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
25장 - 미디어를 믿어 (2)
상담 클래스를 마친 직후, 이수아가 뒷짐을 지고 다가왔다.
유일하게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은 고3 소녀.
그녀가 짐짓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애들 신났네요.”
“하하. 애들이 왜 신났으려나?”
“아저씨가 아이돌 상담도 해서요.”
“어제 그거? 너희도 많이 봤어?”
“넹. 애들 학교 가서 자랑한대요.”
“나를? 어떻게?”
“아저씨 방송국에서 매니저 하고 있다고요.”
“그걸 설명하는 건, 까다로운 문제 아닐까?”
“넹. 근데 별로 상관없대요. 아저씨랑 친하다고 자랑하는 게 더 중요한가봐. 자기들 선택이죠 뭐.”
TOX라고 하면 대세 아이돌이다.
그리고 아이돌의 대세를 판가름하는 건 대체로 중고등학생.
주민성을 상담한 일로, 이번 주부터는 내 이름값이 각급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들 법했다.
“음…… 좀 걱정되는걸. 채팅 봐서 알겠지만, 너희 말투나 이런 걸 보고 나이가 어릴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벌써 꽤 있어. 거기에 내가 보육원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도 많고. 그게 연결되면, 입장이 곤란해질 텐데.”
“넹. 근데 고아인 거 안 숨기는 애들도 있고요.”
“아, 그러니? 그럼…… 수아 너는 어때?”
“저도요. 애들 다 알아요.”
“너도 안 숨긴 거야?”
“숨겼는데요, 알더라고요. 제일 친한 친구한테는 말했거든요. 며칠 지나니까 소문났어요. 나하고만 친한 줄 알았는데, 다른 애들이랑도 친했나보죠.”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라는 투로 하는 말.
하지만 그 이면에는, 먹물처럼 새까만 배신감이 담겨 있다.
일순간 할 말을 찾기 힘들었다.
주민성은 사실 정말 행운아인 거지.
공황장애가 발병할 정도로 심하게 마음고생 했지만, 그조차도 양육시설의 다른 아이들에게는 사치스러운 일이다.
내년이 되면 퇴소하게 될 이수아에게는 특히.
신형준 원장이 오랫동안 운영해온 종위보육원에, 신 씨 성을 가진 아이는 많지 않다.
내 내담자 중에선 신은혜와 신규민 둘뿐.
유진호와 이수아를 비롯한 대다수가 자신의 성을 가졌다.
부계가 됐건 모계가 됐건, 가족이 있었다는 얘기다.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들이 넘쳐났던 건 과거의 일.
유기 아동은 10%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사고, 생활고, 범죄 등의 갖가지 이유로 부모를 잃었을 뿐, 대다수가 부모를 기억하는 아이들이다.
주민성의 모친이 심한 우울증으로 양육권을 포기했듯이.
그런 아이들에겐 마음의 괴로움이 나중 문제다.
그나마 배곯지는 않던 보육원 생활은, 성인이 되는 순간 끝.
이후로는 기댈 데 없는 사회초년생이 된다.
남들은 가정이란 안전장비를 갖추고 클라이밍을 즐길 때, 이들은 맨몸과 맨손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기어올라야 한다.
한 번의 실수가 죽음으로 직결되는 암벽등반…….
“수아야. 너도 고민 있으면 말해. 아저씨가 해결해줄게.”
“히히.”
“웃지만 말고. 편하게 말해봐. 해결 못 하면 딱밤.”
“올. 하면요?”
“그럼…… 음…… 볼뽀뽀?”
“변태.”
“……미안하다. 내가 너무 아이 취급을 했구나.”
“헤헤. 저 요새 드라마 때문에 짜증나요.”
“드라마?”
“넹. 유채꽃이요.”
<유채꽃 내 사랑>이라는 드라마 얘기다.
시청률이 30%를 넘본다는 화제작으로 내 아내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인데, 주인공 유채가 고아원 출신이라고 했다.
초반부 시퀀스와 회상 씬을 통해서 보육원의 다양한 현실들이 묘사됐다고.
기존의 막장드라마처럼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에피소드들까지 등장했다는 모양이었다.
“그거 본 애들이 저한테 그래요. 너도 입양되면 좋겠다, 부잣집 입양되면 나 기억해줘라, 막 그런 웃긴 소리.”
