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9화 (19/200)

# 19

7장 - 기부는 거부한다 (3)

진대수는 마지막 학생이 입실하고 10초쯤 뒤에 도착했다.

상담 클래스가 된 걸 알자 대뜸 전략가 기질을 발휘하더라.

“형님, 오늘은 애들 상담하는 걸로 야방 때리죠? 이건 마케팅하기 딱 좋은 그림입니다. 그야말로 재능기부니까. 잘하면 인터넷기사도 나가서 인지도 떡상 각 나올 겁니다.”

……기사 각 잡을 생각으로 허겁지겁 따라온 거였나?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들어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안 돼.”

“엇. 이렇게 즉답을? 왜요? 말만 잘하면 허락해줄 텐데? 예쁜 그림으로 방송 나가면 정기후원도 늘어날 수 있어요.”

“방금 만난 애들이야. 나를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 어떤 고민들을 품고 있을지도 알 수 없어. 그런 상황에서 생방송에 내보낸다는 건 정말 잔인한 일이 될 수 있어.”

“엥…… 그야 그렇죠. 아쉽…….”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진대수는 꽤 밝은 표정이었다.

“하여튼 형님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 이러니 짤…… 헤헤.”

“이러니 잘린 거라고?”

“죄송함다. 머리 박겠슴다.”

“아냐.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다.”

“헤헤. 그냥 뭐, 회사란 게 그렇잖아요. 남 처지 신경써주기보단 내 실적을 위해서 최대한 뜯어내야 되는데, 그걸 안 하시는 분이니까. 그래서 존경하는 겁니다. 사실은 은진이 일 때도 그냥 손절하시는 게 훨씬 편했을 텐데.”

그런 식으로 또 은진이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사실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

나는 프리월드에 어울리는 인재가 아니었다.

NBSC가 알려준 내 최고의 능력치는 82의 ‘관계’.

물론 상담 외적으로도 다양한 능력치가 있겠지만……

내가 서울대 입학했을 당시는 요즘처럼 대다수가 대학을 가는 시대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학과 안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46년 인생 최고의 자랑거리는 ‘관계’ 쪽일 듯하다.

최근 며칠 동안 그 능력의 대단함을 여실히 느꼈다.

대수도, 보람이도, 은진이도, 열두 명의 탐방러도, 그저 나에 대한 의리 하나로 헌신적인 도움을 주려 했다.

결과적으로 윈윈이 되었다 하더라도 의도는 분명 그랬다.

그 이전에도 부지불식간에 ‘관계’의 덕을 무수히 보며 살아왔을 것이다.

여태 일에만 몰두하느라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을 뿐.

진갑수 같은 욕심쟁이가 학부 졸업반이던 나를 스카웃했다.

가정을 거의 팽개쳤음에도 아내와 딸이 날 아껴주고 있다.

82의 ‘관계’는 대단한 행운이었다.

어쩌면 표준편차가 15보다 한참 작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프리월드의 부장으로 일해왔던 것이다.

투자자들을 홀리기 위해서 유저들의 돈을 뜯어내며 가시적인 실적을 올려야 하는 IT기업에서, 실무진 최고참으로.

적절한 지위는 결코 아니었으리라.

차라리 문과 공부를 하고 사회적인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마흔일곱의 박대민은, 어쩌면 무수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의 위치에 서 있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하다 민망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관계’조차도 효력을 내지 못할 때가 있다.

종위보육원의 중고등학생 16인의 상담이 그에 해당했다.

“자, 얘들아. 오늘 일일 상담사로 오신 박대민 선생님을 소개할게. 이분이 어떤 분이냐 하면, 지금 딱 봐도 잘생겼지?”

“네에!”

“멋있어요.”

“그치? 어저께 새벽에 실검 1위 하신 분이야. 원래는 회사원이셨다가 은퇴하시고 인터넷 방송을 하고 계신데, 상담을 너무 잘해줘서 하루 만에 스타가 되신 거야. 기대되지?”

“네에.”

“아저씨 몇 살이에요?”

“선생님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이렇게 말해야지?”

“괜찮습니다. 반갑다. 박대민이고, 마흔일곱 살이야.”

“우와…….”

“오, 킹동안. 히히.”

