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24장 - 상담사의 존재감 (1)
‘국민예능’이라 불렸던 MBC 리얼버라이어티의 출연자가, 한번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데 왜 나보고 ‘미친 존재감’이래……
방송 중의 나레이션을 통해서였다.
출연진 각자의 시선을 대비시키는 특집이었다.
자기 시선을 담은 나레이션의 대본이야 스스로 썼을 테니, 그것을 SCT(문장완성검사)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그는 불안장애를 진단받고 방송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이후 인터뷰와 토크쇼 출연 등을 통해서, 그는 자기 능력 이상의 인기가 독이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비범한 감각의 천재 예능인 기믹.
쏟아지는 찬사와 그에 뒤따르는 기대.
카메라 앞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당당함을 연기했지만,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보통 그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특히 그렇다.
간혹 자신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지한다.
그럼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자신의 예상보다 큰 성과를 얻었다면.
그리고 그 성과를 다시 거머쥘 자신이 없다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예상 이상의 성취가 반복되고 그 열매가 지나치게 달콤해질수록, 노력은 병적인 불안으로 이어지고 만다.
말하자면 인정욕구의 부작용.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인정받았다는 감각이 역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부르는 케이스다.
그렇기에 불안장애는, 방송인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도 굉장히 흔하게 발견된다.
성과를 줄세우는 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인지하지 못할 뿐 누구나 겪고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찍기신공’으로 등수가 뛰어오른 학생이 있겠다.
그는 그 행운에 한동안 행복해지겠지만, 주변의 칭찬이 거듭될수록 불안해질 것이다.
다음 시험은 내 실력만큼만 나올 텐데.
지금의 이 행복이 모래알처럼 손에서 빠져나갈 텐데.
가져보지 않았던 것이라면 몰라도, 가졌던 것의 상실은 득실효과(gain-loss effect)에 의해 끔찍한 공포가 된다.
강박적으로 밤샘공부를 하게 된다면 차라리 다행.
어떤 아이들은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부정행위를 준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내가 느끼고 있었다.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인한 불안.
이제 와 ‘진단’해보면 거의 불안장애에 근접했던 것 같다.
NBSC의 미친 존재감 때문이었다.
[내담자 평가]는 절대적이고 유용한 도구.
그렇기에 김서현 케이스를 훌륭히 조율할 수 있었다.
조명기조차 자기는 절대 못 할 거라며 신기해했다.
나 역시 같은 심경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을 뿐.
그저 해답을 옮겨 적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기대를 받게 됐다.
그 잘못된 귀결이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제자였던 오승호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양새였다.
입주과외를 할 무렵의 어느 날이었다.
승호가 평소와 달리 몹시 명쾌한 해답으로 날 감탄시켰다.
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했냐며 연신 칭찬해줬더니, 그냥 열심히 공부했다며 쑥스러워하더라.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고……
거의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
그 아이가 문제를 풀기보다는 해답지의 해설을 줄줄 외우고 있었음을.
처음에는 우연이었다고 했다.
너무 답답해서 보게 된 해답지였는데, 그게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 내가 다시 풀어보라 할 때 그걸 적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큰 칭찬을 받자 마음이 들뜨고 말았다.
이후 다시 칭찬을 받기 위해 문제도 안 보고 해답부터 읽게 됐다는 얘기였다.
그 행위가 곤란한 이유는, 답지가 늘 곁에 있지 않기에.
나 역시 그랬다.
NBSC가 영속하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답지를 움켜쥔 승호처럼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그게 없어지면 상담사 박대민 역시 사라질 것 같아서.
이제 와 생각해보면, 너무 빠르게 성장한 탓이었다.
본연의 능력을 함양할 만한 시간이 부족했다.
스스로 자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점점 더 어려운 케이스를 맡기 시작하고, 뜬금없이 방송가와 의료계의 기대를 받기 시작하니, 그 중압감이 나를 병들게 만들었다.
무심결에나마 공황장애를 입에 담았을 정도로.
김지연이 그 변화를 알아채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자칫 넋 놓고 있었다간 나 스스로가 환자가 될 뻔했다.
