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32화 (32/200)

# 32

12장 - 상담사와 조직생활 (3)

“와…… 판타스틱하네. 제가 대충은 알고 있었거든요? 가끔 지원팀 대리 만나거나 하면 부장님 잘 지내시냐고 물어보고 그랬는데, 그럴 때마다 워낙 좋은 말만 나와서요. 그래서 아 이분이 진짜 사랑받는 부장님이구나, 그거는 감을 잡고 있었어요. 근데 이 정도로…… 거의 신일 줄은 몰랐죠. 킹왕짱이 아니라 슈퍼울트라 킹갓 부장님이셨네. 형님, 감동입니다!”

조수석의 진대수는 두 손을 파닥거리며 열변을 토했다.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저 마음이 호수의 저 깊은 곳까지 침잠해 들어갔다.

프리월드 내에서, 나는 반쯤 신이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에 의해 영웅시되고 있었다고.

그로 인해서 실무진 전체가 날 선망했다는 것이다.

그런 진실을 알고 나자……

심장 한쪽이 막힌 듯 답답해졌다.

그 회사 대표의 마음에 얹힌 돌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동아리 시절의 진갑수는, 패기 넘치는 선배였다.

한국 최고의 대기업 오성그룹을 박차고 나온 남자.

인터넷 세상을 제패해보자며 얼마 안 되는 퇴직금을 모두 털어 후배들을 끌어모았던, 굳건하고 저돌적인 전사.

어느 누구에게도 위협받지 않는 우리의 리더였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게 사직서를 요구하며.

어쩌면 모든 게 나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대표가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거부해, 그럼으로써 트위치와 유튜브의 협공 속에서 위기를 맞게 된 일.

거기에 내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젊고 영민했던 진갑수가 리더십을 잃고 독선적인 인물이 된 건, 대표를 능가하는 실세 부장의 파워 때문이었을 테니.

송성희 대리에게 나는 착해져도 괜찮은 세상이었다.

그렇지만 진갑수에게는 그 반대.

지나치게 정도만 걸으려던 나로 인해, 그는 악해져야 했다.

그 지점에서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사회의 통념이 아닌 개인적 알고리즘으로 살아온 나는, 조직생활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기업의 리더십을 뒤흔드는 갈등의 근원이 됐다.

진갑수를 원망했던 마음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이렇게나 작은 주제에.

나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상담사를 논했던 것인가.

미워할 사람이 필요했다.

내 좌절과 모멸감을 덤터기씌울 희생양을 갈구했다.

상대의 속내를 ‘진단’해보긴커녕,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만한 방향으로 내게 유리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렇게 진갑수를 세상 더없는 악인으로 치부했다.

실제로도 그와 비슷했다.

내가 절대선의 히어로로 자리매김한 까닭에, 날 막 대하는 대표는 조직 속에서 우스꽝스런 빌런이 되고 말았다.

그에게도 나름의 정의가 있었을 텐데.

나름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을 텐데.

“정해진 그 형님이 눈썰미가 참 있어요, 그죠? ‘우리한테는 부장님이 아이언맨이고 배트맨이었습니다.’ 캬! 이거 완전 드라마 아닙니까? 그 뭐야, 비밀의 정원인가 그거. 그죠?”

히어로라 부르던 정해진 과장의 말이 더는 기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나 혼자 좋은 사람이었다.

82의 ‘관계’로 날 향하는 주변의 인심을 따뜻하게 만들었을 뿐, 그들이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지 못했다.

이제는……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

더 이상은 좋은 사람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꼰대마스터가 되리라.

나 스스로가 독선적인 꼰대마스터가 되어, 내 곁의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대수야.”

“예쓰, 미스터 스타크!”

“……어 그래. 음. 생각해봤는데, 별사탕 후원이라는 거 말이다. 그건 정말 착한 친구들이 하는 게 아니겠어?”

“엥? 웬 판타지소설입니까? 걔네 거의 다 관종 갑부들 아니면 관종 거지들인데? 어느 쪽이건 관종인 거죠.”

감히 내게 그런 충언을 하다니.

