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66화 (66/200)

# 66

24장 - 상담사의 존재감 (3)

나와 교대하며, 조명기는 귓속말을 건넸다.

“대민 씨 이제 혼났다. 불독 교수님 뿔났어요.”

꼭 그 말이 아니었더라도 이미 긴장하고 있었다.

위험한 행동이었으니까.

가볍게 마음만 떠보기로 얘기를 맞춰놓고, 주민성이 부담스러워하는 키워드를 꺼내 하마터면 발작을 유발할 뻔했다.

담당의인 이용덕이 분개했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대기실로 돌아와 만난 의사는 밝았다.

조명기의 말은 이번에도 장난이었던 모양.

오히려 피식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리더라.

“내 이럴 줄 알았지.”

“……짐작하고 계셨습니까?”

“그래요. 대민 씨는 그런 사람이니까.”

“제가 어떤……?”

“눈앞의 내담자가 힘겨워하는 걸 보고 넘기지 못하는 사람. 심지어 내담자가 아닌 사람에게조차 그런 사람이죠. 그래서 이렇게 되리라 생각했어요. 말이야 내게 전부 맡기겠다고 했지만,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바로 다가설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용덕 입장에서야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다.

악연이었던 그에게조차 상담사로서 다가갔으니.

그렇지만, 그때도 지금도 나는 아는 것이 없다.

“처음부터 그럴 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방송 준비하는 동안 대화를 나누며, 월드투어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큰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이대로라면 돌아올 무렵에는 상태가 상당히 악화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요. 그 부분도 염려되긴 했지요. 투어 준비 때문에 바쁘지만 않았더라면, 그 전에 세션을 잡았으련만.”

“예. 그래서 오늘 사소하게라도 왜곡된 인지구조에 접근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이후 예후가 호전될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서요.”

“결국 그렇게 됐지요. 이번 홍수법(flooding)은 남다른 의미를 가질 겁니다. 어떤 준비도 없이 맞닥뜨린 전조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탈감각을 경험했으니까요. 그 경험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겁니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을 거고,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공포에 대한 공포 없이 자기 상태를 인지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예후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해.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민성이는…… 어쩌면 더는 정신과 세션을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는 동안, 이용덕은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 담긴 회한을 바라본다.

떠나보낸 친아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붉어진 눈가가 무겁게 다가왔다.

모니터 속에서는 이제 조명기와 주민성이 마주하고 있다.

작은 테이블을 놓고 심리검사를 진행하는 단계.

1분 전에는 어땠을까.

마주본 나와 주민성을, 제3자의 시선에서 상상해봤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였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단지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인지도식을 조금이나마 장려해주고 싶었던 거고, 그게 발작을 제동시키는 경험을 제공하리라고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 건에 있어서는 백번 사죄를 드려도 모자랍니다.”

솔직한 사죄와 함께 고개를 숙여 보였다.

거기에 즉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용덕은 3초쯤이 지난 뒤에야 내 어깨를 짚었다.

“내가, 아까도 말하려고 했는데, 그게 말이 된다고 봅니까?”

“……예? 어떤……?”

“지식이 직관을 따르지 못했다고 말했지요? 그거야말로 왜곡된 인지 아닙니까? 내 볼 때는 지금 박대민 씨가 민성이와 똑같은 소릴 하고 있는데. 여러 번 반복해온 성공을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본인 말마따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잘못 본 건가요?”

얼떨떨한 심정으로 바라보자, 이용덕이 픽 웃었다.

“허, 참. 이런 괴이쩍은 상담사라니.”

“제가 뭔가 실수를 했습니까?”

“실수? 했지요. 어디서 당신 같은 사람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어. 이봐요, 박대민 씨. 도대체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직관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그것이 어떤 미신 같은 것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성공적인 심리치료에는 미신이라는 게 개입되지 못해요. 거울신경세포가 그 모든 감정표현을 극히 미세한 단위에서부터 해석해내니까. 감정 상태나 성장환경의 차이로 인해 오개념이 발생할 수는 있을지언정,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문제를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는 겁니다. 그것을 신경과학이나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뿐.”

거기까지 듣고도 공감하기 어려웠다.

내 능력의 핵심은 [내담자 평가].

