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
14장 - 상담사의 인간관 (2)
‘효준좌’ 이슈가 만든 효과는 작지 않았다.
교수들과의 식사 약속이 있던 한효준을 떠나보내고, 홀로 교정을 걸어가며 그 변화를 체감하게 됐다.
“헐, 야 야, 저기.”
“어? 우와! 진짜 다니는구나.”
“와 씨, 영화배우네……. 비율 장난없지 않냐?”
“어, 사진 말하고 찍어야 되는 거 아닌가?”
“아 그런가? 아, 안녕하세요!”
아무래도 날 언급하는 듯한 소리에 돌아보면, 학생들이 민망한 듯 웃으며 꾸벅이곤 했다.
여기저기에서 알아보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의 하나뿐인 석좌교수가 후원까지 해가며 보는 인방이라고 알려진 탓이리라.
다른 데서는 몰라도, 이 학교 안에서는 이미 연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했다.
그런 관심들이 불쾌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학문의 전당인 까닭인지 무례한 접근은 없어서.
하지만 그럼에도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게 되더라.
좋지 않은 목격담이 걱정되는 것보다도, 한창 사회를 배워나가는 청년들에게 혹시라도 악영향을 끼칠까 두려웠다.
그리고 내 본업을 알게 된 게 학부생들만은 아니었다.
상담심리 랩 원생들과 함께 자하연 식당으로 가던 길에, 박혜진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과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어…… 어어?”
“혜진 선생님? 왜 그러시죠?”
“저기, 혹시 이거……?”
“음. 저 맞습니다.”
“헉…….”
“왜요? 뭔데 그래요? 어? 대민 쌤이…… 어? 진짜로?!”
식사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올 때까지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다행인 건 이후로 전보다 시선이 따뜻해졌다는 점.
특히 박혜진의 태도가 훨씬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 ‘진단’이 어렵진 않았다.
내가 경쟁자가 아님을 깨달은 덕이겠지.
그동안은 한효준이 양적연구를 맡은 자신을 불신해서 외부에서 전문가를 끌어온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본업이 인방이라는 걸 알고 불안감이 사라진 건 당연했다.
그런 판단을 얘기했을 때, 한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도 해. 혜진이는, 내가 직접 데려온 녀석이야.”
“아, 그랬습니까?”
“그래. 학술교류 차원에서 작년까지 이대 연구실이랑 합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때 눈여겨보고 얘기를 건넸지.”
“저 말고도 부정 합격자가…….”
“그런 게 아니라 정당하게 면접까지 보고 뽑았어. 다른 애들보다 월등하게 잘하는데, 그걸 어떻게 안 뽑나?”
“아, 그랬군요.”
“하지만 애가 썩 그리 사교성이 좋은 편은 아니란 말이야. 자기 선택으로 넘어온 것이지만 내게 많은 걸 기댔어.”
“그래서 더 챙겨주게 되셨던 거군요.”
“그런 셈이지. 내 신뢰를 잃게 되는 날에는 모든 게 끝이라는 절박한 심정이 있었을 법도 해. 처음에 자네한테 좀 까다롭게 굴었다고 했지? 잘해줘. 나쁜 애는 아니야.”
“물론입니다. 연구실 선배인데요.”
고민 없이 답하자, 한효준이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침음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넨 참, 재밌는 사람이야. 불쾌함을 느끼는 감각이 없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교수님 처음 뵀을 때 속으로 얼마나 욕을 했는데요.”
“뭐!”
“그렇지만 이제는 그 의도를 알지요. 아는데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까지 제가 선입견 때문에 사람을 함부로 미워하곤 했습니다. 상담사로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알아가고, 이해하고, 긍정하기로 했습니다.”
“흠. 인간중심의 인간관인가. 21세기의 칼 로저스로군.”
……그렇게 비유하신다면 좀 민망한 일이지만.
심리학계의 조용한 혁명이라 불렸던 칼 로저스는, 낙천적이고 인본주의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정신분석학과 구분되는 심리치료의 영역을 뚜렷하게 구축했다.
현대의 모든 상담심리학이 그에게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
“감히 제가 무슨…….”
“난 그 양반이 싫어.”
“……예?”
“그런 소릴 했잖나. ‘내가 나 자신이 아닌 척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말이야.”
“그건, 내담자의 심리치료 측면에서 한 말 아니었습니까?”
“그게 아냐. 그 사람 인간관이 그래. 본인이 워낙 낙천적인 사람이라, 다들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거든. 대다수의 편협한 인간들이 그 자신처럼 될 수 없다는 걸 몰랐던 게지.”
