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80화 (80/200)

# 80

30장 - 상담사와 크루 (1)

[안녕하세요?]

[꼰대마스터의-]

[고민, 상담소!]

[반갑습니다, 여러분. 소개부터 드릴게요. 꼰마크루 창립멤버, 화요일 뮤직테라피 게스트, 정보 듀엣의 정, BJ호정!]

[정보 듀엣의 보, BJ보람입니다!]

미남미녀가 생방송의 시작을 알린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구도.

마침내 내 방송국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네. 아, 민망한데요?]

[네, 민망합니다.]

[다들 궁금하시겠어요. 어째선지 꼰마님이 안 계시죠? 이 부분은 저희가 본방이 다 차면 그때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어? 뭐야. 벌써 다 찼는데요?]

[벌써요? 에이, 설마……가 사람 잡네? 2천 명 금방이구나.]

[음…… 그럼 지금 설명해드릴까요?]

[아, 네. 우리의 희망 꼰마님께서는, 현재 모 IC를 지나고 계시다고 합니다. 방송국까지 남은 시간 약 50분!]

[오늘이 어린이날이죠? 그래서 꼰마눌님이랑 꼰순이님이랑 같이 에버랜드에 가셨나봐요. 최대한 시간 맞춰 오려고 하셨는데, 갈 때보다 길이 많이 막혀서 늦고 계신 모양이에요.]

그렇게 되고 말았다.

두어 개만 타고 일찌감치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도저히 돌아가자는 말이 나오지 않더라.

결국 신형준 원장과 약속한 마지노선을 꽉 채우고서야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인스타에 목격담떴음ㅋㅋㅋ」

「사진보니까 애기들 많던데 누가꼰순이에여??」

「ㅋㅋ보육원애들이랑 같이가셨대요」

[앗…… 그건, 말해도 되나?]

[이미 들키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됐대요. 가족끼리만 가는 게 정상일 텐데, 꼰마님 아시잖아요? 좋은 건 나눠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셔서, 보육원 친구들까지 전부 데리고 가셨나봐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좀 이해해주세요.]

「진짜 이꼰머는 ㅋㅋㅋㅋㅋ」

「답도없음 ㅋㅋㅋ」

「와 꼰순이 예쁜데???」

「꼰마눌님도 절세미녀세여 ㅠㅠㅠ」

「ㅋㅋ혈통의 중요성」

「천룡인집안이네 ㅠㅠㅠㅠㅠㅠ」

[하하. 너무 그러지 마세요. 지금 차에서 보고 계실 텐데.]

[꼰마 아저씨! 보고 계시죠? 저희가 어떻게든 50분 버텨볼게요. 빨리 와주세요, 어색해 죽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다 누구 탓?」

「ㄷ! ㅂ! ㅌ!」

‘다 보람 탓’은 여기서도 유행하네.

오늘이 꼰마크루의 출범일인 게 천만다행이었다.

두 사람 덕에 방송시간을 준수할 수 있었으니.

원룸에 들어가면 바로 사과부터 해야 하겠지만, 일단은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케미를 보여줄 수 있을 듯했다.

“나 이쁘대! 엄마도 이쁘대!”

“그래, 그렇게들 말씀해주시네.”

“아빠한테 한 말 아니거든? 둘이 잘 어울린다, 그치 언니?”

“아닌데. 저 언니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을걸.”

“어? 진짜? 어떻게 알아?”

“그냥 보면. 얼굴천잰데 쳐다도 안 보잖아.”

“부끄러워서 못 보는 거 아냐?”

“아닐걸. 너도 나이 들면 알걸.”

“아 뭐래. 나도 알 거 다 알거든?”

안타깝게도, 딸애는 아직 모를 거 다 모를 나이다.

정보람에겐 실제로 예비신랑이 있다.

이호정과는 친구 관계라 했는데, 아마도 내 방 열혈팬 중 한 명인 ‘보람찬하루일을’이 그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종종 채팅하는 것을 보면 묘한 기류가 느껴졌던 것이다.

과연 친구와 정혼자의 방송에서 마각을 드러내더라.

