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52화 (52/200)

# 52

20장 - 상담사와 아이돌 (1)

「◆ 올해30인데 집에서 시집가라고 너무뭐라그래요ㅠㅠ 요즘은 30이면 노처녀도아닌데.. 본집 갈 때마다 스트레스인데 어떻게 해야 될까여ㅠㅠ」

「◆ 상사 스트레스 때매 죽겠습니다.. 제가 죽든가 아니면 죽여버리고 싶어요.. 제가 회사원이지 노예가 아닌데 잔심부름에 자기애 준비물까지 시키고.. 그래놓고 일 못한다고 구박할때는 진짜 하..」

「◆ 꼰마님 저 다이어트중인데여 먹을거만보면 눈이돌아버려여 어케참죠ㅠㅠ 힘내라고 얘기해주면 힘날거같아여ㅠㅠ」

고민 사연들이 밀려든다.

상담을 원할 경우만 특수문자로 표기하도록 정했는데, 요즘 들어 초반에는 일반 채팅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 됐다.

시청자들이 많아졌기에 당연한 일.

채팅이야 본방 시청자들로 제한되지만, 관찰하듯 봤던 기존 애청자들과 달리 새롭게 유입된 시청자들은 입장만 하면 일단 고민을 털어놓는 까닭이었다.

그 대부분이 사회와 개인 사이의 벽들이다.

한두 마디 말로 해소하기 힘든 고민들.

그만큼이나 세상이 각박하다는 방증이었다.

자연히 하나하나에 긴 시간을 들여야 했다.

거기에 장난 같은 사연도 상당수 올라오곤 했다.

이성한테 인기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에요, 친구들이 저보고 미남배우 이병건 닮았대요, 꼰마님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평소에 듣는다면 웃어넘길 얘기들이지만, 혹시 개중 누군가는 진심어린 고민을 가볍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꼰대 캐릭터라고 해서 무조건 무시할 수만도 없었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부터는 일부 사연이 누락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월된 사연이 또 다음날 채팅창에 오른다.

BJ호정과의 합방 이후로는 그게 더 가속화될 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담자 평가]가 큰 도움이 됐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방송 시청자들에게도 그 기술이 적용됐던 것이다.

「 약식 심리평가보고서

내담자 명 : 양키캔슬

평가 결과 : 우울감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유일하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꼰마’에게 의존관계를 형성했다. 」

“……양키캔슬님. 꼰마님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굉장히 곤란합니다. 제겐 소중한 가정이 있어요.”

「양키캔슬 : ㅎㅎ 죄송해요..」

「꼰마눌 : 곤란해요 ㅎㅎ」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이번주 초대석 마눌님이랑 삼자대면 가져~」

“무엇보다 그게 본심이 아니시잖아요? 양키캔슬님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본 건 아니지만, 채팅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점점 더 우울해지고 계신 듯한……. 어떤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걸 정리해서 사연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ㅋㅋㅋㅋ 관심법이다」

「채팅보고 어케암 ㅋㅋ」

「양키캔슬 : 헉.. 어떻게아셨어요..」

「?」

「양키캔슬 : 저 어제 병원에서 우울증이라고..」

「ㄹㅇ?」

「궁예인가」

그간 다섯 번 정도 본방에 들어온 양키캔슬.

그 애청자의 채팅에서, 사실 나는 어떤 특별한 감정의 변화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수만 개의 채팅을 읽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사연도 올리지 않은 인물의 내면을 분석하기에는 내 기억력과 집중력이 충분치 못했다.

그러나 NBSC는 다른 것이다.

내가 보고 듣는 것들만이 준거로 입력되지만, 그 보고서에는 모든 정보들이 자동으로 조합돼 진실을 도출한다.

덕분에 수천 명의 시청자와 소통하면서도 연속성 있는 상담이 가능해졌다.

과연 100exp짜리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키캔슬님. 저와 결혼하시는 건 이번 생에는 불가능한 일이 되셨지만, 상담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언제든 편하실 때 말씀해주세요. 전 늘 여기 있으니까요.”

「양키캔슬 : ㅎㅎ고마워요.. 후원도안했는데 기억해주시고.. 다음에 정리해서 사연써볼게요.. 후원도하고요..」

「마구니 : 아니 이꼰머는 건빵까지 외우고있네ㄷㄷ」

“마구니 후원자님. 꼰머가 아니라 꼰마. 건빵이 아니라 예비 후원자님들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사소한 채팅 하나까지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본방에선 모쪼록 좋은 채팅만……”

「도어락소리남」

「호정님왔어여?」

“아뇨, 디렉터가 들어왔네요. 이제 곧 합방이라서요. 장을 좀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별로인 디렉터 입성 ㅋㅋㅋ」

「은진알통 : 오 찐이시여」

「은진러뷰 : 찐하!」

“대수야, 인사 좀 해드려. 찐하래.”

