 쓸데없는 소리. 허황된 말들이 훨씬 많았잖나? 조명기 그치가 문제야. 차분하게 설명을 할 수 없게 만드니.”

“그래서 재밌었던 겁니다, 교수님.”

“……그럴 리가 있나?”

“정말입니다. 교수님께서 인자하게 웃으며 정성스럽게 이론을 설명하시고, 조 선배가 거기에 끼어들어 장난스런 비유를 보태고, 이 교수가 시니컬하게 부작용 따위를 설명하는 그 모든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을 겁니다.”

“허. 그렇게 이쪽저쪽 떠들면 어떻게 집중을 하나?”

“세대가 달라졌지 않습니까. 예전처럼 긴 호흡으로 한 사람의 강연에만 집중하는 청년들은 흔치 않습니다. 그보다는 발화자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며 내용을 이해하지요. 거기에 딱 맞는 방송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지나치면 아이들의 집단적 독백처럼 무의미한 시간이 되겠지만…… 이번엔 달랐지요. 연장자인 교수님께서 중심을 잡아주셨으니까요. 그렇기에 시청자들도 안정감을 느꼈을 겁니다.”

“……거, 별일이구만. 아무튼…… 고생했어.”

타지 않은 담배를 케이스에 집어넣은 한효준이, 돌아서서 숙소로 들어간다.

그 뒷모습을 보며 몰래 웃었다.

딱 옛날 어른이다.

사회성을 칭찬받는 것을 못 견디는.

하지만 귀여운 스승이기에 금칠해본 것은 아니었다.

세 멘토와 함께한 방송은 분명 특별했다.

디렉터인 진대수가 그 사실을 확인해줬다.

「진대수 : 형님 어디심까~?」

「진대수 : 빅데이터 분석 마쳤슴다~」

「진대수 : 키묭식 리액션 때문애 채팅 폭발해서 현장에선 놓쳤었는데, 교수님들 반응이 상당하네요. 꼰배님 똥꼬발랄하다고 비글이냐고 ㅋㅋ거리는 애들이 제일 많았고, 불교님은 약간 촌철살인 캐릭터로 잡힌 거 같슴다. 워낙 상반되는 컨셉이라 하이라이트 쓸 것도 넘쳐날 것 같네용!」

「진대수 : 글고 효준좌는ㅋㅋㅋ 이미지 역변임다~ 그동안 형님한테 쓴소리할 때만 후원하고 그래서 약간 역적처럼 보인 면이 있었는데, 오늘 출연한 거 보고 그게 깨진 거죠. 저렇게 인자하고 멋있는 할아버지인 줄 몰랐다나. 그래서 한달프라고 부르는 애들이 좀 있네요. 형님하고 열 살 차이밖에 안 난다고 말 나왔을 때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요ㅋㅋㅋㅋ」

그 메시지를 확인하며 안으로 들어서는데, 마침 진대수가 담배를 꺼내들고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어? 형님! 지금 들어오심까? 눈깔 사나운 애는요?”

“눈깔이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어…… 눈매가 매서운 애는요?”

“다른 숙소를 잡았어. 나와라. 피우면서 얘기하자.”

“어우. 제가 어찌 감히 형님 옆에서 흡연을 하겠슴까.”

“괜찮아. 연기만 저쪽으로 뿜어줘.”

처마 밑에서 진행한 미팅은, 곧 접근성 방송으로 이어졌다.

“확실히 애들이 관심을 많이 갖더라고요. 키묭식이 자막 달고 나레이션 해보고 하니까 바로 기냥 수천 명이 옵션 좌라락. 근데 이게 재밌는 게요, 그때는 그냥 장난이었는데 그 담부터는 나레이션이 떴어요. 자…… 일단 함 들어보시죠.”

다섯 명이 등장한 야외방송이다.

게다가 2부의 메인 내담자인 김용식이 고민의 부재를 선언해버리자, 그때부터는 5인 전부가 상담사 롤이 됐다.

자연히 나레이션을 붙일 포인트가 많았던 상황.

그때마다 수아가 예상치 못한 재미를 만들어냈다.

[조 교수, 나 말하는 중이잖아요? 순서 안 지킵니까?]

[불독이 메뚜기 어깨를 때려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시면 안 된다니까요. 기술 정신병리학 입장에서는 증상만 보고 우울증 진단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지금 여기는 인터넷 방송이죠? 그러면 내담자가 상담에 임하는 동기의 차이 역시 고려를 해야 된다는 얘기죠. 병원 외래로 온 환자들이랑은 같지 않잖아요? 친애하는 한 선생님, 그렇지 않습니까?]

[메뚜기가 간달프 보면서 살랑살랑.]

[어험. 거 다투지들 말라니까요. 벌써 이……]

[간달프 실눈 뜨고 채팅창 봐요.]

