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11장 - 상담사와 대학 (1)
대학원생이 떠나고 난 뒤 한효준은 다시 괴팍해졌다.
그렇지만 말하는 내용만큼은 친절했다.
석사 과정을 위해 들어야 하는 학부 선수과목들에 대한 설명과 연구 과정에 대한 조언이 꽤 오래 이어졌다.
그는 다른 학생들에게 자극제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한국 최고라고 자부하는 자대 출신 원생들과 타대 또는 타과 출신 원생들 사이의 갈등.
그런 분위기 속에서 동기부여가 무너져 연구가 지지부진하다는 얘기였다.
그나마 꾸준하고 성실해서 기대를 걸고 있던 게 김지연이었는데, 석사만 마치고 개원해버려 몹시 속이 상했었다고.
그녀를 박사로 끌어오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진함을 느낀다고.
어떤 혁신적인 연구성과까지는 안 바라니, 그 원생들 틈바구니에서 어떤 무게추가 되어달라 부탁했다.
심리학 권위자의 부탁이라고 하기엔 좀 우습지만……
교수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일 터였다.
30대 젊은 교수라면 몰라도, 60줄을 바라보는 학과장 입장에서 청년들 사이의 역학관계에 개입하기는 쉽지 않겠지.
그 이야기까지 듣고 나서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무슨 스트레스가 그리 많은지 이미 흑발이 안 남은 노교수.
그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건 미안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 역시 목이 말라 있었던 것이다.
아내의 진단은 나보다 훨씬 정확했다.
태민이란 원생의 사소한 의문점에 다양한 논점으로 설명해주는 한효준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 그대로 ‘도제’와 같은 그 학습여건에 부러움의 감정이 확 일었다.
이런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었다.
다른 학생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면야.
면접 전 컨택만으로 합격을 보장받았으니, 그조차도 학과장이자 지도교수인 한효준의 편법적 재량에 해당하겠지만, 어쨌든 누군가에게 해악을 끼치는 일은 아니다.
이후에 다른 원생들 이상으로 노력하면 될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중.
한효준이 소리치듯 말했다.
“나는 말이야! 정신도 해부가 된다면 참 좋겠어.”
“예? 뇌 말씀이십니까?”
“뇌 말고. 그걸 해부한다고 뭐가 나오나. 현대의 기술력으로는 어느 부위가 어떤 자극에 반응한다 따위밖에 규명할 수가 없잖아. 인간 정신의 지도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어.”
“……불가능한 일입니다. AI만 해도, 아무리 정교해져봤자 인간의 생체신호에 버금갈 순 없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잖아. 짜증이 난단 말이야. 40년을 바쳐서 연구를 해봐도 늘 아 다르고 어 다른 결론. 이런 학문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공대에 갔을 텐데 말이야.”
그 말에 나까지 웃고 말았다.
막상 왔다면 다른 오류들에 시달리셨을 텐데.
그렇지만 다음 순간, 한효준이 다시 외쳤다.
“자네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예?”
“마음의 지도 말이야.”
“제가요? 아닐 겁니다.”
“아닐 수도 있지. 이미 나이가 꽤 찼으니까. 지금까지 본 모습들은 마음에 드는데, 학습 쪽도 그럴지는 모르겠어.”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해줘. 부탁이야. 많이 노력해줘.”
한효준은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돌렸다.
쳐다보지 않는 그 정수리에 대고 꾸벅 인사했다.
16동을 나서면서는 이런저런 고민에 잠겼다.
그가 치켜세워준 내 ‘진단’에 대해서.
그게 아직 7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민망해졌다.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다.
92의 ‘관계’에 의해 채팅으로 다가오는 내담자들조차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게 됐을 뿐.
어디까지나 NBSC의 힘이었다.
그로써 석학에게 인정받았다 한들 자만할 수는 없었다.
확 바뀐 중앙도서관을 둘러보다가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공대폭포나 붉은광장, 꿈의 건물이라 불리던 윗공대 302동까지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다.
당장 월요일부터 학부 수업을 청강하라고 했다.