상담을 잘해서 스타가 됐다는 과장과, 65의 ‘외모’에 진대수의 스타일링을 더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변모한 모습.

그럼에도 아이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일정 부분 호기심도 표시하고 흥미도 보이지만, 그 내면은 어딘가 일그러지고 곳곳이 무너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아마, 70이 된 ‘진단’의 힘이겠지.

기존의 박대민이라면 전혀 알아보지 못했으리라.

겉으로는 분명 평범한 아이들을 연기하고 있으니까.

지금도 머리로는 확신할 수 없는 어렴풋한 느낌일 뿐이다.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가장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가족을 잃은 아이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애착(attachment)을 상실한 채로 자라났다는 얘기다.

성실한 복지사들이 열정적으로 보살펴주고 있다고 한들, 그 텅 빈 마음을 완전히 채울 수 있을 리 없었다.

물론…… 나름대로 화목했던 가정에서 자란 나로서는 그저 상상만 할 수 있을 뿐.

아이들과 어우러지기 위해선 NBSC의 조력이 필수였다.

「 [인자한 웃음]을 사용합니다 > 내담자 16인

[차분한 음성]을 사용합니다 > 내담자 16인

[아련한 눈빛]을 사용합니다 > 내담자 16인 」

“다들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아저씨랑 있는 동안에는 편하게 있어. 아저씨 얘기 재미없으면 그냥 자도 돼. 진짜로 그래도 돼. 그런 의미에서 다들 책상 위에 다리 올려. 진짜로. 자, 나도 여기 앉을게. 날 따라해봐요.”

“히히. 아저씨 돌아이 같애.”

“신혜, 못된 말!”

“괜찮습니다. 선생님도 저쪽에 앉으세요. 자, 다리 올려. 여자애들은 불편하면 엎드릴까? 제일 편한 자세로 앉아봐.”

“진짜 편하게 앉아요?”

“그래, 진짜로. 아니…… 그렇다고 눕진 말고. 그렇게 하면 시체놀이 같잖아. 무서우니까 일단 의자에 앉아주렴.”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은, 솔직히 잘 모른다.

못난 아빠라서 딸애와 소통을 해본 적이 거의 없고.

그렇다고 30년 전 나의 심리상태 쪽은 기억이 안 나고.

떠올려본들 시대가 달라져서 쓸모가 없을 터였다.

그렇지만 사람을 대하는 법이라면 잘 안다.

상담심리학 쪽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포인트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가 그간의 인생에서 터득한 노하우기도 하기에.

우선은 편안하게 마주해야 한다.

마음의 불안함을 없애고 서로의 존재를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비로소 내면의 고민들이 흘러나오는 법이다.

일일 상담사라는 권위 속에서는 외로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줄 수 없다.

그렇게 첫 단추를 잘 꿰고 시작한 상담 클래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한 차례의 만남으로는 자신을 보여줄 수 없다는 듯, 아이들은 그저 질문만 던질 뿐 스스로를 말하지 않았다.

“아저씨, 진짜 마흔일곱이에요? 아닌 것 같은데.”

“어렸을 땐 노안이었는데, 지금은 동안이 됐다. 네가 진호지? 축하해. 너도 내 나이 되면 동안 소리 들을 거야.”

“와! 마상(마음의 상처)!”

“농담이야. 진짜로. 또, 상담하고 싶은 거 있는 사람?”

“아저씨! 여친 있어요?”

“여친이랑 결혼했지. 중학교 1학년 딸이 있어.”

“올. 예뻐요?”

“나 안 닮았어.”

“별론가보네.”

“내 와이프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아하핫, 팔불출!”

……아무래도 오늘은 라포 형성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일곱 시까지 원룸으로 가서 방송을 켜야 하니,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았다.

나는 재능기부로 그들의 집을 찾아온 외인.

아이들의 방어적인 태도를 뚫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고민이 없어서 회피하는 것은 아니리라.

그보다는, 그 고민의 본질이 지나치게 어둡고 무거워서.

남이 될 게 뻔한 사람에게 떠들 만한 이야기가 못 되는 까닭일 터였다.

그런 내 ‘진단’이, 상담이 끝난 뒤에 입증됐다.

소녀 한 명이 조심스레 내 앞으로 다가왔다.