자조적인 목소리였다.
스스로의 편협함을 저주하는 듯한.
탁월한 안목과 학식으로 세계 심리학계에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한효준이지만, 그 가면 아래는 일그러진 혼돈이다.
어쩌면 그는 칼 로저스를 질투했던 것은 아닐까.
“교수님…….”
“그리고 자네도! 이것까지 이해할 수는 없을걸?”
그러면서 보여준 것은 SNS의 스크린샷.
어디선가 이름자 정도는 들어본 정신과 의사의 계정이었다.
「가끔 보면 석학들이 ‘야매’에 비상한 흥미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게 내게는 좀 염려스럽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 모든 치료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환자의 정신건강을 위해 선을 지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게 무슨 얘깁니까?”
“허! IQ가 돌고래 수준인가? 보면 바로 알아야지.”
“IQ가 문제가 아니라, 아무 맥락 없이 보여주셨잖습니까?”
“오늘 올라온 트윗 아닌가? 점심 먹는 중에 인문대 김 선생이 보여주더구만. 명예훼손으로 된통 당하기 싫어서 목적어를 뺐을 뿐이지, 딱 봐도 날 저격하고 있는 거라면서.”
“교수님을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직도 모르겠나? 자네를 까고 있는 글 아니냔 말이야.”
그렇게 듣고 보니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석학’이 한효준이고 ‘야매’가 나라고 한다면.
이용덕이라는 이 의사는, 한효준이 후원했다는 내 방송이 선을 넘는 치료행위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군요. 그런데 저는, 무슨 정신분석 쪽의 진단이나 치료를 한 적은 없는데.”
“나야 알지! 그러니까 나무라긴 하지만 응원하고 있는 거고. 하지만 이 의사 나부랭이는 그걸 모르는 거야. 기껏해야 약물치료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방송쟁이 주제에.”
“……교수님, 그런 말씀은 좀.”
“뭐가 어떻다는 거야! 자네는 화도 안 나나?”
그야 화는 난다.
하지만 얼굴이 벌게진 한효준 때문에 도리어 차분해졌다.
“방송을 보지 않고 쓴 트윗이겠지요. 내용을 모르면 오해할 수도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냐! 이 앞을 보면…… 봐. 다 보고 한 말이잖나?”
스크린샷을 많이도 찍으셨다.
과연 이용덕은 내 방송을 시청하고 한효준이 남긴 채팅 내용들까지도 대부분 읽었던 모양.
분통 터뜨리시느라 식사는 제대로 하셨을까 걱정이었다.
“사람 생각이란 게 참 다양하군요.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이렇게 오해하는 의사도 있고. 너무 신경 쓰지 마십쇼.”
“……끝인가?”
“더 뭘……?”
“허허. 나가. 나가, 이 박 로저스야!”
칭찬 같은 욕을 듣고 교수실에서 쫓겨났다.
그렇지만 잠시 후에는 나도 좀 인상을 쓰게 됐다.
수요일인 오늘, 드디어 시청자 초대석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해왔던 가벼운 고민상담보다 얘기가 깊어질 터.
그래서 이번에는 전문가까지 모실 예정이지만……
생방송이 나가고 나서 이용덕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금은 염려가 되기 시작했다.
*
조수석에서, 김지연은 방금 올라온 유튜브 하이라이트를 시청했다.
그게 곧 시청자초대석을 공지하던 장면에 다다랐다.
[벌써 5000분이나 들어오셨는데, 이 시점에 공지 하나 드리겠습니다. 제가 내일 시청자 초대석을 준비 중입니다. 채팅으로만 이야기하기에는 미진할 것 같은 진지한 고민들을, 직접 제 방송국으로 모셔서 들어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물론 너무 민감한 사연인 경우에는 곤란합니다. 방송인지라 비밀보호가 안 되니까요. 하지만 지역에 따라 차비도 지원해드릴 예정이니, 여건에 무관하게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와우!!!!!」
「꼰머님 해외도 대여?」
[해외까진 무립니다. 차편으로 오실 수 있는 분만 부탁드리겠습니다.]
