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
29장 - 상담사와 공통점 (1)
[동시자막 시스템? 또 별 쓸데없는 걸…….]
진갑수 대표는 혀를 차듯이 말했다.
하지만 거기에 불쾌함을 느낄 건 없었다.
원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니.
「 내담자 명 : 진갑수
평가 결과 : 영리하고 신중하고 폭급하다. ‘대민이’에게 애정을 품고 있다. 」
원래 ‘애증’이었던 것이, 지난번 만남 이후 ‘애정’으로 바뀌었다.
어지간한 요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터.
게다가 이번 제안은 당위성도 충분하다.
“해외시장을 생각하셔야죠. 언어의 차이로 인해 놓치고 있는 고객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게임방송은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큰 파이를 갖고 있습니다. 전 현직 프로게이머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인프라인데, 그걸 쓸데없다 하시면 어떡합니까?”
[……해외시장 진출이 어디 쉽나.]
“한국시장 장악은 어디 쉬운 일이었습니까? 그걸 해낸 노하우가 있습니다. 프리TV는 충분히 해외에도 먹힙니다. 유튜브와 트위치에 못 미치는 몇 가지 인터페이스만 보완하면 됩니다. 그 흔한 자막 기능이 없어서 메모장 켜가며 이것저것 적는 BJ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진화해야죠. 그래야 해외 유명 스트리머들까지 끌어들여 경쟁구도를 전환할 수 있습니다.”
[아, 알았어.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누가 전 미래기획팀장 아니랄까봐 잔소리가 아주…….]
사실 이쪽은 반드시 필요한 업데이트는 아니다.
외부 자막 어플리케이션도 많이 출시돼 있으니.
하지만 다음 제안은 플랫폼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추가로 사운드 개별화 인터페이스가 필요합니다. 채널별로 온오프와 볼륨 조절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주십시오.”
[뭐? 그건 왜? 송출자가 조절하면 될 일이잖냐?]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선별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사운드 이퀄라이저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예를 들면 게임방송에서 전자녀 소리를 줄이고 싶을 수도 있지요. 아니면 음악방송 BJ의 목소리에 집중하고자 반주 채널을 음소거하고 싶을 수도 있고요. 만들어서 나쁠 건 없는 기능입니다.”
[……야, 내가 널 모르냐? 진짜 이유가 뭐야?]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눈치가 느셨네요. 나레이션 해설을 넣고 싶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방송 내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 참나. 그럼 동시자막도?]
“예. 청각장애인들에게 방송 내용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야, 대민아. 늘 했던 말이지만, 그게 무슨 가치가 있냐? 그 장애인들 숫자로 따져봐야 10만이나 더 되냐? 극소수에 불과하잖아. 시스템 다 구현해놓고 사람 붙여서 동시자막에 나레이션까지 구현한다고 해봤자, 고작 천 명이나 유치할 수 있을까 말까다. 그런 짓을 대체 왜 하려고 그래?]
“늘 했던 대답이지만, 프리월드의 창립이념이니까요. 현실에서 단절되어 있는 사람들을 인터넷 세상에서 서로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일. 그것만큼 멋진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미래기획팀장과 결정권자로서 늘 하던 대화다.
10년 동안 이런 대화를 몇 차례나 나누었을까.
하지만 긍정적인 결론이 도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진갑수는 나로 인해 회사 내에서 몰려 있었고, 당시 내 ‘화술’은 60에 불과했기에.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100의 ‘화술’을 가진 NBSC의 상담사.
그리고 더 이상 프리월드의 독불장군 실세 부장이 아니다.
“부탁드립니다. 프리VR 건으로 다들 정신없겠지만, 잘 설명해주신다면 직원들도 꽤 좋아할 겁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개인으로 따지자면 극소수여도, 지인이나 가족 중에 장애인 한 명 없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 테니까요.”
[흠…… 그래, 민 차장은 좋아할 것 같네.]
“민 팀장이요?”
[그래. 딸이 시각장애가 있다고 하던데.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무슨…… 배터리 달린 보조기기를 쓴댔나.]
“아, 압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말하던 도중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심리학과 19학번 중 한 명이, 준맹인인 까닭에 배터리와 연결된 보조기기를 착용해 수업을 듣고 있다.