꼰대로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시끄러워. 다 착한 친구들이야.”

“에엥……? 하하. 예, 뭐 그렇다 치죠.”

“그 친구들한테 선물을 줘야 되겠어. 그러니까……”

설명을 듣는 대수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 임계점을 넘어, 폭소를 터뜨렸다.

*

대학으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연구실로 올라갔다.

원생들은 여전히 프로젝트 삼매경.

학기에 무관하게 리서치나 자기 논문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인데, 모든 멤버들이 랩 프로젝트에만 몰두했다.

“아, 대민 쌤. 이제 편하게 구경하세요. 오늘은 정리해야 할 게 많아서 안내해드리기가 좀 까다로울 것 같아요.”

그나마 날 챙기려 하던 김태민이 바쁘게 움직인다.

신경전 속에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박혜진 역시.

번갈아가듯 교수실로 찾아가 해답을 듣고 오는 일을 거의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때마다 눈은 서로의 자취를 쫓았다.

신선한 모습은 구성원에 변화가 생겼을 때 나타났다.

박혜진이 수업조교 활동을 위해 연구실을 나선 뒤, 김태민은 오히려 타겟을 놓친 사냥꾼처럼 집중력을 잃었다.

태클 걸 사람이 빠졌으니 더 몰두해야 마땅할 텐데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관계였다.

한효준 교수와 박대민 부장을 머릿속의 저울에 올렸다.

한효준은,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위대한 상담사로서 자신을 갈고닦아 김태민과 박혜진으로부터 존경받아온 리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엔 깊은 골이 생겼다.

경쟁에 심취해 성장이 늦춰질 정도로…….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실에 찾아가 나지막이 단언했을 때.

한효준은 황당하다는 듯 상체를 뒤로 뺐다.

“뭘 벌써부터 그러나? 몇 번이나 봤다고. 앞으로 차근차근 친해지면서 관찰을 해봐. 내가 뭐 하루아침에 애들 하나로 만들라 그랬어? 시간을 두고 탐구해보란 얘기였지.”

“다섯 사람 중에서 성격이 나빠 보이는 친구는 없더군요.”

“허허. 그런 당연한 소릴 왜 하나? 내가 애들 뽑는 데 인성을 얼마나 보는데. 이 탁월한 안목으로 말이야.”

“예. 그러니 어려웠던 거겠죠. 나쁜 사람은 없는데 나쁜 상황은 있는, 드문 사례니까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이런, 답답한 사람을 봤나. 내가 말했잖아? 여기 학부 출신들이랑 다른 데서 온 애들이랑 대립하고 있는 거라니까?”

한효준의 안목이 탁월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는 결코 탁월한 리더가 아니다.

과거의 내가 그랬듯, 자신의 존재감이 만들어내는 영향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님께선 지금 근원과 대처를 오인하고 계십니다.”

“뭐라고?”

“자대와 타대는 근원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기능적 대처(상황을 악화시키는 문제행동)에 가깝다고 판단됩니다. 이미 있는 갈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끌어낸 논리구조죠. 그 아래에 다른 근원이 있습니다.”

“아, 이거야 원. 스님이야? 자꾸만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해.”

“단적으로 말해, 교수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말에 한효준의 얼굴이 덜컥 굳었다.

그는 눈을 아주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

“내가…… 연구실 관리를 잘못했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몇 년 동안 이어진 흐름이라고 들었습니다. 파벌이 나뉘어 연구를 방해하고, 인간적인 교류가 끊어지고. 다른 연구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상담심리 랩에서는 있어선 안 될 현상입니다. 연구집단 내에서도 갈등을 벌이는 채로는 연구대상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그게, 내가 무능해서 그런 거다?”

“무능이 아닙니다. 명성도 실력도 탁월하시잖습니까?”

한효준의 얼굴이 밝아졌다.

강한 자존심만큼 찬사도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래, 그렇지. 자네야 내 이름도 이번에 처음 들어본 모양이지만, 나름대로 명망이 있단 말이야. 난 잘하고 있어.”

