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
22장 - 나쁜 내담자는 없다 (1)
짜장면을 주문해놓은 김서현을 보고 마음이 격동됐던 건, 단순히 주의 깊게 내 방송을 봐준 게 기뻐서는 아니었다.
100의 ‘진단’ 덕분이었다.
그 행동 안에 담긴 복잡다단한 마음들이 엿보였던 것이다.
아마 그녀 스스로도 잘 모르는 무의식이겠지만.
짜장면이라는 음식은, 요리 취급을 잘 못 받는다.
요즘 세대에게는 그렇다.
김밥과 함께 가장 흔하고,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다.
대학가에는 아직도 2000원 하는 짜장면집이 있다고 하니.
그렇지만 나 어릴 적…… 그러니까 30여 년쯤 전까지만 해도, 짜장면을 못 먹어본 중학생들이 발에 차였다.
어마어마하게 비쌌던 게 아닌데도.
직장인 월급이 10~30만원 하던 때에 500원 받고 팔았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외식 가격으로 과하지는 않았다.
다만 당시에는 외식이라는 행위 자체가 어색했다.
밥은 집에서 해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직장인들의 먹자골목이면 몰라도 주택가 인근에는 식당이 드물었다.
자연히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외식을 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졸업식이나 생일 같은.
거기에, 통계는 그렇게 안 나올 수도 있겠지만, 빈부격차가 체감상 지금의 몇 배는 됐다.
아마 배곯으며 자란 우리 부모님 세대가 돈을 꽁꽁 싸매기만 했던 까닭이겠지.
호텔 요리사 불러서 생일파티를 여는 애와 칡뿌리 캐고 메뚜기 구워먹는 애들이 한 반에 공존했다.
내 경우는 후자였다.
친구들에게 얻어먹은 몇 번을 빼면, 학창시절에 짜장면의 추억이 거의 없다.
가족들과는 외식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고.
서울대학교 합격자 발표일이 처음이었다.
무뚝뚝한 얼굴로 잘했다고 한마디 하신 아버지가, 두 발로 읍내에 나가서는 짜장면 한 그릇을 들고 오셨다.
오토바이 배달이 콧방귀 뀌는 촌이었던 까닭이다.
차갑게 식고 팅팅 불어버린 짜장면.
그게 우리 가족이 함께 먹은 첫 번째 배달음식이었다.
그 내막을 김서현은 모른다.
태어나기도 전인 시대의 변천사를 알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식증인 아이가, 짜장면을 주문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비싼 것이 분명한 사기그릇에 소담하게 밑반찬들을 담아서, 짜장면 주위를 한가득 에워쌌다.
그 행동에 김서현의 뿌리가 있었다.
“……짜장면, 먹어본 적 있어요?”
끄덕끄덕.
“그래. 맛있는 음식이죠?”
이번에도 끄덕끄덕 하지만, 진심처럼 보이진 않는다.
먹으라고 주문해놓고 밥맛 떨어지는 대답은 하기 싫었겠지.
천성이다.
자신의 인지도식을 가리고 타인의 기호를 배려할 줄 아는.
오류 없는 [내담자 평가]가 그 ‘진단’을 긍정했다.
「 내담자 명 : 김서현
평가 결과 : 사려 깊다. ‘꼰마님’을 깊이 존경하고 있다. 」
“……서현 씨. 옛날얘기 하나 들어볼래요?”
끄덕끄덕.
목소리를 내지 않는 얼굴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짜장면은, 내 아버지가 처음으로 사오신 요리였어요. 서울대 합격 기념…… 나를 위한 1인분이었죠. 워낙 가난했어요. 그래서 당장 등록금 걱정에 골머리가 아프셨을 텐데도, 천 얼마쯤 주고 그걸 사신 거야. 그렇게 까만 짜장면을 가져오셨어요. 그걸 빤히 보다가, 여전히 엉엉 울고 계신 어머니를 보다가, 침을 꼴깍거리면서도 아닌 척 딴청 피우는 동생을 보다가…… 내가 그걸 소분했어요. 소분이 뭔지 알아요?”
끄덕끄덕하다가, 흠칫하며 도리도리.
주방을 돌아서 밥공기 두 개를 가져왔다.