“하하. 반가워요! 전 찐하게 요리하러 가요!”

목소리로만 출연한 대수에 은진방 애청자들이 흥분한다.

한때 송은진을 프리TV 3대 엽캠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전설적인 디렉터인 까닭.

그러나 이유 모를 불화로 결별해, 지금은 남의 방송국을 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 대수를 보는 마음들은 어떤 색깔일까.

「 약식 심리평가보고서

내담자 명 : 은진알통

평가 결과 : 외향적이지만 조심스럽다. ‘꼬마부장님’에게 친밀감과 기대를 품고 있으며, 해당 인물의 방송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다. 」

아쉽게도 거기까지였다.

심리평가보고서가 정서를 드러내주는 건, 내담자에게 있어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서.

사소한 감정까지 읽어내는 독심술이 아니다.

순간순간의 변화를 캐치하기 위해선 나 스스로 집중해야만 할 터였다.

그렇게 새 기술의 장단점을 알아가던 도중.

마침내 벨소리가 울렸다.

합방 파트너인 BJ호정의 등장이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꼰마님.”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호정 씨.”

“예. 꼰마님 방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호정입니다. 제 방송 마무리하고 오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우리 호빵님들도 많이 들어와 계시죠? 아까 퀵뷰도 좀 뿌렸는데.”

합방이 예고되면, 맥락을 파악하길 원하는 애청자들은 상대편 방송국에도 미리 입장하곤 한다.

오늘 방송이 초반부터 만 명을 돌파한 게 그런 까닭.

본방송에도 상당수가 들어와 있었던 건지, 그때부터 채팅창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호정이즈 : 저희오빠 잘부탁해요 꼰마님~~」

「호정릉역 : 오빠랑 꿀케미 기대할게여!!!」

「호정빼꼼 : 꼰마님 울오빠 조명좀맞춰줘여ㅠㅠ」

아이돌 출신 BJ답게 여성 팬들의 채팅이 많다.

사실 대수가 그 이호정에게 합방을 제안한 건 의아한 일이었다.

날 ‘아재돌’로 만들겠다고 하던 녀석이니.

진짜 아이돌 옆에 앉으면 오징어가 될 게 뻔한데, 그런 이호정을 굳이 설득한 건 왜였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곧바로 알 수 있게 됐다.

“야…… 여기 진짜 실제로 보니까 더 멋있네요? 이렇게 인테리어 하고 방송하시는 남자 BJ 분은 처음 봐요. 그리고 실물도 참…… 여러분, 꼰마님 실물 못 보셨죠? 피부가 장난 아니네요. 이 정도면 진짜 연예인, 배우급이야.”

「ㅇㅈ」

「ㄹㅇ 옆에있는데 안밀린다」

「호정옵 합방하면 남캠들도 오징어되던데」

「아저씨 직장인 왜한거예요 ㅋㅋㅋㅋㅋ」

……이게 목적이었을까.

어쩌면 대수는, 도세나 탐방 때 72까지 올린 ‘외모’를 보고 이호정과의 합방을 추진한 걸지도 모르겠다.

진짜 아이돌이었던 친구와 비견될 정도는 결코 아니지만.

‘마흔일곱에도 저런데 젊었을 때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보면 오늘 방송은 ‘아이돌 출신 20대와 직장인 출신 40대의 합방’이라는 식으로 화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크린샷이 여기저기 전파되어, 20대였으면 누가 더 잘생겼겠냐는 식으로 논쟁이 일지도.

대수라면 거기까지 생각하고 일을 추진할 법했다.

그렇지만 이호정 입장은 어떨까?

[호정하트님 별사탕 1000개. 오늘 기대할게요. 화이팅.]

“하트 누나 고마워요. 아, 여기선 이렇게 안 하죠? 하트 후원자님 감사합니다. 후원해주신 금액은 꼭 필요한 곳에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맞죠, 꼰마님?”

성실하게도 내 방송 시청하며 돌아가는 흐름을 익힌 모양.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기꺼웠다.

팀 해체 후 공황발작을 겪었다고 했지만, 지금은 느긋한 상태를 영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상담 컨텐츠인 내 방송에 나와준 게 의외였다.

2월에 방송을 시작했기에 나와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

진대수와 친해서 부탁을 들어준 것도 아니다.