그 학생의 이름이 민재하.
그리고 날 회사에서 몰아낸 민원식 차장은, 내가 서울대 심리학과 수업을 듣는다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설마 그런 우연이 있을까 싶긴 한데.
전화를 끊고 교실로 돌아와 앞자리의 민재하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딘지 민원식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형님 형님, 과제 다 하셨어요? 이번 거 너무 헷갈리던데.”
마침 빨간 머리 장준범이 곁으로 다가왔다.
과거 ‘설심19 백두산 가즈아’로 네임드가 된 준범장.
가끔 좀 과하게 귀찮게 굴긴 하지만, 그런 만큼 아는 것도 많은 녀석이었다.
“준범아. 혹시 민재하 학생하고 친하니?”
“아, 당연하죠 형님. 제가 뻔대…… 학번 대표 아닙니까.”
“그래. 저 친구 아버지가 어떤 일 하시는지 알아?”
“예? 어…… 아마 IT 쪽 일 하신다고 했을걸요?”
거기까지 들으니 충분했다.
민재하는 민원식의 딸.
그리고 그 아이의 장애는, 아마도 민원식의 근원이었으리라.
그가 전공했다는 VR은 AR과 공통분모가 크다.
Virtual Reality가 시청각을 활용해 가상현실을 추구한다면, Augmented Reality는 현실을 기반으로 정보를 보태는 것.
그 활용성은 특히 시각장애인들에게 유용했다.
카메라 화상의 조절을 통해 시각정보를 재구성하거나, 화상의 정보를 토대로 음성정보를 더해주는 방식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이 VR 기기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미국의 eSight는 자체 AR기기를 상용화한 지 오래됐고.
다만 기술적인 한계와 배터리 문제 등으로 인해, 양쪽 모두 완전히 정상인과 동일한 생활을 제공해주지는 못했다.
민재하가 사용하는 기기가 바로 그 eSight의 3세대였다.
모르긴 몰라도 1000만원은 훌쩍 넘길 고가품.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중등도 장애인들을 위한 물건이다.
그러나 과한 무게와 눈을 가리는 디자인의 한계로, 그 기기에 더해 지팡이를 꼭 휴대하는 것이 민재하의 현실이었다.
아마도 그게 민원식이 극복하려는 세상이리라.
동갑내기 미래기획팀장을 몰아내고 하루빨리 차세대 VR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하려던 그의 야망이, 재해석된다.
딸에게 편한 세계를 안겨주기 위해서였다면.
소프트웨어 쪽으로만 집중해온 프리월드가 하드웨어 사업에도 뛰어들게 만들고자, 대표에게 알랑방귀를 뀌어 프리VR 사업을 자기 실적으로 만들려고 했던 거라면……
생각하다가,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그게 부모라는 족속이지.
누구보다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존재.
그 자신은 어떤 욕을 먹든 내 아이에게만은 행복한 세상을 안겨주고 싶은 그 마음을, 도저히 비난할 수가 없었다.
“근데 재하는 왜요? 아, 그저께 장애인 얘기 나와서?”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헤헤. 형님은 진짜 좋은 분 같아요. 항상 남 생각만 하시는 것 같아. 이러니까 한 달 만에 3만따리 찍으시는 건가? 재하도 인방은 안 보는데 VR상담은 봤대요. 그게 저시력자용으로 이런저런 기능 들어가 있잖아요? 그래서 볼 수 있나봐요.”
그런 기능들이 추가돼 있었지.
사실 나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다.
가족친지 중 장애인 한 명이 없는 입장인 까닭에.
미래기획팀장이라는 직책에는, 과연 나보다 민원식 쪽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다행이네. 나 없이도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으어…… 아니 그런 얘긴 아니고요…… 암튼! 재하가 형님 VR 보고 되게 좋았나봐요. 완전 팬 됐대요. 형님한테는 그런 얘기 안 했죠? 애가 약간 수줍어가지고 그래요. 형님 주변은 맨날 북적북적해서 불편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 민원식이 피하라고 시켰으리라.
자기가 몰아낸 전 팀장이니까.