김서현의 모친이 가자미눈으로 보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렇게…… 밥공기에다 나눴어요. 다 같이 먹으려고. 난 그래도 짜장면 몇 번 먹어봤거든요. 친구들 생일잔치나 그럴 때. 그런데 가족들은 아예 처음 보는 음식이었던 거야. 그래서 그걸 이렇게 밥공기에 조금씩 나눠서 놓았는데…… 그때가 아직도 가끔씩 생각이 나요. 서울대 합격날이라서가 아니라, 아이처럼 웃는 동생 얼굴을 정말 오랜만에 봤거든. 왜, 집이 어려우면 애들이 조숙하잖아요? 그래서…… 무심결에 말해버렸던 거예요. 한 학기 등록금만 마련해주시면 2학기부턴 장학금 타겠다고. 월세 안 들게 입주교사도 해서, 동생 짜장면 사먹일 생활비까지 보내겠다고. 그 뒤로 오랫동안 후회했어요. 내가 괜한 소릴 해서 캠퍼스의 낭만도 못 즐기고 일만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하. 웃기지요?”
끄덕끄덕, 도리도리.
앙상한 볼 위에 옅은 홍조를 띠며 웃는다.
자기보다 어렸던 시절의 ‘꼰마님’을 상상하고 있으려나.
“그래서 짜장면이 특별해요. 내 미래만 생각하던 내가, 처음으로 동생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 날이라서. 이 짜장면이 없었으면 BJ꼰마도 없었겠지요. 그래서……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그런데 두 그릇이 됐네. 혹시 같이 먹을래요?”
김서현은 고개를 움직이지 못했다.
가로젓지도 끄덕이지도 못하고, 몹시 곤란한 듯 오물거린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모친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밤에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하던데요. 스트레스라고.”
“예.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환자라 해서 의사조차 물어보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요. 손님이 혼자 식사하는 것 역시도. 그러니 사모님께서 여기 앉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린, 밤에는 그런 걸 먹지 않아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일이다.
중년 주부들은 야식을 즐기지 않는 게 보통이니.
하지만 ‘우리’라는 표현이 못내 염려스러웠다.
어쩌면 딸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는 성향일지도…….
“그렇다고 저 혼자 먹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사장님께선 안에 계신가요? 인사드리고 같이 앉았으면 싶은데요.”
“남편은 일이 좀 늦어지나봐요. 드시기 싫으면 버리세요.”
그 대화의 순간순간에 김서현의 표정이 변했다.
아주 짧고 미세한 변화였다.
그렇지만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있던 내겐, 그것들이 햇살 위의 먼지처럼 잘 보였다.
“음…… 버리라고요?”
“정 그렇게 어색하시면, 버리는 게 낫죠.”
“그럴 바엔 체면 차리지 않고 먹겠습니다. 사장님 들어오신 뒤엔 가족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요?”
“네, 네. 그러라고 하셨으니, 해야죠.”
그렇게 말하고는 거실 쇼파로 가버리는 것이다.
권위자인 조명기의 말이라 따르기는 하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복잡한 기분 속에서 김서현을 돌아봤다.
날 직시하지 못하는 눈동자가 불안으로 떨리고 있다.
혹시 모친이 날 화나게 만든 걸까봐 걱정된 모양.
거실 쪽으로는 안 들리게 속삭여줬다.
“저러면, 나한테 엄청 혼나는데. 히포꼬리님 혼나는 거 봤죠? 서현 씨 어머니만 아니었으면 아주 호통을 쳤을 거야.”
“핫, 하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가래가 낀 듯 탁한 웃음.
그 안에서 또 여러 가지 감정들이 느껴졌다.
안도와, 우려와, 그 외 복잡한 것들.
젓가락에 면을 듬뿍 걸어 들어올린다.
아버지가 들고 오셨던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탱탱한 면발이 윤기 있게 찰랑거렸다.
보고만 있어도 먹음직스럽다.
김서현 역시 침을 꿀꺽 삼키게 됐다.
섭식장애라고 해도 식욕은 존재한다.
신체의 본능이 영양분의 섭취를 갈구하기에.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뇌 쪽이다.
그렇기에 강제로 먹여지거나 할 경우에는,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어 신체의 구토를 유발하는 것이다.
그 부분이 섭식장애라는 분류의 공통점이었다.
폭식증 환자는 자의적으로 폭식한 뒤에 게워낸다.
거식증 역시,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어떤 신체의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반작용이 일어난다고 했다.
지금도 목울대의 움직임과는 다른 표정이 보인다.