그러나 본궤도에 돌아온 지금은, 못내 행복하다.
이번 일에서 배운 교훈으로 앞으로는 무수한 기대들을 잘 조절할 수 있을 듯해서.
그런 기작들을, NBSC만을 제외하고 설명해줬다.
이용덕의 표정이 묘했다.
희한한 자를 다 보겠다는 듯한……
“직관을 지식이 따르지 못했다? 허, 참. 그게 말이 되나요?”
“부끄럽습니다.”
“흠…… 잘 해결했다니 참 다행이에요. 정말 위험한 인지도식인데, 그 선배라는 친구가 잘 케어를 해준 모양이야.”
“예. 훌륭한 친구입니다. 제게도 그랬지만, 다른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다른 측면이라면, 어떤?”
“주민성 씨 케이스입니다. 불안이라는 것에 직접 시달려보니, 겉핥기로만 알고 있던 때보다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그것도 참 다행한 일인데.”
오늘 상담하게 될 첫 번째 프로모션 내담자, TOX의 민성.
그에 대해서는 이용덕에게 여러 차례 들었다.
성장과정부터 증세가 발현됐을 때의 상황과 심리까지.
주민성 스스로 동의했기에 가능한 정보 공유였지만, 그렇기에 내 불안은 커져갔다.
얼굴도 제대로 본 적 없는 사이에 신뢰를 받은 일이기에.
혹시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어쩌나.
이용덕에게 경멸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벌이겠지만, 혹시 나로 인해 그 멘토마저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제는 조금도 불안하지 않다.
NBSC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혹여 내가 실수하더라도, 곁에서 바로잡아줄 두 명의 전문가가 있기에.
주민성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자신은 충분했다.
“부모에게 버려지고 시설에 위탁되어 3년을 보낸 뒤, 유복하고 안온한 가정에 입양되었고, 연습생이 된 지 1년이 채 못 되어 데뷔하게 되었죠. 그것도 가장 빛나는 자리인 센터에 섰습니다. 어떤 논란도 없이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고요. 그렇게만 놓고 보면 분명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인생역전의 표상인데…… 그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과도한 압박이 됐을 법합니다. 운이란 건 보통 반복되지 않는 법이니까요. 보편적으로 액땜이라는 말을 하지요? 나쁜 일만 계속되리란 법은 없다는 은근한 격려지만, 한국사회에선 정말 실제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서 역으로 좋은 일만 반복되는 것도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해도 이상할 게 없지요. 이제는 액운이 올 때가 됐다는 불안감 말입니다.”
“흐음…… 단순히 사회불안장애만이 아닐 수도 있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사회불안장애를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으로요. 믿어주신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상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믿어주기는 무슨. 협진입니다. 원하는 대로 하세요.”
난 의료인이 아니니 협진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담당의의 승낙을 얻었다.
그쯤에서 대기실을 나서 스튜디오 방향으로 이동했다.
프리VR 상담의 시범 과정은 4단계로 구성된다.
가장 먼저, 고민상담사를 자처하는 내가 1:1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를 푼다.
이후 임상심리전문가 조명기가 들어와 심리평가를 진행하고, 그 다음에 이용덕이 전문의로서 진료를 수행한다.
그 뒤에야 최종적인 심리치료가 시작되는 것이다.
각자 분야가 나뉘어 있기는 하되, 협동이 중요하다.
모든 분야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야 하기에.
다만 오늘의 주인공은 이용덕.
이미 라포가 형성되어 있는 그라면, 나나 조명기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렇게 전략을 검토하며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주민성이 이미 들어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스타일리스트인 듯한 여성이 고개를 꾸벅여 보였다.
“예, 반갑습니다. 민성 씨, 안녕하세요?”
“어? 아, 안녕하세요! 저, 꼰마님 맞으시죠?”
“예, 알아봐주셔서 영광이네요.”
“헤헤. 알아봐야죠. 호정이가 얘기해줬는데.”
“아, 호정 씨가 제 얘길 했어요?”
“네. 저기, 엄청 잘생기신 분 보이면 그분이 꼰마님이라고.”