“열 살 넘어가면 입양이 거의 안 된다고도 나왔다던데.”
“넹. 근데 자세히 안 보니깐. 암튼 그런 말도 하고요, 물어보기도 하고요. 너도 거기 남자애들이 밤에 부르고 그러냐고, 부잣집 남자애가 봉사활동 오냐고, 그런 소리들요.”
“……그래. 그런 에피소드도 있었댔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 알겠는데, 좀 그래요. 짜증나요. 그냥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해결해줘요.”
수줍지만, 장난기가 감도는 목소리다.
해결해달라는 말은 그저 응석.
불가능할 걸 알면서도 솔직하게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조심스러웠던 아이가, 어느새 이만큼 다가왔다.
그 앞에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의 본능.
거기에는 어떤 악의도 담겨 있지 않다.
마주선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찢겨질지 감을 잡지 못하는, 순수로 가득 찬 악행일 뿐…….
드라마가 무언가를 잘못한 것도 아니다.
보육원 생활을 나름대로 잘 조사한 웰메이드 드라마니까.
다만 전개과정에 극적 요소가 판을 쳤다.
주인공은 운 좋게 끔찍한 범죄들을 피하고, 운 좋게 부잣집에 입양돼 새로운 세상을 누리고, 운 좋게 성실하고 사랑스러운 재벌집 아들과 연애까지 하게 된다.
0에 수렴하는 가능성을 극화한 판타지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그 픽션은 이수아에게 통증을 안겨준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세상의 장벽들을.
그토록 몰이해로 가득한 세상이다.
내가 바꿔야 할 세상은, 그런 빛깔이었다.
“일단 딱밤 맞을 준비를 해야 되겠는데.”
“히히. 살살 때릴게요.”
“그래도 노력을 해보긴 할게.”
“……아저씨 바보 같아.”
“아저씨가 좀 그래. 띠리리리리리.”
이후 이수아와 헤어져 차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이 미디어의 슬픔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악의 산실이라며 원망해야 할까.
그게 아니면, 맞을 수밖에 없는 돌멩이라 인정해야 할까.
“방송국도 방통위도, 주류가 구성해. 그들 입장에서는 구태여 상상해본 일조차 없겠지. 정신질환도, 신체장애도, 고아라는 특수성도, 그저 시청률의 도구일 뿐일 테니까.”
한효준은 그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입을 이기죽거리는 투가 몹시 분개한 것 같았다.
“흥. 한심한 것들 같으니. 그저 떠올려보기만 해도 얼추 알 수 있는 일들인데. 자기들이 묘사하는 그 대상 역시도 TV를 보는 인격임을 안다면, 그토록 손쉽게 흥미본위의 이야기들을 늘어놓지는 못할 텐데.”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나오는 TV라는 건, 오히려 역으로 차별적이지 않겠습니까.”
“허! 차별은 무슨. 비율은 맞춰야 될 게 아니냔 말이야. 이 나라의 고아 인구가 몇인가? TV만 틀면 입양이니 출생의 비밀이니 외쳐대는 이 나라에, 정말 그 처지를 겪은 사람들이 몇이나 되느냔 얘기야. 타인의 불행을 시청률로 치환하는 장삿속이 아닌가. 참으로 꼴사나운 일이지.”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국내입양과 국외입양의 비율이 비슷한 나라고, 매년 입양되는 아이들보다 홀로 세상에 팽개쳐지는 아이들이 두 배 이상 많다.
그럼에도 TV에선 늘 입양을 이야기한다.
누구도 하지 않지만 누구나가 말하는 주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클리셰를 비난할 수는 없다.
시청률은 대중이 만들고, 대중은 인생역전을 좋아한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확실한 시청률 보증수표.
드라마 작가들을 욕해본들 바뀌는 것은 없을 터였다.
결국 바뀌어야 하는 것은 세상이다.
자유경제 시장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소비층.
리모콘을 쥔 대중의 마음에 닿지 못하는 이상, 어떤 이론과 도덕률을 들이대본들 미디어는 변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이번 방송에서 해보고 싶습니다.”
“뭐? 웃기네인가, 그 방송에서?”
“<웃기고 앉아있네>입니다.”
“거기서 드라마 욕을 하겠다 이거지?”