예전 BJ깡냥과 함께 일할 때 한번 합방을 추진했을 뿐, 그게 어그러진 뒤로는 연락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넌지시 건넨 합방 요청에 대뜸 응했다는 것이다.

“호정 씨. 어제는 깜빡 못 여쭤봤는데, 저와 합방하기로 해주신 건 왜였습니까? 원래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예? 아, 친해지기 위해서죠. 저 원래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해요. 꼰마님이랑 친해지고 싶었어요.”

“저랑 왜……?”

“꼰마님 하이라이트 보다가 팬 됐거든요. 근데 저 이렇게 계속 꼰마님이라고 해도 돼요? 불쾌하시면 호칭 바꿀까요?”

“그건 괜찮아요.”

“아, 다행이다. 아저씨라고 부르기는 싫었거든요. 근데 형이라고 부르면 또 버릇없는 것 같고…… 하하. 아무튼 제가 이제 사연부터 좀 읽어볼까요? 이거죠? 자, 오티쳐님 사연이에요. 안녕하세요? 초임교사입니다. 학생들 때문에 고민이 많이 돼서 이렇게 사연 올려요. 학급 남자애 둘이 주먹 쥐고 싸웠는데요, 제가 여교사라 그런지 걔네들 보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어떻게 화해를 시켜줘야 될지 모르겠어요. 학폭위 끝나고 면담을 했는데 그냥 화만 내게 됐어요……. 이거는 제가 잘 알죠. 남자애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예요. 화해시켜주실 필요도 없고 그냥 놔두시면 돼요. 그렇죠?”

웃으며 돌아보는 이호정은, 그렇지만 확신하는 투가 아니다.

아마도 내 꼰대 캐릭터를 대신해준 모양.

합동방송을 잘 구성하려고 이래저래 연구를 한 듯했다.

그 노력에 상응하기 위해, [내담자 평가]를 수행했다.

「 내담자 명 : 오티쳐

평가 결과 : ‘남성적’ 사고방식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부정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편향 의견으로 분석된다. 」

그 문구를 보고서야 떠올리게 됐다.

연애상담 등에서 남자들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오티쳐가 종종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곤 했음을.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갔던 일들이 재구성된다.

오류 없는 보고서를 통해서.

“……저는 호정 씨 의견과는 좀 달라요.”

「오티쳐 : 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보는 게 불편하다면, 그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얼마나 불편할까. 오티쳐님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너무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보면, 물론 불편할 수 있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오티쳐님께서 학생이셨을 때를. 그때 모든 선생님들께 이해받으셨나요? 이런 표현이 옳지는 않다고 봅니다만, 혹시 ‘남성적인’ 선생님들께 왜 그렇게 숫기가 없냐, 왜 그렇게 소심하냐, 그런 몰이해의 발언을 들어본 적은 없으셨나요?”

「오티쳐 : 헉.. 있어요..」

「헐 ㅋㅋㅋ」

「오늘 꼰마님 관심법 쩌는데」

“그때 기분이 어떠셨죠?”

「오티쳐 : 별로였어요..」

“그러셨을 겁니다. 제 생각은 그래요. 폭력적인 성향은 교정돼야 옳은 것이고, 가능하면 서로 화해하는 것이 좋겠지만, 몰이해 속에서는 무엇도 해소되지 않을 거라고. 인간은 누구도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점을 존중하지 않으면 변화시킬 수 없어요. 이렇게 여가 시간에도 학생들을 생각하시는 오티쳐님은 분명 좋은 선생님일 거예요. 그렇지만 현상이 아닌 마음 쪽도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해란 원래 어려운 법이다.

타인의 사고방식을 무시하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우월한 것으로 치부하는 일은, 인간 모두가 갖고 있는 방어기제.

누구도 그 방패를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그렇기에 몰이해가 생기고 갈등이 번져간다.

그렇지만 역지사지라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마음 쪽에 무게추를 두면, 그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거기에 작은 원동력을 더해줄 수만 있다면.

“마지막으로 오티쳐님. 죄송합니다. 초임교사라고 하셨는데, 저희 윗세대에서 차이를 긍정해주는 사회상을 만들지 못한 탓에 그런 말씀까지 들으셨던 것 같습니다. 오티쳐님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어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숫기’가 넘친다면…… 어디 운전이나 할 수 있겠어요? 작은 실수 한 번만 하면 여기저기서 보복주행을 할 텐데. 오티쳐님 같은 조심스러운 분들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계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꼰대 상남자지만…… 그 다름을 응원합니다.”