우스운 꼴을 보이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수준의 지식을 갖추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다.
그 일념으로 심리학 원서를 50 페이지쯤 정독했을 무렵.
상담 스케줄을 마친 김지연이 학교에 도착했다.
“박대민 씨! 여기 계셨구나. 뭐 하고 계셨어요?”
“책 좀 읽고 있었습니다.”
“아, 앳킨슨? 저도 진짜 죽어라 봤죠. 거봐, 원서도 잘 읽으시네. 텝스 걱정하신 건 완전 거짓말이었네요.”
그래도 시험과는 좀 다른 부분인데.
곁에 앉는 김지연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왜요, 바로 가시게요? 저 일부러 왔는데.”
“아뇨.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한번 걸어가보겠습니다.”
“아…… 이런 거 오글거려요. 참…….”
내가 다시 벤치에 앉은 뒤, 김지연이 문득 책을 뺏어들었다.
그리고 토요일인데도 바쁜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가리켰다.
“앳킨슨보다는, 쟤네들을 보세요.”
“예?”
“물론 좋은 책이죠. 심리학과 전반에서 읽는 원서예요. 하지만 그래봤자 살아있지는 않아요. 살아있는 사람을 봐야죠.”
“아…….”
“라고, 교수님께서 자주 말씀하세요. 미리 경험하시라고요.”
“아하.”
“그래놓고 전문용어 철자 틀렸다고 쥐 잡듯이 잡아요. 이래가지고 저널에 낼 수나 있겠냐며. 영어 잘한다고 잰 체는.”
“영어를 잘하십니까? 해외 이력은 없으신 것 같던데.”
“아, 그건 비행기를 못 타셔서 그래요. 우습죠? 세계 이상심리 권위자라는 사람이 플라잉포비아라니. 그래서 해외 학회도 한 번 못 가보셨죠. 해마다 인용지수 높은 논문 써내시지 않았으면 국내에서도 인정 못 받으셨을 거야. 아직도 선진국 해바라기인 사람이 많은 나라잖아요?”
김지연은 이후로도 한효준에 대해 수다스레 떠들었다.
오랜 시간 부대낀 지도교수인 까닭일까.
말하는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뒷담화 같은 불평이었으나, 중간중간 보이는 표정들은 무척이나 포근했다.
“교수님과 사이가 원만하셨던 모양입니다. 신기하네요. 보통은 갑과 을로서 갈등이 많다고 하던데. 그리고……”
“하하. 까다로운 분이시죠?”
“예. 그런데, 정말 아무한테나 그러시진 않더군요.”
“그것도 보셨어요? 놀라셨겠다. 교수님 지론이에요. 제대로 된 상담사 앞이 아니면 맨얼굴을 보이지 않겠다는.”
“……예?”
“경력을 떠나서, 진짜 상담사로 인정해주신 거예요. 불쾌하셨겠지만 이해해주세요. 워낙 괴팍한 노인네라서. 자, 가요. 복학생 선후배님 학교 구경 좀 시켜드릴게요.”
노인네라고 불릴 만한 나이는 아니지만……
노안에 흰 수염까지 길러서 거의 여든처럼 보이긴 했지.
그에 반해, 학부로는 윗 학번이지만 대학원 후배가 되는 나는 복학생 선후배라 부른다.
사실 그 ‘노인네’와 열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이후 김지연에게 이끌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한효준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복잡한 사람이었다.
내가 마주했던 모습과 김지연의 설명을 종합해 들으면서도 제대로 파악했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정신을 해부하고 싶다고 말했었지.
그게 그 자신의 비행공포증 때문이었을까?
임상심리 경력까지 갖춘 사람이니, 흔히 알려진 노출치료와 약물치료 정도는 얼마든지 수행해봤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그렇다고 하면 괴팍한 사람이 된 것도 이해할 만했다.
강한 자존심과 학자로서의 욕망을 제약하는 자신의 족쇄가, 내면의 평화를 반복해서 깨뜨리며 괴롭힐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픽 웃어버렸다.