“아뇨, 아닙니다. <유채꽃 내 사랑>은 그나마 보육원의 현실을 잘 보여준 작품에 해당합니다.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서도 면밀히 고발하고 있고요. 분명 어떤 이들은 그 작품을 보고 자신의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신데렐라 스토리에도 순기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 그야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 그렇다면 타깃은 시청자들의 아둔함인가?”
“아둔함이라기보단…… 당장 방향을 잡기가 힘드네요. 정확히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악의는 아니지 않습니까. 자신과 처지가 다른 인물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는 분명 선합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아픔을 안겨준다 해서 매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야 선하고 악하고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지양해야 할 일이야. 아이들만이 아니라 양부모들 입장도 생각해봐. 입양가정의 거의 절반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하에 해당해.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아주 선량한 마음으로 그렇게 새 가족을 맞이하는데, 그걸 보고 드라마 좋아하는 치들은 그런 말을 한단 말이야. 부잣집도 아니면서 무슨 입양을 하냐고. 입양이란 건 으리으리한 한남동 저택에서 하는 거라는 스키마가 박혀버린 게지. 쯧.”
혀를 차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 역시 입양을 생각해봤다는 인물.
이제는 완전히 포기한 것 같지만, 완벽주의 성향인 만큼 사전조사를 허투루 했을 리 없다.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는 사정을 숙지하고 있을 터였다.
“교수님이라면 어떻게 이야기하셨을 것 같습니까?”
“나라면, 욕을 했겠지. 이 군상들아! 그렇게 고아가 좋으면 직접 입양을 해라! 그저 보고 낄낄대지만 말고!”
“……교수님.”
“알아. 말하지 마. 그냥 농담한 거 아닌가. 그렇게 째려보지 말란 말이야.”
“그런 게 아니라, 곧 퇴소하는 수아라는 애가 있습니다.”
“흠. 그래, 일전에 얘기했었지. 그 애가 왜?”
“그 아이를 입양하지 않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또 무슨 헛소리야! 자네 아이나 챙겨. 이수아와는 이미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나? 그걸 가정으로 끌어들여 분란 만들 게 뭔가? 친딸과 다투기라도 하면 어쩌게?”
“예,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방금 외치셨던 말씀과 너무 달라지신 것 같은데요.”
“그거야, 그…… 자네는 사정이 다르지.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기도 하고…… 이미 또 잘하고 있고…….”
이내 구시렁거리는 소리마저 잦아들었다.
그 안의 편향을 직면한 까닭이리라.
자기 마음을 관조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나를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는 스승이니까.
남을 비난할 때는 논리지만, 내 일이 되면 현실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매년 2천 명 이상의 고아들이 사회에 진출함에도 연간 천 명도 안 되는 아동들만이 입양되는 이 나라는,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 위에 있다.
내겐 드라마로 입양을 즐기는 이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와는 자격이 다른 이와 재회했다.
「용호맘 : 꼰마님 안녕하세요~~」
“……용호맘님, 어서 오세요. 좀 갑작스럽긴 한데, 제가 뭐 하나만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용호맘 : 앗!!! ㅎㅎㅎ뭔데요?? 말씀해주세요^^」
두 아이를 입양해 9년 동안 키웠다는 여인.
이 사회에 극히 드문 히어로다.
그녀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혹시 자제 분들과 방송을 함께 보고 계신가요?”
「용호맘 : 아뇨~~ 애들 학원갔어요^^」
“그러면 저, 혹시 자제 분 이름이 용호가 맞습니까?”
「용호맘 : ㅎㅎ 아뇨~! 유산된 첫째 태명이에요~!」
……불임이라고만 했었는데, 계류유산이었던가.
그 경우에는 후천적인 불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들었다.
안타까운 상실 이후 두 아이를 입양한 마음을 상상해본다.
나로서는 그 감정의 편린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요즘 방영 중인 <유채꽃 내 사랑>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용호맘 : 네!ㅎㅎㅎ 재밌게 보고 있어요~」
“예. 실은 제 지인 한 명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고아가 몇 되지도 않는 이 나라에서 TV만 틀면 보육원과 입양 이야기가 나오는 건, 너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처사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니 입양가정은 참 힘들 것이다……”
[효준한님 별사탕 100개. 어흠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나. 사람의 발언을 왜곡해선 곤란해요.]
