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79화 (79/200)

# 79

29장 - 상담사와 공통점 (3)

[운이 좋다고 해야 될지 나쁘다고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원식아.”

[아…… 어. 그렇지.]

심히 어색한 민원식이 조금 귀엽게 느껴진다.

팀장과 직원으로 지내다가 친구가 되자고 한 지 겨우 이틀째니, 어쩔 수 없는 일.

장난을 치기보단 본론에 집중하기로 했다.

“VR상담 출연하기 직전에 열애설이 떠버린 상황이라. 안쓰러운걸. 그런데 출연 취소 요청은 안 했다고?”

[어, 그래.]

“우리 쪽에선 그 덕분에 미디어의 관심을 꽤 받을 수 있겠지만, 그 배우 입장에선 이래저래 걱정도 될 텐데.”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기자회견 대신으로.]

VR상담의 세 번째 내담자는, 배우 김소란.

예명과는 달리 차분한 외모의 중견 연기자다.

미모로 제법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표작은 없는 입장이라, 무리 없이 출연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던 그녀가 어젯밤 열애설에 휩싸였다.

심지어 그 상대가 제법 이름이 알려진 운동선수였다.

덕분에 실검에도 오르며 인지도가 증폭되는 중.

프리VR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한 호재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 본인은 정말 괜찮은 걸까.

기자회견 이상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테니 아주 최악의 방식은 아니겠지만, 그 며칠 사이에 이런저런 말들이 돌 수도 있을 텐데.

“아무래도 갑자기 캔슬될 경우도 대비해야 할 것 같아.”

[맞아. 그래서 다음 출연자랑도 연락해서 조율 중이다.]

“그래. 출연한다고 하면 결국 열애설 관련한 얘기가 주를 이루게 될 것 같은데, 그 부분도 고지를 해줘야 할 것 같고.”

[그렇지. 그렇게 두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어. 박 부…… 대민이 너도 대비해주라. 휴일인데 귀찮게 해서 미안하고.]

“미안은. 어린이날인데 뭐 할 거야? 재하랑 어디 가나?”

[안 되지. 그 열애설 때문에 정신없다.]

“주제 넘는 말이긴 한데, 목적과 수단을 도치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네. 딸을 위해 일하는 건데 그 딸을 도외시하면 되나. 내 팀…… 너희 팀, 일 잘한다. CM(Crisis Management)은 처녀총각들한테 부탁해. 아빠는 집에 가야지.”

[……쓸데없는 참견은. 재하가 뭐 앤가. 그러는 너는?]

“에버랜드 가기로 했어.”

[참 좋은 아빠구만. 흠. 즐거운 시간 보내라. 끊는다.]

솔직히 말해서, 참 좋은 아빠까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놀이공원에 가는 게 우리 가족만이 아닌 까닭.

버스를 대절해 종위보육원의 중고등학생 16인을 전부 데려가기로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딸아이의 반응이 미묘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약간 분한 투였지.

“정말 괜찮을까? 괜한 짓 한 건 아닌지 모르겠어.”

“그 소릴 몇 번 하니? 괜찮다고 했잖아.”

아내는 내 기우(杞憂)가 영 탐탁찮은 듯했다.

우당탕 소리가 들리는 딸애 방을 일별하며 일침을 놓는다.

“당신, 당당하게 행동해. 이런 문제는 그래야 돼. 지수 입장에서 어린이날에 면식도 없는 애들 데리고 놀이공원 간다는 게 불쾌한 건 당연한 거야. 그렇지만 그 당연함이 정당함은 아니잖아. 이제 사리분별 할 수 있는 나이야. 언제까지 자기만 생각하는 꼬마로 놔둘 거야? 당신이 지난번에 지수랑 같이 콘서트장 가줬지? 그러면 이번엔 지수가 당신 위해서 모르는 애들이랑 어울려주기도 해야 되는 거야.”

“음…… 그렇게 말하면 너무 거래 같은데.”

“어떤 부분에선 그래야지. 사회 나가면 인간관계 다 거래 되는 건데, 부모랑도 그런 연습을 해야지. 그리고 솔직히 지수한테 굉장히 도움 될 일이라고 봐. 당신 방송에서 사연으로는 이런저런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직접 만나보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일 테니까. 오늘 일로 더 좋은 애가 될 거야.”

아내가 합동 나들이를 받아들인 게 바로 그런 까닭이었다.