나 같은 게 진단해봤자 답이 나올 리 없는데.
어쨌든 몇 가지는 명확해 보였다.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하려 애쓰는 학자라는 것.
그리고 더없이 까다로운 태도로도 제자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만든 스승이라는 것.
그에게 배운다면, 더 좋은 상담사가 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꼭 받기만 하라는 법은 없지.
적어도 그의 제자들에 한해서는, 나 역시 인생의 선배로서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
일반적으로 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생방송 시청자의 총원이 치솟는다.
프리TV의 경우 주중 평균치의 두 배까지 늘기도 할 정도.
그렇지만 그들이 신인의 방송국을 찾을 확률은 낮았다.
“평일까지 재밌는 거 찾아다니는 애들이야 신인들 방에 관심이 많지만, 주말에 심심해서 보는 애들은 다르거든요. 간만의 여가에 조금이라도 재밌는 거 보려고 검증된 방송부터 찾죠. 주간랭킹이 잘 나와서 진짜 다행이야. 걔네들한테 직관적으로 이번 주 최고의 BJ를 알려 줄 수 있겠어요.”
대수가 말한 주간랭킹이란, 매주 토요일에 공개되는 지난 토~금요일의 방송성적 줄세우기.
원래는 월~일요일로 통계를 내다가 올해부터 바뀌었다.
그 업데이트를 추진한 사람이 나였다.
진대수가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신인 BJ들의 성공적인 진입을 도와주기 위해서.
물론 평일에도 실시간으로 그날그날의 성적이 갱신된다.
하지만 그쪽은 메인페이지 하단에 뜰 뿐이라서, 수천 명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은 아니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랭킹 쪽에 더 눈이 가는 법이니.
“그래…… 내 랭킹이 이 정도구나.”
“일간랭킹 보면서 느끼셨잖음? 5일 만에 최고시청자 8천을 찍으셨는데, 이거야 뭐 비견될 애가 없다는 거죠. 거기다 업까지 무지하게 받았으니까요. 전 솔직히 아쉬워요. 애청자 1위도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신인BJ 랭킹 1위. 업 랭킹 1위. 토크 부문 랭킹 9위.
그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었다.
애청자 증가 순위에서 2위라고 해서 아쉬워할 것까지야.
“1위 큐빙이는 이번 주 남초 언급량이 좀 쩔었어요. 그래서 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고 하니까 뭐…… 어쩔 수 없죠.”
“그래, 어쩔 수 없지. 그것 말고 다른 얘기부터 하자.”
“예입. 하명하십시오, 나으리.”
“넉살은. 대수야. 내일 핸드폰 개통이 가능할까?”
“엥? 갑자기? 애들 보러 가는 건 수요일이잖아요?”
“그랬는데, 수요일에 못 가게 될 것 같아. 내가 학교에 좀 나가봐야 해서.”
“엥? 무슨 학교요? 아, 그 학점은행제? 근데 그거 인터넷으로 듣는 거 아니었어요?”
“……대학원 준비중이야. 모교 쪽으로 인연이 생긴 덕분에, 학부 과목 청강부터 해서 당장 출석하게 될 것 같아.”
“모교면, 서울대? 우와! 서울대 심리학 석사! 역시 능력자! 이건 또 마케팅 포인트죠!”
일어나서 인싸댄스를 추기 시작한 대수를 말리는 데 10초쯤이 걸렸다.
그 뒤에야 간신히 플랜을 상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청강하고, 다음 학기에도 계속 선수과목까지 수강해야 해. 다행히 방송시간은 빼주기로 하셨지만, 그때는 주말에도 시간적인 여유를 갖기 힘들 것 같다.”
“아…… 아쉽네요. 애들이 형님 참 좋아했는데.”
“안 가겠다는 건 아니고, 설득할 생각이야.”
“오, 교수님이랑 딜 치시는 거?”
“어. 연구실 사람들을 다 데려가는 쪽으로.”
“오, 연구…… 엥……? 에이, 에바다!”
대수야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며 웃지만, 진심이다.
연구실 분위기가 해년마다 어두워지고 있다 했다.