젓가락을 든 나를, 김서현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먹지 말까요?”
도리도리.
“다른 데 보고 있을래요? 혹시 혐오스럽거나 그러면.”
다시 도리도리.
묘한 반응이다.
한효준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거식증 환자들은 ‘먹방’을 보고 즐거워하는 현대인들과는 정반대일 수 있다 했다.
게걸스레 먹는 모습에 냉소와 혐오가 표출된다고.
그렇지만 어렵사리 날 바라보기 시작한 김서현은, 불쾌한 것을 억지로 감수하려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 생각 중에 거실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걔가, 이상하게 그쪽 분 먹는 건 잘 봐요.”
“……그렇습니까?”
“저번에 깔깔거리면서 보길래 한번 봤더니, 무슨 아이돌인가 하는 남자랑 밥 먹고 있던데.”
“예. 아이돌이었던 친구를 초대해서 같이 식사를 했지요.”
“그건, 의외로 잘 보데요. 신기하게.”
그 말에서 또 여러 정보가 습득된다.
타인이 먹는 걸 잘 보는 게 신기했다는 말은, 그와 반대되는 반응을 여러 차례 보였다는 뜻.
그 반응이 혹시 가족들의 식사 도중이었다면……
그런 거라면, 너무 슬퍼질 것 같았다.
한효준은 말했다.
날씬함에 대한 집착은, 거식증을 촉발하는 트리거(계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환자 본인도 자기 잠재의식을 이해하기 어렵기에, 몸매와 관련된 기억을 계기로 끼워맞춰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부정적 사건도 없이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를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보다 근원적인 어떤 문제가 있다.
그것을 한효준은 자기통제감에서 찾았다.
“내 내담자 한 명이 SCT(문장완성검사)를 통해 표현한 감정을 인용하지. ‘나를 내가 학대한다. 나쁘지 않다. 몸은 내 결정에 곧바로 반응한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 내 몸을 내가 통제한다. 쾌감과 안정감…….’ 알겠나?”
“자기통제감…… 자해가 떠오르는군요. 외부의 갈등이 거대할 경우, 잠재의식이 신체를 공격함으로써 정신을 만족시키지요. 근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독적인 행위로 이어집니다.”
“그래. 어떤 날붙이를 들어 팔을 긋거나 다리에서 투신하는 건 아니지만, 거식 역시 자기 몸을 건강하지 않게 만드는 방어기제지. 사례연구가 환자들에게서 두 가지 방향성을 드러내주네. 첫째는 외부세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략이야. 신체의 약화가 정서적 지지를 부른다는 사실을 잠재의식이 학습한 결과지. 둘째는 외부적 요인으로 자기통제를 억제당하고 있는 경우. 주위의 압력에 짓눌린 이들은 특별한 계기도 없이 거식증을 일으키곤 해. 학교나 종교 등의 작은 사회에서 발생할 때도 있지만, 주된 양상이 그쪽은 아니지. 어딜까?”
“가정……이군요.”
“정답. 섭식이 무엇인가? 신생아 때부터 가정에 의존하는 문화야. 즉, 섭식장애의 근간 역시 가족역동. 그걸 살펴야 해.”
정신분석학에서는 섭식장애를 구강기 문제로 본다.
생후 18개월 내에 수유와 보살핌에서 좌절을 겪을 경우, 음식물 섭취 자체에 본능적 반감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에 기초해 개체의 희생을 거론한다.
부모에게도 거절당할 정도로 약한 개체가, 스스로 섭식을 억제함으로써 무리와 종의 생존을 지원한다는 논리였다.
그런 건 상담사의 논리는 아니다.
그들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을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가 알아야 할 대상은 종족이 아닌 개인.
그들이 학문의 도구로 말하는 ‘개체’가, 우리에겐 전부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 전부를 바라본다.
지금 상담사 박대민이 봐야 할 사람은 김서현.
소파에 앉아서 눈 흘기는 중년 여인과, 일이 늦어 자정이 다 되도록 들어오지 않는 중년 남성의 딸이다.
그 가정의 무수한 정황들이 100의 ‘진단’을 자극했다.
그리고 [내담자 평가]가 그에 응했다.
「 내담자 명 : 김서현
평가 결과 : 사려 깊다. ‘꼰마님’을 깊이 존경하고 있다. / 모친에 대한 양가감정이 섭식장애를 촉발했다. 」
한효준이 기대한 마음의 지도가, 정답을 찾아냈다.