“하지만 그 상황에 원생들이 그저 행복하기만 할까요?”

“좋은 일 아닌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내 랩에 붙었으니.”

“데미갓(demigod)입니다, 교수님.”

“데미갓? 반신?”

“예. 대학원생 카툰 중에 그런 게 있습니다. 교수들 중 반신이라 할 만한 존재가 있다. 그는 권력과 명성과 비전을 주는 존재다. 그렇지만 절대로 만날 수는 없다…….”

“그게 무슨 뜻인가? 만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야?”

“소용이 있습니다, 교수님. 반신이니까요.”

나 역시 그랬다.

와룡이라 불리고 히어로라 인식되며 사람들을 휘어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심화됐다.

온통 밝기만 한 내가 자꾸만 이 팀 저 팀을 도와줬던 까닭에, 역으로 민원식 차장의 어두운 그림자는 커져만 갔다.

“반신. 신격화된 영웅. 그런 존재가 지나치게 자주 얼굴을 비춘다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의 눈에 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에 떨지는 않을까요? 거기서 갈등의 근원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허허……. 어쩌다 그런 추측을 하게 됐지?”

“회사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누군가에게는 제가 그런 존재였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존재만으로도 질투나 두려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경우에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갈등이 생겨날 수 있겠지요. 인성이 나쁘지 않은 친구들이라면 그걸 인정하기 힘들 겁니다. 그래서 무의식 중 무언가 꼬투리를 잡게 됩니다. 저 친구는 타대 출신이니…… 저 오빠가 나를 타대라고 무시하니…… 그런 식으로 정당화되고, 그게 명분이 되어 갈등을 확대했을 겁니다.”

민원식의 경우 내 직무능력을 명분으로 삼았다.

자신의 전공인 VR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니 미워해도 마땅한 거라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질투심을 키웠다.

선한 사람도 피해가기 힘든 자기합리화의 덫이었다.

“허…… 그렇군. 있을 법해. 프리츠 하이더로군. ‘행동은 필드를 에워싸는 경향이 있고, 관찰자는 자기 행동을 주의를 끄는 것에 귀인(행동의 원인을 판단하는 일)시키곤 한다.’ 랩에서 내 후광은 늘 있어왔던 배경으로 치부됐을 거야. 그래서 경계심을 부추기는 다른 원생에게 갈등이 귀인됐다. 그렇게 말하면 분명 합리적이야. 이거야 원…… 내가 스스로 미꾸라지가 돼 있었던 건가. 참…… 생각지도 못했는걸.”

“특히 교수님께선 가면을 쓰고 계시죠. 저나 지연 씨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안 그러면, 나 같은 괴팍한 교수 말을 누가 들어주겠나?”

스스로가 괴팍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는 건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을 통제하려 애써왔던 모양이다.

숭고한 노력이지만, 그게 꼭 좋은 효과만을 낳지는 않는다.

“원생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시죠. 저토록 대단한 사람이 나를 인격적으로 대우해준다…… 그 기쁨은 너무나 거대합니다. 잃는 것이 두려워 집착하게 되는 절대반지였을지도 모릅니다.”

“허…… 허허? 그거 참. 절대반지라…….”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드높은 자존심마저 감추고 갈등을 피할 수 있는 인격자.

스스로 안목을 자랑하듯 ‘진단’의 대가일 것이고, 그렇기에 여러 협회장과 학과장을 역임할 수 있었을 터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맹점은 존재할 수 있다.

아마도 선입견.

나와는 반대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이 주변의 갈등양상에서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를 일으켰을 법했다.

이런 석학에게도 약점이 있다니 기분이 참 묘하지만……

그게 사람이라는 거겠지.

나 역시 그 점을 주의해야 할 터였다.

‘진단’을 71까지 올렸음에도 편견은 공고했다.

스스로 베일을 씌우고 그 안의 내용물을 재단했으니.

NBSC로 모든 능력치를 100으로 만든다 한들, 주체인 내가 주의하지 않으면 언제 어느 순간 실수가 생길지 모른다.