이번 상담도 그 능력 없이는 접근이 어려웠을 것이다.

이용덕은 성과만을 보고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요동쳤다.

“대기하는 동안 조 교수에게 대민 씨의 생각에 대해 조금 더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확신했어요. 당신은 크게 착각하고 있습니다. 거식증 환자를 치료자로 변모시킨 건 운이 아니에요. 다신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행운처럼 보이지만, 그런 게 아니야. 당신이라서 할 수 있었던 겁니다. 박대민 씨는, 지금껏 참 많은 경험들을 하며 살아왔겠죠.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 마음을 괴롭히셨을 것이고. 그게 보입니다. 자기비하가 됐건 트라우마가 됐건,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또 쌓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했겠죠. 그랬을 거예요. 그렇기에 당신의 환자를 저토록…… 저토록 뒤흔들 수 있는 겁니다.”

“제가…… 환자를 뒤흔들었다고요?”

“그래요. 말했다시피, 거울신경세포는 관찰된 표상을 자신의 잠재의식에 비춰 행동의 진의를 파악합니다. 오개념이나 삿된 마음이 겹쳐 있다면, 그게 아주 작을지라도, 상대가 알게 돼요. 의식적으론 몰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 괴리감을 경험하지요. 하지만 당신은…… 마음을 몽땅 비우고 그 안에 그 내담자를 받아들입니다. 그게 그 삶을 극복해낸 당신의 행운입니다. 그거야말로, 상담사의 존재감이라는 것이겠지요.”

상담사들을 정신건강 계통에서 모조리 몰아내고 싶었다는 이용덕이, 촉촉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상담사 박대민에게는 존재감이 있다고.

적절한 ‘관계’를 조성하고 환부를 ‘진단’하는 NBSC의 초능력이 아니라, 인간 박대민만의 힘이 있는 것이라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민성이를 치료할 수 없어요. 당신이 어떤 혁신적인 상담기법을 가져온다 한들, 나로서는 무리였어요. 내 가슴에는 내 아들이 있으니까. 그 안에 민성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그게 여전히 PTSD를 극복하지 못한 내 한계입니다. 내가 기대한 건 처음부터 당신이었어요. 아이를 잃어본 적도 없으면서, 내 아들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가슴을 쥐어짰던, 상담사 박대민이요. 그래서 협진에 동의한 겁니다. 그랬는데 이게 무슨 소리냔 말이에요. 몰랐다고? 모르긴 뭘 모릅니까? 저기 민성이조차 처음 본 자리에서 다 알아챘는데. 방금 상담 속에서, 박대민 씨 당신이 주민성이었습니다. 당신이 민성이가 되어서 그 모든 고통을 분담하고 있었어요. 내 거울세포를 통해 그리 느꼈습니다. 민성이의 발작이 멈춘 건, 거기에 박대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누구보다 넓은 가슴을 가진 인간이 블랙홀처럼 아픔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방어기제마저 무너뜨리는 절대적공감…… 그게 당신네들이 말하는 상담의 근본 아닙니까?”

칼 로저스의 이론이다.

의뢰인의 생명력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이야말로, 그 마음의 건강한 부분을 길러내 안에서부터 방어기제를 무너뜨린다는.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이상해졌다.

복잡한 감정들이 용솟음치며 서로를 다독였다.

상담사의 연구로 나를 몰아붙이던 의사가, 상담사의 이론으로 날 인정하는 순간이다.

이 감각을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머릿속이 기분 좋게 하늘거린다.

주민성이 느꼈다는 흔들림이 이런 것이었을까.

가만히 마음의 소리들을 관조하다가……

한효준의 말을 떠올렸다.

상담사는 바보 같은 편이 좋다는.

내담자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천재적 학식이나 현대의학의 금자탑이 아니라, 바보 같은 인간의 바보 같은 한마디라는.

“제가, 좀 바보 같았군요.”

“그래요. 참 바보 같았지.”

“그 바보가 민성 씨의 마음을 열어준 거군요.”

“거식증이었다는 그 환자 역시도. 똑같은 말을 다른 어떤 사람이 와서 해봤던들, 환자가 단숨에 치료자로 변모하는 효과를 내진 못했을 겁니다. 이건 조명기 교수 의견이고.”

“저는…… 좋은 상담사였군요.”