딸에게 해코지를 할까 걱정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모르는 게 서로 편할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날 하굣길에 다시 민재하와 마주쳤다.
시각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수월한 도시가 아닌 까닭에, 삼거리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는 아이.
그간 몇 번이나 지나쳤던 모습이다.
차를 몰고 등하교하는 나로선 태워줄까 하는 마음이 안 들 수 없었지만, 과한 친절이 무례가 될까 다가가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조금 달라졌다.
“민재하 학생.”
창문을 열고 목소리를 내니 화들짝 놀란다.
움찔움찔하며 안경을 고쳐 쓰는 모습.
“아, 안녕하세요.”
“탈래요? 데려다줄게요.”
“괘, 괜찮습니다.”
“민 팀장님이 아버지 맞지요?”
“어, 어…….”
“타요. 괜찮아요.”
민재하는 아주 느린 속도로 조수석에 올랐다.
그 뒤에도 어쩔 줄 모르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긴장한 스무 살 아가씨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아빠 회사 옛날 상사라서 불편하죠?”
“아, 아니요…….”
“난 불편했는데. 선친이……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밭농사를 지으셨는데, 어떤 작물은 거래처에서 차를 몰고 받으러 오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그렇게 불편하더라고. 나이도 어린 녀석들이 시세가 어떠니 상태가 어떠니……. 걱정하지 말아요. 나 민 팀장 좋아합니다. 같이 일할 땐 몰랐는데, 그만두고 보니 우리가 공통점이 많더라고.”
“어…….”
“예쁜 딸 둔 아빠들끼린 통하는 게 있는 거예요.”
“아, 히히. 꼰순이 예뻐요.”
“어? 내 딸 사진 봤어요? 그 녀석 요즘 너무 유명해졌어.”
“완전 연예인…….”
“에이. 그건 아니죠.”
“인플루언서…….”
“흠. 그쪽으로 꿈은 있던데. 될 것 같아요?”
“네! 예뻐서, 잘할 것 같은데.”
지인의 딸에게서 내 딸 칭찬을 듣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입꼬리가 광대까지 오르고 말았다.
이걸 소위 ‘진실의 입꼬리’라 하던가.
“나도 민 팀장한테 얘기해줘야 되겠네. 따님이 이렇게 예쁘고 똑똑한 학생일 줄 몰랐다고.”
“아, 아닌데…….”
“이쪽으로 나가면 되죠? 민 팀장 집이 어디더라.”
“저, 강남에…….”
강남의 아파트 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민원식을 만났다.
운전석의 날 보곤 표정이 복잡해지더라.
차에서 내려 가볍게 목례해 보였다.
“민 팀장, 잘 지냈습니까.”
“예, 뭐…… 예. 재하가 왜……?”
“하교하던 중에 택시 기다리는 걸 봐서요. 식사 했습니까?”
“아니…… 이제 딸애랑 먹으려고 했죠.”
“나도 한 끼 얻어먹어도 괜찮겠습니까?”
무척 당황한 와중에도, 민원식은 의연하려 애썼다.
그 모습이 참 아빠다웠다.
딸 앞에서 작은 미흡함도 보여주지 않으려는 태도.
세상 아빠들의 귀감이라고 말해도 큰 과장은 아닐 듯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민원식의 집에 들어갔다.
20평형 정도의 썩 크지 않은 아파트.
그 안의 모든 것들이 저시력자를 위해 구성되어 있었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 적절하려나.
떨어져 깨질 수 있는 장식품은 작은 것조차 없다.
돌출형은 찾아볼 수 없는 가구들마다 안전가드가 부착되어 있고, 테이블은 수납식에, 문턱에는 매트가 놓여 있었다.
그 외의 공간은 그저 허허벌판이다.
“음…… 둘러보지 말고 앉으시죠.”
“아, 미안합니다. 이런 아빠였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과보호라고 핀잔주려던 건 아니고요?”
“전혀요. 집에서라도 위험 없이 지내야지요.”
“흠…… 재하, 얼른 앉아. 불편할 텐데 그거 벗고.”
“네에…….”
eSight를 벗은 민재하의 얼굴을 처음 봤다.
눈이 아빠와 판박이더라.
쌍꺼풀이 진하고 큰, 참 예쁜 눈.