“……누구라고 언급을 하진 않았는데. 제가 나름대로 순화해서 표현을 해본 거였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효준좌 제발저림」
「유채꽃 재밌는데 왜그럼ㅋㅋㅋㅋ」
「효준좌 요새 탕력 떨어지셨네 100개가 끝임??」
[효준한님 별사탕 1000개. 허허. 나는 좀 더 온건하게 얘기를 했지요. 여러분께서 오해하실까봐 걱정스럽군요. 허허.]
전자녀의 맑은 목소리로 듣는 한효준의 거짓말.
정작 입양가정의 용호맘이 그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하니, 지레 찔끔했던 모양이다.
어찌됐건 그쪽이 중요한 상황은 아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피상적으로 짐작만을 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고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채팅으로 이어지는 소통은 즉각적이지 못하다.
30초쯤이 지난 뒤에야 용호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용호맘 : 글쎄요~~ 저는 재밌게 보고있는데.. 무슨말씀인지는 알거같아요^^ 친구들도 가끔 그러거든요~ 너한테 온 애들이 더 좋은가정에 갈수도있지않았겠냐구.. 그런말들으면 속상하긴하고요~ 애들도 답답할거같긴해요~ 고아들은 다 너무 예쁘고 착하게만 나와서.. 안그러면 잘못된거같구.. 그렇게 생각할까봐 걱정되기도 해요.. 다똑같은 사람인데~ 그렇게만 생각해주면 좋을거같은데.. 사람들은 안그런거같아요~^^」
“그렇군요.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난번에 이 말씀을 드렸는지 모르겠네요. 용호맘님은, 영웅이십니다. 아이들 많이 사랑해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용호맘 : 어머^^ 기뻐요.. 힘낼게요~~」
「한번 불러봐도 괜찮을까요? 엄마!」
「ㅋㅋㅋㅋㅋㅋㅋ엄마!」
「외쳐 엄마!」
[케바케님 별사탕 100개. 어무니 멋지요 흐흐.]
「용호맘 : ㅎㅎㅎㅎ여러분 고마워요~^^」
사람들 참.
지난번 상담으로 용호맘이 ‘엄마’로 공인돼버린 듯하다.
기분이 복잡해지는 풍경이었다.
영웅시가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 인격을 말살해버리는 비극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드라마 속의 무수한 신데렐라들처럼.
고아는 착해야 해, 세상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해, 이런 편견들 역시 영웅시가 만든 폐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경우에는 긍정적이라고 봐도 되겠지.
밑바닥의 고민들을 토로하고 2만의 영웅이 됐다.
이 기억은 용호맘에게 자긍심과 응원이 될 터.
아이들을 위한 진짜 열정에 불을 붙여줄 것이다.
그렇듯 미디어는 언제나 양면성을 갖는다.
공개수배를 통해 용의자 검거율에 크게 공헌하지만, 때로는 모방범죄를 부르거나 죄 없는 이를 피해자로 만든다.
편견을 강화하고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면서도, 가끔은 세상에 유익한 선의의 울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는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
세 번째로 맞이한 일요일인 오늘, 시청자의 수는 거의 3만.
첫 번째 VR상담이 대단한 이슈를 끈 까닭이다.
그 VR상담이 정식 서비스로 런칭되고,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면, 그 수가 또 까마득히 증가할 터였다.
그렇기에 생각해보게 된다.
미디어의 조류에 떠밀리는 나룻배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조류를 만들어내는 달이 될 것인가.
「Manager슈아 : ㅎㅎ엄마」
「아 슈아짱이다」
「슈아님도있었네 ㅎㅎ」
「절대존엄 슈아매니저님 오늘도 사랑합니다!!」
「용호맘 : 슈아님도 고마워요~~」
[dosena님 별사탕 100개. 저도 엄마보구싶어요 엄마 유유.]
「용호맘 : 어머 도세나님~~ 웹툰 기대해요~~^^」
……답이 참 명확한 질문이지.
나는 미디어를 변화시킬 것이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장담한 주제에, 이깟 미디어 하나를 바꾸지 못해서야 될 일인가.
“여러분. 지금 네임드끼리 친목을 형성하고 계신 겁니까? 하 참 어이없네. 엄마엄마 그만해요. 다들 저한테 집중하세요.”
「ㅋㅋㅋㅋㅋㅋ이걸 질투해버리네」
「Manager슈아 : ㅎㅎ아빠」
“……흠. 이건 마음에 드네. 외쳐, 아빠.”
이수아의 아빠가 돼줄 수는 없지만……
그녀를 위해, 달이 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