“그렇다니까. 안 그랬으면 내가 협진 같은 소리를 했겠어요? 우스워서 원. 남들 다 아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으니.”

약식으로 진행된 심리검사는 금세 끝을 맞았다.

이후 이용덕은 자신의 개인 진료를 생략했다.

그 대신 곧바로 나와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가, 검사결과를 읽어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좋아. 민성 군? 간단하게만 검사한 평가지만, 모든 지표가 나아지고 있어요. 본인도 느끼고 있겠죠?”

“아, 예! 저 지금 좀, 기분이 좋네요. 헤헤. 이거 혹시 조울증이나 그런 거 아니에요?”

“그건 아니에요. 민성 군이 앞서 우울증 증세를 상당히 보였던 적이 있긴 하지만…… 조울과는 무관해요. 이건 호전입니다. 다행히도 닥터스톱은 부르지 않아도 되겠는데.”

“닥터스톱이요?”

“왜, 스포츠엔 그런 게 있잖아. 혹시 오늘까지도 공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내가 그 소속사에 부탁을 해보려고 했어요. 우리 민성이는 쉬어야 돼! 이렇게 외치려고 했지.”

“하하핫! 그런 얘기 한다고, 잡힌 투어를 어떻게 빼요? 교수님 이상해, 하하하.”

농담에 불과한 이야기다.

주민성 말대로 연예계에는 닥터스톱 같은 것이 없다.

물론 정말 예후가 좋지 않았다면 이용덕이 담당의로서 소견을 보내긴 했겠지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으리라.

투어란 것은 수백억이 움직이는 사업이니까.

약식 평가를 보고 호전을 입에 담은 것 역시 온전한 진실은 아닐 터였다.

그저 공황장애에서만 유효한 인지 치료.

불안이 실질적 공포가 되는 그 질환은, 환자 스스로가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한 결코 치료될 수 없는 까닭이다.

다만 주민성은……

분명히 호전되고 있다.

나만큼은 그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 내담자 명 : 주민성

평가 결과 : ‘월드투어’에 약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 자신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들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

몇 글자만이 바뀐 약식 보고서.

하지만 그 내용에는 오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가만히 두 손을 모아쥐었다.

그리고 즐거워하는 주민성을 오래 바라봤다.

이후의 심리치료는 마치 토크쇼 같았다.

우리는 어떤 의학적인 관점의 발언이나 인지행동치료의 지시 없이 주민성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낙관적으로 떠드는 미래에 기분 좋게 웃고, 종종 질문을 할 때에만 각자의 분야에서 해답을 제시해줬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갱신된 보고서를 받아들게 됐다.

「평가 결과 : ‘월드투어’에 약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 자신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들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 ‘이용덕’과 ‘꼰마님’의 존재감에 위안을 얻고 있다.」

그 안에 내 이름이 있다는 것이, 어찌나 큰 위안이 되는지.

나는 이번에도 실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NBSC의 위대한 초능력 덕분이 아니다.

주민성이라는 사람을 놓지 않기 위해 애썼고, 그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었던, 상담사 박대민의 초능력이었다…….

“아직 안 혼났나봐? 하지만 곧 불독이 어흥 할 겁니다.”

방송이 끝나고 스탭들이 주민성에게 싸인과 셀피를 요청하는 동안.

조명기가 또 음흉하게 웃으며 그런 말을 속삭였다.

하지만 속지 않는다.

그저 웃으며 그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바라봤다.

“선배님. 왜 제게는 농담만 하십니까?”

“응? 아닌데? 진담인데요?”

“이 교수님께는 전혀 다르게 말씀하셨다던데요. 서현 씨 케이스 말입니다. 사실은 알고 계셨지요?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저를 보고, 즐기고 계셨던 것 아닌가요?”

“……아이쿠. 그것까지 알아버리셨어요?”

“칭찬 좀 해주시지요. 듣고 싶습니다.”

“아니, 대놓고 절을 받으시겠다? 이거야 원, 남세스러워서.”

조명기는 팔을 흔들며 빙글거렸다.

그러다가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장난기 없이 진지한 눈이, 내 마음까지 달려들었다.

“나는 말이에요, 대민 씨. 당신의 그 공감이 두렵습니다.”