보육원 애들에게 즐거운 기억도 안겨줄 겸, 딸에게 새로운 인식의 지평도 열어줄 겸.

그중 후자의 이유가 좀 더 컸으리라.

그게 아니라면 내 등짝을 한두 번 정도는 때렸을 테니.

솔직히 내가 미안한 부분이 그 지점이었다.

내 경우엔 전자 쪽의 이유가 더 크다.

딸이 상처를 받진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 혹시 보육원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하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가 먼저 들었다.

아빠로서 자괴감이 드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옷을 챙겨 입고 나온 딸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꽤나 흥분한 눈치.

차 뒷좌석에 탈 때까지 콧노래를 멈추지 않더라.

“응 흥흥. 사파리! 사파리!”

“사파리월드부터 가보고 싶어?”

“응!”

“그래, 그러자. 로스트밸리, 사파리월드, 그렇게 쭉 보자.”

“그 담엔 아마존!”

“그래. 아마존 익스프레스도 재밌지.”

“아빠도 타봤어?”

“94년도에 막 개장했을 때 타봤지. 그때는 설비 문제로 우비 입고 타야 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대.”

“아하! 근데 사람 많을라나? 기다리는 거 싫은데.”

흔히들 어린이날 에버랜드를 ‘대국민 눈치게임’이라고 한다.

인파가 몰릴 거라 생각하면 의외로 한산하고, 한산할 것을 기대하고 가면 5만 명 이상이 몰려 사람에 치인다는 것.

다만 올해는 2015년처럼 승리를 자신해도 될 것 같다.

노동절인 5월 1일 금요일부터 시작된 징검다리 연휴가 끝나는 날이라서, 다수의 가정이 미리 즐기고 갔을 테니까.

“괜찮을 거야. 사람 많아도 잘 골라서 타면 대기시간이 한 시간을 넘기진 않는대. 요즘은 탈 게 워낙 많으니까.”

“어. 에버파워 충전해서 타도 돼.”

“그래. 혹시 안 되면 아빠가 포토패키지로 사줄게.”

“당신! 그런 상술에 넘어가고 그러면 돼? 그건 안 돼.”

“어, 그렇지.”

“아, 엄마 짜증나.”

“지수야. 엄마한테 짜증난다고 하면 돼, 안 돼?”

“아 진짜 뭐래. 아빠 공처가야?”

“너희 아빠는 애처가지. 근데 공처가란 말도 알아? 예뻐라.”

“……다 미워 진짜.”

입술을 삐죽거리던 딸은, 이내 폰을 보기 시작했다.

에버랜드 간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모양.

그 대상 중에 먼저 다녀온 친구들이 있었는지, 이내 고개를 들고 이런저런 관람 루트 단축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놀이공원이란 문화 덕에 어지간한 짜증 정도는 극복하게 된 듯했다.

그 지점에서, 장애인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딸과 같은 문화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

입장은 가능해도 탑승은 불가능한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2019년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그 문제가 불거졌다.

청각장애인은 심장발작의 위험이 있어 이용할 수 없다는 설명 속에, 익스트림 어트랙션의 탑승거부가 발생한 것.

심지어 건장한 성인인데도 보호자 없이는 탑승할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기준까지 나왔다고 했다.

해서 사회단체가 관련 사례를 모아 인권위에 제소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올해는 장애인들도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남들과는 다른 기준의 벽에 부딪쳐 있을까.

그런 케이스를 보면, 차별이란 것이 참 다양하다 싶다.

종위보육원 아이들은 오히려 놀이공원 경험이 없지 않았다.

요즘은 학교 소풍으로도 가는 곳인 까닭.

지자체에서 현장체험학습비를 지원해주기에, 아이들 전부가 한 번쯤은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를 즐겨봤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제도적인 차원에서 차별을 줄여가고 있다.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대승적 관점 위에서.

미진한 것은 개개인의 인식 쪽이다.

책임소재나 추가비용을 기피해 특정 계층을 차별하면서도, 그것을 차별이라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업자가 아직도 많다.

그들이 내 타겟이다.

NBSC의 힘으로 문화 향유의 장벽에 맞서야 한다.

진갑수를 움직여서 인방의 접근성을 제고한 것처럼.

다만 보육원 아이들의 경우……

단지 문화만으로 끝낼 수는 없는 케이스였다.