제대로 바라보고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그걸 할 수 없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반쪽짜리일 뿐이다.

“오늘만 해도 박사 과정 원생들이 사소한 의문 때문에 교수실을 10여 회 이상 찾았습니다. 그렇죠? 자리를 지키며 연구를 도와주시는 건 분명 축복이겠지만, 연구실에서는 그 과정이 경쟁적으로 보이더군요. 의문이 있어서가 아니라 상대에게 내가 더 교수님과 가깝다는 식으로 과시하기 위한…….”

“으음…… 일리가 있어. 그런 방향으론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건…… 그럴싸해.”

“그러니 교수님. 근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은 재발할 갈등입니다. 가끔은 쓴 사탕도 주심이 어떨까요. 입에 좋은 것은 몸에 좋지 않습니다. 때로는 거리도 두고-”

“아, 그만 좀 해! 무슨 아이 가르치듯이 하는구만. 그 정도 했으면 알아들었어. 매양 웃는 낯으로만 대하지 말고, 교수실에 있지만 말고 더 싸돌아다니라는 얘기 아냐. 애들이 나 말고 자기들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안다고, 알아.”

사랑받고자 하는 아이의 마음이다.

장년기를 향해 다가가는 학자들이지만, 지나치게 빛나는 교수가 늘 돌봐줘서야 기대고 의존하는 마음만 커져갈 터.

부모라면 그저 품어줘도 된다.

그렇지만 리더라면, 거기에 선을 그어줄 줄도 알아야 한다.

이제는 그가 좋은 리더가 되길 기다려보자.

그리고 나 역시 좀 더 좋은 리더가 되어보자.

그렇게 교수실을 나서기 직전에, 한효준이 소리를 질렀다.

“잘했어!”

“……예?”

“잘했다고. 데려온 보람이 있네.”

“아, 예. 감사합니다.”

“자네는…… 참 이상한 사람이야. 영 바보 같아 보이면서도 이럴 때는 또 예리하군. 가서 애들이랑 내 얘길 좀 해봐. 당장 직면까지는 못 가도 약간 떠볼 수는 있지 않겠어?”

“교수님. 저 이제 방송 때문에 가봐야 합니다.”

“응? 에잉. 그놈의 방송, 새벽에 하면 안 되나?”

웃으며 허리를 숙여 보였다.

*

원룸의 주차장에 들어설 무렵, 이아리의 전화를 받았다.

하루에 딱 한 번씩 거는 전화.

그렇지만 목소리는 열 번도 넘게 전화할 것처럼 열렬했다.

[아저씨! 저요 저요, 오늘부터 학원 가요!]

“아, 오늘이구나. 거기엔 학교 애들이 별로 없다고 했지?”

[응. 그래서요, 친구 만들 거예요.]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반복된 소외 속에 형성된 부정적인 무드는 쉽게 티가 난다.

그게 주변 학생들의 접근을 막는 장벽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밝은 음성으로 소녀를 응원해줬다.

“그 학원 다니는 애들은 참 행운아네?”

[응? 왜요?]

“아리처럼 착한 애가 친구 해주려고 하니까. 그렇지?”

[아…… 아닌데! 어…… 헤헤. 응. 행운아네?]

“그럼. 당연하지.”

[히히히. 그래서요, 오늘은 방송 못 봐요.]

“으윽. 아저씨 너무 슬프다. 아리가 방송을 못 본다니.”

[아, 아, 저기, 아니요, 방송 볼 수 있어요! 몰래 볼게요.]

“장난이야.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 아리 공부 열심히 해야지? 친구들이랑도 어울려야 되니까 폰은 제출해.”

[아…… 응. 열심히 할래요!]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소녀다.

새로운 또래들을 만나는 일이 두렵고 무섭기만 할 텐데, 그럼에도 밝은 목소리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는 아이.

그 목소리를 되새기며 나도 주먹을 움켜쥐었다.

“꼰마야놀자님, 안녕하세요. 소망강처녀님, 안녕하세요. 예, 다들 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 방문해주신 분들도 정말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꼰마입니다.”