[7천 명이 보고 있지 않습니까?]

[응? 아, 노안.]

[하핫! 이거 7만 명이에요, 선생님. 아무튼 이 부분은 전문가인 꼰마님 의견을 들어봅시다. 괜찮죠, 이 교수님?]

[메뚜기가 꼰마님 보면서 살랑살랑. 꼰마님은 곤란곤란.]

[저…… 시청자들께서 혼란스러워 하십니다. 두 분은 뒤쪽에서 따로 정리해주시고, 일단 용식 씨 의견부터 들어보죠.]

[아! 저요?]

[시골쥐 눈이 초롱초롱.]

“푸흡.”

“하핫. 웃기죠? 이러니까 나중에는 8천 명이 나레이션 채널 켜놓고 있었던 거죠. 목소리도 귀여운 애가 무슨 구연동화처럼 해버리니까, 고민 참여 못 하는 중계방에서는 나레이터 누굴까 이쁠 거 같아 그러면서 노는 플로우도 상당했어요.”

그야 그럴 만도 했겠네.

목소리도 작고 말수도 적어서 부각되는 일은 드물지만, 수아의 음성은 울림이 상당히 듣기 좋다.

거기에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재해석까지.

이러면 듣는 이들 입장에서는 즐거워질 수밖에 없으리라.

“얘가 참, 어떻게 이런 생각을.”

“나름 연구도 하고 애들 상대로 테스트도 하고 그랬다네요. 나중에는 저한테 상담도 했었고.”

“그랬어? 왜 나한테 물어보지 않고.”

“형님한테 물어보긴 싫었겠죠. 혹시라도 별로면 실망시키게 될 테니까. 그래서 저한테 먼저 말했던 건데…… 전화해서 칭찬 좀 해주세요. 혹시 오버했나 고민하고 있을 거야.”

“그래, 내일 전화해줘야겠다. 너도 분석하느라 고생 많았어. 오늘은 푹 자라. 내일 두 시까지는 일정 없으니까.”

“엥? 형님, 이 대수를 뭘로 보시고? 저 밤새고 편집할 겁니다. 그리고 관광도 다녀야죠. 이거 아십니까? 그래, 난 정대만. 대만에 처음 온 남자지.”

그 말대로, 이튿날 진대수는 퀭한 눈으로 식당을 찾았다.

아침잠 없는 50대들이 그 꼴에 웃더라.

네 사람이 진과스나 예류 등 관광하기 좋은 장소들을 물색하는 동안, 식당 한쪽에서 이수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수아니?”

[넹.]

“어제 고생 많았어.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었지?”

[그냥 뭐…….]

“고맙다. 네가 잘해줘서 접근성 방송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어.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해주렴.”

[아, 어, 저…… 잘했어요?]

“그래. 시청자들이 정말 좋아했다더라.”

[……헤헤.]

“지금 딱 좋으니까, 너무 무리하진 말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 대학을 가든 안 가든, 배워서 나쁜 지식은 없어.”

[넹. 저…… 인제 교실 왔어요. 끊어요.]

이아리와는 참 다른 성격이다.

하루 한 번의 통화나마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려는 그 아이는, 포근한 집안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아이.

그에 비해 수아는 늘 혼자였다고 했다.

보육원에 들어오기 한참 전부터.

편모는 그녀가 다섯 살 무렵에 자살했다.

이후로는 타의에 의해 친척집을 전전했는데, 개중 화목한 집안이 없었던 탓에 늘 방치되거나 학대를 당했던 모양.

모친이 사줬다는 인형만이 유일한 위안이 돼줬으리라.

타인과 어울리길 두려워하게 된 것도 당연했다.

그렇기에 수아는 먼저 말을 거는 일이 드물다.

거의 언제나 단답형이고, 눈도 잘 맞추지 않는 편.

그런 탓에 일회성으로 오는 봉사자들에겐 꽤나 나쁜 인상을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무관심이 아니다.

다시 올 거냐고 내게 물어봤던 것이 그녀의 진심.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할 뿐, 수아 역시 따뜻한 소통을 갈구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소녀의 얼굴을 그려본다.

무기력한 눈으로 땅바닥만 쳐다보다가, 날 발견하면 그제야 소심한 미소를 짓곤 하는 소녀.

높은 ‘관계’ 덕에 이어진 고마운 인연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살아서 보살펴줘야 할 터……

하릴없이 이가 악물렸다.

NBSC가 그때까지는 기다려줘야 할 텐데.

보육원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주지도 못한 채 초능력의 값을 치르게 된다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텐데.

그런 생각 중에 한효준이 내게 다가왔다.

표정이 몹시 진지해서 순간 긴장했는데, 그 입에서 나온 말이 스승으로서의 준엄한 일갈은 아니었다.