현장체험학습이 아니면 가볼 수 없는 곳일 테니.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에 입장하는 경험만큼은, 아마도 오랫동안 가지지 못할 아이들이었다.

그 작은 기억을 전해주고 싶었다.

친구들이 어린이날에 뭐 했냐고 물어볼 때 에버랜드 갔다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당당함을 주고 싶었다.

대한민국의 절대다수의 아동들이 경험하는 공통점을.

진짜 아빠는 아니지만, 아빠 비슷하게 행세하는 아저씨에게 솜사탕이나 머리띠 사달라고 조를 수 있는, 그런 추억을.

내 아이의 추억에 작은 오점을 남겨서라도.

그랬는데……

참 묘한 일이지.

보육원 건물 앞에서 언니 오빠들을 만난 박지수는, 나와 아내의 뒤에 숨어 쭈뼛거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나 박지순데.”

“와, 꼰순이다…….”

“아 뭐래. 꼰순이 아닌데요.”

“반가워 맨!”

“걸이거든요? 아빠 차 자리 남는데 누구 안 타요?”

“음. 수아야, 아저씨 차 같이 탈래?”

“……넹. 하이, 꼰순이.”

“아, 꼰순이 아니거든요?”

민원식과 나만큼 어색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내와 생활지도원들이 인사 나눌 때도 끼어들어 떠들더라.

그래서 그런지, 배웅하러 나온 신형준 원장의 만면에 흐뭇한 미소가 가득 찼다.

“따님이 참 예뻐요.”

“아, 예.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를 닮았나봐. 자기도 불편할 텐데, 어쩜 저렇게…….”

“음. 아마 언니오빠들이 많아서 좀 신이 난 모양이에요. 외동으로 외롭게 자란 아이라서요.”

“그게 아니에요, 박 선생님. 나도 우리 때 드문 외동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독지가셔서 자주 나 데리고 고아원에 가고 그랬고요. 난 그게 그렇게 싫더라고. 어린이날 다른 친구들과 같이 노는 건 특히요. 그래서 트러블도 만들고 그랬지. 참 기특해요. 어쩌면 저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는지…….”

트러블을 만드는 게 당연한데.

중1쯤 되는 나이엔, 자기 세계를 침범당하는 것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불화를 중재하고자 이런저런 상황에 대비했다.

그게 무의미해진 상황이 참 못내 기뻤다.

“언니 몇 학년이에요?”

“나, 고3.”

“진짜? 동안이다.”

“어…… 너도.”

“난 아닌데. 나 보면 고딩인 줄 알던데.”

“진짜?”

“네. 고딩 오빠들이 번호 따고 그랬어요.”

“뭐? 지수 너, 번호 주고 그러진 않았지?”

“아 뭐래. 아빤 끼어들지 말지?”

이수아는 그 묘한 구도에 퍽 기뻐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용인에 접어들 무렵에는 날 따돌리는 대화를 즐기게 됐다.

“남자들은 현타 이런 말 하면 막 웃더라.”

“아 진짜. 막 지들끼리 키키 그러던데.”

“이상해. TV에서도 나오는 말인데.”

“그니까요. 아빠 엄근진 하는 거 봐봐.”

“응. 눈썹 일자 됐어.”

“어흠. 얘들아. 그 단어는 있잖아-”

“아 넹.”

“어흠.”

“꼰순이는 그럼 남친 있어?”

“나 지금 없는데. 전남친 만나다가 현타 왔잖어.”

그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하하호호 해버리는 것이다.

아내가 종종 키득거리며 내 오른손을 쥐었다.

“여자애들끼리 얘기 나누게 둬.”

“음…… 그래.”

“왜, 기분이 묘해?”

“조금…… 그러네.”

“고딩 언니랑은 잘 얘기도 못 할 줄 알았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

“지수 애기 아니야. 이제 진짜 다 컸어.”

실제로, 내 딸은 고3인 이수아와 몸집이 비슷하다.

나도 아내도 키가 작은 편은 아닌 까닭.

모델 수준은 아니어도 꽤 장신으로 자랄 듯했다.

이수아는 지금의 키로 평생을 살게 되겠지만.

그렇게 두 아이는 쌍둥이 자매처럼 한참을 떠들었다.

점심나절이 되어 주차장에 내렸을 때는, 둘이서 손을 잡고 버스 쪽으로 뛰어갔다.