시청자의 수가 지난 금요일에 비해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주말에 유입된 시청자들 덕분.

기존 애청자들의 경우엔 새 뱃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어라?? 파비네??」

「꼰마오빠 파비 다셨어요?」

“예, 알아봐주셨네요. 오늘 낮에 프리월드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시청자 수가 많이 늘어서, 덕분에 파트너BJ를 달게 됐어요.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엌ㅋㅋㅋ 베비 안거치고 바로 파비가넼ㅋㅋㅋㅋ」

「프리월드 일하네 ㅋㅋㅋㅋ」

[양념사탕님 별사탕 100개. 파비 추카해여 오빠 흐흐흐.]

[마구니님 별사탕 500개. 미쵸 진짜 벌써 파비라니 크크.]

전체적으로 유쾌한 반응이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프리월드 부장 출신이라 특혜가 주어진 게 아닐까 의심할 법도 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 걱정에 지레 변명부터 했겠지.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BJ꼰마는, 질시와 의심조차 부끄럽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리 공지할 게 있습니다. 파비가 돼서 이제는 별사탕 후원의 80%를 환급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제까지 받은 별이 무려 29만 개거든요. 그걸 80으로 곱하면…… 2000만원이 넘네요. 일주일 만에 연봉이 모였습니다.”

「ㅋㅋㅋㅋㅋ그거반이세금임」

「에이 꼰마님 기부할거잖아여」

「기부빌런이 누굴 속이려고 ㅋㅋㅋ」

“채팅들이 좀 이상한데요? 왜들 이러시죠? 전 기부 같은 거 한 적이 없습니다.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기부 싫어해요. 저 돈 벌어서 건물 올릴 겁니다. 갓물주가 돼보겠습니다.”

「미쵸 ㅋㅋㅋㅋㅋㅋ」

「아재 연기도하시네 ㅎㅎ」

「오늘 컨텐츠는 플렉스임? ㅋㅋㅋㅋㅋ」

그 타이밍에 디렉터 대수의 얼굴을 한번 봤다.

내적 폭소 속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더라.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재단 같은 거 차려보려고요. 어쩔 수가 없잖습니까? 돈이 이렇게나 빨리 모이면 저 혼자서 어떻게 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기부를 하겠어요.”

「엌ㅋㅋㅋㅋㅋ」

「뭐야 결국 기부하네ㅋㅋㅋㅋ」

“예? 이분들이 감이 없으시네. 그 돈이 뭘로 나온 건데요?”

「별 쐈는데여?」

「별사탕 후원요」

“예, 그렇습니다. 별사탕을 이용한 후원이죠. 도네이션. 기부. 기부를 하셨으니까 중간관리자로서 기부를 하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적의논리다ㅋㅋㅋㅋㅋㅋ」

“기적의 논리가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모든 수익금액은 전부 재단으로 돌릴 겁니다. 저한테 따로 도움을 주고 싶으시면 주변에 홍보를 해주세요. 그 외의 모든 별사탕은 제가 아닌 재단 후원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여러분 이름으로 검증된 기관에 기부하고 모든 내역을 방송을 통해 공유하겠습니다. 잊지 마세요. 여러분이 절 기부빌런으로 만들었습니다. 착해빠진 사람들 같으니. 어떻게 일주일 만에 2000만원을 기부할 수 있는 겁니까? 여기서 기부하는 건 소득공제도 안 되잖아요? 존경합니다. 실은 제가 아리업 때 다 알아봤어요. 제게는 여러분이 히어로입니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후원이 그후원이아니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

[케바케님 별사탕 1000개. 성님 크크 도랏 크크 이게 뭔소리다요 관종큰손이었던 내가 이세계에선 기부천사라니]

[보람찬하루일을님 별사탕 1000개. 헉 흐흐. 전액 기부라니 솔직히 걱정되긴 하지만 뭔가 기분이 좋네요 흐흐.]

조직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나는, 이제 리더가 되려 한다.

2만여 명의 기부자를 거느린 재단의 수장이.

꼰대로서 큰손들의 돈을 갈퀴로 긁어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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