이레귤러인 나를 통해 그걸 해소하려는 게 한효준의 복안.
그런 상황이라면, 그 사람들을 잠깐이나마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
나 스스로가 종위보육원에 가서 아이들과 만나며 상담의 가치를 절감할 수 있었으니.
물론 나보다 오래 상담을 공부한 친구들이니 재능기부 경험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젝트 진행하며 연구 차원에서 나갈 수도, 커리어를 위해 상담센터 활동이나 수련을 병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연구실 전원이 동행해서 아이들과 만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김지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으로 엉거주춤 가는 것과는 분명 다를 터였다.
아이들에게도, 원생들에게도.
“그런 부분 관련해서 얘기도 해봐야 해서 내일 보육원에 갈까 하는데, 일요일이라 개통이 될지 모르겠다.”
“전산이 안 될 텐데…… 그래도 기기 수령은 가능할 거 같네요. 이따 전화해볼게요.”
“그래, 고맙다. 오늘은 다시 다운 기부로 가는 거지?”
“옙. 왔다 갔다 해야죠.”
“난 기부액이 너무 적게 나올까봐 걱정이야.”
“에헴. 제가 누굽니까? 적당한 카드가 하나 있습니다.”
진대수의 넘치는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듣자마자 과연 차원이 다른 얌생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거라면, 기부금을 쌓는 한편으로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홍보 활동에도 의욕을 실어줄 수 있을 테니.
“안녕하세요, 꼰대마스터입니다. 예, 마구니님 안녕하세요. 룩셈학원님 안녕하세요. 예…… 오늘은 일단 공지부터 하나 드리겠습니다. 현대는 A/S가 중요한 시대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저도 상담의 품질보증 서비스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걸로 기부액을 좀 더 높일 생각입니다.”
「대놓고 기부빌런ㅋㅋㅋㅋㅋ」
[소망강처녀님 별사탕 100개. 꼰마오빠 저 대만족이에요. 저는 오빠한테 제 마음을 기부해요.]
“소망님, 마음만 받겠…… 아니 별만 받겠습니다. 아무튼 시험 삼아 먼저 보여드릴게요. 자, 이렇게 파란 창에 제 닉네임을 검색하면…… 벌써 이렇게 상담 후기가 몇 개 뜨거든요. 여기서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죠. 자, 이분. 음…… 흐음.”
PIP로 띄워놓은 브라우저를 보며 시청자들이 ㅋㅋ거린다.
어딜 봐도 만족으로 가득한 후기인 까닭.
그렇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글은 없는 법이다.
“아, 여기! 여기 보세요. ‘이거 중요한 얘기였는데 묻혀서 슬펐어요 유유’라고 쓰여있죠? 이런 게 감점요인이죠. 놓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서 5만원 기부 잡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야잌ㅋㅋㅋㅋㅋ」
「밑에봐요 밑에보라고요」
「꼰마님이찾아내서읽어줬다고 고맙다고그러잖아요」
“전 정말 형편없는 인방러예요. 참 죄송한 일입니다. 그리고 또 여기에도. ‘캠 쪽을 잘 안 봐서 잘생긴 얼굴 정면샷 보기 힘들어요 유유’라는 내용이 있네요. 이것도 5만원.”
「이건아니지ㅋㅋㅋㅋㅋㅋ」
「ㅋㅋㅋ잘생겼다고칭찬해준거잖아요ㅋㅋ」
[dosena님 별사탕 1000개. 미쵸 진짜 크크. 그렇게 다 퍼줘야만 속이 후련했냐 크크.]
그에 더해, 예상치 못한 다운 각이 찾아왔다.
토요일이 됐기 때문일까.
이전에 본 적 없던 대학원생의 고민 사연이 올라왔다.