“빨리 내려라아아!”

“빨리 내려라아!”

“오늘 갈 데 많아요, 빨리 빨리!”

“빨리 빨리!”

“헤헤. 언니 내 말 따라해?”

“응…… 아닌데?”

“아 선생님,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전혀 다른 성장환경 속에 자라나, 몸집만 비슷한 소녀들.

그들이 엄마아빠와 생활지도원들을 제치고 앞장서서 인파를 파고든다.

보육원 아이들 역시 자기들 중 최연장자를 구워삶은 중1 소녀에게 꽤 우호적이어서, 이내 어른들만 뒤쳐지게 됐다.

아내의 손을 잡고 아이들의 뒤를 따른다.

그 기분이 참 뭐랄까……

왠지 울상을 짓게 되고 말았다.

“정말, 많이 컸네.”

“그렇다니까. 당신 앞에서만 애기인 척하는 거야.”

“그래서 당신은 걱정하지 않았던 거구나.”

“그냥 뭐, 집에 가면 난리 칠 것 같긴 해. 애들 머리띠 하나씩 사준 거 가지고 분명히 뭐라고 한다. 당신, 또 괜히 미안해가지고 잘못했다고 그러지 마. 당당하게 말해. 아빠한텐 너나 다른 애들이나 똑같다고. 편애는 안 할 거라고.”

“그래도 친아빠인데, 편애를 안 하면 되나…….”

“말로는 그렇게 하라는 거야. 마음은 마음으로 전달해야지. 당신, 할 만큼 하고 있어. 지수가 요즘 얼마나 밝아졌는지 알아? 예전엔 솔직히…… 좀 그랬는데, 이젠 달라. 당신 방송 하이라이트 몇 번씩 돌려보는데. 몇 년 있으면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다고 그럴 거야. 내가 딱 그랬었거든.”

“장인어른하고 더 사이가 좋았어?”

“그랬어. 되게 이상적인 남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래서 눈이 너무 높아졌지 뭐야? 당신 말고 다른 남자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우리 남편은 참 운도 좋지.”

말하고서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린 아내는, 이내 딸애의 성화에 걸음을 빨리 했다.

지수는 이제 유진호와 어울리는 중.

안 어울리게 귀여운 머리띠 찼다고 아주 대차게 놀리는데, 연상의 소년이 오히려 볼을 붉히며 쭈뼛거렸다.

첫사랑에 빠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저 아이가 내 딸이다.

집에서는 투덜대기만 하면서도, 따돌림 당하는 아이의 곁에 서주고, 어긋날 뻔한 어린이날을 자기 힘으로 완성시키는.

박지수는 그런 아이였다.

“꼰순이, 예뻐요.”

뒤쪽에서 옷소매를 잡는 목소리.

이수아가 복잡한 눈빛으로 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 닮았어.”

“그래……? 날 닮았나?”

“넹. 좋겠다. 나도 아저씨 같은 아빠 있었으면 좋았을걸.”

그리고 이 아이는, 내 딸이 아니다.

딸보다 먼저 염려하지만, 그 아이만큼 사랑하지는 못한다.

그게 상담사 박대민의 한계.

나 역시 ‘나’라는 범주 속에 틀어박힌 이기적 유전자였다.

“……수아야. 다음 생에는 아저씨 딸 해라. 꼭.”

“히히. 뭐야, 도를 아십니까 이런 거예요?”

“도는 모르지만, 솜사탕 좋아하니?”

“응? 넹.”

“그래? 다행이다. 수아랑 공통점 하나 찾았네. 아저씨도 그거 좋아하는데, 지수는 안 좋아하더라고. 우리끼리 먹자.”

“……넹. 솜사탕, 맛있어.”

사실은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단 걸 싫어하는 딸 입맛의 출처를 알 법하지.

그렇지만, 수아와 솜사탕 입에 물고 마주보는 게 참 좋았다.

“아 뭐야! 그거 뭐야, 왜 둘이만 먹어!”

“지수 넌 솜사탕 싫어하잖아? 대신 이따 밥 두 그릇 먹어.”

“아…… 음…… 뭐 그래. 둘이 치사하게 많이 먹어라.”

머리띠보다도 더 큰 불평거리를 제공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실이 더는 걱정스럽지 않았다.

박지수는, 내 딸이니까.

다른 누구보다도 나와 공통점이 많은 아이니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어린이날이,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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