「보람찬하루일을 : ㅎㅎ 뭐야 오늘은 둘이방송하네」

「보람찬하루일을 : 재미없겠다 꺼야지」

[어어? 찬이 너 이럴 거야? 야, 내 방송은 안 봐도 보람이 방송은 봐야지. 자꾸 이러면 신상 터는 수가 있다?]

[찬 오빠 진짜 너무하죠? 저런다니까? 요새 내 방송보다 아저씨 방송에 별사탕 더 쓴다니까요? 완전 짜증나.]

[보람 씨, 그런 걸로 짜증내지 마요. 내 방송엔 진짜 단돈 1원도 안 써. 아니 아예 보지도 않아요. 그런 놈이야.]

「오잉?」

「호정님도 보람찬님이랑 친해여??」

[저 자식이 저랑 실친이에요. 보람이 보컬 선생님이기도 하고. 아, 이런 것도 말하면 안 되나? 네임드 싫어하시던데.]

[근데 저 오빠 닉네임 갈아야 돼. 글자 수 좀 맞춰달라는데 맨날 저거잖아요. 군인도 아니고 저게 뭐야. 완전 밥맛.]

「보람찬하루일을 : ㅎㅎ 그럼 꼰대찬마스터를 해야겠다」

[아 왜! 본진 바꾸겠다고? 야, 싸우자!]

「ㅋㅋㅋㅋㅋㅋㅋ뭐고이거」

「콩가루열혈이네 ㅋㅋㅋ」

「이게 다 누구 탓?」

「ㄷㅂㅌ ㅋㅋㅋㅋㅋㅋ」

「외쳐 ㄲㅁㅇ!!!」

열혈팬과의 친목성 대화라서 내 기준에선 좀 별로긴 하지만, 시청자들은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듯하다.

게스트들의 면면 덕분이다.

음악방송 오래 진행하며 프리TV의 아이돌 입지를 굳힌 정보람과, 실제로 오랫동안 아이돌 생활을 영위한 이호정.

두 사람의 지인에 대해 듣는 게 꽤 재밌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방송의 컨텐츠는 고민상담이다.

이내 잡담을 마친 두 사람은, 진대수의 지휘에 따라 시청자들의 사연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판결을 위해 내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정리하자면, 저는 화를 내는 게 맞다고 보고, 보람 씨는 참아야 되는 상황이라고 보는 거죠? 자, 솔로몬의 판결은?]

[따라라라란. 영통 들어갑니다잉.]

[안녕하세요!]

[아저씨, 방송 잘 보고 계셨죠?]

“예, 물론입니다. 저 때문에 두 분이 고생이 많아요.”

[에이, 그거야- 어? 방금 꼰순이님이었나?]

[꼰순이님도 인사?]

“안녕하세엽! 꼰순꼰순 꼰순이에엽!”

“화면에 안 잡히게 들어가 있어. 방송에 방해되잖아.”

“아닌데? 다 나 좋아하는데? 봐봐, 채팅창. 엄마, 엄마도 나와달래. 아빠, 엄마 비춰줘봐.”

“조용히 하고 바로 앉아. 방송은 몰라도, 아빠 운전하는 데는 확실히 방해돼. 이러다 사고 나는 걸 바라진 않지?”

“아…… 진짜 맨날 나한테만 뭐라 그래.”

투덜거려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내 방송의 시청자는 이제 기본이 2만이니까.

사람이 많다보니 아무렇게나 채팅하는 이들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어, 큰 상처를 줄 만한 말도 종종 나오곤 했다.

특히 지금은 매니저들이 전부 버스에 있는 상태.

인스타 목격담은 어쩔 수 없어도 방송에서만큼은 배제하고 싶었다.

그런 식으로 몇 개의 사연에 답해주며 길을 재촉하다보니, 30분쯤 지나 종위보육원에, 40분쯤 지나 집에 당도했다.

그 뒤에야 출근하려는 내게 아내가 속삭였다.

“축하해, 꼰마크루.”

“뭘 축하씩이나. 늘 하던 방송하고 비슷할 거야.”

“방송만이 아니라, 이래저래. 당신 맨날 회사 직원들 얘기밖에 안 했잖아. 그러던 사람이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랑 같이 방송도 하고…… 난 그런 게 괜히 보기 좋네.”