고3이지만 딸애와 몸집이 비슷한, 이수아라는 아이.

“아저씨…… 또 언제 와요?”

“음. 아저씨 또 왔으면 좋겠어?”

“아뇨. 바쁘면 안 와도 되고요.”

“와 달라고 얘길 해야 다시 오지 않을까?”

“넹. 근데 다 온다고만 하고 다시 안 오던데. 그래서 효원 쌤이 말하지 말라 그랬어요. 부담 주면 오기 싫어진대요.”

직설적인 설명에 김효원이 민망한 듯 돌아선다.

그리고 나는,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라는 듯 차분하게 말하는 수아의 얼굴에서, 더없이 커다란 외로움을 느꼈다.

“아저씨가, 초보 상담사라 물어보는 거야. 다시 와도 될까?”

“……넹.”

“오면 반겨줄 거야?”

“아마도?”

“선물이라도 좀 사올까?”

“그건 됐고요. 레알.”

“알았어. 그냥 간식이나 좀 사올게. 자주는 못 오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렇게 떠들고 놀자. 그건 마음에 들어?”

“헤헤.”

표정도 단조롭고 말수도 적은 아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웃어줄 때는, 행복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 모습에……

내 안의 무언가가 깨어졌다.

*

“형님은 진짜 대단해요. 애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다뤄요?”

“잘 다뤘나, 내가?”

“옙. 난 싸가지 없다고 욕하고 싶었는데.”

“그러면 안 되지.”

“그렇다고 다 받아주면 기어오르잖아요? 그래서 애들 싫어하는 건데. 근데 형님한테는 안 그러더라고요. 차이가 뭐지?”

“그야, 네가 마스터 스타일링을 해줬으니까?”

“아님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어. 뭘까? 뭐지? 모르겠네.”

뭔가 다른 게 있다면, 아마 ‘관계’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모르는 어떤 기작이 아이들에게 우습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호감을 살 수 있도록 해준 거겠지.

그리고 지금은 그에 대해 자세히 논할 때가 아니다.

김효원을 따라간 걸음이, 이제 원장실 앞에 도달했다.

“원장님, 박대민 씨 상담실 마치셨어요.”

“어, 들어와요. 아이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원장은 신형준이라는 남자였다.

나보다도 다섯 살이 많았는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은퇴하고 상담사로 전향하셨다고 했죠? 그거 듣고 반가웠어요. 제가 초년생 때 증권맨이었는데, 회사 사람들이랑 가볍게 봉사활동을 다니다가…… 여차저차해서 퇴사하고 사회복지사 쪽으로 공부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뭐 큰 뜻을 품고 원장까지 된 건 아니고, 그냥 흘러흘러 이렇게 된 거지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려운 선택이었으리라.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증권사가 정말 잘나갔으니.

그래서인지 원장이 된 지금도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70의 ‘진단’에 따르면, 신용해도 될 만한 사람 같았다.

“원장님. 제가 상담 진행하며 후원 방법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물품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물품이요. 예, 감사한 일이지요. 생필품 쪽 말씀이시죠?”

“아뇨…… 그쪽으로도 추후에 또 후원을 하겠지만, 우선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부터 사줬으면 싶네요. 괜찮을까요?”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은 필수 중의 필수다.

기본적으로 전화번호가 없으면 친구들과 약속 한번 잡기가 힘들고, 학급 단톡방에 참여하지 못해서 소외될 수 있다.

그게 다가 아니라 스마트폰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폰거지’라고 무시당하는 것이 요즘 세상인 것이다.

그런 생각에 출혈을 감수하고 꺼낸 이야기.

그러나 신형준 원장은 슬픈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스마트폰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기기 값이 비싸서 다 돌아가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이 안에서조차 소외감을 느낄 수 있어요. 거기에 매달 요금까지 있으니까요. 이동통신료 감면 혜택을 받아도 겨우 절반이에요.”

기초수급 대상자인데도 겨우 절반인 건가.

그렇지만 그에 대해서도 방안을 준비해뒀다.

“중학생 이상으로 제한하죠. 인강 서비스와 제휴한 저가형 스마트폰이 있다고 하니, 2년마다 신모델로 교환도 감당하겠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요금을 벌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아니고, 숙제를 해줘야 합니다.”

“숙제라면……?”