“베려사치님, 대학원생이라 쓰고 연구노예라고 읽는 꽃답지 못한 20대 중반입니다. 연구실 사람들 때문에 머리에 꽃 꽂게 될 것 같아요. 제 밑으로 들어온 언니가 사회생활을 잘합니다. 진짜 미친 듯이 잘해요. 그래서 절 미친년으로 만들어요. 사수로 도와줬던 건 다 까먹었는지 은근슬쩍 설거지 미루고 통계 떠넘기고, 그러면서도 혼자 여우짓 다 해서 원생들부터 교수님까지 걔만 좋아해요. 뒤에서 일하는 건 저인데도요. 진짜 때려치우고 싶습니다. 근데 벌써 3학기고 논자시도 거의 패스할 것 같아서 너무 아까워요……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논자시가 뭐죠? 먹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아재요」
「논자시가 뭐임??」
“농담입니다. 논문자격시험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문제는 제가 대학원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네요. 피상적인 관점에서 드리는 조언이 오히려 관계에 위기를 만들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아쉽게도 이 문제는 제게 다음 주까지 시간을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부족한 상담사라서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운 좀 눌러주세요.”
「아니ㅋㅋ 다운빌런 돌아왔네ㅋㅋ」
「시른데 시른데 ㅋㅋㅋㅋ」
「이건 다음주 입장도 들어봐야된다」
[보람찬하루일을님 별사탕 500개. 이런 크크. 저 화장실 다녀왔는데 무슨 일 있었나요 크크.]
이 사람들이 진짜.
왜 이렇게 내가 기부하는 걸 싫어하는 걸까.
답답하면서도 흐뭇한 마음에, 너털웃음을 웃고 말았다.
어쨌든 다음 주가 되면 그 부분도 상담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제 다시 1학년생이 되어 대학원으로 출근할 테니.
그 안에서 역동을 파악해, 한효준에게도 도움을 주고, 고통 받는 대학원생들의 고민에도 성심으로 임하리라.
그런 생각 속에서 평화로운 상담 방송을 진행했다.
그 평화가 두 시간이 채 못 되어 깨어졌다.
「와 만따리다」
「헐 진짜네」
「꼰마님 만명추카요~~~」
「오늘 6일차아님?? ㄷㄷㄷ」
“만 명……이네요?”
「축하해여 ㅋㅋㅋㅋ 와 1주일도 안돼서 만따리네」
[케바케님 별사탕 10000개. 만따리엔 웃음만개 크크.]
“……잠시만요. 만 개라뇨? 이건 과해요. 취소해드릴게요.”
[마구니님 별사탕 10000개. 주작충만한 만따리방송 크크.]
“스톱. 여러분, 이상한 흐름에 타지 마세요. 저도 나름대로 모아둔 돈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게까지 안 도와주셔도-”
[세이클럽님 별사탕 1000개. 전 소소하게 유유.]
[소망강처녀님 별사탕 1000개. 진짜 축하해요 오빠 흐흐.]
“잠시만요. 여러분, 지금 후원하지 마세요. 다 취소합니다.”
[꼰마야놀자님 별사탕 10000개. 통장이 텅장됐어요 유유.]
“아니, 텅장 되실 거면 보내시면 안 되죠! 취소할게요.”
그렇게 거의 30분 정도를 옥신각신 했던 것 같다.
후원 취소와 재후원이 길항작용하는 기싸움의 시간들.
대수가 레전드 각 나왔다며 꺽꺽대고 웃더라.
그날 방송은 결과적으로 최고시청자 13,146명을 기록했다.
40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취소하려는 BJ가 있다는 입소문에, 친하지 않은 BJ들까지 탐방 릴레이를 벌였던 까닭.
덕분에 다시 한번 10exp를 달성할 수 있었다.
점점 더 커져가는 방송과 높아지는 기대감.
그 앞에서, 나는 두려움을 누르기 위해 애썼다.
연약한 정신이 공포에 젖어 후진하는 일이 없도록.
지나치게 빠른 성장세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지만……
NBSC가 내게 터무니없는 기회를 안겨줬다.
그걸 잡아채어 최고의 상담사가 된다면, 대학원생들을 비롯해 만 개가 넘는 고민들을 향해서도 전진할 수 있을 터였다.
20년 만에 다시 찾은 대학.
그곳에서 내 미래를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