「ㅜㅠㅠㅠㅠㅠㅠ제주도 울어요」
「꼬마부장님 전처럼 상담소 연결해주는거는 안해요?」
[예. 제가 직접 모셔다드리는 게 원칙이었는데, 대학 수업까지 듣다보니 시간이 넉넉지가 않네요. 하지만 방송에 상담심리사님을 초청하는 방식으로는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이클럽 : 진짜요? 말씀만 해주세요 갈게요!」
「와 세이님이다!」
「세이님 실물보는거임??」
「세이클럽 : 아.. 좀 부끄럽긴 하네요 기대하지 마세요」
「ㅋㅋㅋㅋ 기머기머」
그걸 보며 혼자 볼을 붉히더라.
나로서는 사실 코가 잘못 꿰인 부분이었는데.
젊고 어여쁜 김지연에게 아내가 질투를 할지도 모른다 생각해 다른 사람을 섭외하려고 했는데, 본인이 나서버린 것이다.
결국 아내에게 잘 설명해서 미리 오해를 불식시켜야 했다.
[아무튼 그 부분은 이 아래 띄워놓은 메일주소로 신청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매주 한 분씩 모셔서 함께 방송을 진행하고, 부족하나마 상담도 진행해드리겠습니다.]
「와우 ㅋㅋㅋㅋ」
「이거 거의 소원권인데?」
[은진알통님 별사탕 100개. 꼬마부장님 혹시 열혈한테 우선권 없나여? 이거 경쟁률 빡셀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따로 디렉터가 살펴보고 선별하니 후원 금액과는 완전히 무관할 겁니다. 저한테 후원하신 거 아니잖아요? 여러분의 후원금은 필요한 분들께 전달될 겁니다.]
「아니ㅋㅋㅋ 나쁜아저씨야ㅋㅋㅋㅋㅋ」
「대우해주는건지 무시하는건지 헷갈린다..」
“후훗. 아, 이거 웃겼어요. 그런데 박 선생님, 후원자들 이렇게 막 대하셔도 되는 거예요? 이러면 안 도망가나 몰라.”
“그런 부분까지도 진지하게 컨텐츠에 임하는 자세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흠…… 그렇구나. 그런데 선생님? 이제는 저한테 말씀 놓으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방송에서 보기에도 좀.”
“내 생각은 달라요. 오히려 전문가를 모셔놓고 반말을 하는 게 더 보기에 안 좋지 않을까요?”
“음. 원래 말씀 잘 안 놓으세요?”
“아뇨. 팀원들하고는 터놓고 얘기하는 사이였는데요?”
“그럼 다른 팀 부하직원들은요?”
“……친한 사이가 아니면, 높임말을 썼지요.”
“거 봐요. 저랑은 안 친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잖아요.”
그게 그렇게 되나.
그렇지만 친하다고 말하기에는 어색한 사이인 게 사실인지라, 그저 운전에 집중했다.
“치. 됐어요. 그럼 오늘 오게 될 내담자는 어떤 분이에요?”
“나도 아직 몰라요. 선입견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메일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그분은 직접 찾아오시는 건가요?”
“아뇨. 거리가 가까워서 디렉터가 픽업하기로 했습니다.”
“아, 디렉터. 가끔 목소리 나오시던데, 어떤 분이에요?”
“업계에서 전설적인 친구죠. 센스가 남다릅니다. 지금 보고 계신 하이라이트도 그 친구가 전부 다 만진 거고요.”
“아, 그렇구나! 어떤 분일지 기대되네요.”
그렇게 말했던 김지연은, 원룸 건물 앞에서 진대수와 마주한 직후에 잔뜩 실망하게 된다.
“오! 미인! 와우! 안녕하세요! 누님 완전 짱 미인!”
“아…… 하하하. 반갑습니다. 디렉터님?”
“예압. 진대수예요. 근데 이게 웬일이야? 심지어 여기도 미인인데! 자, 오늘의 시청자님이십니다.”
“아, 안녕하세요! 꼰마님, 저 진짜 팬이라서 너무 뵙고 싶었어요. 이렇게 뵙게 돼서 진짜…… 제가 닉네임이-”
“스톱. 거기까지. 아쉽지만 거기부턴 방송 때 토킹어바웃 하시기로 하죠. 제가 식사 좀 대접하고 올게요. 물론 형님 카드로. 그동안 두 분이서 시청자들 채팅 분위기 만들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게스트를 이끌었다.
20대 후반 정도의 젊은 여성이었는데, 미인이라서 그런지 대수가 옆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 뒷모습을 보며 김지연이 참지 못하고 내뱉었던 것이다.
“되게 가벼우신 분이네요. 어후, 진 빠져.”
“하하. 그렇지만 속은 깊은 앱니다.”