[오티쳐님 별사탕 100개. 감사합니다. 생각이 복잡해졌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다름을 응원해볼게요.]

“그렇다고 주먹 쥐고 싸운 걸 응원하실 것까진 없고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기쁘겠네요.”

그렇게 일단락한 뒤 다음 사연을 살필 무렵.

이호정이 웃으면서 멘트를 넣었다.

“이래서 꼰마님이 좋아요.”

“예?”

“이런 거요. 내용이 아니라 사람을 보시는 거. 그때 보람이 합방도 그랬잖아요? 음반이 잘 안 돼서 우울하다는 애한테, 너 잘 못해도 좋아하니까 추천해준 거라고, 즐거운 일 하는 거니까 수익 면으로는 확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얼굴은 막 울 것 같은데 그렇게 터프한 얘기들을 하셨잖아요?”

“아…… 그랬지요. 보람이랑 친한 사이신가요?”

“친한 것까진 아닌데, 보람이 겨…… 음. 보람이가 노래 배운 보컬 선생님이 저랑 친구예요. 예전에 같이 연습생 했던. 그래서 몇 번 같이 봤었죠.”

BJ보람, 정보람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남자 쪽은 3년간 노래를 가르쳐준 보컬트레이너.

그 사람이 이호정의 친구라는 것이다.

이호정이 내게 호의를 품게 된 건, 그날의 야방이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보람이가 요즘 진짜 상태가 좋거든요. 월초까지만 해도 거의 죽어갔는데, 요즘은 우울증 약도 끊었대요. 전 그게 너무 신기했던 거죠. 그때 딱 한번이었잖아요? 꼰마님이랑 딱 한번 합방한 건데, 그 뒤로 사람이 달라진 거예요. 그게 진짜 체험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였다고 할까요?”

“혹시 호정 씨도 고민이 있어요?”

“저요? 아뇨 아뇨. 전 없는데,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요.”

“그렇게라면……?”

“저도 꼰마님처럼 되고 싶어서요. 옆에 사람이 힘들 때, 방송에 내 얼굴 어떻게 비치는지 신경 안 쓰고 막 응원해줄 수 있는, 꼰마님 같은 좋은 사람요.”

……나 같은 좋은 사람이라.

그 말에 부합하는 존재일지 확신은 안 서지만.

이 인기 많은 청년이 날 롤모델로 삼았다는 얘기다.

[내담자 평가]의 보고가 그 사실을 입증해줬다.

「 평가 결과 : ‘꼰마님’의 인간관에 경도된 상태. 그의 방식을 본받으려는 노력이 행동의 변화를 만들고 있다. 」

그 오류 없는 진실에, 하릴없이 행복해졌다.

타인에게 인정받음으로써 즐거워하는 마음이 아니다.

그보다는…… 희망.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내 몇 마디 말에서 이호정은 다른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

그 본인이 원래 호인이었고 또 현재 여유로운 상태였기에 가능한 변화였겠지만, 연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는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NBSC의 힘을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이 변화의 파도는 더욱더 강해질 터였다.

여유롭지 않은 한국사회.

그게 어디 사람 하나하나가 못된 까닭이랴.

눈앞에서 남을 모두 지우고 나만 바라보게 만드는 사회풍조 때문이지, 개개인은 분명 양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개개인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도록 이끈다면, 나는 분명 사회풍조 그 자체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군요.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고맙긴요. 저한테는 꼰마님이 아이돌이에요.”

“예?”

“아이돌이요. 멋지세요, 진짜로.”

순간 대수가 시킨 대사인가 싶었지만.

순수한 선망에 찬 이호정의 얼굴이 그 의심을 씻어냈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렇게, 아이돌에게서 아이돌 소리를 듣고 말았다.

「호정오빠 진짜 맨날얘기해요ㅋㅋ 꼰마님 좋다고ㅋㅋ」

「저희오빠 팬클럽 시켜주세요~~」

[호정마담님 별사탕 500개. 호정옵 대신 서폿해요.]

[호정럽럽님 별사탕 500개. 팬클럽회장 시켜주세요 흐흐.]

[dosena님 별사탕 1000개. 회장은 제 건데요. 호호.]

“자 자, 지금 후원금 들어왔잖아요? 아까는 꼰마님 리액션 했으니까 이번엔 제 방 리액션 배워보세요. 춤추면서 노래하는 건데, 금방 배우실 거예요. 꼰마님은 제 아이돌이니까.”

뜬금없이 쏟아지는 별사탕들과, 기대에 찬 이호정의 눈빛.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런 아이돌이라면 썩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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