“음. 전엔 여자애들이랑 방송하지 말라고 했잖아?”

“지금도 좀 걱정되긴 하지. 그래도 당신 믿어. 지수 이혼가정 애로 만들 사람은 아니니까.”

바람피우다 들키면 이혼절차 밟겠다는 경고다.

그 무시무시한 발언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당연하지. 당신 슬퍼할 만한 일은 안 해.”

“그래. 그리고 그 친구들도…… 아이들 미래를 지켜주는 크루잖아? 그렇게 괜찮은 애들이면, 나쁜 일 할 리가 없지. 오늘 애들이랑 있으면서 참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 평소처럼 행동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는데, 눈물 참느라 혼났어. 그렇게 착하고 예쁜 애들을 대체 왜…….”

“저마다 삶의 색깔이 다를 테니까.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까지는 바랄 수 없을 거야. 다만, 버려져도 괜찮은 세상은 꿈꿀 수 있겠지. 우리가 손을 잡고 걸어간다면.”

“……그래. 당신이 손 꼭 잡아줘. 크루랑 같이.”

크루는, 본디 배의 선원들을 뜻하는 용어였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는 힙합이나 게임 등에서 자주 쓰인다.

한 배를 탄 동료라는 의미가 연결되는 것.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뜻하게 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꼰마크루는 목적성이 두 가지다.

첫째는 거액의 공동 기부.

그리고 둘째는 각자의 수익성 강화.

일견 배치되는 것 같은 두 목적이 나로 인해 결부됐다.

내가 NBSC의 힘으로 무수한 시청자들을 묶고 있기에, 일정 비율의 기부를 통해 오히려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것.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터였다.

이호정에게도 정보람에게도 내면의 추동이 있을 테니까.

그 부분을 나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두 사람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출연금 약정에 동의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원룸촌에 들어섰다.

꼰마 없는 꼰마방에 등장한 건, 7시 46분이었다.

“어? 꼰마님! 여러분, 꼰마님 오셨어요!”

“아저씨! 왜 이제 왔어요! 완전 힘들었잖아 우리.”

“……각자 개인방송 잘하는 친구들이, 왜 이래?”

“그런데 여긴 또 그런 게 아니니깐.”

“고민상담 너무 어렵잖아! 아저씨가 빨리 MC 봐줘요.”

아마도, 기대치가 높은 탓일 것이다.

한 달 동안 진행한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졌으니.

‘상담사 꼰마’가 실검을 여러 차례 달구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벤치마킹 잘하는 사회답게 상담 BJ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게 4월에만 적어도 200명 이상으로 추산될 정도.

진대수가 직접 하나하나 세어본 결과였다.

주로 신인들이 내 컨텐츠를 모방해 낙수효과를 노렸다더라.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가 일주일 안에 포기했다고 한다.

‘꼰마’ 수준의 상담을 기대하던 시청자들이 금세 적대적으로 돌변해서, 도저히 방송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안하고 민망한 일이었다.

낙수효과는커녕 내 이름값만 드높아지고 말았다.

그렇게 포기한 BJ들 중에 내 게스트 초대석에 나왔던 남학생 ‘인왕킹’도 있었다고 했는데……

애초에 그걸 노리고 초대석을 신청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어린 학생이 도전할 만한 분야는 아닌데.

곁다리라면 몰라도, 상담을 메인 컨텐츠로 삼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분, 많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올림픽대로가 너무 막혀서요.”

「아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아무튼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해보죠. 다음 사연은, 이거죠? 두 분은 일단 마이크 체크부터 해주세요. 자, klp005님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꼰마님. 저는 겨울이 제일 좋습니다. 몸을 꽁꽁 싸매고 있을 수 있어서요. 다른 때는 냄새 때문에 죽겠거든요.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체질입니다. 데오드란트 떡칠하고 향수 뿌려도 별로 소용이 없어요. 친구들이 향수 때문에 더 역겹대요. 요즘은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워요. 봄 돼서 점점 옷 얇아지는데 어떡해야 되나 벌써 고민이네요……. 여기에 관련된 노래가 있을까요?”