스치는 관계라면 결코 발견하지 못할 눈이었다.
“민 팀장은, 하드웨어 쪽으로도 관심이 있었지요?”
“그랬죠.”
“내가 반대론자였지요. 회사 사정상 하드웨어는 무리수가 될 수 있으니, 당장은 웹상의 소프트웨어에 집중하자고 했던.”
“그러셨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별 소릴 다. 이젠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야 이제는 상관없어졌다.
신임 미래기획팀장이자 회사의 실세가 된 민원식은, 그 정치력을 십분 활용해 하드웨어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딸에게 적합한 안경형 AR기기를 만들기 위해.
눈을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기기를 내장형 배터리로 하루 종일 작동시키는 것이, 그의 최종목표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미안합니다. 동료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어요.”
“뭐, 부하직원들 챙기기도 바쁘셨을 테니까. 나 같은 굴러온 돌까지 돌볼 여력이 있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재하 학생. 아버지가 처음 회사 들어오셨을 때 트러블이 참 많았어요. 하드웨어 쪽으로 신규 팀을 만들겠다는 공고를 보고 들어왔던 건데, 그게 엎어지게 됐거든. 이 팀 저 팀 찾아다니면서 얼마나 들이받고 다니던지 참.”
“아…….”
“그런 얘긴 왜 합니까?”
“그땐 왜 저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참 멋있어. 재하 학생은 좋겠네요. 저렇게 멋있는 아빠도 있고.”
“아, 히히.”
“거 좀…… 흠. 이거나 도와요. 여기, 소분 좀.”
민원식도 그랬겠지만, 내 기분 쪽도 참 복잡했다.
저토록 순수한 악인이 또 있을까.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박힌 돌 빼내려고 정치질을 한 못된 인간이었지만, 그 딸에겐 세상을 안겨주려는 영웅이었다.
그를 미워만 했다면 나중에 얼마나 큰 후회가 됐을까……
“저기, 있잖아요, 꼰마님?”
“넌 꼰마님이 뭐야? 제대로 불러야지.”
“그래요, 재하 학생. 아저씨라고 불러요.”
“아저씨는 좀……. 오빠라고 부르면 안 돼요?”
“야, 오빠는 아니지.”
“나도 그건 좀 불편할 것 같아요.”
“어…… 준범이는, 형님 형님 하는데.”
“그거야 남자들끼리는 그럴 수 있겠지만, 박 부장 이 사람은 아빠랑 지인이잖아. 그러면 아저씨라고 해야지.”
“민 팀장도 호칭이 이상하네요. 대민 씨라고 해요.”
“아니, 그러면요, 그냥 친구 하시면 안 돼요?”
민재하의 돌발 발언엔 우리 둘 모두 얼이 빠졌다.
친구.
20대까지는 거의 일상처럼 말하고 듣지만, 서른 줄 넘어가면 더없이 듣기 힘들어지는 단어.
민원식을 그렇게 보는 건 좀 힘들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민원식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라.
“어흠…… 그럼 그럴까.”
“……원식아 소리 하면 불편하지 않겠어요?”
“흠. 내가 대민아 불러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그렇게 말하는 얼굴에서, 이내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딸 때문인 것이다.
매번 챙겨줄 수 없는 딸의 대학교에 아빠 친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그렇기에 영 께름칙한 내게 마음을 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 거라면, 받아줘야지.
불편한 마음을 누르고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럼 그럴까, 원식아?”
“……그러자, 대민아.”
“아, 우와. 바로 돼요? 남자들은, 쉽구나…….”
남자들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빠라서.
딸바보 아빠들에겐, 눈만 봐도 통하는 그런 것이 있다.
식사를 마친 뒤, 민원식은 현관까지 따라와 속삭였다.
“고맙습니다. 애 데려다주고, 좋게 말해줘서.”
“그래, 원식아.”
“……흠. 그래, 대민아. 조심히 가라.”
5년간 함께 일하면서도 서로 경원시하던 사이.
그런 민원식과, 퇴사 한 달 만에 말을 놓게 됐다.
아빠라는 공통점을 통해서.
사람 사이라는 게 참 어렵고도 쉽다.
어쩌면 내 내담자들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