그 친구, 소개를 해도 꼭.
웃으면서 주민성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방송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어, 저…… 많이 피곤하신가봐요.”
“아뇨, 아닙니다. 그저 시간을 드리는 거예요.”
“예? 아, 저 지금 무슨 얘기 하라는……?”
“아녜요. 지금 이야기를 나누면 방송 때 사전정보의 괴리가 생깁니다. 다만 절 관찰하실 수 있는 시간이에요. 상담 시작하면 제가 주로 관찰하게 될 텐데,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민성 씨가 절 편하게 관찰하셨으면 좋겠어요.”
주된 역할은 이용덕에게 넘기겠지만, 이 또한 상담이다.
주민성은 사회불안이 동반된 공황장애.
나와 함께 있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길 바랐다.
하지만 의외로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히히. 괜찮은데. 저 선물 가져왔거든요. 지금 드려도 돼요?”
“선물이라면, 어떤……?”
“따님, 저희 그룹 좋아하신다고 들어가지고요.”
“아, 딸애요. 맞습니다. 정말 좋아하지요.”
“그래서 굿즈에 애들 싸인을……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월드투어도 가는데…… 암튼 되게 응원해주셨다고 들어서요. 누나, 그거 좀 가져다주실 수 있어요? 나 하얀 쇼핑백…….”
스타일리스트의 발소리 속.
묘한 어조를 캐치하고 실눈을 떴다.
[내담자 평가]가 미약한 ‘진단’을 확신으로 바꿔줬다.
「 내담자 명 : 주민성
평가 결과 : ‘월드투어’에 강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 」
……이용덕도 이런 염려를 입에 담았었지.
불안장애는 쭉 달고 살았겠지만, 그것이 죽을 것만 같은 공포로 돌아오는 경험은 아주 오래되진 않았다고 했다.
지난번 월드투어의 폐막 때가 첫 발작이었다고.
약을 먹고 있다 해도 투어의 공포가 사라졌을 리는 없었다.
“민성 씨는…… 스탭 분께 참 정중하시네요.”
“네? 아, 지희 누나요? 어, 저희 일 도와주시는 거니까…….”
“귀감이 되는 태도네요.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게도 매니저처럼 일해주는 친구가 있어요.”
“아, 진짜요?”
“아이돌인 민성 씨하고는 많이 다르지만요. 그런데 그 친구한테 제가 언제 그렇게 정중하게 부탁을 했던 적이 있었나…… 되돌아보게 되네요. 덕분에 반성했습니다. 고마워요.”
“네? 아…… 그게 뭐…… 아뇨…… 헤헤.”
칭찬은 기대와 비슷하다.
보통 호의에서 비롯되지만, 이중적인 반응을 불러온다.
칭찬 역시 인정욕을 충족시키며 기대를 암시하는 까닭.
이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연구가 이뤄져 있다.
이를테면, 2017년 Kille 등의 연구는 추상적인 양상을 칭찬할 때보다 구체적인 행동양식을 칭찬할 때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는 경향성을 확인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미친 존재감’은 반복할 수 없는 행운이지만, 스탭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미담.
후자라면 기대를 받는다 해도 불안해질 게 없다.
물론, 그것조차 과하면 압박감이 될 수 있으니 늘 선을 지켜야 되겠지만.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이 참 드물다.
순간순간의 훌륭한 행동은 그저 한 눈으로 보고 흘린다.
그 대신 성적이나 실적이나 순위나……
그저 보이는 숫자에 집착해서 그것을 칭찬하거나 질책한다.
강박과 오기 등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으리라.
결과적으로 일이 잘 풀린다면, 효과적인 리더십의 사례라면서 칭송을 받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의도는 행동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에서, 굳이 누군가가 좌절할지도 모를 말을 해야 할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그런 생각 중에 스타일리스트가 돌아왔다.
건네주는 쇼핑백 안에는, 참 가지런히도 담은 굿즈들.
그걸 살피는 나를 주민성의 긴장한 눈이 따르고 있다.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코끝이 찡해졌다.
이런 건 칭찬을 해야 하는 일.