“그럼요, 물론이죠.”

“이거 맞죠? 오키오키. 저희 준비하고 있을게요.”

이호정과 정보람이 소곤소곤 준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klp005의 사연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떤 해결책도 없어 보이는 무거운 고민을.

한국인은 드물게 암내가 약한 인종이다.

마늘의 잦은 섭취로 구취 등의 체취가 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건 같은 문화권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

더군다나 외국인과의 결혼을 배타적으로 바라보기에 체취의 유사성이 타국보다 훨씬 크다.

그렇다보니 일부 액취증 보유자나 체취가 독특한 이들이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많았다.

냄새가 심한 인종들은 차라리 역치까지 높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예민하게 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들은 “좀 씻어라”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모욕감을 줄 만한 발언들을 하곤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세계인이 다르지 않다.

암내를 줄이는 데오드란트는 세계적 히트상품.

영화 <기생충>에 나온 “냄새가 선을 넘어”라는 대사에는, 대표적 문화시민들인 영화인들조차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그만큼 뿌리 깊고 무거운 고민이었다.

그 앞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자주 씻으라고 할까, 수술을 받으라고 할까, 조금 다른 것에 불과하니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위 보지 말라고 할까.

날 모방한 BJ들이 그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 상담 컨텐츠를 포기하게 됐겠지.

당연한 일이다.

사연을 올릴 정도로 심각한 고민인데, 고작 그 정도 대책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스스로도 충분히 떠올릴 만한 말은 상담의 가치가 없다.

상담사라면 그 이면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 심리학과 학부 수업이 도움이 됐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사례를 제시할 수 있게 해줬기에.

“영국의 연구 중에…… 일단 나라 이름에서 신뢰도가 상당히 하락하긴 하지만, 신뢰할 만한 연구를 하나 본 적이 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젖은 티셔츠들을 만지게 한 뒤에 손을 씻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아주 인상적인 결과가 나왔대요. 자기 학교 티셔츠를 만진 집단보다 경쟁 대학의 티셔츠를 만진 집단이 훨씬 더 비누를 많이 썼다고 해요. 여기서 알 수 있는 냄새의 심리학은 간단합니다. 같은 냄새라도 동료의 냄새라면 훨씬 덜 역겹게 느낀다는 겁니다.”

「올 ㅋㅋ」

「왜지 신기하네」

“신기한 일이죠. 이 세상에는 신기한 일이 참 많습니다. 부모들은 아이의 것이라면 똥냄새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죠. 예, 물론 그건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자기 아이라고 해서 똥냄새가 향기롭기까지 한 건 아니겠지요. 다만 이런 관점에서 005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심리는 분명히 후각의 해석에 영향을 미칩니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이라면, 냄새 때문에 싫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klp005 : 그럼 친구들이 저 미워하나ㅠㅠ」

「klp005 : 저 잘못살았을까요ㅠㅠ」

거기까지 가면 고민만 더해주는 일일 것이고.

이제는 마음의 짐을 완화시켜줄 차례다.

“인간은 그렇습니다. 두려워서 꽁꽁 싸맨 사람을 내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요. 그리고 심리는 역으로 체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즐거워하는 사람의 냄새와 공포에 질린 사람의 냄새가 다른 반응을 이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그러니,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병원에서 수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라고 확인해줬고, 또 충분히 자주 씻고 계신다면, 향수 따위는 뿌리지 마세요. 당당하게 자기 체취를 긍정하세요. 그렇게 하면 오히려 좀 더 좋은 체취가 몸을 감쌀 겁니다. 그 자신감에 반한 친구들이 지금보다 더 005님을 좋아하게 될 것이고요. 자신을 믿으세요.”

「klp005 : 와..그런가요..」

“그럼요. 그런 의미에서, 노래 한 곡 부탁드려도 될까요?”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보람 hey!”

“사람냄새가 나서 니가 너무 좋아져. 어설픈 외모가 왠지 더 끌려 난. 우물쭈물하다가 너를 놓칠까봐 난 미칠 것만 같아.”