“수아랑 통화를 했나?”

“아, 예. 어제 나레이션 잘해줬다고 칭찬해줬습니다.”

“아, 그거. 그래, 재밌더구만.”

“예? 혹시…… 다시보기 시청하셨습니까?”

“어흠. 조금만 봤어. 잠이 안 와서. 아무튼 그런 거야 대단한 사건은 아니잖나? 사소한 일에 칭찬을 남발하지 말아.”

“잘 알고 있습니다. 애아빠니까요.”

“정말 잘 알고 있는 거 맞나? 딸바보 아빠들이 더 문제야.”

“하하. 딸바보는 맞지만, 정말 주의하고 있습니다.”

“흐음.”

한효준의 얼굴은 뭐랄까……

하기 싫은 말을 꺼내려는 사람의 그것이었다.

그게 뭔지 짐작도 되지 않아 슬슬 불안해질 무렵이었다.

“그 녀석이, 내년에 독립해야 한다고 했지?”

“아, 예. 신 원장님이야 유예를 해주실 요량도 있으신 것 같지만, 지금부터 잘 모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혹시 보증금이 모자라면 제가 가불을 해주면 될 일이고요.”

“그래? 그렇다면 뭐, 상관없겠군.”

“아, 수아의 장래를 걱정하셨던 겁니까?”

“어흠.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 자네는 노인들이 후대를 위해서 코피를 쏟는다고 했잖나. 하지만 나는…… 알다시피, 그저 내 마음의 안식을 위해서 학문에 천착했을 뿐이지.”

“그럴 리 있습니까? 작은 보상심리는 있었을 것이나, 본질은 같은 불행이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셨을 겁니다.”

“그야 그런 것도 있었지마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지 않나. 내가 정말 얼마나 타인을 생각해왔던가…… 그런 고민이 생긴 게야. 내가, 자네보다 훨씬 더 똑똑한 사람이니까.”

그 뜬금없는 말은, 우월감의 표시는 아니었다.

한효준은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나만큼 멍청하지 못한, 그 자신의 이성을.

“어제 그 얘기, 좋았어. 그럼에도 인간이 참 예쁘다는 이야기 말이야. 회사에서 팽 당하고 퇴직금 털어서 자선재단 세운 이가 하는 그 말에…… 한순간 손바울이란 녀석이 이해가 되더군. 잠깐이나마 자네가 신처럼 보였으니.”

“교수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들어. 잠깐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말이니까.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니 스승으로서 체면이 안 서더군. 이렇게 멍청한 제자한테, 가르치겠답시고 인류의 미래 따위를 논했으니. 그 얘기가 도대체 전달이 되기나 했겠냐는 말이야.”

“저야 물론 귀를 씻고 들었지요.”

“흥. 그래서 생각해본 게야. 나도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헌신해본다면, 그 멍청함을 배울 수 있을까 하고.”

“예? 어…… 예?”

잠깐 멍해져 있다가, 확신하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수아를, 입양하시려고요?”

“생각만 해봤다니까. 필요 없다면 됐어.”

“필요가 없기는요! 그 아이는…… 외로운 아이입니다. 가족이 꼭 필요해요. 그렇지만 뒤늦게 보육원으로 와서 입양의 기회도 잡지 못했지요. 교수님께서 받아주신다면-”

“떽! 내가 받고 말고 할 문제인가? 그 아이 판단이지. 시끄럽게 굴지 말고, 그냥…… 말이나 꺼내봐. 아침밥은 토스트에, 몸이 으슬으슬해서 여름에도 에어컨 잘 안 트는 노친네라고. 그래도 괜찮다면…… 식구가 되고 싶다고 말이야.”

멋쩍어서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는 나의 스승.

그에게 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다음 순간에는 잔소리를 하게 됐지만.

“그러면 일단은, 수아랑 친해지셔야겠네요. 저를 통해 들은 이야기만으로는 아무래도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가족이 되는 일입니다. 이런저런 사정을 따져볼 기회를 줘야 해요. 그러려면…… 서울대 탐방이 제일 좋겠네요. 교수님께서 시간을 정해주시면 제가 프로그램 짜겠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다른 아이들도 다 부르기로 하지요. 마침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다 컸다고는 하지만 아직 어리니, 여자아이를 키우기 위해 배우셔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저희 집으로 한번 초대하겠습니다. 제 아내에게 배우시지요.”

“……이 자가, 눈이 별빛이 됐구만. 그런 거야 나도 알아.”

“아뇨, 모르십니다. 부모가 된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거든요. 제가 아는 최고의 엄마에게 한 수 배우십시오.”

한효준은 연신 투덜대며 방으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에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 좋은 아빠가 되실 수 있을 거라고.

알 수 없는 미래를 겁낼 이유가, 하나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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