그리고 감사를 표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주민성에게는 주의해야 할 부분일 터.
“……뭘 이렇게 예쁘게 담아줬어요. 연습도 바쁠 텐데.”
“예? 아, 하하. 팬한테 드리는 거니까요. 잠도 안 왔구…… 그리고 이런 것도 팬서비스거든요, 헤헤. 실은, 팬들이 올려주는 인증샷도 저희한테는 이미지메이킹이 되는 거니까요.”
알고 있다.
‘역조공’이라 했었지.
사소한 정성과 호의마저도 연예인들에게는 태도점수처럼 실적이 매겨진다는 얘기였다.
이 세상은 그들에게 정말 많은 바로미터를 들이댄다.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
기대에 고프고 기대에 괴로워하는 청년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고마워요. 딸이 엄청 좋아하겠어요. 이런 선물은 나한테도 못 받아봤는데, 좋아하는 아이돌한테서 받게 됐으니. 사실은 오늘도 따라오겠다고 하는 걸 간신히 말렸거든요.”
“정말요? 아, 같이 오시지. 사진도 찍고 하면 좋았을 텐데.”
“그게 곤란해서요.”
“예? 어, 왜요?”
“오늘 이 자리는 민성 씨를 위한 자리잖아요. 나도, 이 교수님도, 조 교수님도, 모두 민성 씨를 위해 오늘을 준비했어요. 이 선물은…… 고맙지만 받지 않겠습니다. 오늘 상담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는 확신이 섰을 때, 상으로 줘요. 그러면 딸에게 자랑하겠습니다. 아빠가 ‘민쭈’ 씨와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서 이걸 받을 수 있었던 거라고.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주겠습니다.”
“어…… 와. 그게…… 진짜 그냥 드리려고 한 건데. 이용덕 교수님이 꼰마님은 그냥 믿으면 되는 분이라고 해서…….”
“전혀 아닙니다. 저를 평가하세요. 이 아저씨 이거 상담 제대로 할 줄은 아나,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세요. 그러셔도 돼요. 저는 민성 씨를 위해 여기에 앉아 있으니까.”
“어, 헤헤. 되게 겸손하신 거 같아요. 네. 한번 그래볼게요.”
동등한 입장에 서야 한다.
칭찬이 됐건 기대가 됐건, 일방적이어선 안 된다.
TV 속의 스타들이 피해자가 되는 게 그래서다.
단방향 매체 속에서 그저 평가를 당하기만 하며 ‘공인’ 취급을 받으니, 그 억압된 자의식이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업 종사자들 역시 마찬가지.
고객감동 서비스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인 평가를 당하게 되면, 겉으로는 웃을지라도 속은 문드러지고 만다.
동등한 인간인데도.
아무에게나 평가받을 이유 없는 고결한 인격인데도.
나만은 그러지 말아야 한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와 같은 위치에 서보자.
조금이라도 주민성의 마음에 안정감을 북돋을 수 있도록.
그렇지만 그 일이 쉽지는 않았다.
스타일리스트가 자리를 비우고, 조명이 모두 켜진 뒤.
주민성은 몰라보게 밝아진 얼굴로 웃었다.
결코 진심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가면으로.
우리 사이의 360도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온 까닭이었다.
“We are, toxic! 안녕하세요! TOX의 민성입니다.”
“……반갑습니다, 민성 씨. 상담사 꼰마입니다.”
“네! 완전 뵙고 싶었는데, 신나네요. 엄청 유명하신 분이라고 들어가지고…… 제 친구 호정이도 얘기를 많이 해줬고요, 또 이용덕 교수님도 자주 말씀해주셔서…… 이렇게 뵙기만 했는데도 완전 좋네요! 레벨업! 한 기분이에요. 헤헤.”
눈을 찡긋거리고 머리를 긁으며 하는 말.
그 하나하나가 사랑받기 위해 연구하고 연습한 결과겠지.
특히 ‘레벨업’이라는 그 입버릇은……
성과제일주의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슬픈 말이었다.
이래서야 평가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주민성은 이대로 월드투어에 나가선 안 된다.
그의 근원을 해소할 데드라인은,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