“……칭찬을 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요.”

“칭찬이에요. 두려울 정도입니다. 대체 어떤 마음으로 내담자를 바라보기에 그토록…… 그렇게 감정들을 고스란히 공감해버리는 건지 말입니다. 서현이가 뭐라고 했는지 압니까? 발가벗겨진 채 안겨 있는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양수 속에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고 말하다가, 킥 웃더라고. 그게 나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아요. 상담사로서 참 탁월한 재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이지 않아요. 당신 스스로가 고통스러워질 일입니다. 그게 무서웠어요. 이 반짝반짝 빛나는 후배님이, 어느 순간 좌절해서 자기 목을 움켜쥘까봐…….”

그래서 농담으로 내 전진을 늦추려 했다는 얘기다.

사고다발지역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의 논점에 대해 고민해보기에 앞서, 어조가 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스스로 느껴본 좌절을 언급하는 듯한……

“선배님께선, 그러셨던 적이 있습니까? 혹시, 미디어 때문에,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그런 분노를 느끼셨던 겁니까?”

“또, 또 이런다니까. 지금 대민 씨 얘기 하던 중이었잖아요? 이런 주제에 칭찬해달라니, 다 뻥인 거지. 대민 씨에게 필요한 건 칭찬이 아닙니다. 거리두기예요. 당신, 너무 빨라요.”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순간 이미 조명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평가 결과 : 활달하고 영민하고 주의 깊다. ‘박대민’의 독특한 능력에 크게 경도되어 있다. / 매스미디어 전반과 그 자신의 실책에, 극도의 혐오감을 품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였나.

조명기도 초년 시절엔 방송에 출연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그게 이 임상심리사를 설득하는 열쇠일지도.

그렇지만 그에 앞서.

우선은 조명기가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 답해줘야 한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괜찮습니다.”

“그거야 거의 모든 환자들이 하는 말이고. 때로는 멈춰서서 자기 발자취를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하는 거예요.”

“정말 괜찮습니다. 멈춰선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사진 촬영을 마친 주민성을 끌어안는 이용덕을 본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와, 아들을 죽게 만든 아비.

그들이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는 모습을 바라본다.

“제게는…… 저 사람들이 삶의 이유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오아시스예요. 그런데 어떻게 멈출 수 있겠습니까. 멈추는 순간, 사막의 뙤약볕 속에 죽어가게 될 텐데.”

“그러니까, 그게 PTSD일 수도 있다니까? 그때 자살자를 말했지요? 그 부분에 대해 대민 씨 본인도 상담을 받아야 돼.”

“하하. 압니다. 최근에야 알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비정상일 수도 있겠지요.”

이용덕은 내가 내적인 문제를 모두 극복했다고 믿는다.

반면 조명기는, 나 스스로가 질환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어느 쪽이 정답일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할 뿐이다.

“그렇게 조금 다른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저라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내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비정상이라면…… 이런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또 내담자, 또 내담자. 나참. 내담자가 뭐 ‘내 안에 담자’의 줄임말인 줄 아십니까? 흠? 오, 이건 좀 재밌었지요?”

다시 평소의 조명기가 되어 있다.

농담을 하며 싱그럽게 웃는 얼굴.

그 반응을 해석하기에 앞서서, 주민성의 습격을 받았다.

“꼰마님!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아, 아니지. 유익했어요, 헤헤. 팀장님이 이거 녹화본 저장한 기기 저 주신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투어 때 가져가려고요. 있으면 마음이 편할 거 같아요. 좀 불안하다 싶으면 딱 끼고 철철 우는 꼰마님 봐야지.”

“철철 울지는 않았다니까요. 다시 잘 보도록 해요.”

“헤헤. 아무튼 이거, 선물 이제 받아주세요. 그리고…… 어, 따님한테 이 얘기 전해주세요. 아빠 덕분에 민쭈 오빠 재밌게 투어 하고 올 수 있게 됐다고요. 그러면, 좋아하겠죠?”

하늘을 날아갈 듯 좋아하리라.

지금 내가 그런 것처럼.

내 안에 담자.

내게 다가온 내담자들을, 내 안에 담자.

그것이 상담사의 존재감일 수 있다면……

그 분야에서만큼은, 나는 이미 최고의 상담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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