“일정 시간 이상 인강 수강이 기본 조건입니다. 그러면 일종의 알바를 주겠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인터넷방송에서 채팅창 관리를 하는 매니저 일입니다. 제가 매일 네 시간 방송을 하는데, 열여섯 명이 돌아가며 한 달에 두 번쯤 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1인당 월 10만원씩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신형준은 오랫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김효원과 진대수도 입만 뻐끔거리며 멍하니 바라보는 10초.

그 뒤에야 원장이 내 이야기를 받았다.

“전화기가 없는 애들은…… 알바조차도 쉽게 따지 못하죠. 그저 저희가 주는 푼돈을 용돈으로 쓰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핸드폰을 사주시고, 월 160만원을 들여 용돈까지 지원해주신다면. 그건 참 너무 끌리는 이야기로군요.”

“동의하신다면, 추진하겠습니다.”

“……진심이십니까? 내가 잘은 모르지만, 그 채팅창 관리라는 게 무슨 수익을 내는 업무는 아닌 것 같은데. 일종의 재택근무인데, 거기에 시급 만 원 이상을 주시겠다고요? 뭘 위해서요? 나는 도무지…… 하시는 얘기를 믿기가 어렵네요.”

어떤 걸 염려하는 것인지 충분히 짐작이 됐다.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아이들을 나쁜 일로 끌어들이진 않을지, 그게 아니라도 호기를 부리다가 곧 취소하지는 않을지.

이때는 누구나 이해할 만한 답변을 드려야 마땅하리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미지를 위해서입니다. 이런 일이 나중에 기사가 된다면 유명세를 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월 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고작 몇 백쯤 써서 그 수입을 몇 배로 늘릴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바보 아니겠습니까.”

거짓말이다.

이슈로 번 별사탕까지 전부 기부할 예정이니까.

열여섯 명의 아이들을 상대로 진행한 이번 집단상담은, 초면의 대상과 면대면으로 진행한 상담으로는 처음이었다.

간밤의 고민을 지나 그 상담을 진행하며……

나는 이제야 비로소 상담사가 됐다.

이수아란 아이의 웃음으로써, 모든 고뇌에서 해방됐다.

그래서 마음은 저가형 스마트폰과 소소한 일자리보다 크다.

하지만 돈만 주는 후원은 오히려 독이 될 터.

그렇기에 적절한 타협안을 찾았던 것이다.

무조건적인 기부는, 내가 거부한다.

나는 저 아이들에게 미래를 줄 것이다.

남들과 같은 세상을 볼 수 있는 환경이 그 시작점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결의를 다지던 때에, 신형준이 웃었다.

황당할 정도로 호탕하게 웃더라.

“하하하, 으하하하하! 아이고, 박 선생님. 하하. 아…… 정말 재밌으신 분이네요. 이런 사람을 만나본 게 얼마 만인지. 선생님. 상담실 진행하시는 동안에 내가 선생님 그 인방이라는 것을 봤어요. 그랬는데, 억지로 기부를 하시던걸요?”

“아…… 그것도 이미지를 위해서입니다.”

“하하. 그렇게 어른을 속이려 드시면 되겠습니까? 연기를 참 못하시는 분이네요.”

……내 연기력은 초면인 상대에게 들킬 정도로 한심한 건가.

“2012년에도 그런 게 있었어요. 어린이보호재단이 통신사랑 열심히 소통을 해서, 저가 스마트폰과 통신비 2만원씩을 출연해줬어요. 그게 얼마나 갔을 것 같습니까? 딱 1년 갔습니다.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통신사조차 그랬어요. 선생님한테 별다른 소득이 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도, 하실 거지요?”

“……예. 음. 그냥, 하고 싶습니다.”

“그런 분이실 줄 알았어요. 알겠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신형준은 어째선지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김효원이 코를 훌쩍였고, 진대수가 내 어깨를 팡팡 때렸다.

“아 진짜…… 형님, 이런 일은 저랑 상담 좀!”

“음. 미안하다. 그래도 하고 싶어.”

“아 진짜. 아…… 형님 때문에 내가 못 살아.”

어깨를 때리는 대수의 손길이 더욱 거세졌다.

70의 ‘진단’으로 판단해볼 때, 아마도 눈물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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