「klp005 : 앜ㅋㅋㅋㅋㅋㅋㅋ」

“진흙탕을 달리는 마차처럼 막 살아. 왠지 거칠어 보이지만 막상 뜯어보면 상처 많은 남자. 공장 굴뚝의 연기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지 혼자. 땀내 나게 일해 쌀과 돈은 넘쳐났지만, 함께 나누고픈 사랑을 못 찾았지 난.”

[klp005님 별사탕 100개. 아 힐링되네여 크크. 고맙습니다 꼰마님. 호정님 보람님 예쁜 노래 고맙습니다 크크.]

이런 내 상담이 큰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본인의 기분이 조금 나아지긴 한 것 같지만……

아무리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라도, 유전적으로 이질감이 큰 체취라면 분명 불편한 시선이 따를 텐데.

양방향 4D 환경이 아니기에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만, 그날 정보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첫 게스트 방송을 마치고 정리회의까지 한 뒤였다.

“아, 맞다. 아까 생각한 건데, 아저씨한테서 사람냄새 나요.”

“사람냄새? 음, 혹시 노인냄새 같은 거?”

“아니, 그런 거 말고요. 아저씨 체취 같은 건 전혀 안 나는데, 이상하게 옆에 있으면 향기가 나는 것 같아. 그게 되게 편하고 좋아요. 내 몸에 묻히고 싶은 냄새! 그래서 크루 꼭 하고 싶었어요. 창립단원 돼서 진짜 행복해. 아저씨, 나 진짜 열심히 할게요. 결혼하고 나서도 진짜 죽어라 할 거야. 고마워요. 나 결혼하면 시청자 엄청 빠질 거 알고…… 그때 힘들지 말라고 제일 먼저 크루로 넣어준 거잖아요?”

“음. 그건 전혀 생각 안 했는데.”

“진짜? 어, 다른 언니들 보면 결혼하고 거의 반 빠지던데?”

“빠질 사람은 빠져야지. 그래도 많잖아.”

“아니…… 그래도…… 진짜 그거 때문에 먼저 해준 거 아니에요? 저 솔직히 크루 받아준 것도 의외였는데.”

“거짓말로 은인이 된다면 남는 장사겠지만, 정말 신경 못 썼다. 혹시 실망했니?”

“……실망했겠어요? 아, 진짜. 아저씨는 진짜 이상해. 대수 오빠! 오빠가 좀 말씀드리지 그랬어요?”

“엥? 왜 나한테 그래? 우리 형님 내 말 귓등으로도 안 들으신다. 너 빼자고 했으면 이렇게 보셨을걸? 업신업신.”

‘업신여기는 박대민’을 연기하는 진대수가 웃음을 부른다.

정보람이 팔뚝을 때려대서 곧 도망치더라.

그 모습을 보다가, 이호정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희찬이가, 꼰마님한테 감사하다고 말씀 전해달랬어요.”

“보람찬 후원자님? 후원금으로 충분히 받았어요. 예식 준비로 정신없을 텐데 그만 좀 후원하라고 전해줘요.”

“하하. 지금 보람이 데리러 왔대요. 혹시 잠깐 보실래요?”

보컬 트레이너 신희찬은, 내 손을 잡고 한참 흔들었다.

그러면서 고맙다고 존경한다고 몇 차례고 외쳐댔다.

무척이나 민망한 그림이었다.

5분쯤 그러고 있던 예비부부가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떠나간 뒤, 이호정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쟤네들 주례 서주기로 하셨다면서요?”

“음, 그랬지요. 격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격에 맞죠. 두 사람 인생 맞닿게 해주신 분인데. 크루 대장님께서 주례를 맡아주시면,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혹시 크루 안에서 우결 찍으면 안 되는 규정은 없죠? 저 진결 생각도 하고 있어요. 꼰마님이 선택하신 BJ들이니까, 믿고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내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지요. 그런 에피소드가 있다면 크루의 화제성에 도움이 될 테니. 하지만 힘들지 않겠어요? 아이돌 출신이라, 불편한 시선도 있을 텐데.”

“전 괜찮아요. 크루가 잘되는 게 최고죠. 정말로요.”

다양한 마음들이 내 크루를 휘감는다.

그 동료들을 보내고, 나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느 누구도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절대적인 향수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