오류 없는 진실이 비수처럼 다가온다.
조명기가 언급해준 가능성임에도, 못내 가슴이 아려왔다.
내 입속으로 사라지는 면발을 바라보는 김서현은, 이제는 살며시 웃기까지 하고 있다.
그게 참 미안한 점이었다.
나는 ‘먹방’을 보여주러 온 게 아니다.
BJ꼰마의 컨텐츠는, 상담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들어봤어요?”
끄덕끄덕. 하지만 도리도리.
들어보긴 했지만 읽어보진 못한 모양이다.
“닭고기 수프는, 미국에서 감기의 치료제처럼 여겨졌다고 해요. 왜 그랬는지는 알 법하죠? 따뜻하고 또 보들보들하고, 딱 몸에 좋은 느낌이잖아. 그게 플라시보 효과로 작용해서 좀 더 빨리 낫게 해줬겠지. 그래서 그런 제목이래요. 감기 걸린 영혼을 낫게 해주는 치료제라는 뜻으로.”
끄덕끄덕.
입을 작게 벌려 웃는 건, 내 얘기가 재밌다는 의사표현이다.
“그 닭고기수프가, 나한테는 짜장면이에요. 같이 먹는 사람이랑 무척 친해지는 느낌이라서. 솔직히…… 나눠주기 싫었거든요. 이제 와서 말하는 게 웃기긴 한데, 나라고 짜장면 질리게 먹어본 처지도 아니었을 거 아냐. 가족이건 뭐건 혼자 1인분 뚝딱 하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양보하고 싶더라고요. 아마 서울대 합격했단 소식을 듣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그랬던 거겠죠. 그런데 막상 그걸 내 손으로 소분하고 나니까, 그리고 그걸 행복하게 먹는 동생을 보니까, 그냥 그것 자체가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서울대 따위 생각도 안 나고 그냥 그 얼굴이 좋았어요. 그때가 처음이었던 거예요. 어떤 영웅심이나 대리만족 없이, 순수하게 나눔이란 행위의 기쁨을 느낀. 영혼을 위한 짜장면인 거지요.”
“아하! 앗.”
김서현이 자기가 낸 소리에 스스로 놀란다.
그게 또 우스웠는지 손으로 입을 막고 쿡쿡거렸다.
그런 내담자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전문의도 임상심리전문가도 상담심리사도 아니다.
그저 상담사.
상담사 박대민은, 혼자 먹는 짜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탁이 하나 있어요. 나한테 영혼 좀 나눠줄래요? 서현 씨 몸이나 건강이나 뭐 그런 헛소리들 다 필요 없고, 날 위해서요. 이 쓸데없이 기름지고 몸에 안 좋고 맛도 더럽게 없는 짜장면을, 한 젓가락만 같이 먹어줄래요? 영혼을 위해서.”
“이봐요, 선생님!”
모친의 천둥 같은 외침에 김서현이 움찔한다.
뒤를 돌아보진 않았다.
김서현을 바라본 채, 왼손만 들어 거실의 개입을 차단했다.
“소파에 앉아서 소리 지르셔봤자 안 들립니다. 보호자로서 의견이 있으시면 합석해주세요. 그게 싫으시면, 서현 씨의 판단에 맡겨두세요. 꼬마 아니잖습니까? 성인입니다. 남의 부탁을 들어줄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에요.”
102의 ‘관계’와 83의 ‘화술’로 상담사의 성역을 형성한다.
이 홈바는 이제 우리 둘만의 영역.
이곳에는 그녀의 다른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
성역의 주인인 나는, 오직 김서현만을 바라보고 있고.
“편하게 선택해요. 먹어줘도 되고, 안 먹어도 되고. 나야 의사도 아니잖아? 조 교수님이 기름진 음식도 적당량이면 괜찮다고 확인해주긴 했는데, 강요하긴 싫어요. 어머니 말씀대로 밤에는 기름진 거 안 먹는 게 맞을지도 몰라…….”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김서현이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영화 속의 고속촬영 장면처럼, 짜장면을 입으로 가져갔다.
모친이 아닌 내 눈을 바라보면서.
그때 나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생각했다.
문제행동 제보를 받고 반려견 가정에 찾아가서는, 강아지가 아닌 보호자를 혼내고 교육하는.
나쁜 것은 사실 보호자였다는 진실을 알려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