“아, 예. 박 선생님 눈에 누군들 안 그럴까요.”
“그런 게 아닌데…….”
“아무튼 올라가요. 근데 떨린다. 남자 혼자 사는 방에 가보는 거 처음이에요.”
“사는 방이 아니라, 방송 세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생활공간이 아니에요.”
“에이, 그냥 재밌자고 한 말인데요?”
“……예. 그런데 남자 방에 가는 게 처음이에요?”
“네. 아, 이상한가요? 요즘 애들 개방적이라고들 하지만, 사바사(사람by사람)예요. 전 그쪽으론 보수적이어서요.”
“예. 존중합니다.”
대답하면서 조금은 또 염려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내도 그쪽으로 보수적인 사람인데.
김지연도 젊은 여성이고 이번 게스트 역시 젊은 여성.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중간중간 대수 목소리를 좀 넣어줘야 할 것 같다.
김지연은 임시로 진대수의 디렉터석에 앉혔다.
그렇게 우선은 나 혼자 시작한 방송.
새 아이템을 미리 공지해둔 덕분인지, 시청자들이 전에 없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벌써 2천 분이 들어오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본방송 시청자는 여기서 커트하겠습니다. 여유가 있긴 한데, 아무래도 진지한 얘기를 해야 돼서요. 자. 오늘은 특별한 날이죠? 어제 공지해드렸던 대로 후원자 한 분을 게스트로 모시고 방송을 진행해보려 합니다. 1부에서는 게스트 분과 함께 여러분의 고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거고요, 2부에서는 게스트 분 본인의 고민들에 대해서 상담해볼 예정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께 소개해드려야 할 전문가가 계십니다.”
「오 드디어」
「세이클럽님??」
「기머기머ㅎㅎㅎ」
“세이 선생님.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김지연이 샐쭉 웃으며 내 왼쪽 자리에 착석하고.
2천의 시청자들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우와ㅏㅏㅏㅏㅏㅏㅏㅏ」
「세이님임? ㅗㅜㅑ」
「지금 상담하러 갑니다 누님」
“하핫. 반갑습니다. 네, 저 세이클럽 맞아요. 서울대 상담심리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밟고 있고, 상담심리사 1급 자격증이 있어요. 본명이랑 나이는 비밀로 할게요. 오늘 방송 나온다고 화장 평소보다 열심히 한 건데, 이상하지 않아요?”
「절대네버」
「누님예뻐요!!!」
「저랑 사귀어주십쇼」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후원자님들? 죄송하지만 상담 과정 중에 외모에 대해서 평가하시는 건 좋지 않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요. 물론 호의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외모에 대한 칭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있거든요. 진짜 내가 아닌 꾸며낸 나를 좋아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서 불쾌해지거나 부담감을 느끼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내면적인 상담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요. 오늘 그 부분을 주의해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릴게요.”
「오..그렇다는건..」
「오늘 게스트도 예쁘구나!!ㄷㄷ」
「꾹참겠슴다 누님!!」
김지연의 가면도 보통은 아니었다.
아직 한효준처럼 감탄이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젊은 외견에도 불구하고 누구나가 공경의 마음을 품게 만들었다.
과연 그 까다로운 교수가 수제자로 낙점한 사람다웠다.
그러나 마침내 준비단계를 마치고 게스트를 불러들인 직후.
채팅창이 다시금 불타올랐다.
「ㅗㅜㅑ」
「개이쁘다;;」
「연예인임???」
김지연의 충고 따위는 인출(retrieval)되지 않은 듯한 태도.
의식적으로 자제할 수 없을 정도의 미모였던 모양이다.
“아, 하하. 안녕하세요. 저 도세나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사하려니까 민망하네요. 꼰마님, 진짜 뵙고 싶었어요. 진짜…….”
……dosena라면 최근 회장(후원액 1위)에 오른 애청자인데.
상상도 못 한 정체였다.
채팅 말투나 큰손 기질을 봤을 때 3,40대의 남자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것도 내 선입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 속에서 김지연과 도세나를 인사시키던 중이었다.
시청자들 중 누군가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챘다.
「엥??? 이분 인싸부심 작가 아님???」
「인싸부심이 머지」
「맞네 사진이랑 똑같은데」
「작가님이세요??」
「웹툰작가 작년에 잘나가신 분임」
「웹툰작가였던 내가 지금은 꼰머방 열혈? 엌ㅋㅋㅋ」
……상당히 일반적이지 않은 직종을 만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